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피아체

출간일: 2020.12.1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가끔은 헷갈립니다."

"폐하."

"그리고 이 헷갈림이 저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숙부는 모르실 겁니다."

연교는 몸을 굳혔다. 검게 가라앉은 황제의 눈빛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

"......아십니까, 숙부"

"......"

"모후는 때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시곤 했습니다."

point 2 줄거리

기: 제국 황제의 황숙 백왕 연연교는 사절로서, 제국의 동쪽에 있는, 작지만 강한 군사력과 재력을 갖춘 유하국과 국교를 맺는다. 우월적 외교 성과를 가지고 온 백왕을 치하하고자 황제는 연회를 배풀고, 그 자리에서 백왕은 변경백 개문의 경씨 딸과 혼례를 올릴 것이라 고하자, 황제는 노여워 하며 연회를 파한다. 그리고 왕부로 황제가 보낸 붉은 주단을 휘감은 마차를 타고, 황궁 깊숙한 월궁으로 들어 간 후 백왕은 황제의 비첩이 된다.

승: 황제는 연교를 부인이라 부르며, 모욕적 성행위를 훈육시키고 여장을 감상한다. 왕부와 월궁 시비들을 볼모로 잡힌 연교는 황제에게 길들여지고, 아슬아슬한 부부생활은 이어간다. 하지만, 연교를 주축으로 이루어진 유하와의 친교가 어그러질 위험에 처해지면서, 연교는 황제의 부재를 틈타 유하에 친서를 쓰기 위해 묵성운과 왕부에 인장을 가지러 가려한다. 그러나, 황제에게 들켜 묵성운은 죽고, 월궁으로 다시 끌려온 연교의 일상은 시궁창에 쳐박힌다.

전: 황제는 연교를 묶고, 때리고, 이물질(?)을 삽입하고, 공개적으로 수치스러운 성교 행위를 강요하며, 정신과 육체적를 학대하고 압박한다. 벼랑에 몰린 연교는 자결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한편, 유하와의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고, 전쟁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출정한 황제가 부재한 월궁에 유하의 좌장군이 연교를 찾아오고, 그제서야 연교는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모반의 실체를 알게 된다. 유하는 현황제를 실각시키고 연교를 황제로 옹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 연교의 측근인 백왕부 서청과 오랜 유학 생활로 유하의 사상에 심취한 경씨 딸, 유하국 왕비가 일을 꾸몄고, 황제는 이들이 모사한 연교의 친필문서와 인장 등을 보고 그의 배신을 확신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교를 처벌하지 못하고 월궁에 유폐한채 원망을 욕구로 풀었던 것이다. 전쟁 중 유하는 연교를 미끼로 계속 황제를 흔들지만, 연교는 독에 취한채 황제를 찾아가 오해를 푼다. 결국 유하는 멸망하고, 황제는 연교에게 용서를 구한다. Happy ending!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마라탕이 그리운 계절

울리겠다 작정하면 웃겨지고, 겁주겠다 작정하면 우스워지기 마련이라, 맛있게 달고, 맵기는 참 쉽지 않아요. '월궁'은 노골적인 피폐씬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거 또 미리 보기형 소설 아닌가 의심했죠. 어느 시절에는 미리보기가 재미있으면 신났던 것 같은데, 이제는 '미리보기만 영끌'이라는 의혹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씁쓸하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월궁'은 맛집 마라탕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단맛도 있고, 얼얼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맵습니다. 매운걸 못 드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아요. 무리하게 먹다가는 거북해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마라탕 매니아들에게는, 김치찌개로 만족 못하는 혀 찌릿 통각의 맛을 선사 해 줄거예요. 이런 음식은 은근 많은 것 같지만, 실상 찾아보면 먹기 쉽지 않거든요. 핵심은 비율 조절입니다.

황제는 맛있는 매운 맛인가? 맵기의 단계가 점점 매워집니다. 그리고 맵기의 종류가 다채로워지죠. 마지막으로 매운 이유가 매우 감칠맛 납니다.

연교는 쓴 맛만 나나? 일단 통각이 울릴 정도로 아린 맛입니다. 하지만 고추장 단맛과 다른 고추 기름의 단맛이 있습니다. 그 속엔 중독성이 있죠. 마지막은 달달한 디저로트 끝납니다. 결국 마지막은 입안을 맴도는 단내와 부드러운 식감만 남죠. 이것이 바로 만찬의 공식아니겠습니까?

모든 비극의 시작은 황제와 연교의 정보 비대칭으로부터 발발합니다. 황제는 연교가 유하국과 내통 하는 정황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고, 유일무이한 존재인 연교를 떠나 보낼 명분은 모른척 하고 싶었어요. 반면에, 연교는 자신의 모사된 필체로 쓰여진 연서와 밀서, 그리고 인장이나 검 따위가 이용 당하고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저 조카의 치세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평화주의자이자, 들어 온 혼담을 거절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만기의 황실 종친에 불과 했어요.

연교는 유화국과 황제 사이에 팽팽히 당겨진 고무 줄 위에 서 있는 줄 도 모르고, 그 태풍의 눈 중앙에서 활시위를 당깁니다. 연교가 받아 드린 혼담은, 황제의 맞은 편에 서기로 결심 했다는 선언이었어요. 그리고 황제는 그런 속사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황제가 연교를 월궁에 부른 후 말했던 모반은, 왕부로 되돌려 보내지 않기 위한 협박이 아니라 안전한 내 곁에 제발 머물어 달라는 진심이었죠. 황제는 연교에게 분노했지만, 또 절실하게 보호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제는 연교를 여장시키고, 부인이라 부르며, 갖가지 방중술을 가르칩니다. 그것은 황제 나름대로의 타협점이었어요. 타국과 황제 시해를 밀약한 황숙은 왕부에 유폐되어 죽고, 월궁에 연교를 숨어 살게 하면 괜찮을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황제는 모반을 꾸민 연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강요합니다. 그 결정에 확신이 필요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연교는 묵성운을 따라 월궁을 떠나고, 서청의 밀서를 받고 신호를 보내요. 황제는 그 때마다 몰래 지켜보지만, 연교는 늘 그 믿음을 저버리죠. 그래도 황제는 끝내 연교를 죽이지 못해요.

하지만, 연교도 억울하긴 매 한가지였어요. 연교는 4살의 어린 태자를 기억합니다. 황제는 친모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태자에게도 연교에게도 서로는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였죠. 연교는 황제의 나라에 도움이 되기 위해 유하로 갔고,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친교를 선택 했어요. 매해 청명절 황제의 복을 빌던, 온순하고 순종적인 연교였기 때문에, 황제의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요구에도, 그런대로 적응 합니다. 하지만, 황제가 도망친 연교를 잡아 온 뒤... 그 정도는 한계를 넘어서요. 결국 연교는 정신을 놓아 버리죠.

'월궁'엔 전형적인 물리적 감금은 나오지 않습니다. 월궁에 들어 왔을때는 '진실'로 연교를 가두고, 다시 잡아 왔을 때는 폭력과 기절의 반복, 그 후는 공개 된 장소에서 난잡한 정사를 강요하는 황제로 인해 되려 궁을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요. 그리고 S가 있는 피폐물의 경우, 대게 길들여진 수가 M의 성향을 가지게 되는데, 연교의 경우 딱히 피학적 성향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근친물의 첫사랑+배덕감+후회의 패턴에 '배신감'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후회와 용서 사이에 설득력을 높혀 주죠. 그 클리셰 안에서, 너무 뻔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은 소설이었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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