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가역

작가: 무공진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19.03.27

분량: 본편 9권 

 

 

 

 

 

 

 

 

#point 1 한 줄

 

 

"내가 널 겁먹게 했어."

 

산이 그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노력해 보겠다고 해야 했어. 시간을 달라고 널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땐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다. 그래서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만든거야. 호전될 기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거야."

 

 

 

#point 2 줄거리

 

 

기: 난세를 평정하려는 하늘의 뜻에 따라 천인 한려는 창천성 성주의 차남 산을 통해 '창'을 건국하려 한다. 한려를 사랑한 산은 9년 간의 고된 전쟁을 끝내고 과업을 달성하지만, 한려는 산을 배신하고 귀천한다. 배신감에 산은 강력한 신불억제정책을 편다. 황제가 되고 5년, 산은 창천성에 내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채윤평의 양자 채강을 황궁으로 데리고 온다.

 

승: 채강은 죄를 짓고 홍진세상에 귀양온 선인으로 8년 뒤 귀천 할 예정이었다. 남은 3년간만 버티면 되는 채강은, 우격다짐으로 구는 산에게 끌려와 황궁의 암투에 휘말리고 후궁이 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운명처럼 산을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천인임을 고백하기 전에 들키고, 냉궁으로 내쫒긴다. 이후 시작 된 몽병으로 전생의 기억을 조금씩 찾지만, 그럴수록 산은 더 불안해 한다.

 

전: 강을 다시 찾은 산은 오해를 풀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 듯 하지만, 승상 유자명의 계략으로 아버지이자 장인인 채윤직과 그의 아들 채영을 잃는다. 강과 산은 유자명에게 끝내 완벽한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은 자신이 한려였다는 기억을 찾는다. 강은 산에게 기억을 찾았지만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고백하지만, 산은 강이 처음부터 한려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결: 산은 한려가 아닌 강을 원했고, 강은 한려인 자신이 산에게 지독한 고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끝내, 자신을 죽이라고 말하기에 이르고 산은 강에게 떠나라고 한다. 곧 강의 피자국을 보고 그를 찾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던 산에게 여천랑은 강의 거처를 남기고, 그곳에서 산은 강과 윤을 찾아 함께 황궁으로 데리고 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불가역

 

 

불가역은, 정말 대작이죠. 궁중암투나 정쟁에 대해서도 긴장감있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셨지만, 특히나 그 속에 인물 색이 참 다채롭습니다. 권력욕에도, 충성심에도, 심지어 애정에 있어서도 사람마도 모두 각각 다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인물마다 성격이 다양하고 뚜렷하고 개성있는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또한, 이렇게 한 사람의 성격을 일관되면서도, 다수의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공진님의 불가역을 재탕 할 때마다, 재미와 더불어 감동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후궁 한명 한명, 대신들 한명 한명 물고 늘어지자면 할 말이 끝도 없이 나올 정도로, 깊고 넓게 쓰여진 작품이지만, 역시 가장 으뜸은 산과 강이 아니겠습니까?^^ 산과 강, 이름부터가 천생연분이예요.

 

자신이 너무나도 증오했지만, 원망 할 기회 없이 떠나버린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심지어, 자신에게 했던 모든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조차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면요? 일단, 머리채부터 잡아야할까요?

 

산은 강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한려의 환생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가 그린 그림은 한려가 자신에게 과거에 그려 주었던 그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한려는 산을 기억하지 못하고, 산은 '강'을 황궁으로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당연한 듯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산에게 한려는 9년 간 한 몸처럼 지냈던, 연심을 다했던 연인이었으니까요.

 

산은 두 번 다시 지지 않으려 합니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진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한려는 기억을 잃었고 나는 기억이 있으니 이번 게임에서 나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산은 강을 애첩으로만 대하며 묘한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그러면서도 귀천을 준비하며, 홍열을 챙겨먹으며,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강을 보면 화가 나죠. 그래서 그가 귀천하지 못하도록 홍열을 바꿔치기해서 임신을 시켜요. 하지만 그때 이미 강은 스스로 귀천을 포기하고 산과 산의 아이와 함께 이 땅에 살고자 결심합니다.

 

산은 강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은 황제가 후궁에게 할 수 있는 권위적 폭언이 아니었어요. 과거 한려로 인해 받았지만 받았노라 말 조차하지 못 했던 묵은 한이자, '많은 것'을 스스로 고백 할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만한 '강'에 대한 보복이었어요. 하지만, 산이 맞아요. 더 좋아하는 사람은 지죠. 산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고, 산은 그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강이 한려를 기억하는 것, 강에게서 보이는 한려의 모습을 무시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강은 한려의 기억을 찾으면서, 그것을 고백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산이 눈치채고 먼저 말하기를 기다려 줬던 많은 일들처럼, 이번도 그르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려를 용서하지 못한 산이 자신을 내친하고 하더라도, 더 이상 한려로인해 산이 기만 당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산이 겨우 막아두었던 둑을 터트리고 말죠. 산은 강에게서 한려를 떼어내려는 노력을 실패하고, 그건 강을 잃게 만듭니다.

 

한자어는 참 재미있습니다. 여러가지로 해석이 되거든요. 불가역, 돌아 갈 수 없다. 돌이 킬 수 없다. 돌아가지 않는다. 가능, 상태, 의지... 작가님의 불가역은 무엇이었을까요? 

 

산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건 한려를 사랑하고 기만당하고 놓쳤던 일이었죠. 강은 과거의 일을 후회합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난세를 정리하고 귀천하려는 일에만 관심 가진 나머지 산의 진심을 보지 않은 것, 그래서 종국에는 그를 배신하게 된 것 말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한려를 사랑하지 않으려는 산은 강에게 또 약자가 되고, 강은 산에게서 계속 고통을 주는 한려라는 존재를 지워내지 못하죠. 

 

중요한 것은, 과거로 돌아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늘 반복되고, 벗어 날 수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아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산은 더 이상 풋내기 장수가 아니고, 한려가 없으면 전장에도 나가지 못하는 징징이가 아닙니다. 노련한 정치가고 책략가가 되었죠. 강은 그때와 달리 스스로 귀천을 포기하고, 산의 곁에 남았습니다. 

 

한 심리학 책에 보니, 가정폭력을 경험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 받은 상처를 치유받고자 유사한 사람을 찾아 동일한 상황을 만들고자하는 심리가 있데요. 그리고, 어릴 때 처럼 맞지 않고, 당당히 맞서면서 과거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어린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하는 기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혀 상관없는 미래도 과거처럼 많드는 구속구인 셈이죠.

 

모든 과거는 불가역입니다. 사람은 현재를 살고, 다만 오는 미래를 맞이 할 뿐이죠. 하지만, 과거라는 안경을 내려 놓는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요점은, 과거와 '같은것'이 아니라 '다른것'을 찾는것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불가역을 '돌아가지 않는다.'로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후회라는 감정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단지, '다시 하지 않는다.'라고 어금니를 한번 꼭 물고, 머리는 한번 콩 쥐어 박죠. 물론, 두번째 후회부터는 초큼 힘들긴 합니다. ㅠ.ㅜ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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