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더클북컴퍼니

출간일: 2020.06.18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너와 함꼐 보는 다섯 번째 이화가 지기 전에, 남아 있는 내 모든 앞날을 너에게 오롯이 주고 싶었다."

"......"

"넌 거추장스러운 예식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만류했지만... 더 이상 널 이름없는 어느 별궁의 주인으로 남겨 두고 싶지도, 동심결을 맺지 못한 그저 평범한 연인으로만 남고 싶지도 않아서. 담이 네가 즐거운 때건, 괴로운 때건, 아플 때건 언제나 너와 안부를 가장 먼저 듣는 것이 나였으면 해서. 생의 마지막 날까지 담이 너와 백년해락을 약조한 네 하나뿐인 배필이라 뭇사람들에게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이가, 오직 나 하나였으면 해서."

"......"

"나는 여전히 담이 너의 가장 아픈 기억 속 한자락을 차지한 사람이고... 용서도, 사랑도 그 무엇도 빌 자격이 없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내 어느 한구석이나마 네 눈에 어여뻐 보이는 곳이 있어, 내게 기회를 줄 마음이 있다면."

담이의 두 손을 잡은 목영이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담아. 오늘 밤 나와 혼인하여 주겠느냐?"

point 2 줄거리

기: 세자가 죽은 후 세자빈의 세를 막기 위해 대왕대비는 주상의 피를 받았으나, 어린기생의 몸에서 태어난 이목영을 왕세자로 앉힌다. 어린 왕세손 영현군이 자랄 때까지 임시로 왕세자 자리에 앉아 있을 허수아비 목영을 세자빈과 대비는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목영은 분노한다. 한편, 그런 목영의 태사혜를 적신 실수를 한 소환 담이는 4일은 굶는 과한 형벌을 받고, 녹파 영수의 아들로 목영의 오른팔이 되기 위해 입궁한 김후겸은 우연히 만난 담에게 먹을 것을 준다.

승: 목영은 친모의 출신에 대해 입에 올린 담을 죽이려하다 마음을 바꿔, 담의 가족을 미끼로 협박하여 세자빈을 음해를 지시한다. 이로써 세자빈과 영현군은 죽지만, 담에게 아버지같던 양상약은 담 대신 죽고, 담은 후겸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다. 이후, 담은 양상약을 죽인죄로 내시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하고, 제대로 된 직도 받지 못한채 비참한 생활을 한다. 한편, 세자는 자신과 같은 서출을 남기기 싫어 궁중기생을 대신해 담을 불러 합궁시연을 한다. 담은 출궁을 약속 받고 고문 같은 3번의 시연을 버틴다.

전: 목영은 시연 후 담이 계속 떠올랐고, 그때마다 음습한 고방으로 불러 범한다. 그러던 중 목영은 살수에게 변을 당하고, 칼을 맞고 쓰러진 목영을 발견한 담은 그를 치료한다. 그때, 목영은 담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후 목영은 담을 출궁시키지 않고 동궁 승언색으로 만들어, 곁에서 계속 밤시중을 들게한다. 한편, 담과 목영 사이를 알게 된 대비는 목영과 그 세력을 몰아내려하고, 목영은 주상의 명패를 이용해 정란을 일으켜 성공한다. 하지만, 혼란을 틈타 후겸은 담을 출궁시킨다.

결: 5년 뒤, 목영은 담을 찾아내 궁으로 데려온다. 담은 병조판서를 주축으로 한 반란군에 가담하고, 목영이 준 재물로 군자금을 대고 목영을 위기에 빠트린다. 목영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담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모른척 한다. 한편, 담의 동생 준은 역시 그 반란군에 들어가고, 목영에게 자세한 모반계획을 알려준다. 목영은 모반을 막아내지만, 준은 담의 이름이 적힌 연판장을 빼오려다 들켜 죽는다. 담은 목영 앞에서 독약을 마시고, 목영은 깨어난 담을 보내준다. 6년 뒤 원망을 떨친 담은 목영에게 다시 돌아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적군과 아군이 아닌 내 사람

정신피폐 1등 '피난처', 육체피폐 1등 '단수지벽', 상황피폐 1등.. 바로 '환'입니다. 이로써 피폐물 1등은 다 리뷰 한 것 같네요. 상황피폐는 주로 사회나 조직 내의 고립, 벗어날 수 없는 제약의 굴래,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집단린치가 특징인데, 한 요소가 유난히 심한 경우보다도 저는 모든 요소가 들어 있는 경우가 더 피폐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무지막지한 폭행에 시달려도, 의지 할 수 있는 구원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완전한 고립이 아니니까요.

그럼 대부분은 고통스러워도 웃을 수 있는 찰나의 시간이라도 주어지겠지만, 담의 경우는... 그나마 후겸이 친구로써 도움을 주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담을 구하지는 못합니다. 담 역시, 후겸에게 의지하지 못하죠. 어쨌든, 후겸은 목영의 오른팔이었고, 담의 고통은 모두 목영이 준 것이었으니까요. 2권의 분량인데도, 몇 번인가 숨 막힐 정도의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내용의 절반이 목영이 담에게 용서를 비는 내용임에도, 그 후회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죠.

가해자를 변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목영이 담에 대한 사랑을 강간이라는 방식으로 밖에 표현 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알 것도 같습니다. 동양풍 BL은 공공의 적을 한 명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제와 승상, 태자와 황후,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 살얼음판 같은 정치라는 것이,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기 쉬울리 없죠. 배신이 아니여도, 세라는 것이 판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왕은 긴 병환으로 누워있고, 왕세자가 죽습니다. 승기를 노리는 이리떼들이 이빨을 숨기지 않는 시기가 도래하죠. 대비는 어린 왕세손이 세자가 되면 세자빈이 휘두를 권력을 경계하고자 목영을 불러드립니다. 천출기생의 출신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았고, 왕세손이 자랄 때 까지만 필요한 자니 굳이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세자빈 역시, 더러운 출생주제에 자신의 앞길을 막는 목영에게 손지검을 서슴치 않습니다. 목영은 그 모욕을 참을 수 없었고, 왕세손이 왕세자가 된 후 죽어 궁을 나가고 싶지도 않았죠.

살기 위해 정쟁에 뛰어듭니다. 자신을 돕는 녹파 영수 김시백과 그의 아들, 목영의 도움으로 회군하여 목숨을 구한 최방의 장군, 그리고 담의 희생으로 임시 왕세자에서 공고한 왕세자가 됩니다. 목영은 담을 죽여 후한은 없애고 싶었지만, 김시백 아들 김후겸이 구하고자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묵인합니다. 담을 대신해 죽은 양상약이 얼마나 청렴하고 존경받는 내시였는지, 그를 잃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슬퍼하는지, 담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졌는지는 신경쓰지 않았죠. 목영은 아직도 목숨이 노려지는, 정쟁의 한복판이었으니까요.

외척으로 권력을 휘둘러보겠다면, 병약한 딸을 세자빈으로 앉힌 좌의정 안병기나 대비 역시 목영을 겨눈 칼이었죠. 목영은 세자빈이 원자를 낳을 때 까지 또 유예된 세자가 됩니다. 하지만, 목영은 자신과 같은 서출을 만들고 싶지 않아 후궁을 들이지 않습니다. 담이 아니면 동하지 않는 몸이었으니, 세자빈과 교합 자체를 안 합니다. 처녀로 죽게 생긴 세자빈에 조급해 진 좌의정은 목영을 죽이려고 살수를 보냅니다. 도망쳐야 하는데, 목영은 동궁 앞을 지키고 있을 담이 걱정되 지체하다 칼을 맞고, 담을 매번 불러내 겁탈했던 별궁 외진 고방으로 도망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온 담을 만나죠.

왜 시연 후 담이 계속 생각 났는지, 후겸에게 물색없이 웃어주던 담을 보며 왜 화가 났는지, 오른팔인 후겸을 자극하면서까지 왜 그을 시연에 불렀는지... 혹시 담이 살수한테 죽을까 싶어 찾아다니면서, 그렇게 모진 행동만 했는데도 자신을 돌보는 담을 보면서, 그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목영은 소리 없는 전쟁터에 있었고, 담에 대한 애탈픈 마음은 약점이 되어 돌아옵니다. 세자빈은 담과 목영의 밀회를 보고, 대비는 가득이나 아는 것 많은 담을 죽이고 목영을 패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목영은 주상의 명패로 후겸의 살생부에 적힌 대비와 적군을 도륙합니다. 하지만, 담은 후겸의 도움으로 도망친 뒤였고, 목영은 담이 불탄 의금부 옥사에서 죽었다고 믿죠. 유일무이한 왕좌를 손에 넣고도, 목영은 혼나간 사람처럼 담의 흔적을 찾으며, 끝낸 자진합니다. 목영을 죽일 수 없었던 후겸은, 그때서야 담의 거처를 알려주죠.

하지만, 돌아 온 담에게 손을 내민건 목영을 왕으로 만든 최방의 장군이었어요. 병조판서가 된 최방의는, 목영이 왕이 된 이후 많은 사병과 재산을 내 놓아야했지만, 권력을 누리고 있는 건 영의정 김시백이었죠. 자신은 소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영의 약점은 명실상부 담이었고, 담은 목영을 벗어나고 싶었죠. 담은 너무나 변해버린 목영의 태도와 목영의 사랑에 흔들렸지만, 이미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후였어요.

세자빈이 있을 때, 대비는 목영이 담을 이용한 음모를 묵인해 줍니다. 세자빈이 죽고 난 뒤, 대비는 목영을 쳐내려하죠. 대비쪽 인사인 안병기와 척을 진 최방의는 먼 땅에서 장마와 전염병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목영의 도움으로 살아나 영혼까지 다바칩니다. 하지만, 왕이 된 목영을 죽이려 모반을 준비해요.

목영은 늘 아군과 적군이 혼재 된 난세의 중심에 있었고,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손발이 묶인 허수아비로 죽음이 유예된 시한부 인생으로 떨어지기 십상이었죠.

자신이 패가 된 세상에서, 자신이 아닌 자를 패로 쓰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자신이 모욕 당하는 것이 마땅한 세상에서, 자신이 아닌 자를 모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내가 이용되거나 비난당하는 것은, 다만 그 사람보다 내 신분이 낮고 가지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 내가 타인을 이용하거나 비난 하는 것 역시 내가 신분이 높고 가진것이 많으면 해도 되는 일처럼 여겨졌겠죠. 고객이고, 선배이고, 상사이고, 사용자 일 때, 지인에게 감히 못할 말과 행동을 해도 당당한 이들도 이런걸까요?

눈을 가린 색안경, 한 걸음만 물러서도 한심하고 심하다 싶은 행동, 그래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깨달음은 힘들고, 깨달을 의지가 없는 자에게 애당초 깨달음은 오지도 않으니까요.

사랑을 깨달은 목영이 죽도록 고통스러웠던 것 처럼요. 그렇게 힘들게 살아남았음에도, 담이 없는 세상에서 목영은 죽으려합니다. 왕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살아 남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정말 필요했던 내 사람을 놓쳐버렸어요. 그건 생존의 수단으로서 왕이 됐으면서, 삶의 목적인 담을 잃었죠.

목영에게 필요했던 건, 아군과 적군을 분별한 정책이 아니라, 아군과 적군이 아닌 내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은 본편이 나온지 꾀 오래된 소설입니다. 올해 외전증보판이 나오면서, 표지가 휘양찬란하게 변했더라고요. 담의 신분이 상승해서 그런걸까요? 이 전엔 내시의 배자무늬로 된 초록색 표지였는데, 개인적으로 전 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본편은 2권으로 이루어져있고, 과거와 목영이 담을 다시 찾은 현재가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목영은 분량 절반에 걸쳐 후회하는 찐 후회공이죠.

독약을 먹고 깨어난 담이 목영에게 흔들렸노라 고백을 하자, 목영은 자신을 용서 할 수 있을 때 돌아오라고 놓아줍니다. 담이 정란을 틈타 도망갔던 5년이 상실의 시기였다면, 담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는 무기한의 시간은 용서의 시기였죠. 목영은 가장 바라던 일을 위해, 가장 바라지 않던 일을 합니다. 그리고 독한 담은 무려 6년 뒤에 돌아옵니다. 시장통에서 주책없이 우는 목영을 따라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시간의 무게가 느껴져서일까요.

환은 포인트가 많은 소설이지만, 환의 외전에서 행복한 목영과 담의 모습이 좋아보여서, 책갈피는 외전에서 가져왔습니다. 본편만으로도 완결성 있는 작품인데도, 계속 목영과 담이 행복해지는 것이 보고 싶습니다. AU외전... 제가 임신수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애절한 커플들 보면 보고 싶어지는...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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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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