출판사: 클로젯

출간일: 2020.01.29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폐하, 부디...... 자유로워지십시오."

따라서, 그에게 목숨과 맞바꾼 자유를 허하노니.

그 아무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황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사내의 죽음. 이전에는 내리지 못했던 명령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으리라. 견범우는 웃었다.

"... 설령 그 자유의 대가가 참혹할지라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이제 더는 자신이 그를 지킬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달은 까닭이다. 가장 어리석은 짓이었다.

자신마저 죽고 나면 이제 이 세계에서 천자를 지킬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제 아들을 보호하려던 선황은 수명을 다해 죽었고, 부친 역시 이 세상에 없었으며, 그들로부터 황제를 지킬 의무를 자처한 견범우 또한 이제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으니.

진실이 항상 제 편이지 않은 것처럼 자유가 늘 달가운 것만은 아니리라. 적어도 사내에게는 그러했다. 얽매였던 자는 처음부터 그가 아닌 자신이었다. 평생을 눈앞의 사내에게 속박당했다.

단 한순간도 바란 적 없던 자유였다.

"... 저를 범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일한 다행은 그 소원만은 이루어지리라.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에게 다 주어 남은 것 하나 없는 이 껍데기를 불사를 이유로는 진정 충분하노라고.

"오직 당신뿐입니다. 건."

- 부디 내가 주는 자유가, 당신을 하루만 더 웃게 하기를.

사내는 웃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 미소마저 온전히 눈앞에 선 남자의 것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금환국의 황제 린위 건(건)은 허수아비다. 선황 부부가 승하하고 형제들마저 죽어, 유일한 황손이라는 이유로 황제가 됐다. 성군이 되려고 했지만, 얼마 있지 않은 수족들이 끊겨 나가는 결과만 낳았다. 건은 이제 의지를 품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비웃는 대신들의 조롱을 그냥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금환국의 일인자는 태위 재상 견범우(범), 이인자는 대승상 호규송이 되었다.

승: 범은 선황의 심복인 아버지 때문에, 유년기를 건과 함께 동문수학한 벗이다. 하지만, 선황과 아버지가 죽고, 범 역시 전장으로 떠났다. 강력한 군벌이 되어 돌아온 범은, 대장군에서 최고직 태위 재상까지 올랐다. 그리고, 황후를 아비를 유배 보내는데 앞장서며, 황제와 본격적으로 척을 진다. 한편, 대승상 호규송은 고립무원의 황제를 돕는 척하지만, 사실 인간이 황제를 혐오하고,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주술사 여인과 건을 합방시키기도 한다.

전: 실상 반요족 여인의 주술은 건의 진명을 알아내지 못하면서 실패하지만, 들이닥친 범이 '건'의 진명을 부르면서 주술이 성립된다. 황제는 범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고, 그런 건을 범은 개로서 훈육한다. 범은 건에게 구속구를 채우고, 배뇨를 금지하며, 구슬을 품고 회의에 나가게 하는 등 치욕을 준다. 반면, 대외적으로 범은 건을 위엄 있는 군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황제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귀족들은, 황제를 위험에 빠뜨린다.

결: 범은 노예시장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황제를 구하고, 귀족들의 목을 벤다. 한편, 건은 범에게 황후를 회임시켜달라고 부탁한다. 분노한 범은 건을 거칠게 다루지만, 결국 건의 명령에 따르기로 한다. 그때, 대규모 내란이 터지고, 범은 죽을 생각으로 전장에 나간다. 범의 실종 소식은 곧 궁에 들리고, 승상 호규송은 본심을 드러내 황제를 죽이려 한다. 그때, 범이 나타나 황제를 구하고 큰 부상을 입는다. 황제는 반요족, 범과 함께 금수의 나라를 다스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풀린 긴장감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무릎 탁 치는 소설

화려한 금빛 휘장에 쌓여 검은 목줄과 붉은 안대를 차고 절규하는 일러스트, 그리고 '애완 황제'라는 제목까지! 대략적 내용을 짐작했죠.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책을 열자마자 노예시장의 참극을 보며 다리가 풀린 황제가 나와요. 수라 같은 황궁에 고립된 나약한 황제와, 진짜 수라가 되어 황제를 조련할 권력자... 혹시 그럴까 했지만, 역시 그렇구나... 그렇게 다소 긴장감 없는 독서가 시작됐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와~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던 초반이, 사실은 복선들의 밭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작가님이 준 의미심장한 힌트를 놓쳤습니다. 어찌 보면 초반에 이미 결말을 다 써놓으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결말에 이르러서, 다시 뒤돌아 뒤적였습니다.

금환국에서 다섯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비탄에 빠져 스스로의 삶을 저버린 자,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아니한 자, 탐욕으로 그릇된 생을 살던 자, 그 해악의 수준이 인간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힐 만큼 타락한 자, 그리고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들어온 자... 제대로 된 인간은 없어 보이죠.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건 태생에 의한 구별이 아닙니다. 금환국에 사는 이는, 이런 인간 밖에 될 수 없다. 누가? 어째서? 어떻게? 궁금증을 품고 계속 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이 다섯 가지 중, 스스로의 선택 없이 존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 들어온 자'예요. 어쩌면, '애완 황제'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황제가 '흘러 들어온 자'였으니까요.

황제에게 아무도 세상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황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외부 시찰을 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예시장에 가죠. 하지만, 잔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휘청거리다 들키고, 건을 본 노예들은 '인간이다.' 외칩니다. 승상도 함께 있었지만 노예들의 시선은 건을 향했고, 승상의 눈빛에 떨던 이들이 건에겐 본능적으로 구원을 바라요. 모두 노예를 보며 마땅한 처우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건만이 그들을 동정의 눈길로 보죠.

돌아온 황제는 '흉몽'을 꿉니다. 난폭한 정사의 소용돌이 중에, 갑작스레 비난의 음성이 연이어 들려요. '제구실을 못하는 사내' '저주받은 황자' '비천한 자' '쫓아내야 할 천자'... 그러다, 갑자기 그 음성들은 건을 희롱하며 강간하려 들죠. 하지만, 순간 핏물이 튀어 오르고, 잘린 목이 나뒹굽니다. 그 후 아는 목소리 하나가 들립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니냐' 하는... 그때 궁 밖에 범도 황제와 열락에 빠진 꿈을 꿔요. 소제목 '예지몽'의 내용입니다.

승상은 황제를 혐오합니다. 선황의 유지와 그의 충실한 심복인 견가의 의지로 황제가 된 건을 못마땅하게 여겨요. 하지만, 유일한 생존 황손이었고 후사 역시 없었기 때문에, 대체할 자가 없었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황제에게 주술의 걸어 진짜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해요. 하지만, 그 여인은 과거 승상에게 원한을 가진 반요족이었고, 반란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결국, 승상의 노력은 범을 황제의 주술사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죠.

범은 주술로 건을 개처럼 훈육합니다. 건은 범의 '애완 황제'가 돼요. 하지만, '애완 황제'라는 제목엔 좀 더 복잡한 내막이 깔려 있어요.

건의 시선으로는 눈치채기 어렵지만, 사실 금환국은 금수의 나라예요. 황제가 노예 시장에 갈 때마다 본, 아이 포대기를 업고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노예 여인이 떠오르죠. 죄를 지은 비천한 자, 노예들은 추잡하고 저들밖에 모르는 본질을 가진 '인간'이고, 토벌당해 멸족될 뻔한 반요족은 인간의 피를 타고난 반쪽 요괴예요. '다섯 가지 인간' 이야기는, 어쩌면 원주민인 금수들만이 비탄과 탐욕에 빠지고, 타락하고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이들임을 의미하는지도요.

 

그러다, '선인'이 금환국에 흘러 들어옵니다. 건의 어머니이자 선황의 총애를 받은 연 귀비였죠. 선인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금수들을 감화시키는 향을 내는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귀족들에게 그 '선인' 또한 인간의 천박한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 뜨내기에 불과했어요. 금수들은 탐욕에 빠져 죄를 지을 운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인간을 부정하다 천시하죠.

결국, '애완 황제'는 황제가 범에게 농락당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금환국에서 황제라도 인간은 '애완동물' 이상이 될 수 없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족들이 어여뻐 해 줄 때만 안전하고, 조금만 반하는 의지를 가져도 호된 대가를 치르는... 건은 이미 '애완 황제'였을지도요. 정말 개가 되려고 그러시냐는 범의 호통이, 단순히 두 사람의 정사만을 지칭하는 것 같진 않았거든요.

범은 주술로 황제가 호통도 치고, 단호한 결단도 내리게 만들죠. 또, 범은 황제를 위해, 반요족 일부를 살려줘요. 주술로 황제에게 오만 치욕을 안기면서도, 우발적으로 건이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바란 것에 대해서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범은 건의 '마음'은 통제하지 않아요. 범은 건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키고 싶은 걸 지키겠다 말하죠. 범이 지키고 싶은 것...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리 선황의 함구령이 있었다지만 건이 금수들의 실체나, 황후도 알고 있는 장인의 부정부패와 범의 숨은 노고를 전혀 몰랐다는 부분은, 좀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어요. 또, 16살 때부터 건에 대한 육욕에 시달려 왔다고는 하지만, 범이 이렇게까지 건을 괴롭힐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연성도 좀 아쉬웠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애완 황제'는 뽕빨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금수의 본능이 열락뿐만은 아니었으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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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릿

출간일: 2021.04.06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기분 좋아도 돼요. 괜찮아요. 쾌락에 약한 건 잘못이 아닌데. 누구나 약한 부분도 자신 없는 일도 있는 거니까."

"그런-."

"취향은 다들 다르다면서요.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좋아져 버린 건, 그래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 누구 잘못도 아니잖아. 어쩔 수 없는 거지."

잘못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현의 나직한 목소리가 주원의 머릿속을 바삐 돌아다녔다. 멋대로 물 안을 걷어내고 쿵, 쿵, 차게 가라앉아 있던 심장을 뜨겁게 뛰게 만들었다.

취했기 대문일 것이다. 눈시울이 뜨거운 것은, 온몸에 견딜 수 없을 만큼 열이 오르는 것은.

이현이 주원의 머리를 감싸 느릿하게 끌어당겼다. 힘없이 축 안기는 주원을 다독여주었다. 평소처럼 야릇하고 끈적이는 손길이 아닌 탓에 주원은 그에게 더 매달리고 말았다.

"하지만 전부, 다... 망쳐버렸......"

"타이밍이 나빴을 뿐인데요, 뭐.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그날 날씨 탓이라고 치고."

"윽......"

목 언저리에 맴도는 말들 대신 틀어막힌 작은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현은 늘 주원이 원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는지.

이현이 품에 안아줘서 다행이었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주원은 알고 싶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건물 옥상, 주원은 쾌감에 취해 자위를 하고 있었다. 분출하지 못한 열감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건물 1층 카페 바리스타 이현이 나타난다. 이현은 대뜸 주원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능숙한 손짓(?)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삽입까지 이어지자, 주원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온다. 두 사람은 옥상 아래, 카페 위층에 있는 주원의 직장으로 가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주원은 이현에게 감기에 걸리지 말라며 비타민을 잔뜩 쥐여 준다.

승: 이현은 자신이 게이라는 것과, 주원이 완벽한 이상형의 몸을 가지고 있어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낸다. 주원은 무뚝뚝한 회사원이 되었고 이현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낮은 빗소리가 잔잔히 귓가를 두드리는 어느 날, 이현은 어두운 휴게실 구석에서 자위하는 주원을 발견한다. 주원은 이현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두 번째 섹스였다.

전: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한결 가까워진다. 화창한 날에도 만나, 식사를 하고 호텔도 갔다. 또 비가 내렸다. 이번엔 주원이 먼저 이현에게 건물 화장실로 와달라고 연락한다. 이현은 '비'가 아닌 '이현'에게 흥분하는 주원을 보고 싶다고 욕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현은 비가 내릴 때마다 주원과 급하게 몸을 섞으며, 비가 오지 않은 주말에도 주원을 만나 격한 정사를 벌였다.

결: 과거 엄한 아버지에게 통제 속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만 했던 주원은, 우연히 비 내리는 날 자위를 하다 짜릿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후 비가 내리면 지독한 쾌락에 휩싸였다. 주원은 변태 같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이현에게 빠진다. 그러다 주원의 맞선과 이현의 재산(?)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은 다투지만, 눈치 빠른 매니저의 도움으로 곧 화해한다. 주원은 비가 내리지 않는 날, 이현에게 이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개취를 존중해 주세요!

여기 남다른 개취를 가진 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소리, 습기, 냄새, 촉감에 쾌락이 끓어오르는 비페티시 주원! 그리고 근육질 몸에 꼴리는 게이 이현!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은 비범했어요.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는 옥상, 끙끙 앓으며 자위하는 주원과 냉큼 나쁜 손부터 나가는 이현이 만났죠. 장마철, 집중 호우 예보가 연일 이어지는 기간, 같은 건물 1층과 3층에 일하는 두 사람은, 그 건물 음침한 어딘가에서 은밀한 만남을 계속해요.

이현이 주원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주원이 이현의 이상형이었기 때문이에요. 바로, 탄탄한 근육질 몸매 말이에요. 하지만, 주원이 열심히 몸을 단련한 이유는, 주원의 특수한 성향 때문이었어요. 비 속에서 긴(?) 시간 진을 빼야 했던 주원은, 쉽게 감기에 걸렸죠. 하지만, 비가 매일 내리면, 또 비를 맞아야 하는 주원에게 선택권은 없었어요. 결국, 평소 운동을 통해 몸의 내성을 기릅니다.

결과적으로 그 성향 때문에 주원은 이현에게 도움받을 수 있었고, 이현은 이상형인 '이성애자'와 썸띵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비페티시는 어쩌면, 주원에게는 숨 막히는 입시와 아버지의 기대 속에서 탈출할 수 있는 임시 방공호였을지도 몰라요. 주원은 비만 내리면 흥분하는 자신을 변태 같다며 괴로워했지만, 그건 불편할 뿐이지 잘못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주원의 숨 통을 잠시나마 트이게 해줬고, 주원과 이현 모두에게 기적 같은 연인을 선물했죠.

다만, 클라이맥스인 '갈등'이 아쉬웠습니다. 이현은 주원의 성벽을 기꺼워하고, 주원은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인 이현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현이 건물주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쉽게 여겼다고 화내는 주원과, 그런 주원에게 이현이 당신도 취향을 어쩌지 못했으면서 나는 게이인 걸 받아들이기 쉬웠는 줄 아냐고 싸우는 것이... 설득력 없게 느껴졌어요. 두 사람 모두 사소한 질투가 쌓였다고 쳐도, 좀 잉?스러웠죠.

너무 큰 개취를 쉽게 이해해서, 작은 오해를 어렵게 풀 수밖에 없었나? 싶기도 했지만, 그다지 끄덕여지지는 않더라고요. 하필(?) 장마철이라 씬의 비중이 높다 보니 서사가 다소 약한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참신한 소재와 떡대수 미인공의 귀한 조합에, 우수한 가독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플러스마이너스 해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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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03.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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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현성이 형!"

현재는 고개를 들었다. 불이 켜져 있는 원룸 건물의 4층을 흘끔 쳐다보았다. 현재는 여전히 그 안에 있을 선교를 생각했다.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을지.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런 새끼인가 싶다가도, 이 상황에서도 선교가 걱정되는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었다.

"형, 선교는?"

자괴감에 좀먹은 목소리로 현재가 현성에게 질문했다. 현성이 현재를 흘긋 돌아보았다. 현성이 조금 지친 듯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현재야. 형은 더 이상 걔 얼굴 볼 생각 없어."

현성이 형은 절대로 나 버릴 일 없어. 다짐하듯 말하던 선교의 얼굴이 현재의 눈앞에 빠르게 스쳐 갔다. 현재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형, 선교 안 사랑했어?"

"사랑했지."

현성의 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과거형이었다.

"현재야,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야."

"......"

"형은 나 두고 바람피운 애인 다시 만날 생각 없어."

"......"

"그런데 현재야."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존의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 현재는 온통 혼란스러운 얼굴로 현성을 올려다봤다.

"너랑 나는 평생 볼 사이잖아."

현성이 단언했다.

point 2 줄거리

기: 교수인 부모님과 모범적인 형, 풍족한 환경과 꿀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현재는 권태롭게 살고 있었다. 여자친구 적당히 사귀다 질리면 헤어지기를 반복했더니 유명한 "개새끼"가 되어 있었지만, 그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런 현재의 삶은 형의 애인, 이선교를 만나며 뒤바뀐다. 현재는 처음부터 자신을 불편해하는 선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후 소개팅녀를 통해 이선교가 게이란 소문을 듣고, 얼마 뒤 주차장 차 안에서 형과 키스하는 선교를 본다.

승: 선교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꼈던 현재는, 선교에게 한 번만 대주면 형에게 '자신이 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의외로 쉽게 승낙하는 선호를 보며, 현재는 역시 형이 '씨발년'에게 잘 못 걸린 거라고... 속 깊이 끓어오른 감정을 분노라고 치부한다. 현재는 선교를 걸레 취급하며, 틈날 때마다 다리를 벌리고, 거부하면 윽박지르며 막무가내로 들이댔다. 그때마다 선교는 못 이기는 척 결국 현재를 받아 줬다.

전: 선교는 과거 한 교수와 사랑을 나눴지만, 들키자마자 잔인하게 버려졌다. 이후 계속 쓰레기들만 만나며 살다, 휴학 후 현성을 만나 구원받았다. 선교는 현성에게만은 절대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선교는 가족인 현재에게 자신의 존재가 들키면, 현성이 자신을 버릴까 봐 불안했다. 더불어, 자신에 대한 현재의 흥미는 얼마 안 갈 거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요구를 받아줬던 거였다. 하지만, 현재는 관심은 오히려 사랑이 됐다.

결: 현재는 선교에게 사랑을 애걸했지만, 선교는 그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가벼운지 잘 알고 있었다. 선교는 현성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양 붙들면서도, 현재에게 흔들리는 마음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선교는 현재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자 병수발을 들고, 둘은 가까워진다. 선교는 현재와 현성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다가, 결국 현성에게 외도 장면을 들켜버린다. 현성은 선교를 버린다. 그리고 남겨진 선교에게, 현재가 찾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모럴리스한 구원자

퇴폐미가 폴폴 풍기는 블랙 사이키, 달달 촉촉 몽실몽실한 화이트 사이키, 아수라 백작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사이키님의 작품은 뭐든 재밌습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사이키님의 작품은 첫 리뷰예요. 스스로는 좀 멋쩍기도 합니다. 사실, 5점짜리 작품은 뭔가 흡! 정신을 가담고 써야 할 것 같아, 미루게 돼요. 그래서, 쌓여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5점... 쿨럭... 예, 구차한 변명이네요. 반성하겠습니다. 제가 그냥 게을러요. 흑...

블랙 사이키님 작품의 최강점은 '배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모럴리스한 요소는 대부분 '부정한 관계'에게 비롯돼요. 약을 먹이고, 감금, 학대, 가스라이팅 등의 비정상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도, 그 맞물린 관계에서 촉발되는 심리적 긴장감을 쫀쫀하게 풀어내시죠. 과장되지 않되, 부족하지 않은, 찐 배덕감의 명수시죠. 그중 저의 원픽은, 단연 '데카당스'입니다.

'데카당스'를 '형의 애인을 빼앗은 동생의 이야기'라고 평하시는데, 저는 현재가 현성에게 선교를 빼앗은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협박은 했지만요. 오히려, 현성은 선교를 버릴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고, 선호는 현성과 현재라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실제로 현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어요. 나중에 현성에서 외도가 들켰을 때도 선교를 대신해 변명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죠. 그래서, 현재는 '결과'에 대해서는 완벽한 피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데카당스'를 '선교가 불러온 두 형제의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재와 현성이 말한 대로, '키스한 장면을 봤으니 나한테 한번 대줘!'란 협박은 거절하는 게 맞거든요. 하지만, 선교는 수락했고 비극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현성에겐 변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버려지죠. 그럼, 왜 선교는 그 별것도 아닌 협박을 받아들였을까요? 선교가 원래 걸레기 때문에, 모럴리스해서, 몸을 함부로 굴리는 걸까요?

하지만, 현성과 현재의 대화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현성은 선교를 사랑했지만, 동생과 외도한 애인을 단칼에 버립니다. 그리고, 동생을 용서하죠. 동생은 가족이고, 버릴 수 없으니까요. 선교는 바로 그게 두려웠어요. 현재는 모험을 시도할 수 있지만, 선교는 그럴 수 없었어요. 동생에게 게이라는 것을 들켰다는 이유로, 현성이 선교를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바로, 딸에게 들키자 가차 없이 선교를 버린, 그 교수처럼요.

물론, 선교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 납니다. 현재의 돌발행동에 불안해하며 줄타는 심정으로 살던 선교는, 버려질 각오를 하고 현성에게 아웃팅을 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러면, 가족에게 들킬 수 없다면, 이별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현성은 기꺼이 선교를 현재에게 소개해 줘요. 현재가 나가면, 함께 살 자로도 제안도 하고요. 선교는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현성과, 그토록 바라던 가족이 되는 거였죠.

문제는 자신에게 곧 흥미가 떨어질 거라 여겼던 현재가, 정말 선호를 사랑하게 됐다는 거예요. 이 부분에서 사이키님의 필력이 빛나요. 현재는 '개새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람을 하찮게 대합니다. 적당히 풀고, 질리면 버리고, 싫지도 좋지도 않은, 무감한 대상... 하지만, 선호를 대하는 현재는 늘 뜨겁고 절절하죠. 그래서 자칫 캐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변화가 오히려 '현재 답다.'고 느껴지는 것이 작가님의 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성의 '모럴'은 선호를 버릴 이유가 되죠. 동생과 외도한 애인은 보지 않는다. 현성은 고민하지 않아요. 하지만, 현재의 '모럴리스'는 선호를 계속 사랑할 힘이 돼요. 현재는 형을 사랑하고, 형과 잠을 자고, 형과 사귀면서도 나랑 질펀하게 뒹굴었지만, 그 망가진 선교를 사랑하는데 당당합니다. 현재의 모럴리스는 사랑이 없을 때는 기본도 모르는 새끼지만, 사랑을 할 때는 견고한 성벽이 돼요. 그래서, 선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죠.

선교는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불행히도 그 방법이 '제대로 된 선교'를 연기하는 거였지만요. 선교는 현성에게 불행한 과거, 그로 인한 불안함과 공포, 심지어 끈질기게 찾아오는 쓰레기 전 남친에 대해서도 모두 숨겨요. 왜냐면, 현성이 사랑해 주는 애인 선교는, '그런 선교'가 아닐 테니까요. 실제로, 현재가 현성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알려줬을 때, 현성은 '그럼에도' 외도는 용서할 수 없다며 선교를 이해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외전에서,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불안을 떨치지 못한 선교가 안쓰러웠어요. 선교는 걸레 취급을 받을 정도의 많은 관계를 하면서도, 먼저 버린 적이 없었어요. 술을 마시고 섹스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한 선교의 마음은, 버림받더라도 약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는 처절한 자기방어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분명, 선교와 현재의 사랑은 모럴리스하지만, 선교를 진짜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현재였던 거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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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1.02.09

분량: 본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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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네가 이렇게 날 받아들여 주면 난 또 미쳐서 날뛸지 몰라. 그러니까......"

"그럴 때 브레이크 밟을게요."

"...... 뭐?"

"맞아요, 그날 아저씨 평소랑 다르게 과속하셔서 엄청 위험했어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브레이크 밟으니까 아저씨 멈추셨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안 다쳤고요."

"결아, 그건......"

운이 좋아서였다. 자신이 제정신이 들지 않았다면 절대 멈출 수 없었고 정말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확실하게 약속해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브레이크 밟으면 멈춰 주실 거라고."

아이처럼 말간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미는 결을, 주언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고, 이렇게 마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약속 하나로 그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데. 망설일 틈이 어디 있을까.

"마지막으로 도장도 꾹."

손가락을 마주 걸고 엄지까지 야무지게 맞부딪치는 결을 보며 주언은 웃음을 삼켰다. 일주일 만에 처음 짓는 웃음이라 그런지 어쩐지 어색하게 입가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가까지 진동이 번지는 느낌에 손을 들어 눈꺼풀을 누를 때였다.

"그럼요, 아저씨."

"...... 응."

간신히 눈가를 진정시킨 주언이 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무엇이든 말해 보라는 듯 다정한 미소와 함께. 그를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결이 문득 주언에게 성큼 다가왔다.

"오늘 브레이크 실험해 봐도 돼요?"

point 2 줄거리

기: 중학생 때부터 소형 기획사 연습생을 시작한 백결은, 몇 번의 데뷔 기회를 물먹으니 20살 되었다. 떡볶이를 팔고 폐지를 주워가며 결을 키워준 할머니의 병원비는 부족하고, 데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져갔다. 그때 결에게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고, 결은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가게 된 펜트하우스에서 화보 속 모델처럼 근사한 조폭 아저씨, 기주언을 만난다.

승: 매서운 눈빛을 가진 위험한 분위기의 아저씨는 결에게 다정했다. 결은 그런 아저씨에게 사랑에 빠진다. 한편, 결은 아저씨가 투자한 보이그룹 프리즘 멤버로 데뷔, 큰 인기를 얻는다. 또, 할머니도 아저씨가 준 무제한 블랙카드로 무사히 병원비를 결제하고 퇴원한다. 결은 아저씨와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저씨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결은 낙담한다.

전: 한편, 주언은 결에게 차를 선물하고, 운전면허가 없는 결은 아저씨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저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날 수록, 결은 더더 아저씨가 좋아지고, 그래서 먼저 키스도 하지만 아저씨는 무서운 얼굴을 한다. 상처 입은 결은 스폰을 그만두자고 말하고, 당황한 아저씨는 결이 바라는 대로, 이성의 고삐를 풀고 결을 끈적지근한 신세계로 안내한다. 아저씨와 몽롱한 날들을 보내던 결은 정줄을 놓고, 방송 중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한다.

결: 아저씨는 대노하여 결을 소환한다. 결은 또 무서운 얼굴을 한 아저씨를 보자 서러운 마음에 대들고, 아저씨는 결을 거칠게 다룬다. 물론, 아저씨는 곧 결에게 사과하지만, 결은 돌아가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결은 주언의 동료, 석중에 연락을 받고 아저씨가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 빠져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삽질을 끝나고, 해피엔딩!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저씨의 순정

'아저씨와 나'가 왜 많은 독자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그래서, 올해 2월 저의 모습을 떠올려 봤어요. 아... 표지 일러스트! 저는 대부분 표지에 관한 감상이 제로 포인트에 가까운데, 굉장히 드물게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 읽게 되거나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안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원체 훌륭한 일러스트가 많아서 전자가 월등한 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저씨와 나'는 후자였나 봐요. 차라리 꽃이나 단색으로 하시지...

'아저씨와 나'는 유사품 '아기와 나'나 '왕과 나'와 다르게, '나'보다는 '아저씨'의 노고가 대단히 큰 작품이었어요. 저는 이 작품의 부제로 '아저씨의 순정'을 외치겠습니다! 물론, 결은 매우 착하고 성실합니다. 번번이 눈앞에서 데뷔의 기회를 빼앗겨 놓고도, 스폰이 들어와 데뷔와 확정되었을 때, 혹시 누군가의 데뷔 기회를 빼앗은 걸까 봐 걱정할 정도로 착해요. 네... 그렇습니다. 순수한 백지! perfectly whtie paper! 그래서 이름도 백결인가요?

13년 차 백결 스토커, 아니 키다리 아저씨는 입맞춤도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어린 양과 먼~ 길을 가야 했어요. 입술 세 번 가져다 댔더니,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당황하는 백결! 아저씨는 백결이 어린애인 것이 원망스러웠죠. 하지만, 이런 아저씨의 고민도 모른 채 홀로 삽질 짝사랑 중인 한결은, 아저씨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스폰 관계라는 사실이 힘들었고, 그래서 아저씨에게도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참고 있는 아저씨를 계속 자극합니다.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 줄래? 하지만, 아저씨는 어른이었어요. 출장도 가고, 술도 마시고, 혼자 해결(?) 하면서, 결의 속도를 배려해 진도를 밟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가 아가에게 고통을 주는, 하나 됨의 단계! 아저씨는 그다음이 뭔지도 모르고, 어여쁘게 엉겨 붙는 결을 보며 자기 수양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인터뷰를 해요. 질투에 불탄 아저씨는 결을 몰아붙이지만, 아파하는 결을 보고는 중간에 멈춥니다. 아저씨는 초인이었어요.

그 후 두 사람은 삽질물의 클리셰에 따라, 오해를 풀죠. 베프의 전제 조건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캐치하는 눈치와 친구의 비밀을 적당히 흘릴 줄 아는 가벼운 입이죠. 그리고 석호는 주언의 이상적 베프였어요. 결을 되찾은 주언과, 주언의 연인이 된 결! 두 사람은 브레이크를 뽑고 고지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한 큐에 넘지는 않아요. 아저씨는 그 격정적 화해의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참 성인이었거든요.

물론, '아저씨와 나'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죠. 24살 주언은 모시던 형님에게 배신 당하고 부상을 입은 채 7살 결을 만나요. 그때 딱히 결이 별말을 하진 않았는데도, 주언은 결의 말을 힘으로 삶의 의지를 다 잡죠. 그 후 할머니 떡볶이집의 단골로 대량 구매를 해주고, 가수가 될까 말까 망설이는 결에게 용기를 줘요. 그러다 처음 데뷔에 미끄러지고 우는 결을 보고 사랑에 빠지죠. 왜, 어떤 점이, 무슨 배경에서, 어떻게 그런 건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양보합니다.

결국 할머니의 떡볶이 집 건물주도 주언이었고, 위험한 투자가 들어간 결의 데뷔를 막은 것도 주언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키다리 아저씨를 해 주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지 않았을까요? 손회장이란 연줄도 있는데, 결이 스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까지 내 몰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래저래 아저씨에게 따지고 싶은 부분은 많습니다. 그리고 손회장님과 할머니의 인연도, 수습 안 된 깝툭튀 중 하나죠.

결이 20살이니, '아고물'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아고물의 묘~미~는 '어른의 포용력'과 '아가의 순진함'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에서, '아저씨와 나'는 우수한 아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어른이었고, 결은 백설기보다 새하았거든요. 마무리를 비롯해 아쉬운 점은 많지만, 메인 디시는 훌륭하고 사이드 디시가 부족한 정찬이라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외전으로 A/S 해 주셨으면... 미리 감사합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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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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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7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대기업 이사 윤한, M이자 흡혈족 천기준의 혈액 공급자이다. 10년 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며 보름을 굶은 천기준을 만났고, 그에게 혈액을 공급해 주기 시작했다. 천기준은 윤한의 비서이자 보디가드로 일하며, 윤한의 '쓸모'가 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윤한이 천기준에게 바라는 건 그 이상이었다. 윤한은 천기준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승: 낯선 남자를 침대에 끌어들여도, 피를 가지고 유혹해도, 천기준은 선을 넘지 않았다. 천기준을 아꼈던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천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윤한은 피가 없으면 천기한이 떠날 거라는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천기준에게 자신의 피를 먹으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천기준은 윤한의 피만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버텼다.

전: 유한은 천기준을 집으로 불러 기절시키고, 방에 감금한다. 하지만, 일주일이 되도록 천기준은 윤한의 피를 거부하다, 결국 쓰러진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천기준은 윤한의 달콤한 피 냄새에 끌렸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먹게 되면, 그 사람은 흡혈족에게 종속돼, 병들어 죽게 된다. 또, 사랑한 사람의 피맛을 본 흡혈족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결국 비극적 결말로 끝날 것이다. 마치, 천기준의 부모님처럼...

결: 깨어난 천기준은 순간 이성을 잃고 유한의 몸을 격렬히 탐한다. 그 와중에도 유한의 피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천기준은 유한에게 오늘 일을 잊어달라고 부탁하고, 유한은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해 준다. 기준은 윤한이 모르는 흡혈족의 진실에 대해 말해준다. 그리고, 자신에겐 쓸모가 다 할 때까지 유한의 곁에 남거나, 당장 유한을 떠나 죽어야하는 선택뿐이란 것도... 유한은 기준과의 약속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까?

point3: 진지충의 review: 너에게 한 거짓말

'씬'의 독백 작가님이 'TIED UP'의 모노 작가님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두둥! 사실, 후기를 읽기 전까지 아리까리했어요. 아마도 필명이 바뀌신듯 합니다. 그림체나 연출력도 많이 다듬어지셨더라고요.

'씬'의 주인공들이 딜레마 상황에서 불완전한 해피엔딩을 맞이 한 것처럼, 'TIED UP' 역시 극복 불가능한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 한, 차선의 결말로 맺음 돼요. 하지만, 전 이 불안한 평화가 곧 깨질 거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TIED UP'의 리뷰 타이들을 '너에게 한 거짓말'로 정하고 난 뒤, '씬'의 리뷰를 찾아봤더니 '나에게 한 거짓말'... (나름 흠칫) 묘하게 닮아 있는 두 작품입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타협도 포기도 힘든 애절한 사랑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봐요.

 

 

천기준은 흡혈족 엄마, 인간 아빠와 화목하게 살고 있었어요. 엄마는 기준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결국 병들어 죽게 된다고 말이죠. 천기준은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랑이 맺어진 후, 흡혈의 욕구를 참기 힘들 거라고 경고해요. 그리고 기준의 부모님은, 그 비극의 증거가 되죠.

기준 역시 이 비극의 나선에서 도망치지 못해요. 기준은 이미 윤한을 사랑해 버렸거든요. 자신을 살려 준 다정한 윤한과 윤한의 아버지, 그들에게 쓸모가 있는 순간까지 보답하겠노라 각오 한 채, 철저히 사랑을 숨겨요. 윤한 마저 기준을 사랑하게 된다면 둘은 맺어지게 될 테고, 윤한의 피를 참지 못하게 된 기준은, 윤한을 살리기 위해 이별을 선택해야 할테니까요. 기준은 윤한에게 함께 할 누군가가 나타날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어요.

그럼에도 '씬'과 다르게 '나에게 한 거짓말'이 아니라 '너에게 한 거짓말'인 이유는,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스스로를 속이진 않아요. 단지, 상대에게 숨기죠. 일주일간 피를 먹지 못한 기준은, 이성이 끊겨 자신의 진심을 줄줄줄 풀어 놓습니다. 그간, 윤한이 쓰레기 같은 남자만 데려와서 쌓인 게 많았거든요. 그 끝은 당연히 사랑 고백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윤한이, 기준과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숨기기로 합니다.

그럼, 기준은 정말 윤한의 마음을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윤한은 '말'만 참을 뿐, 주체 못할 사랑을 온몸으로 절절히 표현해요. 처음 윤한의 방에 갇혔을 때는, 기준도 자신이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윤한의 짓궃은 장난 쯤으로 생각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고백하는 기준에게 기대어 서럽게 우는 윤한을 보며, 기준이 윤한의 그 마음을 모를 수는 없었죠.

 

기준에게 '사랑'은 '공포' 그 자체였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윤한만 보면 다시 살고 싶어졌고, 기준은 끝내 죽기를 포기합니다. 그런 기준에게 윤한은 삶의 이유 자체였죠. 기준이 버텨 낸 것은 윤한의 피나 자신의 사랑을 숨기는 것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기준이 정말 힘겹게 참은 건, 우리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윤한에게 들키는 것... 그래서, 결국 두 사람 모두 '내'마음을 '너'에게 숨기게 되죠.

'TIED UP'은 물리적으로 묶여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상황이나 상태가 어쩌지 못하는 곤란한 지경을 뜻하기도 합니다. 가령, 교통 정체로 움직이지 못한 상태나 행정 절차가 꼬여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도 쓰여요. 두 사람의 숨바꼭질같은 거짓말은, 비극으로 미끄러질 빗면 정점에 그들을 묶어놓고 있죠. '과연 우린 얼마나 더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 크고 넘치는 마음을 손바닥으로 간신히 가려놓은, 이 어쩌지 못한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씬'에서 태원호와 구민기는 서로 사랑했어요. 열혈히, 공백 없이 말이에요. 하지만, 태원호의 자기 기만적 거짓말이 반복되고 거기에 구민기가 지쳐 갈 때쯤, 강은호와 유태영이 나타납니다. 이 둘의 개입으로 태원호와 구민기는 결국 헤어지고, 서로를 완전히 잊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요. 사랑하는데 사랑 못하는 스토리! 이런 딜레마가 더 애절해지는 포인트긴 하지만, 작가님 은근 잔인하신 것 같아요. 참고로 전 태원호X구민기 주주였답니다.(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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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연예계물/시리어스물] 씬 -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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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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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19.03.15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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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나는 꼭 오늘 밤을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 내내 안락하고 행복해서 태어나 가장 행복한 밤이었다고 느끼고 싶었다. 20년 뒤, 30년 뒤에도 꼭 오늘 밤처럼 따뜻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정한 차현재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품으로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그리고 빠르게 뛰는 심장 위로 입을 맞췄다.

너와의 미래를 사랑한다. 감히 기대도 할 수 없고, 꿈도 꿀 수 없는 저 먼 미래를 사랑한다. 그 미래의 현재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기억 속에 있는 모든 과거의 현재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지금의 너.

현재의 현재.

우두커니 선 나의 감정들이 그의 품에서 다정히도 무너졌다. 너의 온기는 틀리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 이연하는 OT 때 자신을 대신해 술을 마셔준 차현재에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차현재는 빛, 이연하는 어둠, 연하는 어둠 속에서 현재를 바라만 봤다. 하지만, 제대 후 복학한 학교에서 다시 만난 차현재는, 그 각오를 허물어트렸다. 현재는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연하의 시선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하에게 이유를 묻자, 연하는 물건을 모두 떨어뜨릴 정도로 과하게 떨며, 연신 사과만 하다 도망쳐 버렸다.

승: 현재는 연하와 친하지 않았지만, OT에서 만난 예쁜 연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하가 도망친 이후, 현재는 연하가 신경 쓰였고 지켜보기 시작한다. 연하는 시키면 다 한다고 '콜'이라 불리며, 커피 셔틀, 책 반납, 조별 과제 등 자잘 자잘 한 심부름을 도맡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은 얼굴에 멍을 달고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는 연하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연하를 무시하는 동기들에게 쪽을 주며, 연하를 챙기기 시작한다.

전: 그러던 어느 날, 안진수가 연하를 희롱하고, 보다 못한 다른 동기가 말리면서 싸움이 벌어진다. 그때 연하는 갑자기 뛰쳐나가 창밖으로 투신하려하고, 현재는 급하게 연하를 잡는다. 연하는 공포에 떨며 아버지에게 용서를 빈다. 그제서야 현재는 연하의 상처와 불안의 원인이, 그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연하의 아버지는 연하를 폭행하고, 모욕하고, 갈취했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 오랜 학대에 시달린 연하는, 여러 정신이상 증세를 홀로 견디고 있었다.

결: 현재는 연하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연하의 고독하고 검은 우주를, 현재라는 빛이 밝혀주고 있었다. 연하는 용기를 내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심한 폭행을 당한 채 현재를 찾아간다. 그 후 연하의 아버지는 학교까지 찾아와 연하를 다시 폭행하고, 그의 동기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감된다. 그 후 아버지는 다른 수감자와 다투다 죽고, 연하는 비로소 아버지에게 벗어난다. 연하는 현재와 동거를 시작한다. 연하는 처음으로 설레는 미래를 떠올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저는 재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냥 뭐든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해요. 3년 내내 한 시즌 미드만 본다든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20번, 좋아하는 영화는 10번 이상 봐요. 참고로 최다는 1작 100번입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최신작을 섭렵하거나, 많은 작품을 보지는 못하죠. 장단이 있습니다. 저는 저의 상황과, 나이와, 경험이 바뀌어 같은 작품에서 다른 감상을 느낄 때, 보물찾기 한 것 같은 짜릿함이 느껴져요. 재발견의 묘미죠.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도 그중 하나예요. '격정 멜로' 리뷰 때도 잠시 언급했지만, 저는 원래 클레어님 작품과 잘 안 맞았어요. 저는 강수를 좋아하는데, 클레어님의 수는 예쁘고 유약해요. 결정적으로... 그 수가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나 행동을 계속하죠. 그나마 나은 수가 '언제나 타인'의 '태이'나 '러브론'의 '유현'인데, 그들도 딱히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어요. 약간의 분열증, 망상증, 맹목적 복종, 흡사 사이비 종교 추종자 같다고 할까요.

그러다, '결정 멜로'를 보고 다시 클레어님의 작품을 복기해 봤습니다. 저는 성실한 연재 작가님들을 아주 높이 평가하거든요. 그러다 발견 한 작품이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이었어요.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연하의 심리 묘사 때문이에요. 내용은 불쌍하지만 착하고 예쁜 수가 공에 의해 행복해지는 일방적 구원물로, 다소 뻔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이것이 연하가 본 현재가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연하는 무중력, 무호흡, 무광의 우주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뿌리내릴 힘도 없고, 숨 쉴 수도 없으며, 한 줄기의 빛도 없는, 어둡고 추운 우주에 연하는 외롭게 부유하고 있어요. 족쇄에 묶여 자유를 빼앗긴 사람에겐 '해방'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연하의 고립은 탈출이 불가능하죠. 다만, 연하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별, 지구를 꿈꿀 뿐이에요.

잘라내야지, 포기해야지,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연하는 그곳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어요. 그때 그 찬란한 빛이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연하는 겁이 났어요. 그래서 열심히 피해 다니죠. 연하의 아버지는 연하가 예쁜 얼굴로 몸을 팔고 다닌다는 망상을 떠벌리고 다녔고, 연하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적 있던 사람들이 보내는 혐오의 눈빛을 기억해요. 진실이든 아니든, 연하는 자신의 얼굴과 존재가 죄스러웠어요. 현재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죠.

하지만, 연하는 너무 눈에 띄었어요. 늘 주눅 들어있었고,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 보였고, 무엇보다 자주 다쳤어요. 게다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피해하는 것까지 느껴지는데, 성격 급한 현재가 가만있을 리 없었죠. 그리고 현재는 연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자신이 연하에게 과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됐다는 것도, 일찍 알아채요. 하지만, 연하는 목까지 올라온 말들을 꾹 눌러 담기만 하죠.

현재는 연하에게 막연히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굳이 헤집지는 않았어요. 연하는 늘 위태로워 보였으니까요. 그러다, 연하가 투신을 시도하고 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상처의 뿌리가 매우 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런 연아를 더 소중히 감싸줘요. 현재는 연아를 먼 우주로부터 조금씩 끌어안아요. 그리고, 그럴수록 현재의 중력은 연하를 더 잡아당기고, 연하는 서서히 현재에게 정착하죠.

연하는 자신의 두려움이 아버지를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동기들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 줄수록 점점 심해진다는 것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연하에게 두려움을 이기거나 불편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죠.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 우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거든요. 연하는 현재에게 이상한 자신을 숨기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였어요. 우주인은 지구인이 아니니까, 지구인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밖에요.

하지만, 현재를 만나고 연하의 우주는 무너집니다. 연하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동기들에게 자신을 더 이상 '콜'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선언하죠. 현재에게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용서가 아니라 진심을 입 밖으로 끄집어 냅니다. 태아가 세상에 나와 첫 울음을 울 듯, 옹알이만 하던 아가가 첫 단어를 내뱉듯, 연하는 그렇게 지구인이 됩니다.

저는 현재라는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현재는 연하에게 '이상'이었어요. 만질 수 없는 별이었고, 삼키면 안 되는 빛이었죠. 가질 수 없기에 체념해야 했지만, 바라보는 걸 멈추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통스러웠지만, 그랬기 때문에 현재에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현재는, 연하에게 살아있는 사람이 돼요. 만지고, 대화하고,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실체! 연하는 미래의 현재를 그리며 비로소 우두커니 선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다시 봐도 클레어님 작품은 분열증 환자의 일기 같은,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한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가 아예 '진짜 환자'인 '우두커니 선 우주'는 오히려 집중하기 쉬웠죠. 물론, 클레어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비정상적 수가 바라보는 정상적 공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고, 이 강점이 새롭게 비춰질 시점이 저에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탕은 무한히 필요하다는 자기 합리화를 해 봅니다.(끄덕)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3.27 - [BL 소설] - [현대물/할리킹/달달물] 격정멜로 - 클레어

 

[현대물/할리킹/달달물] 격정멜로 - 클레어

​ ​ ​ ​ ​ ​ point 1 책갈피 ​ ​ " 빛이 하연준 씨를 좋아하나 봐요. 예뻐서 자꾸 보고 싶은 거겠지, 내가 그런 것처럼." ​ "......" ​ "하연준 씨는 내가 알고, 또 내가 생각하던 모든 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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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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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9.27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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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이게 바로 오로라 조각이야."

이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황급히 오로라 조각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너무 귀한 존재라 손에 들고 있기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다. 어떻게 오로라를 조각으로 만들 생각을 하셨지......?"

"이걸 만들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연구하셨대. 나도 우리 아버지가 대단해. 몇 년 동안 한 가지 연구에만 몰두할 자신이 없거든, 나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각에 작은 자국이 나 있음을 발견했다. 그건 다름 아닌 앙증맞은 용의 손자국이었다. 이안은 손가락으로 그 자국을 가리켰다.

"이건 네가 한 거야?"

그 말에 루도 고개를 숙여 자국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번져 갔다.

"맞아, 내가 한 거야."

"다시 만져 봐도 왜?"

"얼마든지."

이안은 오로라 조각을 조심스럽게 다시 들었다. 루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만든 오로라 조각이야. 그런데 내가 구경하다가 오로라가 굳기도 전에 만져 버렸대. 결국 이렇게 아기 때의 내 손자국이 남아 버린 거고."

이안은 그 옛날 아기 용이 남긴 손자국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작디작은 크기의 이안은 말랑말랑한 기분이 들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0살이 된 루! 아버지들로부터 기어코 카스티야 마법 학교 입학 허락을 받아 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시험장에 도착한 루는 대기장에서 보석같이 예쁜 펠로데로스 황자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무례하게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루를 불쾌해하지만, 루는 그저 이안과 친해지고 싶었다. 루는 수석, 이안은 차석으로 입학하고, 같은 방에 배정되면서, 루는 '이안과 친구 되기!'에 박차를 가한다.

승: 이안은 정통 황위 계승자였지만, 아버지가 요절하자 숙부는 어린 조카의 자리를 빼앗는다. 이안은 어머니와 궁에서 쫓겨 곤궁한 생활을 하지만, 황제가 후사를 낳지 못하자 부득불 궁으로 다시 불려온다. 그 후, 자신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황제와 황후에 박대를 받으며, 결국 타국의 마법학교로 쫓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루와 시몬과 친해지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루에게도 점점 빠져들어갔다.

전: 그러던 어느 날, 루가 편해진 이안은 황제가 되기 위해서 용을 잡겠다는 계획을 말하지만, 루는 그런 이안과 언쟁을 벌인다. 두 사람은 화해하려다 고백하게 되고, 사귀게 된다. 그 후, 우연히 루는 용의 비늘을 들키면서 얼떨결에 용이라는 사실도 고백한다. 그때, 북쪽 마을에서 블레어는 루의 친구 이안이 펠로데르스의 황자라는 소식을 듣고, 카스티야로 찾아간다. 그리고, 살얼음 같은 아버지들의 시험대를 통과한 이안은, 루와의 관계를 인정받는다.

결: 4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모두 마법학교를 졸업한다. 아버지들에게 졸업 축하를 받고 있을 때, 이안은 펠로데르스 황제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급하게 돌아가야 하는 이안을 졸라, 루는 왕궁으로 함께 간다. 황제와 황후는 이안을 괴롭히며, 황위를 물려주지 않으려 수작을 부린다. 이를 지켜 본 루는 용이 되어 황제 앞에 나타나, 이안의 수호룡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안은 무사히 황제가 되고, 황제와 황후는 사필귀정의 결말을 맞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연작의 부작용, 반사효과와 역차별

'용의 황자님'은 저에게 실망감을 줬습니다. '햇살 세 스푼'만의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대형견 공과 비운의 황자수에 몰빵했는데, 그 깊이도 매우 얕습니다. (전)루비 (현)루와 황자는 평면적 성격, 일차원적 관계, 전형적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 해요. '햇살 세 스푼'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세계관, 인물들은 카메오수준으로 줄어들고, 분량은 늘어났지만 풍성함은 없습니다.

만약, '햇살 세 스푼'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낙담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용의 황자님'도 작품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결국, '용의 황자님'은 '햇살 세 스푼'의 반사효과 때문에 선택됐지만, 감상 결과는 역차별이 된 셈이죠. 그래서 두 작품을 읽을 예정이 있다면, '용의 황자님'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햇살 세 스푼'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마을의 평화가 우선이지만 어느 선까지는 선의를 베풀려는 이장, 이익과 인정의 양면을 가진 마을 사람들, 겁도 걱정도 많지만 용기 있는 쥬드, 자존심도 정의감도 강한 루시, 까칠하고 냉소적 이면에 따뜻함을 바라는 블레어... 입체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동화는 어디로 가고, 갈등과 의심을 모르는 울보공과 츤데레수만...흑 ㅠ.ㅜ

물론, 대형견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원래 단순하긴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러버를 지키는 충성심,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강함, 프로펠러 꼬리와 축 처진 귀로 어필하는 귀여움까지! 이 모두 가져야만 비로소 대형견공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누가 꼬셔도 갈등하지 않고, 수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해결사면서도 둘 만 있을 때는 절대 '을'이 되죠. 여기에 직업과 출생 배경만 정해지면, 모든 독자는 이미 예언자!

'용의 황자님'도 그런 면에서, 대형견공이 보고 싶은 날에는 좋은 작품입니다. 반짝이는 보석을 좋아하는 용, 루는 이안을 보자마자 반합니다. 이안은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예쁜 황자 님이었거든요. 마법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루는 입학식 선서에서 차석인 이안을 보며, 운명을 확신했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룸메이트! 루는 이안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이안이 지키는 든든한 가디언이 되죠. 이안도 순수한 선의를 가진 루에게 점점 빠져듭니다.

문제는 이안이 알인 '루비'를 강탈하려고 루의 어머니를 죽일 뿐만 아니라 그 가죽을 장식으로 걸어 놓은 황제의 나라, 펠로데르스의 황자라는 거였죠. 심지어, 그 황제는 황자에게 황제가 될 조건으로 용을 잡아오라고까지 합니다. 당연히, 그의 아버지들을 포함해 루를 사랑하는 이들은 두 사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루는 대형견공의 공식에 맞게, 절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년이 되어서일까요? 블레어와 쥬드도 의외로 쉽게 마음을 바꿉니다.

이안은 그의 아버지들에게, 펠로데르스 황제의 만행을 듣게 돼요. 그리고 루가 처한 위험도 알게 되죠. 그래서, 결코 루를 위험에 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졸업 후 그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요. 물론, 루의 선택이었지만, 저는 이 부분부터 뭥미?싶었어요. 아픈 황제는 이안을 대신할 소국의 왕자를 입양하고, 황후는 이안 어머니의 유품을 불태워 버리려고 해요. 미증유의 절대적 위기에서도, 이안은 '용'이라는 패를 쓸 갈등조차 하지 않죠.

앨런 우드를 포함한 대마법사는 죽거나 죽임 당했고, 황제는 쇠약해졌어요. 그리고, 이안은 신관의 증언이 있으니 용을 데리고만 오면 황제가 될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루가 어마 무시하게 강했답니다. 오히려 루는 황제를 많이 봐줘요. 이안을 위협하는 모든 이에게 살의를 품은 것 치고는, 이해 안 갈 정도로 관대한 처사였죠. 소리 소문 없이 황제를 악몽이 시달리게 할 수 있으면서, 그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 루와 이안은 심각한데, 전 음...이었어요.

'용의 황자님'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외전이었어요. 두 사람은 루의 고향이, 먼 북쪽 마을로 떠납니다. 황제와 수호룡이 아닌, 이안과 루만의 조용하고 은밀한 여행이었죠. 사랑하는 아버님들이 있는, 천방지축 아가 용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오로라 조각에 우연히 찍힌 아가 용의 발자국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죠. 특히 루가 썰매를 타고 마을을 돌며, 사람들에게 이안을 소개하는 장면은 좀, 뭉클했어요.

루가 인간의 수명으로 살기로 한 선택이나, 루의 오랜 보호자였던 아버지들이 수호룡이 된 아들을 떠나보내는 장면이나, 어머니의 잔인한 죽음과 납치될 뻔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안을 위해 복수를 포기하는 부분같이, 극적인 씬도 많았는데 너무 평이하게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아요. 또, '아싸' 아버지들이 들려줄 수 없는 '인싸' 마법사의 세계 같은 판타지 양념도 부족했어요. 저의 기대가 너무 많았나 봐요. 흑.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31 - [BL 소설] - [판타지물/인외존재/서양풍/달달물] 햇살 세 스푼 - 두나래

 

[판타지물/인외존재/서양풍/달달물] 햇살 세 스푼 - 두나래

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4.18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햇살 조각." ​ "햇살 조각이요?" ​ "햇살 줄기가 떨어지는 땅에 마법진을 그리면 햇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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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 [BL 소설] - [시대물/애절물/시리어스물] 1935년, 경성 - 두나래

 

[시대물/애절물/시리어스물] 1935년, 경성 - 두나래

출판사: 미담드디카 출간일: 2018.11.09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윤회가 가장 좋지 않을까?" ​ 강은 한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다정히 물었다. ​ "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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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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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4.18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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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햇살 조각."

"햇살 조각이요?"

"햇살 줄기가 떨어지는 땅에 마법진을 그리면 햇살의 일부를 봉인할 수 있지. 그것을 지붕에 매달아 두어서 바람에 말려 둔 뒤 칼로 조각낸 거다."

쥬드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렇다면 아까 우유에 넣었던 것이 햇살이군요!"

"4월 햇살이라고 말했잖아. 4월의 가장 볕이 좋을 때 모아 둔 조각 중 하나지."

블레어는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햇살 조각을 하나 꺼내 들었다. 쥬드는 "우아" 하고 탄성을 내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 얹혀진 조각은 샛노랗게 반짝거렸다.

쥬드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헉, 따뜻해. 꼭 햇볕 쬐고 있는 병아리 솜털 같아요."

병아리를 만져 본 적 없는 블레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쥬드는 온기가 흐르는 조각을 만지작대다 그것을 코에 가져다 대었다.

놀랍게도 햇살에서는 좋은 향이 났다. 촉촉한 흙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 본 적 있는 이름 모를 꽃향기, 그리고 땅콩 잼 같은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3세 쥬드 워커, 카스티야 마법 학교의 촉망받는 장학생, 남은 졸업요건은 하나! 바로 대마법사 밑에서 1년간 조수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쥬드 워커는 빛의 마법사, 블레어 애틀리를 찾아 먼 북쪽 마을로 떠나고, 블레어의 저택으로 가는 길에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줍는다. 한편, 까칠한 블레어는 조수는 필요 없다며 쥬드를 돌려보내려 하는데, 그때 눈치 없이 알이 깨지고 아가 용이 나온다. 아가 용은 처음 본 쥬드와 블레어를 아버지들로 각인했다.

승: 블레어는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은 두 동거인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쥬드는 보면 볼수록 착하고 성실했고, 아가 용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늘 굳어 있던 블레어는 간간이 웃게 됐고, 곧 따뜻하게 변한 집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블레어의 집에 물건을 배달하러 온 루시의 썰매를 타고 아가 용이 탈출한다. 블레어와 쥬드는 식겁해 그 뒤를 쫓고,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용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회의를 통해 아가 용을 기르는데 힘을 보태기로 한다.

전: 서툰 아빠들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아가 용은 '루비'란 이름을 가진 '마을의 아기'가 된다. 한편, 용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펠로데르스 황국의 황제는 거금을 들여 용을 찾지만, 총책임자 앨런 우드가 고용한 용병들이 알을 빼돌리려다 눈사태 맞으면서, 알은 분실된다. 그 알이 바로 '루비'였다. 앨런 우드는 홀로 눈사태가 일어난 마을을 찾아가고, 블레어의 자택에도 도착한다. 그날은 블레어가 그토록 기다리던, 여신의 드레스, 오로라가 내려온 날이었다.

결: 하지만, 블레어는 오로라 조각을 모으는 것을 포기하고, 앨런 우드로부터 루비와 쥬드를 지킨다. 앨런 우드는 격전 끝에 절벽으로 떨어지고, 블레어는 루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블레어는 사라지려는 오로라 조각을 간신히 모아 학회의 인정을 받고, 쥬드는 졸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블레어는 다시 북쪽 마을로 돌아가고, 졸업을 마친 쥬드 역시 블레어에게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용은 진짜 가족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여신의 치맛단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햇살 세 스푼'을 동화 같은 BL 소설이라고 구매하시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쥬드와 블레어는 사제에서 연인으로, 결국 부부(?)가 되죠. 파란 표지를 가르는 빨간 딱지가 예고하듯, 씬도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트러플 오일 파스타에 들어간 트러플 버섯만큼입니다. 데코 수준이라는 거죠. 동화를 일부 차용한게 아니라 , 전체 플롯 자체가 동화 서사로 전개되거든요. 물론 저는 훈훈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용을 무찌르러 떠난 기사의 모험담... 크고 나서 보면 좀 이상합니다. 기사는 용의 집에 무단 침입해, 강도, 방화, 살해를 저지르고 돌아와 영웅이 되죠. 그전에 왕이 약속을 어겨 공주가 끌려간 거니, 왕은 의도에 따라 계약 위반자나 사기범이 될테고요. 이렇게 잔인하고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이들의 배게 맡에서 읽히고 있다는 게 불편할 때가 있어요. 만약, 진짜 동화라면, 그건 '빼앗는'자가 아니라 '지키는'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점에서 '햇살 세 스푼'은 정말 아! 동화! 였어요. 내용은 위기에 빠진 용을 구해 악당으로부터 지켜낸 빛의 마법사와 그의 조수! 정도 일 거예요. 하지만, '햇살 세 스푼'의 진짜 재미는, 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그 용을 지키는 과정이에요.

빛을 형상화하는 마법을 구사하는 블레어는, 계절마다, 매달, 매일 달라지는 각각의 햇살을 모으고 말려 종이처럼 굳히죠. 그 조각들은 세면대 바닥에서 따끈하게 물을 데우고, 우유에 넣어 포근하고 따뜻한 양식이 돼요.

블레어가 마법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북쪽 마을까지 오게 된 건 희귀한 빛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어요. 바로, 여신님의 드레스라고 불리는 오로라 말이에요. 하지만, 오로라는 그 마을 주민 루시도 3번 경험한 귀한 순간이었죠. 달과 해가 동시에 뜨고 은빛 늑대들이 설원에 춤을 추는 날이 지나면, 여신님의 드레스가 검은 밤 하늘에 살포시 내려앉아요. 블레어는 그 오로라 조각을 학회에 가져가야 했기에, 몇 년을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 지루한 기다림에 선물처럼, 쥬드와 루비가 찾아옵니다. 블레어는 햇살 같은 쥬드를, 사고뭉치 루비를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흉포한 용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위협이었고, 둘은 루비를 숨깁니다. 물론, 늘 그렇듯 아기들이 부모(?) 마음대로 되진 않죠. 누군가가 해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 아가에 불과하다. 마을 사람들은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결국 '선의'가 '불안'을 이기고 루비는 마을의 귀염둥이가 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꾀 긴 시간을요.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우는 아이를 볼 때, 공공장소에서 뛰는 아이들을 볼 때, 도대체 부모는 뭐하고 있나? 기를 능력이 없으면 낳질 말던가? 인상을 썼어요. 물론, 아이를 가장 안전하고, 주위에 폐 끼치지 않게 키우는 법은 있습니다. 집에 감금해 키우는 거죠. 하지만 그건 '사람'을 기르는 법이 될 수 없고, 결국 아이는 세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때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지 않는다면, 아이의 안위는 위태롭겠죠. 가령, 쏘카 사태도, 콜 센터 직원은 매뉴얼을 어긴 적 없고, 그 매뉴얼이 부도덕하진 않았겠지만, 아이의 무사함을 바라는 마음에 관해선 의문이에요. 잘 못한 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아이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애당초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루비'는 태어나자마자 수없이 위기를 겪습니다. 루비의 어머니는 앨런 우드에게 살해당해요. 성인 용은 길들이기 힘들다는 황제와, 헤츨링을 연구하고 싶다는 앨런 우드의 필요때문에요. 그렇게 남겨진 루비는 돈에 눈먼 용병에 의해 팔릴 뻔 하다가, 눈사태가 일어나면서 설원에 내버려지죠. 자연스럽게 물범의 먹이가 될 위험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쥬드에게 발견되고, 블레어의 허락을 받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라나요.

물론, 최대 위기는 앨런 우드였어요. 앨런은 쥬드를 만신창이로 만들지만, 곧 나타난 루시와 그의 썰매견 로빈에게 공격 당해, 블레어의 집에 불을 지른 채 도망칩니다. 또, 그가 탄 썰매의 썰매꾼은 밧줄에 묶여 숨을 쉬지 못하는 루비를 발견하고, 앨런에게 풀어 달라고 빌어요. 동시에 앨런 우드를 수상히 여긴 이장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저지하고, 그동안 블레어가 앨런에게서 루비를 되찾죠. 그리고 그런 블레어를 또 루비가 구합니다.

황제가 루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모두 루비를 숨겨줘요. 루비가 자라서 축제가 가고 싶은 나이가 되자, 마을 아이들은 쥬드와 블레어 몰래 루비를 축제에 데리고 갑니다. 용이라는 걸 들키지 않게, 뿔을 가릴 수 있는 고양이 귀 모자를 씌워서요. 물론, 아이들의 이런 노력 때문에, 쥬드와 블레어, 마을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용 한마리를 기르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애정이 필요해요.

이들에겐 전리품이 없습니다. 유명세도 없고, 영웅의 칭호도 없죠. 루비가 사랑스럽게 밝은 용으로 자라났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 뻔하고 흔한 결말이 진짜 동화가 아닌가싶어요. 다시 말하지만, 쥬드와 블레어의 러브라인이나 씬은... 네...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내 이모 미소로 볼 수 있었던 건, 오로라보다 찬란한 사람들을 때문인것 같아요. 그럼 전 이제 성인이 된 루비를 봐야겠습니다. 금발의 황자와 사랑한다던데, 곧 '용의 황자님'도 리뷰하겠습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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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1 - [BL 소설] - [인외존재/서양풍/달달물] 용의 황자님 - 두나래

 

[인외존재/서양풍/달달물] 용의 황자님 - 두나래

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9.27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이게 바로 오로라 조각이야." ​ 이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황급히 오로라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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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 [BL 소설] - [시대물/애절물/시리어스물] 1935년, 경성 - 두나래

 

[시대물/애절물/시리어스물] 1935년, 경성 - 두나래

출판사: 미담드디카 출간일: 2018.11.09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윤회가 가장 좋지 않을까?" ​ 강은 한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다정히 물었다. ​ "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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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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