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LYNUE 블리뉴

출간일: 2019.09.19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강은 화원에서 가장 어여쁜 자태를 하고 있다고 자부 할 수 있는 홍염을 향해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는 불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해서 홍염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꽃말은 끝이 없는 사랑이었다. 강은 홈염에 코를 박고 향을 힘껏 맡았다.

눈이 멀 거 같다. 향이 독해서 코가 무뎌져야 했는데 이상하게 꽃을 오래동안 볼 수 없었다. 강은 초점이 멀어진 눈으로 홍염들을 보았다. 햇빛 아래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곳에 모여 있으니 정말로 이곳에 불이 옮겨 붙은 듯했다.

강은 황제의 은발에 올라갈 붉은 화관을 떠올렸다.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강은 화관을 장식하고 있던 시든 꽃들을 뽑아내고, 홍염을 뜯어내 화관을 장식했다. 가시에 찔린 손이 아팠지만, 이걸 쓰고 기뻐할 황제를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point 2 줄거리

기: 하늘의 비호아래, 신탁으로 황통이 정해지는 늑대의 나라의 황제 연혼에게 새로운 후궁으로 영현왕 연강이 결정되었다는 천명이 내려온다. 강은 아버지의 비가 되는 것을 받아드리지 못하지만 황제는 기꺼워하며 강을 희비로 맞이한다. 황제에게는 많은 황자와 황녀가 있었지만, 강을 제외한 자식들은 죽거나 산 속에 묻혔다. 황제는 강에게 아버지의 아이를 낳아 태자를 만들고, 황후가 되라며 정사를 강요한다. 황후의 궁인 예월궁에서 강은 희비가 되어 갇혀 지낸다.

승: 황제는 늑대로 변한 자신을 강아지라 부르는 4살의 강을 만났다. 이후, 감기에 걸려 사경을 해메는 강을 보고, 태의를 불러 치료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자식들고 달리 오로지 강에게만 애뜻한 감정을 느끼고, 강을 황제의 지밀인 천금궁에서 키운다. 황제가 키운 강은, 황제에게 길들여진다. 게다가, 강에게만 너그러운 황제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신료와 비빈들은 그런 강을 이용한다. 강은 영현왕으로 봉호를 받은 이후에도, 형제들과 다르게 혼례도 출사도 하지 못한채 황제의 애첩처럼 지낸다.

전: 반면, 황제는 강에게 연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강에게 몇 년 간 태를 만드는 약을 먹이고, 강을 비로 맞아 드릴 준비를 한다. 하늘에게 강을 후궁으로 내려 달라고 요구하고, 강의 낳을 아이가 태자가 되는데 걸림돌이 될 황자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강은 희비가 된다. 강의 어머니 여소의는 괴로워하는 강을 도망시킬 계획을 세우고, 경빈과 장애인이 된 경혜왕은 그런 여소의를 도와주겠다고 하며 강을 제거하려한다. 강은 다행히 도망치는데 성공하고, 곧 신탁을 확인하기 위해 만백산으로 떠난다.

결: 황제는 강이 도망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황궁을 떠나 강을 찾고, 황제가 버린 나라에는 폭설이 몰아친다. 황제는 만백산에 도착하기 전 강을 잡아 두 다리를 부러트리고, 황궁으로 데려와 직접 제사를 지내 신에게 강을 가지기 위해 형제를 죽이고 신탁을 요청했다는 대답을 듣게 해준다. 강은 집요한 황제의 애정을 받아드리고, 후궁을 비워 달라고 한다. 강은 지아버지로서 황제와 해로하며, 쌍둥이 아들과 딸을 낳는다. 쌍둥이 형인 영이 태자로 봉해지고 강은 황후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에 미치다.

유아르님의 신작 '폐월'이 나왔습니다. 두둥! 그런데, 왜 저는 '폐월'을 보며 '홍염'이 리뷰하고 싶은 걸까요? 음... 저에게 유아르님의 작품은 징검다리 같습니다. 이전에 리뷰한 것 처럼, 유아르님은 근친간 키잡, 역키잡의 명가이신 만큼, 신작에 대한 기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유사 소재임에도 한 작품 건너 한 작품 단위로 기대치에 맞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럼에도 저의 최애는 '둘만의 밤'과 '홍염'입니다.

근친물의 경우, 쌍방 애정의 균형이 잘 맞지 않습니다. 보통 한쪽이 과하게 무겁죠. 그래서, 반대쪽이 관계를 거부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부정기 동안, 한쪽은 반대쪽의 선택지가 하나만 남도록 고립시켜 기어이 가지고 마는 스토리가 메인이 되곤 합니다. 물론, 쌍방 모럴리스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 도망, 감금의 요소가 빠지다 보니 텐션도 떨어지고 배덕감도 덜하죠. 이 소재를 굳이 선택하는 독자입장에선, 좀 싱거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홍염도 황제의 일방적이고, 지독한 애정으로 관계가 시작 됩니다. 황제를 결정하는 신은, 자신의 아들이 건국한 나라가 강건히 유지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가 현명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면, 살인자거나 냉혈한이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황제 연혼은 냉혹하지만 뛰어난 군주였죠. 황제는 자식들을 죽이고, 신은 죽은 자식들을 벌충하기 위해 후궁을 점지하고, 후궁들이 낳은 아이를 황제는 또 무심히 방치하고 죽입니다.

기질적으로 잔인하고 냉혹한 황제는 4살의 강을 보고 처음으로 '애착'을 경험해요. 황제는 강을 매일 보고 싶었고, 강이 자신만 봤으면 좋겠다는 독점욕을 느낍니다. 이런 황제의 애정과 통제 속에서 강은 세상과 단절 된 채 성장하죠.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여겨졌던 감정이, 정욕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황제의 집착은 가속도로 직진합니다. 강의 몸에 아이가 들어 설 수 있는 태를 만들고, 강이 따르는 진영왕을 서서히 죽이고, 강의 아이를 위협 할 수 있는 황통을 모두 제거합니다. 그리고 신탁으로 맞이한 희비, 강을 열혈히 탐하죠.

'홍염'의 매력은, 이 과정이 가랑비에 옷 젓듯, 사박사박하게 이루어졌다는 거예요. 황제의 품에서 자란 강이, 황제의 감정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예쁨받도록 훈련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강은 늑대인 황제와 만났을 때 부터, 은색털 강아지가 좋았어요. 다정한 아버지가 좋았고, 그것은 사랑이라고 불리만큼 짙고 뚜렷한 감정이었죠.

황제는 어린 강을 내내 안고 다니며 아껴주었고, 강은 그런 황제에게 화관을 선물합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정원에서 어여쁜 꽃으로 화관을 만들다 붉고 향이 짙은 홍염을 보죠. 다른 꽃들을 빼고 눈이 멀 것 같은 화려한 빛갈의 홍염으로 화관을 만들며, 가시에 찔리면서도 황제의 은발에 어울리는 화관을 상상하며 신나하죠. 결국, 만들어진 홍염 화관은 엉성했지만, 황제는 강이 씌워준 화관을 기뻐했고 오랫동안 함에 보관합니다.

황제는 강을 비로 맞이 하는 순간까지 인내합니다. 하지만, 강 앞에서는 황제는 연심에 흔들리는 남자 연혼 일 뿐이었죠. 황제는 자신의 품에 덥석 안기는, 강의 습관화 된 행동에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느껴요. 볼을 세게 물어 우는 강에게 쩔쩔맨 후로 살살 물려고 조심하는 모습이, 주체 못한 감정에 황제고 뭐고 버리고 도망가자고 강에게 속삭이는 모습이, 점점 깊고 음습해지는 황제의 욕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런 묘사 때문에, 늑대의 모습으로 공개적은 초야를 치르거나 양 발목을 부러트리고 궁에 감금하는 장면에서도 '노골적인' 배덕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홍염 속 채도 높은 색채 대비도 인상적이었어요. 눈부신 빛과 붉은 꽃, 은발에 금색눈과 흑발에 검은 눈, 하얀 설원과 푸른 우림 같이 선명하게 연상되는 풍경을 통해, 소설 속 분위기의 세련미와 풍미를 고양시킨달까요.

이런 문장들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습니다. 테니스 잘 치려고 좋은 테니스채를 샀는데, 그 도구가 너무 좋으면 테니스채를 사용하기 위해서 테니스를 치게 되죠. 좋은 문장도 그런 것 같습니다.

1.2권에 주로 집중된 이러한 텐션이 3,4권에서는 좀 약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때부터는 아들을 잡수시느라, 황제폐하께서 꾀나 정신을 못차리시죠. 그럼에도 플러스 마이너스 합산 충분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변증법을 꺼내자니 면구스럽긴 합니다만, 좋고 나쁘고 더 좋고의 반복 긍정적 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1은 계속 읽습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 미친 명작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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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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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3.31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 물처럼 그치지 않고, 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연모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날려 보낸 풍등이 점이 되어 사라지고 나서야 명원이 조용히 말했다. 빙긋 웃는 이건이 대답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

"흩어지는 것 같아도 다시 흘러 돌아오는 구름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도 다시 하얗게 내려 세상을 덮는 눈처럼, 그렇게 곁에 있겠습니다."

명원은 눈을 감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녹고 있던 마음에 한풍이 불어 또다시 얼어붙기 시작한지 삼년이 되었다. 어디에서부터 불어오는 것인지 몰라 외면하려 했던 춘풍이 마음의 가장자리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녹인다. 화로 온기보다도, 곧 찾아올 봄의 기운보다도 더 따뜻한 체온이 명원을 감싸 안고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명원은 살 날이 얼마 안남은 혜경옹주의 부마가 되고, 반년 뒤 혜경옹주 사후 주상은 청렴하고 서예를 즐기는 사위를 위해 칠전포 지전을 하사한다. 한편, 거상 서유종의 첫째아들 서대건은 명원의 글씨를 구하지 못해 평국과의 무역이 어그러질 위험의 처한다. 이를 본 서유종의 둘째아들 서이건은 명원의 글씨를 받기 위해 계략을 세운다. 그리고 암시장을 운영하는 이건은, 그곳에서 술과 약에 쩌든 혜명옹주의 부마 안덕교를 이용하여 명원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승: 생전 혜경옹주를 아꼈던 세자는 3년간 두문불출한 명원의 집에 들이 닥친다. 명원은 원망과 외로움을 토해내는 세자를 명원은 다독이며, 대문에 박아 두었던 못을 뽑는다. 명원의 집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이건은 화려한 복장과 엄청난 재물을 가지고 오고, 명원은 그런 이건을 거북해한다. 반면, 이건은 명원에게 첫눈에 반해, 계속 건수를 만들어 명원의 집을 드나든다. 그러면서 이건의 명원에 대한 마음은 깊어지고 명원 역시 이건을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은 애뜻한 정인이 된다.

전: 명원을 학대하고 재물과 맏아들의 출사를 위해 부마단자를 넣은 아비 김남규는 암시장에서 큰 빚을 지고 있었고, 임금의 총애를 받는 명원에게 재물과 첫째아들 순원의 승진을 주청하도록 독촉한다. 명원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김남규는 행패를 부린다. 한편, 이건은 명원을 글씨를 얻어 서유종에게 인정받고, 명원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한 칠전포 지전 대리 행수를 내쫒은 후 그 자리를 대신한다. 명원을 글자를 얻기 위해 서대건은 투전에 미친 김남규에게 큰 돈을 계속 빌려주며 함정을 판다.

결: 세자와 이건은 대건의 음모를 알아챈다. 그리고 세자는 이건과 명원의 관계 역시 알게된다. 한편, 김남규는 서대건과 함께 명원을 협박하고 거부하는 명원을 폭행한다. 세자와 이건이 명원을 구하지만, 이건이 자신의 글자를 얻기 위해 접근했음을 알게된 명원은 깊은 상처를 받고 이건을 밀어낸다. 하지만 두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세자는 해경옹주의 부탁이자 명원의 마지막 청으로 명원을 놓아준다. 명원의 청으로 함께 평국에 간 두 사람은, 몇 년 뒤 자신들의 부고를 본국에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자신의 가치

'따뜻함'이라는 것도 종류가 여럿이라, 말은 같아도 뜻은 다르죠. 조우님의 '따뜻함'은 뭐랄까.... 귀엽습니다. 고된 생을 사는 인물들답지 않게, 여리고 풋풋한 속내를 가지고, 서툴지만 노력형 사랑을 하죠. 윗몸이 만개하는, 대 놓고 달달한 따뜻함이라기보다는, 이모 미소를 부르는 은은한 따뜻함입니다.

이전에 아소우 미츠아키 'season'을 리뷰하면서, '당신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잔고를 보며 손해와 이익을 말하지만,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주식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습니다. 단지, 보이는 것은 매매를 가정한 현재의 예시가격 일 뿐이죠. 물건은 사고자 하는 사람이 가치를 매기고, 팔고자 하는 사람이 수락해야 가격이 매겨집니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물건에 가격은 매겨지지 않아요.

그래서, 꽃을 건내며 아즈마의 가치를 정했던 마츠오카처럼, 아즈마 역시 사채업자 마츠오카의 가치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정해줍니다. 아즈마와 마츠오카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평가 할 수 있지만, 사실 그 모든 말들은 무용합니다. 구경꾼은 참가자가 될 수 없고, 말할 자유는 있지만 가격을 매길 권리는 없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구경꾼들에게 맡기곤 합니다. 나의 가치는 오로지 나의 사람만이 매길 수 있죠. 내가 애정을 주고, 애정을 받고, 이해하고, 이해 받는 사람 말입니다. 나의 일부를 소유 할 수 있고, 소유하도록 허락한 사람... 그 사람이 참가자인 거죠.

명원은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학대해 온 아버지의 구박대로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이예요. 이건을 사랑하게 된 명원은 이건의 애정을 얻을 가치가,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능력 없는 놈, 상처가 지아비, 출사 할 수 없는 부마, 뒷배도 가문도 없는 무능한 양반... 그것이 명원이 생각한 '자신의 값'이었어요.

하지만, 명원의 가치는 명원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원을 원하는 이건이 정하는 것이죠. 붓 하나로 보는 이의 혼을 빼앗는 명필가, 평국과의 무역을 좌우 할 수 있는 글자 소유자, 왕과 세자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부마, 이익이 찌들지 않고 재물로 움직 일 수 없는 고고한 선비, 이것이 이건이 매긴 '명원의 값'이죠. 이건에게 명원은 제일의 보옥이었고, 귀하여 여기고 받들고 살아요. 다칠까, 날아갈까, 미움받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무인도에서는 금덩이는 자갈돌의 가치는 같을 거예요. 금덩이는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발견되고 나서야 귀한 몸이 됩니다. 가치는 스스로 매길 수 없기에, 기다림의 시간이 외롭고 괴로운 듯 합니다. 명원처럼 말이죠.

명원을 호구로 안 칠전포 지전 대행수는 극상품은 고사하고, 하품의 종이를 명원에게 보냅니다. 상단에서 가짜 장부를 만들때도 쓰지 않을 종이 위에서도 명원의 글자는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 되죠. 하지만, 이건이 칠전포 지전 대행수가 된 후, 극상품의 종이와 구하기 힘든 색지를 명원에게 보냅니다. 종이로 인해 명원의 글자 가격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그 좋은 종이 위에서 글자를 쓰며 명원은 신이 납니다.

아마도, 당신의 가치는 하품 종이 위에서도 극상품 종이 위에서도 차이가 없을 거예요. 당신의 가치를 매겨주는 사람이 보는건 그 위의 '실체'일테니까요. 하지만, 기왕이면 극상품 위에서 쓰는 글자가 신나는 것 처럼, 좋은 상황에서 가치를 발하는 것이 더욱 즐겁겠죠. 그것이 내가 나의 가치를 얕잡아 단정하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명원이 이건의 곁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하고 싶은 일에 고집도 부리고 삐지기도 하는 모습에 미소짓게 되는 거겠죠. 명원이 스스로를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서요. 이것이 외전 2권이 존재의 이유!

'보석을 진흙과 함께 두는 바보는 없다.' 진흙에서도 보석은 보석이겠지만, 기왕이면 비단을 깐 보석함 안에 있을 때 더욱 빛날겁니다. 나의 가치에 대해서, 좀 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을 들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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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키스톤 로맨틱 콤비

작가: 임유니

출판사: 로아

출간일: 2016.01.25

분량: 본편 3권 + 외전 3권 

 

 

 

 

 

 

 

 

#point 1 한 줄

 

 

그럼에도 나는 야구를 놓기 싫었다. 놓지 않을 것이다. 스물일곱이 되었지만 마음은 열일곱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자그마한 소년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었던 바로 그때로.

 

악착같이 성공해서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시작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결국은 그라운드 위에서 더 오래 묵묵히 버티는 자가 기억되는 법이다. 늦어도 괜찮다.

 

나는 괜찮다.

 

 

 

#point 2 줄거리

 

 

기: 교고 야구 리그에서 최현을 만난 곽영준은 처참히 패배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야구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해맑게 고백하는 어린 최현에게 심한 말을 하며 밀쳐 버렸다. 시간이 흘러 최현은 유니드래곤즈 1군 야구천재 슈퍼스타로, 곽영준은 주목받지 못하는 만년 2군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최현은 곽영준에게 친한척 해오고, 얼덜결에 술까지 마신채 최현의 집에 간 곽영준은 최현이 자신의 오랜팬이었음을 알게 된다. 

 

승: 자격지심으로 최현을 투명스럽게 대했던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유니드래곤즈는 스프링캠프를 떠나고 최현과 곽영준은 룸메이트가 된다. 그리고, 최현이 곽영준을 존경을 넘어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사랑스러운 울보공의 대쉬에 조금씩 당겨지던 곽영준은 뜨밤은 보내게 된다. 한편, 역설적이게도 자신에게 패배감을 준 최현을 통해서 곽영준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기록하여 1군 문턱을 넘는다.

 

전: 하지만, 본 시즌 오픈경기에서 사구로 부상을 당한다. 좌절한 곽영준의 곁을 지키는 최현에게, 영준은 사귀자고 고백을 하고 둘은 연인이 된다. 한편, 영준은 재활을 위해 2군에 머물며 선배에게 폭행을 당하는 후배 김재진에게 의지가 되어 주고 고백을 받는다. 영준은 거절하지만, 이 일로 최현은 질투한다. 동시에, 영준은 최현과 자신의 첫만남을 기억 해 낸다.

 

결: 김재진은 폭행 증거를 모아 구단에 투고하고, 가해자는 징계를 받는다. 재활을 끝낸 영준은 1군으로, 최현의 집으로 돌아온다. 열등감을 극복 해낸 영준은 과거 야구를 할 때 느꼈던 즐거움을 기억 해 낸다. 함께 야구하자고 말해주는 최현과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분발한 영준은 홈런을 날리고, 최현과 함께 유명한 키스톤 콤비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노력하는 모범생들이여! 화이팅이닷!!!

 

 

키로콤이 또 외전이 나왔습니다. 외전이 나올때마다 테마가 있기에, 이번 외전의 테마를 기대했습니다. 두구두구...AU!! 저는 오메가버스를 기대했지만, 의외로 수인물과 캠퍼스물이었습니다. 댕댕공을 진짜 댕댕이를 만드셨더군요. 이제는 골드리트리버보면 왠지 순수한 눈으로 볼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아뇨! 더욱 친애의 눈으로 보게 된다는 의미였어요! 

 

이 직전의 외전에서 결혼을 했기에, 은근 영준의 임신과 육아도 재미있겠다 생각해서 그런지 조금 아쉽긴 합니다. 영준이 입덧이라도 하면 전전긍긍할 최현의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 정수리를 쓰담해주고 싶네요.^^

 

이렇게 달달하고 귀여운 연인들의 이야기에도, 키로콤이 가볍지만은 않은 이유는 영준의 성장 스토리 때문입니다. 촉망 받던 유소년 야구 선수가 부상이나 트라우마적 사고가 없음에도, 열등감을 극복하지도 못하고 때려치우고 다른일도 하지도 못하고 그저 끌려다니죠. 그리고 그럴수록 경쟁에서 도태 되는 악순환이 반복 됩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죠?

 

어렷던 날에 우리 모두는 천재였고, 자라면서 영재가 되고, 모범생이 되었다 일반인이 되고 만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인데, 살면서 유독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는 사실 '천재'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구나.'하면 '열심히라도 해야지'로 꼬아 해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면 잘한다.'가 자랑거리가 되는 나라가 한국말도 또 있을까요? 저는 누가 그 말하면, '그걸 어떻게 알아요?' 묻곤 하는데, 그럼 마침 잘 물으셨어요.하는 표정으로 '우리 애가 머리가 좋아요.' 대답을 하곤 합니다. '게으른 것'보다 '재능이 있다는 것'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뭐든 잘하면 재밌습니다. 특히나 처음에 못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잘하게 된 것들은 특히나 재미있습니다. 그 일 자체가 능숙해 진 것도 만족스럽지만, 인간으로서 성장했다는 느낌과 누군가는 포기했을지 모르는 일을 성취했다는 것, 나는 패배자의 카테고리에 포함 되지 않는 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점점 낙오된다는 것은 때론 극심한 자존감의 훼손을 가져 옵니다. 바로 내가 회피하고 싶었던 패배자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죠.

 

영준은 중학야구리그에서 잘 나가는 선수였습니다. 고교리그에서도 그 명성을 유지했죠. 모교에서는 훌륭의 선배의 표본으로 영준을 불렀을 정도니까요. 그곳에서 어여쁜 후배의 존경심 가득한 눈빛도 '나의 것'이었습니다. 프로 1군에서 보자로 말하면서도, 그것은 후배를 겪려하고자 한 응원의 말이었지 영준 자신이 못 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거예요.

 

하지만, 그런 영준은 진짜 천재를 만납니다. 천재이면서, 영준의 야구폼을 돌려보고 돌려보고 돌려 본 곽영준 야구 전문가 최현이었죠. 최현은 자신의 롤모델 선배에게 최선을 다해서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실제 영준이 만난건 귀여운 후배가 아니라 '재능 넘사벽'이었어요. 영준은 포지션을 바꾸고, 자신감을 잃고, 즐거움을 잊습니다. 하던가락이 있어 프로 2군은 되지만,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근근히 선수 생활을 이어가죠.

 

일본 대학 입시 준비생을 '심해어'에 비유하는 책을 본 적 있습니다. 심해는 수압은 엄청 높고, 수온은 낮은데다 빛은 거의 없고, 먹이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 압력을 견디기 위해, 심해어들은 죽은 듯이 천천히 움직여요. 빛과 영양이 없는 고압의 공간에서 신체는 변해가죠. 극한의 상황에서 시체처럼 살아가는 심해어, 추해져 가는 스스로의 면면도 직시 할 수 없는 어둠 속 생물... 그것이 경쟁이 만든 개인의 초상이라는 표현이 왜 그렇게 공감가던가요.

 

최현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죠. 우리 영준이형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데 말이죠. 누구보다 열심히 '영준학'을 탐독한 수강생이었기 때문에, 확신 할 수 있었습니다. 확신 할 수 없었던 건 영준이 형의 시야를 덮고 있는 두려움의 정체였죠. 자신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말입니다. 최현은 영준에게 내쳐졌던 과거의 기억을 딛고 영준에게 다가갑니다. 마음씨 좋은 영준이형이 최현이 두 발 다가가면 한 발은 밀려도, 한 발 만큼은 곁을 내주었죠.

 

그저 댕댕공과 꽁냥대며 연애했을 뿐인데, 영준은 야구를 잘하게 됩니다. 야구하는 것이 신나기 시작하죠.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했던걸까? 왜 잊고 있었던 걸까? 의아하게도 별거 아니게, 처음 글러브를 잡았던 어린 영준의 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야구 모범생은 빛이 납니다. 키로콤에 주인공은 두 사람이지만, 분명히 마운드에서 빛나는 사람은 영준이었습니다. 이겨낸 사람은 이겨 내지 않은 사람보다 빛이 납니다. 이겨 낼 것이 없는 사람보다, 이겨 낼 것이 있는 사람은 늘 실패 할 위험도 있지만 그 동전의 뒷면에서는 성장 할 기회가 있기 마련입니다. 위인전에는 분명 천재들이 많지만, 노력하지 않은 천재는 위인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게 재미없는 삶을 누가 보고 싶어 하겠어요?

 

위의 책에서 말하는 심해어가 되지 않는 법은 가라 앉지 않으면 된다고 합니다. 고목이 천년을 살기 위해 속을 먼저 비운다고 하죠. 저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죽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쪽팔려서' 죽는 사람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요점은 이거예요!

 

노력하는 모범생들이여!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갑시다! 천재는 루트가 달라요! 그들은 그들만의 코스가 있겠죠!

장애물 경기랑 100M단거리를 속도 비교 할 필요는 없잖아요!

옆에 있는 그 천재에 관한 기타등등은 내 안에서 비워버리는 걸로 하죠!

 

화이팅!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10/14 - [BL 소설] - [판타지/인외존재/애절물] 이변 - 임유니

 

[판타지/인외존재/애절물] 이변 - 임유니

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20.01.14 분량: 본편 5권 ​ ​ ​ ​ point 1 책갈피 ​ ​ "라온아. 사랑하면 욕심이 생기나봐." ​ 사람을 정상에서 어긋나게 하는, 격렬한 감정.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알��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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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홍

작가: 윤해월

출판사: 블랙아웃

출간일: 2018.01.11

분량: 본편 2권 

 

 

 

 

 

 

 

 

#point 1 한 줄

 

 

곧 청명한 빗소리가 솨, 소리를 내며 숲을 뿌옇게 뒤덮었다. 달로와 홍위가 탄 말 주변으로 바삐 다가온 종복들이 우장을 펼쳐 들었다.

 

아. 사저에서 돌아오는 그이의 갖신이 다 젖겠구나.

 

 

 

#point 2 줄거리

 

 

기: 초원의 8부족을 통일하여 건국한 대료의 황제 유가는 한족이 세운 경나라 해주성 성주 세유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성을 점령한 유가는, 세유의 한 발목을 불구로 만든 후 향정원에 유패한다. 제1황자 홍위는 생전 어머님이 머물던 향정원에 숨긴 포로가 궁금해 태감으로 변복 후 숨어든다. 세유는 유가를 꼭 닮았지만, 모정을 그리워하는 홍위에게 정을 준다. 둘의 애뜻한 만남은 곧 들키고, 홍위는 남경으로 쫒겨난다. 

 

승: 11년 뒤, 황제가 죽고 홍위는 비로소 황궁으로 돌아와 세유를 찾아간다. 홍유는 세유에게 남경에서 돌아오면 자유를 주겠노라 약속했었고, 노각은 그 약속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홍위를 황제로 만든다. 하지만, 황제가 된 홍위는 핑계를 대며 세유의 방면을 계속 미룬다. 결국 세유의 간청으로 그를 놓아주지만, 세유를 도저히 보낼 수 없던 홍위는 세유를 다시 데려온다. 아버지와 같은 집착에 세유는 치를 떨고, 노각은 홍위를 죽여서라도 세유를 풀어주려고 한다.

 

전: 한편, 해주성을 잃고 노각의 도움으로 새 신분을 얻어 비서령으로 살고 있는 채륜은, 유가와 노각을 살려 준 세유의 과거 판단이 해주성 비극을 불러왔다며 세유와 홍위, 노각 모두를 죽이려 계획한다. 홍위는 세유를 사랑한 노각이 아버지 유가와의 맹약을 깨고 선황을 독살했고, 현황제인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세유는 자살을 시도하고, 홍위는 자신의 곁에서 살기 거부하는 세유를 끝내 보내준다.

 

결: 세유는 해주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채륜을 만난다. 채륜은 세유에 관한 원망을 내 뱉으며 나머지 한 발목마저 불구로 만들고 불을 지른 뒤 자살을 한다. 채륜이 부른 홍위가 나타나 세유를 구하지만, 홍위는 큰 화상을 입고 황제에서 물러난다. 세유는 상황으로 물러 난 홍위의 곁에서 머문다. 태상황궁보다 해주성 옛터에 더 오래 머무는 두 사람은 더 없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노각

 

 

BL시대물을 배경,설정없이 편히 보시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판타지 시대물이나 퓨전 시대물이라는거죠. 물론, 대부분 명청대 관명, 장소, 의복 명칭을 차용하더라도 소설에서 가상시대를 설정한 것이니 디테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전적인 창작도, 고증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시, 12시, 옥경, 패니스를 다 섞어쓰는건 동서고금이 짬뽕되는 평행세계물도 아니고... 생각 없고 자료조사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대물에서는 '핫핑크' 입술이 아니라 '산호빛' 입술로 서술하는것은, 그만큼 분위기와 서술톤에 독자가 잘 빠져 들 수 있게끔 도와 주는 작가님의 배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시대물을 '잘'쓴다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는 '뭘 알아야 하는지' 제대로 감을 잡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비슷한 냄새가 아는게 아니라, 정말 그 '시대'의 냄새가 나는 시대물을 쓰는 소설이 많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저도 황제공이 보고 싶고, 특정 클리셰가 땡기면 그냥 키워드로 찾아 봅니다. 그리고 뭐든 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같은 독자에게 유해월 작가님은 정말 귀합니다. 씬이 많고 적고를 따질 것이 아닙니다. 찐시대물이라는 것만으로 BL계의 산삼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분명 홍위와 세유일텐데도, 제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노각입니다. '환'의 외전이 오랜시간 뒤에 나왔기에, '연홍' 역시 외전을 기대해봐도 될까? 그런 희망이 퐁퐁 솓았는데요, 그렇다면 부디 주인공은 노각과 채륜 커플이길 바라고 바라옵니다.

 

초원을 뛰놀던 노각과 유가, 팔부의 수장이 된 유가와 유가의 의형제 노각은 다리를 다치고 하얀 고니가 성주로 있는 해주성 근처에서 조난 당합니다. 그리고 사람 좋은 성주와 그의 친구이자 의원인 채륜은 다친 이리를 성안으로 들이고 치료해 주죠. 노각과 유가는 세유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채륜은 익숙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성주 세유를 사랑했으니까요. 그래도 노각도 그럴건 뭡니까? 저는 노각이 좋은데 말이죠.

 

하지만, 노각은 유가의 충신이었고, 유가가 세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안 순간 본인의 애정을 밀어둡니다. 그리고 마음씨 좋은 이 사내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채륜에게 곁을 내주죠. 씁쓸한 헤어짐을 맞이했지만, 노각은 자신을 좋아해주고, 돌봐주고, 제법 친해진 채륜과 세유, 해주성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합니다. 

 

노각은 단순했습니다. 유가를 위해 싸우면 됐었죠. 하지만, 해주성을 치러가는 유가를 보면서 처음으로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이 우유부단함을 평생 후회하죠. 유가를 말리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끝내는 해주성에 갔으면서도, 채륜도 세유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채륜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세유는 절름발이가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노각은 어딘가 이 이야기 끝에도 해피엔딩은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던걸까요? 어쩌면 정복자인 제 형의 연심은 제법 깊고, 무장으로서 검을 잡지 못해도 유가의 옆에서 세유가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채륜이 해주성에서 그랬던 것 처럼 자신도 채륜을 대료에서 잘 돌보고 정착시켜 줄 수 있다고, 그렇게 믿었을지도요. 하지만, 앵속에 중독되는 세유와, 그런 세유의 모습을 즐기는 황제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든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노각은 세유의 곁에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세유에게 마음을 표현해 본 적 없었죠. 그러면서도 세유를 위해 무식하고 순진한 초원의 전사는, 모략꾼이 되어, 평생을 동반자로 충성을 받쳐온 주군을 독살하고, 강보에 쌓인 간난아기씨부터 모셔온 황제를 시해하려고 했어요. 정말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은 연정 하나만으로요.

 

"반역은 제 하늘과 제 나라를 배신한 자에게 씌워저야 하는 굴레다. 형님은 그들의 황제가 아니었고, 대료는 그들의 나라였던 적이 없었다."

 

저는 노각의 이 대사가 문득, 연정에 대가를 바라는 것은 '본디 그 굴레 안에 있어야 하는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번도, 노각은 세유의 굴레 안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그래서 세유가 노각이 아닌 다른자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각에게 배신일 수 없고, 그것이 노각이 세유를 위해서 일생을 희생하면서 살지 않을 이유가 되지도 않죠.

 

어쩌면, 이 소설에서 노각과 채륜은 가장 바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한순간도 원하는 것을 가져본적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각은 그중 살아 남았고 남은 여생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 노각의 빈 손이 참 속쓰립니다.

 

소설 말미에 일러스트가 저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일러스트에 태클 잘 안 거는데, 지금까지 딱 2번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머지 하나가 연홍이었습니다.

 

연홍의 결과는 분명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위가 세유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모두의 해피엔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저에게 연홍 속지 일러스트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여운 브레이커라고 말하겠습니다. 뭐... 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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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가역

작가: 무공진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19.03.27

분량: 본편 9권 

 

 

 

 

 

 

 

 

#point 1 한 줄

 

 

"내가 널 겁먹게 했어."

 

산이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노력해 보겠다고 해야 했어. 시간을 달라고 널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땐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다. 그래서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만든거야. 호전될 기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거야."

 

 

 

#point 2 줄거리

 

 

기: 난세를 평정하려는 하늘의 뜻에 따라 천인 한려는 창천성 성주의 차남 산을 통해 '창'을 건국하려 한다. 한려를 사랑한 산은 9년 간의 고된 전쟁을 끝내고 과업을 달성하지만, 한려는 산을 배신하고 귀천한다. 배신감에 산은 강력한 신불억제정책을 편다. 황제가 되고 5년, 산은 창천성에 내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채윤평의 양자 채강을 황궁으로 데리고 온다.

 

승: 채강은 죄를 짓고 홍진세상에 귀양온 선인으로 8년 뒤 귀천 할 예정이었다. 남은 3년간만 버티면 되는 채강은, 우격다짐으로 구는 산에게 끌려와 황궁의 암투에 휘말리고 후궁이 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운명처럼 산을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천인임을 고백하기 전에 들키고, 냉궁으로 내쫒긴다. 이후 시작 된 몽병으로 전생의 기억을 조금씩 찾지만, 그럴수록 산은 더 불안해 한다.

 

전: 강을 다시 찾은 산은 오해를 풀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듯 하지만, 승상 유자명의 계략으로 아버지이자 장인인 채윤직과 그의 아들 채영을 잃는다. 강과 산은 유자명에게 끝내 완벽한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은 자신이 한려였다는 기억을 찾는다. 강은 산에게 기억을 찾았지만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고백하지만, 산은 강이 처음부터 한려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결: 산은 한려가 아닌 강을 원했고, 강은 한려인 자신이 산에게 지독한 고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끝내, 자신을 죽이라고 말하기에 이르고 산은 강에게 떠나라고 한다. 곧 강의 피자국을 보고 그를 찾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던 산에게 여천랑은 강의 거처를 남기고, 그곳에서 산은 강과 윤을 찾아 함께 황궁으로 데리고 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불가역

 

 

불가역은, 정말 대작이죠. 궁중암투나 정쟁에 대해서도 긴장감있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셨지만, 특히나 그 속에 인물 색이 참 다채롭습니다. 권력욕에도, 충성심에도, 심지어 애정에 있어서도 사람마도 모두 각각 다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인물마다 성격이 다양하고 뚜렷하고 개성있는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또한, 이렇게 한 사람의 성격을 일관되면서도, 다수의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공진님의 불가역을 재탕 할 때마다, 재미와 더불어 감동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후궁 한명 한명, 대신들 한명 한명 물고 늘어지자면 할 말이 끝도 없이 나올 정도로, 깊고 넓게 쓰여진 작품이지만, 역시 가장 으뜸은 산과 강이 아니겠습니까?^^ 산과 강, 이름부터가 천생연분이예요.

 

자신이 너무나도 증오했지만, 원망 할 기회 없이 떠나버린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심지어, 자신에게 했던 모든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조차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면요? 일단, 머리채부터 잡아야할까요?

 

산은 강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한려의 환생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가 그린 그림은 한려가 자신에게 과거에 그려 주었던 그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한려는 산을 기억하지 못하고, 산은 '강'을 황궁으로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당연한 듯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산에게 한려는 9년 간 한 몸처럼 지냈던, 연심을 다했던 연인이었으니까요.

 

산은 두 번 다시 지지 않으려 합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진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한려는 기억을 잃었고 나는 기억이 있으니 이번 게임에서 나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산은 강을 애첩으로만 대하며 묘한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그러면서도 귀천을 준비하며, 홍열을 챙겨먹으며,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강을 보면 화가 나죠. 그래서 그가 귀천하지 못하도록 홍열을 바꿔치기해서 임신을 시켜요. 하지만 그때 이미 강은 스스로 귀천을 포기하고 산과 산의 아이와 함께 이 땅에 살고자 결심합니다.

 

산은 강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은 황제가 후궁에게 할 수 있는 권위적 폭언이 아니었어요. 과거 한려로 인해 받았지만 받았노라 말 조차하지 못 했던 묵은 한이자, '많은 것'을 스스로 고백 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만한 '강'에 대한 보복이었어요. 하지만, 산이 맞아요. 더 좋아하는 사람은 지죠. 산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고, 산은 그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강이 한려를 기억하는 것, 강에게서 보이는 한려의 모습을 무시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강은 한려의 기억을 찾으면서, 그것을 고백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산이 눈치채고 먼저 말하기를 기다려 줬던 많은 일들처럼, 이번도 그르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려를 용서하지 못한 산이 자신을 내친하고 하더라도, 더 이상 한려로인해 산이 기만 당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산이 겨우 막아두었던 둑을 터트리고 말죠. 산은 강에게서 한려를 떼어내려는 노력을 실패하고, 그건 강을 잃게 만듭니다.

 

한자어는 참 재미있습니다. 여러가지로 해석이 되거든요. 불가역, 돌아 갈 수 없다. 돌이 킬 수 없다. 돌아가지 않는다. 가능, 상태, 의지... 작가님의 불가역은 무엇이었을까요? 

 

산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건 한려를 사랑하고 기만당하고 놓쳤던 일이었죠. 강은 과거의 일을 후회합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난세를 정리하고 귀천하려는 일에만 관심 가진 나머지 산의 진심을 보지 않은 것, 그래서 종국에는 그를 배신하게 된 것 말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한려를 사랑하지 않으려는 산은 강에게 또 약자가 되고, 강은 산에게서 계속 고통을 주는 한려라는 존재를 지워내지 못하죠. 

 

중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늘 반복되고, 벗어 날 수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아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산은 더 이상 풋내기 장수가 아니고, 한려가 없으면 전장에도 나가지 못하는 징징이가 아닙니다. 노련한 정치가고 책략가가 되었죠. 강은 그때와 달리 스스로 귀천을 포기하고, 산의 곁에 남았습니다. 

 

한 심리학 책에 보니, 가정폭력을 경험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 받은 상처를 치유받고자 유사한 사람을 찾아 동일한 상황을 만들고자하는 심리가 있데요. 그리고, 어릴 때 처럼 맞지 않고, 당당히 맞서면서 과거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어린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하는 기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미래도 과거처럼 많드는 구속구인 셈이죠.

 

모든 과거는 불가역입니다. 사람은 현재를 살고, 다만 오는 미래를 맞이 할 뿐이죠. 하지만, 과거라는 안경을 내려 놓는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요점은, 과거와 '같은것'이 아니라 '다른것'을 찾는것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불가역을 '돌아가지 않는다.'로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후회라는 감정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단지, '다시 하지 않는다.'라고 어금니를 한번 꼭 물고, 머리는 한번 콩 쥐어 박죠. 물론, 두번째 후회부터는 초큼 힘들긴 합니다. ㅠ.ㅜ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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