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클로젯

출간일: 2020.01.29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폐하, 부디...... 자유로워지십시오."

따라서, 그에게 목숨과 맞바꾼 자유를 허하노니.

그 아무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황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사내의 죽음. 이전에는 내리지 못했던 명령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으리라. 견범우는 웃었다.

"... 설령 그 자유의 대가가 참혹할지라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이제 더는 자신이 그를 지킬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달은 까닭이다. 가장 어리석은 짓이었다.

자신마저 죽고 나면 이제 이 세계에서 천자를 지킬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제 아들을 보호하려던 선황은 수명을 다해 죽었고, 부친 역시 이 세상에 없었으며, 그들로부터 황제를 지킬 의무를 자처한 견범우 또한 이제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으니.

진실이 항상 제 편이지 않은 것처럼 자유가 늘 달가운 것만은 아니리라. 적어도 사내에게는 그러했다. 얽매였던 자는 처음부터 그가 아닌 자신이었다. 평생을 눈앞의 사내에게 속박당했다.

단 한순간도 바란 적 없던 자유였다.

"... 저를 범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일한 다행은 그 소원만은 이루어지리라.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에게 다 주어 남은 것 하나 없는 이 껍데기를 불사를 이유로는 진정 충분하노라고.

"오직 당신뿐입니다. 건."

- 부디 내가 주는 자유가, 당신을 하루만 더 웃게 하기를.

사내는 웃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 미소마저 온전히 눈앞에 선 남자의 것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금환국의 황제 린위 건(건)은 허수아비다. 선황 부부가 승하하고 형제들마저 죽어, 유일한 황손이라는 이유로 황제가 됐다. 성군이 되려고 했지만, 얼마 있지 않은 수족들이 끊겨 나가는 결과만 낳았다. 건은 이제 의지를 품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비웃는 대신들의 조롱을 그냥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금환국의 일인자는 태위 재상 견범우(범), 이인자는 대승상 호규송이 되었다.

승: 범은 선황의 심복인 아버지 때문에, 유년기를 건과 함께 동문수학한 벗이다. 하지만, 선황과 아버지가 죽고, 범 역시 전장으로 떠났다. 강력한 군벌이 되어 돌아온 범은, 대장군에서 최고직 태위 재상까지 올랐다. 그리고, 황후를 아비를 유배 보내는데 앞장서며, 황제와 본격적으로 척을 진다. 한편, 대승상 호규송은 고립무원의 황제를 돕는 척하지만, 사실 인간이 황제를 혐오하고,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주술사 여인과 건을 합방시키기도 한다.

전: 실상 반요족 여인의 주술은 건의 진명을 알아내지 못하면서 실패하지만, 들이닥친 범이 '건'의 진명을 부르면서 주술이 성립된다. 황제는 범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고, 그런 건을 범은 개로서 훈육한다. 범은 건에게 구속구를 채우고, 배뇨를 금지하며, 구슬을 품고 회의에 나가게 하는 등 치욕을 준다. 반면, 대외적으로 범은 건을 위엄 있는 군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황제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귀족들은, 황제를 위험에 빠뜨린다.

결: 범은 노예시장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황제를 구하고, 귀족들의 목을 벤다. 한편, 건은 범에게 황후를 회임시켜달라고 부탁한다. 분노한 범은 건을 거칠게 다루지만, 결국 건의 명령에 따르기로 한다. 그때, 대규모 내란이 터지고, 범은 죽을 생각으로 전장에 나간다. 범의 실종 소식은 곧 궁에 들리고, 승상 호규송은 본심을 드러내 황제를 죽이려 한다. 그때, 범이 나타나 황제를 구하고 큰 부상을 입는다. 황제는 반요족, 범과 함께 금수의 나라를 다스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풀린 긴장감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무릎 탁 치는 소설

화려한 금빛 휘장에 쌓여 검은 목줄과 붉은 안대를 차고 절규하는 일러스트, 그리고 '애완 황제'라는 제목까지! 대략적 내용을 짐작했죠.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책을 열자마자 노예시장의 참극을 보며 다리가 풀린 황제가 나와요. 수라 같은 황궁에 고립된 나약한 황제와, 진짜 수라가 되어 황제를 조련할 권력자... 혹시 그럴까 했지만, 역시 그렇구나... 그렇게 다소 긴장감 없는 독서가 시작됐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와~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던 초반이, 사실은 복선들의 밭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작가님이 준 의미심장한 힌트를 놓쳤습니다. 어찌 보면 초반에 이미 결말을 다 써놓으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결말에 이르러서, 다시 뒤돌아 뒤적였습니다.

금환국에서 다섯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비탄에 빠져 스스로의 삶을 저버린 자,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아니한 자, 탐욕으로 그릇된 생을 살던 자, 그 해악의 수준이 인간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힐 만큼 타락한 자, 그리고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들어온 자... 제대로 된 인간은 없어 보이죠.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건 태생에 의한 구별이 아닙니다. 금환국에 사는 이는, 이런 인간 밖에 될 수 없다. 누가? 어째서? 어떻게? 궁금증을 품고 계속 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이 다섯 가지 중, 스스로의 선택 없이 존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 들어온 자'예요. 어쩌면, '애완 황제'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황제가 '흘러 들어온 자'였으니까요.

황제에게 아무도 세상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황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외부 시찰을 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예시장에 가죠. 하지만, 잔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휘청거리다 들키고, 건을 본 노예들은 '인간이다.' 외칩니다. 승상도 함께 있었지만 노예들의 시선은 건을 향했고, 승상의 눈빛에 떨던 이들이 건에겐 본능적으로 구원을 바라요. 모두 노예를 보며 마땅한 처우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건만이 그들을 동정의 눈길로 보죠.

돌아온 황제는 '흉몽'을 꿉니다. 난폭한 정사의 소용돌이 중에, 갑작스레 비난의 음성이 연이어 들려요. '제구실을 못하는 사내' '저주받은 황자' '비천한 자' '쫓아내야 할 천자'... 그러다, 갑자기 그 음성들은 건을 희롱하며 강간하려 들죠. 하지만, 순간 핏물이 튀어 오르고, 잘린 목이 나뒹굽니다. 그 후 아는 목소리 하나가 들립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니냐' 하는... 그때 궁 밖에 범도 황제와 열락에 빠진 꿈을 꿔요. 소제목 '예지몽'의 내용입니다.

승상은 황제를 혐오합니다. 선황의 유지와 그의 충실한 심복인 견가의 의지로 황제가 된 건을 못마땅하게 여겨요. 하지만, 유일한 생존 황손이었고 후사 역시 없었기 때문에, 대체할 자가 없었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황제에게 주술의 걸어 진짜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해요. 하지만, 그 여인은 과거 승상에게 원한을 가진 반요족이었고, 반란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결국, 승상의 노력은 범을 황제의 주술사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죠.

범은 주술로 건을 개처럼 훈육합니다. 건은 범의 '애완 황제'가 돼요. 하지만, '애완 황제'라는 제목엔 좀 더 복잡한 내막이 깔려 있어요.

건의 시선으로는 눈치채기 어렵지만, 사실 금환국은 금수의 나라예요. 황제가 노예 시장에 갈 때마다 본, 아이 포대기를 업고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노예 여인이 떠오르죠. 죄를 지은 비천한 자, 노예들은 추잡하고 저들밖에 모르는 본질을 가진 '인간'이고, 토벌당해 멸족될 뻔한 반요족은 인간의 피를 타고난 반쪽 요괴예요. '다섯 가지 인간' 이야기는, 어쩌면 원주민인 금수들만이 비탄과 탐욕에 빠지고, 타락하고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이들임을 의미하는지도요.

 

그러다, '선인'이 금환국에 흘러 들어옵니다. 건의 어머니이자 선황의 총애를 받은 연 귀비였죠. 선인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금수들을 감화시키는 향을 내는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귀족들에게 그 '선인' 또한 인간의 천박한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 뜨내기에 불과했어요. 금수들은 탐욕에 빠져 죄를 지을 운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인간을 부정하다 천시하죠.

결국, '애완 황제'는 황제가 범에게 농락당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금환국에서 황제라도 인간은 '애완동물' 이상이 될 수 없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족들이 어여뻐 해 줄 때만 안전하고, 조금만 반하는 의지를 가져도 호된 대가를 치르는... 건은 이미 '애완 황제'였을지도요. 정말 개가 되려고 그러시냐는 범의 호통이, 단순히 두 사람의 정사만을 지칭하는 것 같진 않았거든요.

범은 주술로 황제가 호통도 치고, 단호한 결단도 내리게 만들죠. 또, 범은 황제를 위해, 반요족 일부를 살려줘요. 주술로 황제에게 오만 치욕을 안기면서도, 우발적으로 건이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바란 것에 대해서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범은 건의 '마음'은 통제하지 않아요. 범은 건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키고 싶은 걸 지키겠다 말하죠. 범이 지키고 싶은 것...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리 선황의 함구령이 있었다지만 건이 금수들의 실체나, 황후도 알고 있는 장인의 부정부패와 범의 숨은 노고를 전혀 몰랐다는 부분은, 좀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어요. 또, 16살 때부터 건에 대한 육욕에 시달려 왔다고는 하지만, 범이 이렇게까지 건을 괴롭힐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연성도 좀 아쉬웠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애완 황제'는 뽕빨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금수의 본능이 열락뿐만은 아니었으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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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릿

출간일: 2021.04.06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기분 좋아도 돼요. 괜찮아요. 쾌락에 약한 건 잘못이 아닌데. 누구나 약한 부분도 자신 없는 일도 있는 거니까."

"그런-."

"취향은 다들 다르다면서요.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좋아져 버린 건, 그래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 누구 잘못도 아니잖아. 어쩔 수 없는 거지."

잘못이 아니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현의 나직한 목소리가 주원의 머릿속을 바삐 돌아다녔다. 멋대로 물 안을 걷어내고 쿵, 쿵, 차게 가라앉아 있던 심장을 뜨겁게 뛰게 만들었다.

취했기 대문일 것이다. 눈시울이 뜨거운 것은, 온몸에 견딜 수 없을 만큼 열이 오르는 것은.

이현이 주원의 머리를 감싸 느릿하게 끌어당겼다. 힘없이 축 안기는 주원을 다독여주었다. 평소처럼 야릇하고 끈적이는 손길이 아닌 탓에 주원은 그에게 더 매달리고 말았다.

"하지만 전부, 다... 망쳐버렸......"

"타이밍이 나빴을 뿐인데요, 뭐.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생각해요.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그날 날씨 탓이라고 치고."

"윽......"

목 언저리에 맴도는 말들 대신 틀어막힌 작은 소리만이 새어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현은 늘 주원이 원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는지.

이현이 품에 안아줘서 다행이었다.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주원은 알고 싶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 소나기가 쏟아지는 건물 옥상, 주원은 쾌감에 취해 자위를 하고 있었다. 분출하지 못한 열감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건물 1층 카페 바리스타 이현이 나타난다. 이현은 대뜸 주원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능숙한 손짓(?)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삽입까지 이어지자, 주원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온다. 두 사람은 옥상 아래, 카페 위층에 있는 주원의 직장으로 가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주원은 이현에게 감기에 걸리지 말라며 비타민을 잔뜩 쥐여 준다.

승: 이현은 자신이 게이라는 것과, 주원이 완벽한 이상형의 몸을 가지고 있어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낸다. 주원은 무뚝뚝한 회사원이 되었고 이현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낮은 빗소리가 잔잔히 귓가를 두드리는 어느 날, 이현은 어두운 휴게실 구석에서 자위하는 주원을 발견한다. 주원은 이현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두 번째 섹스였다.

전: 그날 이후, 두 사람은 한결 가까워진다. 화창한 날에도 만나, 식사를 하고 호텔도 갔다. 또 비가 내렸다. 이번엔 주원이 먼저 이현에게 건물 화장실로 와달라고 연락한다. 이현은 '비'가 아닌 '이현'에게 흥분하는 주원을 보고 싶다고 욕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현은 비가 내릴 때마다 주원과 급하게 몸을 섞으며, 비가 오지 않은 주말에도 주원을 만나 격한 정사를 벌였다.

결: 과거 엄한 아버지에게 통제 속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만 했던 주원은, 우연히 비 내리는 날 자위를 하다 짜릿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후 비가 내리면 지독한 쾌락에 휩싸였다. 주원은 변태 같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이현에게 빠진다. 그러다 주원의 맞선과 이현의 재산(?)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은 다투지만, 눈치 빠른 매니저의 도움으로 곧 화해한다. 주원은 비가 내리지 않는 날, 이현에게 이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개취를 존중해 주세요!

여기 남다른 개취를 가진 두 주인공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소리, 습기, 냄새, 촉감에 쾌락이 끓어오르는 비페티시 주원! 그리고 근육질 몸에 꼴리는 게이 이현!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은 비범했어요.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는 옥상, 끙끙 앓으며 자위하는 주원과 냉큼 나쁜 손부터 나가는 이현이 만났죠. 장마철, 집중 호우 예보가 연일 이어지는 기간, 같은 건물 1층과 3층에 일하는 두 사람은, 그 건물 음침한 어딘가에서 은밀한 만남을 계속해요.

이현이 주원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주원이 이현의 이상형이었기 때문이에요. 바로, 탄탄한 근육질 몸매 말이에요. 하지만, 주원이 열심히 몸을 단련한 이유는, 주원의 특수한 성향 때문이었어요. 비 속에서 긴(?) 시간 진을 빼야 했던 주원은, 쉽게 감기에 걸렸죠. 하지만, 비가 매일 내리면, 또 비를 맞아야 하는 주원에게 선택권은 없었어요. 결국, 평소 운동을 통해 몸의 내성을 기릅니다.

결과적으로 그 성향 때문에 주원은 이현에게 도움받을 수 있었고, 이현은 이상형인 '이성애자'와 썸띵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비페티시는 어쩌면, 주원에게는 숨 막히는 입시와 아버지의 기대 속에서 탈출할 수 있는 임시 방공호였을지도 몰라요. 주원은 비만 내리면 흥분하는 자신을 변태 같다며 괴로워했지만, 그건 불편할 뿐이지 잘못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주원의 숨 통을 잠시나마 트이게 해줬고, 주원과 이현 모두에게 기적 같은 연인을 선물했죠.

다만, 클라이맥스인 '갈등'이 아쉬웠습니다. 이현은 주원의 성벽을 기꺼워하고, 주원은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인 이현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현이 건물주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쉽게 여겼다고 화내는 주원과, 그런 주원에게 이현이 당신도 취향을 어쩌지 못했으면서 나는 게이인 걸 받아들이기 쉬웠는 줄 아냐고 싸우는 것이... 설득력 없게 느껴졌어요. 두 사람 모두 사소한 질투가 쌓였다고 쳐도, 좀 잉?스러웠죠.

너무 큰 개취를 쉽게 이해해서, 작은 오해를 어렵게 풀 수밖에 없었나? 싶기도 했지만, 그다지 끄덕여지지는 않더라고요. 하필(?) 장마철이라 씬의 비중이 높다 보니 서사가 다소 약한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참신한 소재와 떡대수 미인공의 귀한 조합에, 우수한 가독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플러스마이너스 해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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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03.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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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현성이 형!"

현재는 고개를 들었다. 불이 켜져 있는 원룸 건물의 4층을 흘끔 쳐다보았다. 현재는 여전히 그 안에 있을 선교를 생각했다.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을지.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런 새끼인가 싶다가도, 이 상황에서도 선교가 걱정되는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었다.

"형, 선교는?"

자괴감에 좀먹은 목소리로 현재가 현성에게 질문했다. 현성이 현재를 흘긋 돌아보았다. 현성이 조금 지친 듯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현재야. 형은 더 이상 걔 얼굴 볼 생각 없어."

현성이 형은 절대로 나 버릴 일 없어. 다짐하듯 말하던 선교의 얼굴이 현재의 눈앞에 빠르게 스쳐 갔다. 현재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형, 선교 안 사랑했어?"

"사랑했지."

현성의 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과거형이었다.

"현재야,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야."

"......"

"형은 나 두고 바람피운 애인 다시 만날 생각 없어."

"......"

"그런데 현재야."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존의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 현재는 온통 혼란스러운 얼굴로 현성을 올려다봤다.

"너랑 나는 평생 볼 사이잖아."

현성이 단언했다.

point 2 줄거리

기: 교수인 부모님과 모범적인 형, 풍족한 환경과 꿀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현재는 권태롭게 살고 있었다. 여자친구 적당히 사귀다 질리면 헤어지기를 반복했더니 유명한 "개새끼"가 되어 있었지만, 그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런 현재의 삶은 형의 애인, 이선교를 만나며 뒤바뀐다. 현재는 처음부터 자신을 불편해하는 선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후 소개팅녀를 통해 이선교가 게이란 소문을 듣고, 얼마 뒤 주차장 차 안에서 형과 키스하는 선교를 본다.

승: 선교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꼈던 현재는, 선교에게 한 번만 대주면 형에게 '자신이 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의외로 쉽게 승낙하는 선호를 보며, 현재는 역시 형이 '씨발년'에게 잘 못 걸린 거라고... 속 깊이 끓어오른 감정을 분노라고 치부한다. 현재는 선교를 걸레 취급하며, 틈날 때마다 다리를 벌리고, 거부하면 윽박지르며 막무가내로 들이댔다. 그때마다 선교는 못 이기는 척 결국 현재를 받아 줬다.

전: 선교는 과거 한 교수와 사랑을 나눴지만, 들키자마자 잔인하게 버려졌다. 이후 계속 쓰레기들만 만나며 살다, 휴학 후 현성을 만나 구원받았다. 선교는 현성에게만은 절대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선교는 가족인 현재에게 자신의 존재가 들키면, 현성이 자신을 버릴까 봐 불안했다. 더불어, 자신에 대한 현재의 흥미는 얼마 안 갈 거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요구를 받아줬던 거였다. 하지만, 현재는 관심은 오히려 사랑이 됐다.

결: 현재는 선교에게 사랑을 애걸했지만, 선교는 그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가벼운지 잘 알고 있었다. 선교는 현성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양 붙들면서도, 현재에게 흔들리는 마음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선교는 현재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자 병수발을 들고, 둘은 가까워진다. 선교는 현재와 현성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다가, 결국 현성에게 외도 장면을 들켜버린다. 현성은 선교를 버린다. 그리고 남겨진 선교에게, 현재가 찾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모럴리스한 구원자

퇴폐미가 폴폴 풍기는 블랙 사이키, 달달 촉촉 몽실몽실한 화이트 사이키, 아수라 백작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사이키님의 작품은 뭐든 재밌습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사이키님의 작품은 첫 리뷰예요. 스스로는 좀 멋쩍기도 합니다. 사실, 5점짜리 작품은 뭔가 흡! 정신을 가담고 써야 할 것 같아, 미루게 돼요. 그래서, 쌓여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5점... 쿨럭... 예, 구차한 변명이네요. 반성하겠습니다. 제가 그냥 게을러요. 흑...

블랙 사이키님 작품의 최강점은 '배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모럴리스한 요소는 대부분 '부정한 관계'에게 비롯돼요. 약을 먹이고, 감금, 학대, 가스라이팅 등의 비정상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도, 그 맞물린 관계에서 촉발되는 심리적 긴장감을 쫀쫀하게 풀어내시죠. 과장되지 않되, 부족하지 않은, 찐 배덕감의 명수시죠. 그중 저의 원픽은, 단연 '데카당스'입니다.

'데카당스'를 '형의 애인을 빼앗은 동생의 이야기'라고 평하시는데, 저는 현재가 현성에게 선교를 빼앗은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협박은 했지만요. 오히려, 현성은 선교를 버릴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고, 선호는 현성과 현재라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실제로 현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어요. 나중에 현성에서 외도가 들켰을 때도 선교를 대신해 변명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죠. 그래서, 현재는 '결과'에 대해서는 완벽한 피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데카당스'를 '선교가 불러온 두 형제의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재와 현성이 말한 대로, '키스한 장면을 봤으니 나한테 한번 대줘!'란 협박은 거절하는 게 맞거든요. 하지만, 선교는 수락했고 비극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현성에겐 변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버려지죠. 그럼, 왜 선교는 그 별것도 아닌 협박을 받아들였을까요? 선교가 원래 걸레기 때문에, 모럴리스해서, 몸을 함부로 굴리는 걸까요?

하지만, 현성과 현재의 대화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현성은 선교를 사랑했지만, 동생과 외도한 애인을 단칼에 버립니다. 그리고, 동생을 용서하죠. 동생은 가족이고, 버릴 수 없으니까요. 선교는 바로 그게 두려웠어요. 현재는 모험을 시도할 수 있지만, 선교는 그럴 수 없었어요. 동생에게 게이라는 것을 들켰다는 이유로, 현성이 선교를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바로, 딸에게 들키자 가차 없이 선교를 버린, 그 교수처럼요.

물론, 선교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 납니다. 현재의 돌발행동에 불안해하며 줄타는 심정으로 살던 선교는, 버려질 각오를 하고 현성에게 아웃팅을 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러면, 가족에게 들킬 수 없다면, 이별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현성은 기꺼이 선교를 현재에게 소개해 줘요. 현재가 나가면, 함께 살 자로도 제안도 하고요. 선교는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현성과, 그토록 바라던 가족이 되는 거였죠.

문제는 자신에게 곧 흥미가 떨어질 거라 여겼던 현재가, 정말 선호를 사랑하게 됐다는 거예요. 이 부분에서 사이키님의 필력이 빛나요. 현재는 '개새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람을 하찮게 대합니다. 적당히 풀고, 질리면 버리고, 싫지도 좋지도 않은, 무감한 대상... 하지만, 선호를 대하는 현재는 늘 뜨겁고 절절하죠. 그래서 자칫 캐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변화가 오히려 '현재 답다.'고 느껴지는 것이 작가님의 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성의 '모럴'은 선호를 버릴 이유가 되죠. 동생과 외도한 애인은 보지 않는다. 현성은 고민하지 않아요. 하지만, 현재의 '모럴리스'는 선호를 계속 사랑할 힘이 돼요. 현재는 형을 사랑하고, 형과 잠을 자고, 형과 사귀면서도 나랑 질펀하게 뒹굴었지만, 그 망가진 선교를 사랑하는데 당당합니다. 현재의 모럴리스는 사랑이 없을 때는 기본도 모르는 새끼지만, 사랑을 할 때는 견고한 성벽이 돼요. 그래서, 선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죠.

선교는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불행히도 그 방법이 '제대로 된 선교'를 연기하는 거였지만요. 선교는 현성에게 불행한 과거, 그로 인한 불안함과 공포, 심지어 끈질기게 찾아오는 쓰레기 전 남친에 대해서도 모두 숨겨요. 왜냐면, 현성이 사랑해 주는 애인 선교는, '그런 선교'가 아닐 테니까요. 실제로, 현재가 현성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알려줬을 때, 현성은 '그럼에도' 외도는 용서할 수 없다며 선교를 이해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외전에서,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불안을 떨치지 못한 선교가 안쓰러웠어요. 선교는 걸레 취급을 받을 정도의 많은 관계를 하면서도, 먼저 버린 적이 없었어요. 술을 마시고 섹스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한 선교의 마음은, 버림받더라도 약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는 처절한 자기방어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분명, 선교와 현재의 사랑은 모럴리스하지만, 선교를 진짜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현재였던 거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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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1.02.09

분량: 본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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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네가 이렇게 날 받아들여 주면 난 또 미쳐서 날뛸지 몰라. 그러니까......"

"그럴 때 브레이크 밟을게요."

"...... 뭐?"

"맞아요, 그날 아저씨 평소랑 다르게 과속하셔서 엄청 위험했어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브레이크 밟으니까 아저씨 멈추셨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안 다쳤고요."

"결아, 그건......"

운이 좋아서였다. 자신이 제정신이 들지 않았다면 절대 멈출 수 없었고 정말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확실하게 약속해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브레이크 밟으면 멈춰 주실 거라고."

아이처럼 말간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미는 결을, 주언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고, 이렇게 마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약속 하나로 그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데. 망설일 틈이 어디 있을까.

"마지막으로 도장도 꾹."

손가락을 마주 걸고 엄지까지 야무지게 맞부딪치는 결을 보며 주언은 웃음을 삼켰다. 일주일 만에 처음 짓는 웃음이라 그런지 어쩐지 어색하게 입가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가까지 진동이 번지는 느낌에 손을 들어 눈꺼풀을 누를 때였다.

"그럼요, 아저씨."

"...... 응."

간신히 눈가를 진정시킨 주언이 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무엇이든 말해 보라는 듯 다정한 미소와 함께. 그를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결이 문득 주언에게 성큼 다가왔다.

"오늘 브레이크 실험해 봐도 돼요?"

point 2 줄거리

기: 중학생 때부터 소형 기획사 연습생을 시작한 백결은, 몇 번의 데뷔 기회를 물먹으니 20살 되었다. 떡볶이를 팔고 폐지를 주워가며 결을 키워준 할머니의 병원비는 부족하고, 데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져갔다. 그때 결에게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고, 결은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가게 된 펜트하우스에서 화보 속 모델처럼 근사한 조폭 아저씨, 기주언을 만난다.

승: 매서운 눈빛을 가진 위험한 분위기의 아저씨는 결에게 다정했다. 결은 그런 아저씨에게 사랑에 빠진다. 한편, 결은 아저씨가 투자한 보이그룹 프리즘 멤버로 데뷔, 큰 인기를 얻는다. 또, 할머니도 아저씨가 준 무제한 블랙카드로 무사히 병원비를 결제하고 퇴원한다. 결은 아저씨와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저씨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결은 낙담한다.

전: 한편, 주언은 결에게 차를 선물하고, 운전면허가 없는 결은 아저씨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저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날 수록, 결은 더더 아저씨가 좋아지고, 그래서 먼저 키스도 하지만 아저씨는 무서운 얼굴을 한다. 상처 입은 결은 스폰을 그만두자고 말하고, 당황한 아저씨는 결이 바라는 대로, 이성의 고삐를 풀고 결을 끈적지근한 신세계로 안내한다. 아저씨와 몽롱한 날들을 보내던 결은 정줄을 놓고, 방송 중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한다.

결: 아저씨는 대노하여 결을 소환한다. 결은 또 무서운 얼굴을 한 아저씨를 보자 서러운 마음에 대들고, 아저씨는 결을 거칠게 다룬다. 물론, 아저씨는 곧 결에게 사과하지만, 결은 돌아가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결은 주언의 동료, 석중에 연락을 받고 아저씨가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 빠져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삽질을 끝나고, 해피엔딩!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저씨의 순정

'아저씨와 나'가 왜 많은 독자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그래서, 올해 2월 저의 모습을 떠올려 봤어요. 아... 표지 일러스트! 저는 대부분 표지에 관한 감상이 제로 포인트에 가까운데, 굉장히 드물게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 읽게 되거나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안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원체 훌륭한 일러스트가 많아서 전자가 월등한 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저씨와 나'는 후자였나 봐요. 차라리 꽃이나 단색으로 하시지...

'아저씨와 나'는 유사품 '아기와 나'나 '왕과 나'와 다르게, '나'보다는 '아저씨'의 노고가 대단히 큰 작품이었어요. 저는 이 작품의 부제로 '아저씨의 순정'을 외치겠습니다! 물론, 결은 매우 착하고 성실합니다. 번번이 눈앞에서 데뷔의 기회를 빼앗겨 놓고도, 스폰이 들어와 데뷔와 확정되었을 때, 혹시 누군가의 데뷔 기회를 빼앗은 걸까 봐 걱정할 정도로 착해요. 네... 그렇습니다. 순수한 백지! perfectly whtie paper! 그래서 이름도 백결인가요?

13년 차 백결 스토커, 아니 키다리 아저씨는 입맞춤도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어린 양과 먼~ 길을 가야 했어요. 입술 세 번 가져다 댔더니,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당황하는 백결! 아저씨는 백결이 어린애인 것이 원망스러웠죠. 하지만, 이런 아저씨의 고민도 모른 채 홀로 삽질 짝사랑 중인 한결은, 아저씨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스폰 관계라는 사실이 힘들었고, 그래서 아저씨에게도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참고 있는 아저씨를 계속 자극합니다.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 줄래? 하지만, 아저씨는 어른이었어요. 출장도 가고, 술도 마시고, 혼자 해결(?) 하면서, 결의 속도를 배려해 진도를 밟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가 아가에게 고통을 주는, 하나 됨의 단계! 아저씨는 그다음이 뭔지도 모르고, 어여쁘게 엉겨 붙는 결을 보며 자기 수양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인터뷰를 해요. 질투에 불탄 아저씨는 결을 몰아붙이지만, 아파하는 결을 보고는 중간에 멈춥니다. 아저씨는 초인이었어요.

그 후 두 사람은 삽질물의 클리셰에 따라, 오해를 풀죠. 베프의 전제 조건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캐치하는 눈치와 친구의 비밀을 적당히 흘릴 줄 아는 가벼운 입이죠. 그리고 석호는 주언의 이상적 베프였어요. 결을 되찾은 주언과, 주언의 연인이 된 결! 두 사람은 브레이크를 뽑고 고지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한 큐에 넘지는 않아요. 아저씨는 그 격정적 화해의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참 성인이었거든요.

물론, '아저씨와 나'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죠. 24살 주언은 모시던 형님에게 배신 당하고 부상을 입은 채 7살 결을 만나요. 그때 딱히 결이 별말을 하진 않았는데도, 주언은 결의 말을 힘으로 삶의 의지를 다 잡죠. 그 후 할머니 떡볶이집의 단골로 대량 구매를 해주고, 가수가 될까 말까 망설이는 결에게 용기를 줘요. 그러다 처음 데뷔에 미끄러지고 우는 결을 보고 사랑에 빠지죠. 왜, 어떤 점이, 무슨 배경에서, 어떻게 그런 건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양보합니다.

결국 할머니의 떡볶이 집 건물주도 주언이었고, 위험한 투자가 들어간 결의 데뷔를 막은 것도 주언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키다리 아저씨를 해 주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지 않았을까요? 손회장이란 연줄도 있는데, 결이 스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까지 내 몰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래저래 아저씨에게 따지고 싶은 부분은 많습니다. 그리고 손회장님과 할머니의 인연도, 수습 안 된 깝툭튀 중 하나죠.

결이 20살이니, '아고물'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아고물의 묘~미~는 '어른의 포용력'과 '아가의 순진함'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에서, '아저씨와 나'는 우수한 아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어른이었고, 결은 백설기보다 새하았거든요. 마무리를 비롯해 아쉬운 점은 많지만, 메인 디시는 훌륭하고 사이드 디시가 부족한 정찬이라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외전으로 A/S 해 주셨으면... 미리 감사합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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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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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7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대기업 이사 윤한, M이자 흡혈족 천기준의 혈액 공급자이다. 10년 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며 보름을 굶은 천기준을 만났고, 그에게 혈액을 공급해 주기 시작했다. 천기준은 윤한의 비서이자 보디가드로 일하며, 윤한의 '쓸모'가 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윤한이 천기준에게 바라는 건 그 이상이었다. 윤한은 천기준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승: 낯선 남자를 침대에 끌어들여도, 피를 가지고 유혹해도, 천기준은 선을 넘지 않았다. 천기준을 아꼈던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천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윤한은 피가 없으면 천기한이 떠날 거라는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천기준에게 자신의 피를 먹으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천기준은 윤한의 피만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버텼다.

전: 유한은 천기준을 집으로 불러 기절시키고, 방에 감금한다. 하지만, 일주일이 되도록 천기준은 윤한의 피를 거부하다, 결국 쓰러진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천기준은 윤한의 달콤한 피 냄새에 끌렸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먹게 되면, 그 사람은 흡혈족에게 종속돼, 병들어 죽게 된다. 또, 사랑한 사람의 피맛을 본 흡혈족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결국 비극적 결말로 끝날 것이다. 마치, 천기준의 부모님처럼...

결: 깨어난 천기준은 순간 이성을 잃고 유한의 몸을 격렬히 탐한다. 그 와중에도 유한의 피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천기준은 유한에게 오늘 일을 잊어달라고 부탁하고, 유한은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해 준다. 기준은 윤한이 모르는 흡혈족의 진실에 대해 말해준다. 그리고, 자신에겐 쓸모가 다 할 때까지 유한의 곁에 남거나, 당장 유한을 떠나 죽어야하는 선택뿐이란 것도... 유한은 기준과의 약속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까?

point3: 진지충의 review: 너에게 한 거짓말

'씬'의 독백 작가님이 'TIED UP'의 모노 작가님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두둥! 사실, 후기를 읽기 전까지 아리까리했어요. 아마도 필명이 바뀌신듯 합니다. 그림체나 연출력도 많이 다듬어지셨더라고요.

'씬'의 주인공들이 딜레마 상황에서 불완전한 해피엔딩을 맞이 한 것처럼, 'TIED UP' 역시 극복 불가능한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 한, 차선의 결말로 맺음 돼요. 하지만, 전 이 불안한 평화가 곧 깨질 거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TIED UP'의 리뷰 타이들을 '너에게 한 거짓말'로 정하고 난 뒤, '씬'의 리뷰를 찾아봤더니 '나에게 한 거짓말'... (나름 흠칫) 묘하게 닮아 있는 두 작품입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타협도 포기도 힘든 애절한 사랑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봐요.

 

 

천기준은 흡혈족 엄마, 인간 아빠와 화목하게 살고 있었어요. 엄마는 기준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결국 병들어 죽게 된다고 말이죠. 천기준은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랑이 맺어진 후, 흡혈의 욕구를 참기 힘들 거라고 경고해요. 그리고 기준의 부모님은, 그 비극의 증거가 되죠.

기준 역시 이 비극의 나선에서 도망치지 못해요. 기준은 이미 윤한을 사랑해 버렸거든요. 자신을 살려 준 다정한 윤한과 윤한의 아버지, 그들에게 쓸모가 있는 순간까지 보답하겠노라 각오 한 채, 철저히 사랑을 숨겨요. 윤한 마저 기준을 사랑하게 된다면 둘은 맺어지게 될 테고, 윤한의 피를 참지 못하게 된 기준은, 윤한을 살리기 위해 이별을 선택해야 할테니까요. 기준은 윤한에게 함께 할 누군가가 나타날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어요.

그럼에도 '씬'과 다르게 '나에게 한 거짓말'이 아니라 '너에게 한 거짓말'인 이유는,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스스로를 속이진 않아요. 단지, 상대에게 숨기죠. 일주일간 피를 먹지 못한 기준은, 이성이 끊겨 자신의 진심을 줄줄줄 풀어 놓습니다. 그간, 윤한이 쓰레기 같은 남자만 데려와서 쌓인 게 많았거든요. 그 끝은 당연히 사랑 고백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윤한이, 기준과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숨기기로 합니다.

그럼, 기준은 정말 윤한의 마음을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윤한은 '말'만 참을 뿐, 주체 못할 사랑을 온몸으로 절절히 표현해요. 처음 윤한의 방에 갇혔을 때는, 기준도 자신이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윤한의 짓궃은 장난 쯤으로 생각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고백하는 기준에게 기대어 서럽게 우는 윤한을 보며, 기준이 윤한의 그 마음을 모를 수는 없었죠.

 

기준에게 '사랑'은 '공포' 그 자체였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윤한만 보면 다시 살고 싶어졌고, 기준은 끝내 죽기를 포기합니다. 그런 기준에게 윤한은 삶의 이유 자체였죠. 기준이 버텨 낸 것은 윤한의 피나 자신의 사랑을 숨기는 것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기준이 정말 힘겹게 참은 건, 우리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윤한에게 들키는 것... 그래서, 결국 두 사람 모두 '내'마음을 '너'에게 숨기게 되죠.

'TIED UP'은 물리적으로 묶여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상황이나 상태가 어쩌지 못하는 곤란한 지경을 뜻하기도 합니다. 가령, 교통 정체로 움직이지 못한 상태나 행정 절차가 꼬여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도 쓰여요. 두 사람의 숨바꼭질같은 거짓말은, 비극으로 미끄러질 빗면 정점에 그들을 묶어놓고 있죠. '과연 우린 얼마나 더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 크고 넘치는 마음을 손바닥으로 간신히 가려놓은, 이 어쩌지 못한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씬'에서 태원호와 구민기는 서로 사랑했어요. 열혈히, 공백 없이 말이에요. 하지만, 태원호의 자기 기만적 거짓말이 반복되고 거기에 구민기가 지쳐 갈 때쯤, 강은호와 유태영이 나타납니다. 이 둘의 개입으로 태원호와 구민기는 결국 헤어지고, 서로를 완전히 잊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요. 사랑하는데 사랑 못하는 스토리! 이런 딜레마가 더 애절해지는 포인트긴 하지만, 작가님 은근 잔인하신 것 같아요. 참고로 전 태원호X구민기 주주였답니다.(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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