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살짝 열어 두었더니 바람이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겨울의 찬 기운은 이미 멀어졌고, 부드럽고 온화한 공기가 방 안을 채웁니다. 커튼이 가볍게 일렁이며 볕이 드리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냈던 봄날이 떠올랐습니다.할머니 댁의 마당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지요. 겨울이면 장작더미 옆에 쌓인 눈이 천천히 녹아가고, 여름이면 장독대 주위로 푸릇한 풀들이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때는 단연 봄이었습니다. 봄이면 매화가 하얗게 피어나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이 마당을 포근하게 덮었습니다.어느 해 봄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날따라 바람이 참 따스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마당 한쪽 평상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저를 부르셨지요. "햇살이 좋으니 이리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