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연홍

작가: 윤해월

출판사: 블랙아웃

출간일: 2018.01.11

분량: 본편 2권 

 

 

 

 

 

 

 

 

#point 1 한 줄

 

 

곧 청명한 빗소리가 솨, 소리를 내며 숲을 뿌옇게 뒤덮었다. 달로와 홍위가 탄 말 주변으로 바삐 다가온 종복들이 우장을 펼쳐 들었다.

 

아. 사저에서 돌아오는 그이의 갖신이 다 젖겠구나.

 

 

 

#point 2 줄거리

 

 

기: 초원의 8부족을 통일하여 건국한 대료의 황제 유가는 한족이 세운 경나라 해주성 성주 세유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성을 점령한 유가는, 세유의 한 발목을 불구로 만든 후 향정원에 유패한다. 제1황자 홍위는 생전 어머님이 머물던 향정원에 숨긴 포로가 궁금해 태감으로 변복 후 숨어든다. 세유는 유가를 꼭 닮았지만, 모정을 그리워하는 홍위에게 정을 준다. 둘의 애뜻한 만남은 곧 들키고, 홍위는 남경으로 쫒겨난다. 

 

승: 11년 뒤, 황제가 죽고 홍위는 비로소 황궁으로 돌아와 세유를 찾아간다. 홍유는 세유에게 남경에서 돌아오면 자유를 주겠노라 약속했었고, 노각은 그 약속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홍위를 황제로 만든다. 하지만, 황제가 된 홍위는 핑계를 대며 세유의 방면을 계속 미룬다. 결국 세유의 간청으로 그를 놓아주지만, 세유를 도저히 보낼 수 없던 홍위는 세유를 다시 데려온다. 아버지와 같은 집착에 세유는 치를 떨고, 노각은 홍위를 죽여서라도 세유를 풀어주려고 한다.

 

전: 한편, 해주성을 잃고 노각의 도움으로 새 신분을 얻어 비서령으로 살고 있는 채륜은, 유가와 노각을 살려 준 세유의 과거 판단이 해주성 비극을 불러왔다며 세유와 홍위, 노각 모두를 죽이려 계획한다. 홍위는 세유를 사랑한 노각이 아버지 유가와의 맹약을 깨고 선황을 독살했고, 현황제인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세유는 자살을 시도하고, 홍위는 자신의 곁에서 살기 거부하는 세유를 끝내 보내준다.

 

결: 세유는 해주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채륜을 만난다. 채륜은 세유에 관한 원망을 내 뱉으며 나머지 한 발목마저 불구로 만들고 불을 지른 뒤 자살을 한다. 채륜이 부른 홍위가 나타나 세유를 구하지만, 홍위는 큰 화상을 입고 황제에서 물러난다. 세유는 상황으로 물러 난 홍위의 곁에서 머문다. 태상황궁보다 해주성 옛터에 더 오래 머무는 두 사람은 더 없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노각

 

 

BL시대물을 배경,설정없이 편히 보시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판타지 시대물이나 퓨전 시대물이라는거죠. 물론, 대부분 명청대 관명, 장소, 의복 명칭을 차용하더라도 소설에서 가상시대를 설정한 것이니 디테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전적인 창작도, 고증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시, 12시, 옥경, 패니스를 다 섞어쓰는건 동서고금이 짬뽕되는 평행세계물도 아니고... 생각 없고 자료조사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대물에서는 '핫핑크' 입술이 아니라 '산호빛' 입술로 서술하는것은, 그만큼 분위기와 서술톤에 독자가 잘 빠져 들 수 있게끔 도와 주는 작가님의 배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시대물을 '잘'쓴다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는 '뭘 알아야 하는지' 제대로 감을 잡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비슷한 냄새가 아는게 아니라, 정말 그 '시대'의 냄새가 나는 시대물을 쓰는 소설이 많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저도 황제공이 보고 싶고, 특정 클리셰가 땡기면 그냥 키워드로 찾아 봅니다. 그리고 뭐든 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같은 독자에게 유해월 작가님은 정말 귀합니다. 씬이 많고 적고를 따질 것이 아닙니다. 찐시대물이라는 것만으로 BL계의 산삼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분명 홍위와 세유일텐데도, 제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노각입니다. '환'의 외전이 오랜시간 뒤에 나왔기에, '연홍' 역시 외전을 기대해봐도 될까? 그런 희망이 퐁퐁 솓았는데요, 그렇다면 부디 주인공은 노각과 채륜 커플이길 바라고 바라옵니다.

 

초원을 뛰놀던 노각과 유가, 팔부의 수장이 된 유가와 유가의 의형제 노각은 다리를 다치고 하얀 고니가 성주로 있는 해주성 근처에서 조난 당합니다. 그리고 사람 좋은 성주와 그의 친구이자 의원인 채륜은 다친 이리를 성안으로 들이고 치료해 주죠. 노각과 유가는 세유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채륜은 익숙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성주 세유를 사랑했으니까요. 그래도 노각도 그럴건 뭡니까? 저는 노각이 좋은데 말이죠.

 

하지만, 노각은 유가의 충신이었고, 유가가 세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안 순간 본인의 애정을 밀어둡니다. 그리고 마음씨 좋은 이 사내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채륜에게 곁을 내주죠. 씁쓸한 헤어짐을 맞이했지만, 노각은 자신을 좋아해주고, 돌봐주고, 제법 친해진 채륜과 세유, 해주성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합니다. 

 

노각은 단순했습니다. 유가를 위해 싸우면 됐었죠. 하지만, 해주성을 치러가는 유가를 보면서 처음으로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이 우유부단함을 평생 후회하죠. 유가를 말리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끝내는 해주성에 갔으면서도, 채륜도 세유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채륜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세유는 절름발이가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노각은 어딘가 이 이야기 끝에도 해피엔딩은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던걸까요? 어쩌면 정복자인 제 형의 연심은 제법 깊고, 무장으로서 검을 잡지 못해도 유가의 옆에서 세유가 행복할 수 있을거라고, 채륜이 해주성에서 그랬던 것 처럼 자신도 채륜을 대료에서 잘 돌보고 정착시켜 줄 수 있다고, 그렇게 믿었을지도요. 하지만, 앵속에 중독되는 세유와, 그런 세유의 모습을 즐기는 황제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든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노각은 세유의 곁에 가장 오래 있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세유에게 마음을 표현해 본 적 없었죠. 그러면서도 세유를 위해 무식하고 순진한 초원의 전사는, 모략꾼이 되어, 평생을 동반자로 충성을 받쳐온 주군을 독살하고, 강보에 쌓인 간난아기씨부터 모셔온 황제를 시해하려고 했어요. 정말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은 연정 하나만으로요.

 

"반역은 제 하늘과 제 나라를 배신한 자에게 씌워저야 하는 굴레다. 형님은 그들의 황제가 아니었고, 대료는 그들의 나라였던 적이 없었다."

 

저는 노각의 이 대사가 문득, 연정에 대가를 바라는 것은 '본디 그 굴레 안에 있어야 하는 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번도, 노각은 세유의 굴레 안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그래서 세유가 노각이 아닌 다른자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각에게 배신일 수 없고, 그것이 노각이 세유를 위해서 일생을 희생하면서 살지 않을 이유가 되지도 않죠.

 

어쩌면, 이 소설에서 노각과 채륜은 가장 바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한순간도 원하는 것을 가져본적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각은 그중 살아 남았고 남은 여생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 노각의 빈 손이 참 속쓰립니다.

 

소설 말미에 일러스트가 저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일러스트에 태클 잘 안 거는데, 지금까지 딱 2번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머지 하나가 연홍이었습니다.

 

연홍의 결과는 분명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위가 세유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모두의 해피엔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저에게 연홍 속지 일러스트란?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여운 브레이커라고 말하겠습니다. 뭐... 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