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연
작가: 그웬돌린
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8.01.05
분량: 본편 5권
# point 1 한 줄
"이신연. 너는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라. 나는 그리 해주겠노라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었다. 어느 누구도 네게 강요하지 못하게 해주겠다고. 빛 속을 걸어라. 네가 좋은 곳으로 날아가 뿌리를 내려라. 이 내가."
황제의 입술 사이에서 기어코 울음이 샜다. 그는 울음을 삼키고 잠시 헐떡이다 말했다.
"이 내가, 화의 우기련이. 너의 자유를 보증한다. 이 세상 누구도 너의 자유를 해할 수 없을 것이다."
# point 2 줄거리
기: 화제국 태자 우기련은 12살, 황궁에서 길을 잃은 5살 이신연을 만난다. 우기련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멍하게 보는 눈이 큰 아이에게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 이신연의 쌍둥이 여동생 이세연은 높은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태자비가 되려한다. 신연 역시 첫만남부터 기련을 마음에 담았기에, 동생의 꿈을 지원해주면서도 아픈 연심을 숨기지 못하고, 험한 변방 군부대에 자원한다.
승: 신연은 매일 생사를 넘는 극한의 생활 속에서도 기련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세연은 황제의 병환일 길어지면서 태자비 간택이 미뤄지자, 가림국의 왕비단자를 넣고 간택 된다. 태자의 약혼녀로 6년을 지낸 세연의 배신에 놀란 신연은 제도로 올라와 기련을 찾아 간다. 그리고, 기련은 동생을 대신 해 용서를 빌겠다는 신연의 옷고름을 푼다. 매일밤, 신연의 참회의 밤은 이어진다.
전: 신연은 말라간다. 기련은 위태로운 시기 황후로부터 신연의 존재를 숨겨야했고, 신연은 세연을 대신 해 몸만 섞으며 기련의 마음을 갈구하는 연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신연은 친구인 소승서를 위해 재상의 딸 희사와 거짓약혼을 한다. 이 소식을 들은 기련은 신연을 간혹하게 겁간하고, 세연과 함께 가림국으로 떠난 신연을 잡아와 약을 먹이고 감금한다. 신연은 자해하고, 기련은 신연을 집으로 보내준다.
결: 기련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신연을 곁에 두지 못한다. 기련은 비로소 신연이 듣고자 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됐지만, 신연은 거부한다. 신연은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가림국으로 가는 도중, 홀로 여행을 선택하고 떠돌이 검객으로 지낸다. 1년 뒤, 신연은 다시 기련에게 돌아간다. 떠돌던 금잠화는 뿌리 내릴 곳을 찾아 간다. 기련은 신연과 '관례'라는 이름의 '혼례'를 치르고, 평생토록 함께 한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고민 해 봤지만... "재밌다."고 밖에...
BL소설이 E-book, 웹소설로 이렇게 활발하게 유통되리라 예상하기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이 되어버렸지만요. 지금은 '장르문학'이라고 불리지만, 그땐 아마추어가 쓴 동인지가 거의 유일한 판로였었죠. 당시 한국BL은 아이돌이든 애니주인공이든, 패러디가 주류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치중되어 있었죠.
하지만, 그때도 옥석같은 창작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독보적이었죠. 그런 선구적인 작가들이 생동감 넘치는 BL소설 업계에 시금석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아직도 '네임드'작가로 불리면서 창작 활동을 하시는 것이, 저는 굉장히 의미 있어보여요. 물론, 그웬돌린님도 그 중 한 분입니다.
그웬돌린님 작품 중에 '인연'은 초기 작품입니다. 위에 적은 출판일은 리디북스 e-book기준인데, '인연'이 태어났을 시점을 '출판일'로 보자면, 정말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솔찍히, 언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웬돌린님 작품중에서도, 타 작가님의 유사 클리셰의 작품 중에서도 '인연'보다 세련되고 디테일이 훌륭한 작품들은 많습니다. 죽은자와 산자는 동명이인인가? 좌식과 입식의 하이브리드? 자객 앞에서 입트이는 신기한? 등등...'인연'을 읽다보면, 설정, 구성, 때론 문장 자체가 뚝뚝 흐름을 끊을 때가 있습니다. 사족 같은 문단도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요. 물론, 우기련과 이신연이 사랑하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라면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저는 어?하면서 꾀나 뒤적거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아직까지 '인연'보다 재밌는 책을 못 찾겠어요. 세면서 본 재탕 횟수만 20번이니, 실제로는 수십번을 봤을 텐데... 아직도 보면 재미있어요. 책을 보면, 제딴에 어떤 포인트에 꽂칩니다. 때론 죄없는 친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때론 홀로 도취해 불꽃 리뷰를 쓰고, 때론 구매처에 영혼을 끌어 모은 영업글을 쓰게 되는 원동력이 되죠.
가슴을 울린 진동수에 따라 리뷰에 혼신을 다한다면, '연인'은 정말 영혼을 불살라 하얗게 태워야 할텐데... "재밌다." 읽어도 읽을 때마다 재밌는데... 그런 원초적이고 단순한 말만 맴도는... 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적으로 동일 작가의 '화도월해'만 '인연'에 비해, 원앤온리 다정공과 사랑스러운 미인수 등장은 기본, 문장은 훨씬 잘 다듬어졌고, 구성과 설정은 더욱 조밀해지고, 디테일은 세밀하게 공들인 것이 확연히 보임에도... 저는 '인연'같은 중독성... 물론, '화도월해'도 진심 대작입니다.
많은 BLer들의 인생공 '우기련'... '연아~'귓가를 맴돌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만 과격한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기련의 애정은 문자 그대로의 폭력성을 지니고 있죠. '다섯 살의 너를 먹고 싶었다. 맛있을까, 궁금했었지.' 너를 먹고 싶고, 안고 싶고, 팔다리를 자르고 싶고, 나 없이 눈에 들어간 속눈썹조차 뺄 수 없는 너를 보고 싶다. 그것이 기쁨이라고 말하는 살벌한 집착남이지만, 그는 늘 다정한 태자이자 사촌으로서 다정히 신연을 부릅니다. 봄꽃나무와 닮은 어여쁜 나의 님, 신연에게는 늘 아련한 사랑이었죠.
하지만, 이런 우기련은 단 한번 그 가면을 던져 버립니다. 신연이 자신에게 작별을 청하는 순간 말입니다. 사모한다며 자신을 어찌 생각하지 묻는 신연에게, 기련은 몸으로 화인을 찍으려는 듯 잔혹하게 굴죠. 그리고, 신연을 태운 세연 혼례 행렬을 습격하고, 감히 자신의 사람을 탈취한 세연을 죽이려 합니다. 신연은 세연을 살리기 위해 기련과 함께 황궁으로 돌아오고, 감금은 시작 됩니다. 신연은 약에 취해 몸에 주도권을 잃어 버립니다. 몇 일인지 몇 개월인지, 앞은 보이지 않고, 온통 단편적인 음성뿐...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포감에서 깨어나기 위해, 결국 스스로를 칼로 찌르죠.
기련은 다정한 가면을 내려 놓았던, 일주일 안 되는 시간의 대가로 신연을 잃어버립니다. 신연은 이제 기련을 두려워합니다. 그 손길에 경기를 잃을 킬 듯 공포에 떨죠. 기련이 다가갈수록 신연은 불행해집니다. 그리고 기련은 아주 오래 전, 스스로를 백치라 서럽게 울던 신연에게 약속했던, 어디든지 자유롭게 날아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언약을 지켜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기련이 원했던 애정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지 모릅니다. 재회의 순간, 신연은 기련에게 '죽게 되면 시체를 드리겠다'고 말하죠. 정말 낭만적인 고백법입니다. 하지만, 우기련이 많은 BLer의 인생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도착지가 '신연의 행복'이었다는 겁니다.
'내 사랑의 방식은 원래 폭력적이야! 나를 사랑한다면 이런 나조차도 사랑해줘! 너는 이런 내가 유일하게 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외로운 나를 제발 받아주면 안 되겠니?' 네, 이런 '공'들이 없으면, 피폐물에 굴림수는 누가 예뻐해 주겠습니까?
하지만, 빻빻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런말 조차도 너를 공포스럽게 만들어 떠나가게 할까 두려워 참아내는 애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애정이 더 절실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기련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방식'보다는 그 절대적인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연에서 '세연'을 지뢰요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세연은 가문의 영달이나 신연의 노고를 고려하지 않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무소의 뿔처럼 달려나가는, 좋은 말로 하면 추진력 있고 나쁜말로 하면 이기적입니다. 아랫사람에게 윗전노릇하기 좋아하고, 신연의 친구 승서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법이 없어요. 확실히 '발암'이라 불릴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연을 좋아하는 마음과 겉과 속이 같은 투명함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미인은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떼어 놓고 봐도, 합쳐 놓고 봐도 완벽한 신의 걸작품과 설명하기 힘들지만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눈이 절로 따라가는 미인... 제에게 '인연'은 후자같은 '미인'입니다. 눈이 가고 손이 가고, 그렇게 계속 찾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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