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1.11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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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이주."

그리 딱딱하지 않은 효운의 목소리에 이주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러나 효운의 입에서 이어지는 물음은 날을 숨기지 않은 칼과 같았다.

"네가 조금 미쳐 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굳게 다물렸던 이주의 입이 조금 벌어지더니 곧장 대답했다.

"예."

무서우리만치 서슴없고 선선한 대답이었다. 왜 아니겠냐는, 약간의 웃음기도 섞인 목소리였다. 이리 미쳐 있는데 스스로 모를 리가 있는가. 자신의 광증을 서슴없이 인정하는 이주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져 버린 효운은 잡혀 있던 팔 한쪽을 들어 그의 곧은 턱뼈를 길게 쓸어 올렸다.

"오해받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이런 오해는 또 처음이군. 내가 너를 미워할 일은 없다고 분명 말했건만."

확실히 안심시켜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 의지로 너를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 확실하게 말했는데 참 어지간히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였다. 턱 끝에서 떨어진 효운의 손이 이주의 목을 훑어 내리곤 가슴 한가운데에 닿았다.

"몇 번을 말해야 여기에 닿는 거지?"

숨을 멈추고 있던 이주의 목 너머로 꿀꺽 소리가 났다.

"혹 네가 정말 미쳤다 해도, 앞으로 더욱 미쳐 갈 거라고 해도."

"...... 효운 님."

"다신 날지 못하게 내 날개를 자른다고 해도 내가 너를 미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주가 고개를 들었다. 불안함과 조급함, 그리고 죄스러움으로 물들어 있던 눈동자의 테두리 속으로 밤 하늘 별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너를 물어 와 키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이미 그리되어 있었어."

point 2 줄거리

기: 푸른 깃털의 흑매를 신수로 모시는 교국, 어느 날 신수가 태자를 물고 사라져 버렸다. 신수 효운은, 무인 영손과 산속을 떠돌며 태자 이주를 키웠다. 황손 중 등에 매흔을 가진 자만이 황제가 될 수 있는 신수에 나라, 이주는 가장 완벽한 매흔을 가지고 태어난 4번째 태자였다. 외숙부 좌상을 등에 업은 둘째 태자 이견은, 황태자 이현에게 누명을 씌워 폐위시키고, 황제를 중독시켜 병들게 했다. 그가 이주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승: 신수는 황가와 이어져 있었고, 황족이 죽거나 다치면 신수도 신력을 잃고 병들었다. 이견이 횡포를 부린 22년간, 효운의 상태도 나날이 악화되어 갔다. 그러다 황제의 죽음이 다가오자, 이견은 노골적으로 이를 드러내, 황위 계승권도 없는 황자까지 죽인다. 신수의 신력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그가 보호하는 이주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원래 황제의 무인이었던 영손은 이주와 효운을 지키기 위해, 폭죽으로 위치를 노출시켜 우상과 환국의 신수 미송을 부른다.

전: 신력은 바닥나고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효운은 이주를, 이주는 효운을 서로 놓지 않았다. 이견의 추적으로부터 이주를 보호하고 효운을 살리기 위해, 우상과 미송은 둘을 떼어 놓아야 했다. 결국, 신수의 무기를 써서 효운을 해치고, 정신을 잃은 효운을 이주에게 빼앗은 미송은 효운을 데리고 선운산으로 사라진다. 한편, 황제의 붕어와 동시에, 우상과 첫째 태자 이현은 이견과 죄상을 낱낱이 밝혀 퇴출시킨다. 이견은 망국 환국의 잔당을 모아 교국을 공격한다.

결: 이들로 인해 교국은 크고 작은 내전에 시달렸고, 이주는 그 선봉에 서서 승리를 거두며 백성의 신임을 받았다. 그날 이후 4년, 이주는 드디어 황제 즉위식을 올린다. 그때, 이견은 또 교국을 공격하고, 이주는 검은 새의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효운과 재회한다. 효운은 갓난 이주를 데리고 궁을 떠나야 했던 이유를 알려준다. 어느덧 완연한 성인이 된 이주에게, 효운은 쓰~윽~한다. 이견 무리를 발본색원한 뒤, 이주는 이현에게 양위하고 효원과 산속으로 들어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비빔밥 소설(이것저것 섞였다 + 맛있다.)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흑... 그래도 대체 공휴일에 감사드립니다.(꾸벅) 책은 '또' 여름휴가의 동반자였죠. 불안한 것은, '또' 추석의 동반자도 될 거 같다는... 취미가 여행인데, 취미를 몇 년간 못하면 그것도 취미라고 할 수 없겠죠. 여권은 갱신하자마자 '보관 중'이고, 곧 쓰겠지 싶어 환전 안한 외폐들은 파우치 안에 쿰쿰한 냄새를 풍기고 있네요. 3배 정도 증가한 독서량과 2차 대유행 전후로 시작한 블로그 정도가, 그나마 위로라면 위로예요. ㅠ.ㅜ

저의 마지막 동반자, 주효록입니다. 주효록은 출판 당시부터 눈여겨봤지만 손이 가진 않았어요. 바로, 리뷰 때문에요. 주효록의 호불호 리뷰는 대게 필력과 설정이 좋거나 지루하다고 나뉘더라고요. 제 당시 느낌은, 배경과 문체에 엄청 힘이 들어가서 잘 쓴 것 같긴 한데, 역키잡이라는 자극적 소재와 호감형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낮은 작품! 여유로울 때 읽으면 풍성하지만, 지쳤을 때 읽으면 더 지치게 하는 작품! 이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주효록... (쌍따봉) 물론, 쎅턴이 약해 5점을 주진 못했지만, 색이 분명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클리셰 중에 제일 재밌는 작품이 아니라, 특정 키워드로 분류하긴 애매하지만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왜 리뷰들이 그렇게 쓰였는지도 충분히 공감하겠더라고요. 틀을 살짝 비껴간 작품은, 기대한 바가 명확한 독자에게는 혹평의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유레카가 되니까요. 호불호는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초반 - 잔잔물: 긴 세월을 산 신수도 아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었죠. 다행히 영손이 있었지만, 그래도 철렁하는 일들이 연속인 서툰 양육자였어요. 초반은 이런 에피소드들로 채워져있습니다. 가령, 효운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이주를 보며 어쩔 줄 모르는 동안, 이주가 앞으로 넘어져 이마에 멍이 들고, 효운은 머리를 짧게 자릅니다. 또, 효운은 따뜻한 방을 이주와 영손에게 내주고 자신은 냉방을 썼는데, 이를 몰랐던 이주가 시모방만 불 빼는 악덕 며느리마냥 영손을 세모나게 쳐다보기도 하죠. 산속에 사는 순박한 남자 셋의, 잔잔한 일상물이라고 보시면 될 듯해요.

2) 중반- 애절물&시리어스물: 평화로운 일상은 황제가 실권하고, 이견이 본격적 사냥에 나서면서 박살 납니다. 이견은 황제가 되려는 행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첫째 이현은 이견의 모함에 억울하게 쫓겨나고, 셋째 이운은 이견이 무서워 도망갈 준비를 하죠. 이견은 이제 성군의 매흔을 가졌다는, 실종된 동생 이주를 사냥하러 나섭니다. 이를 위해, 경쟁자조차 되지 못한 막내에게 독이 든 탕약을 내리죠. 막내는 섧게 울며 독을 마셔요.

여기서부터 일반적인 궁중 암투물과 좀 다른데요, 보통은 이견 vs 반이견으로 나뉘잖아요. 하지만, 이주와 효운은 '황제'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상과 이현은 '황제'가 될 이주를 이견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효운이 이견을 숨겼다고 믿었죠. 하지만, 20년을 약속했던 효운은 22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어요. 효운은 미친개 잡는 사냥개로 이주를 쓰는 게 싫었고, 이주 역시 관심사라곤 오로지 효운 하나였으니까요. 둘은, 그들로부터도 도망칩니다.

궁에 돌아간 뒤에도 이주는 마찬가지였어요. 반면, 옹립할 태자도 있고 황제도 서거했으니, 우상과 이현은 굴욕의 시간을 견디며 모은 증거들로 이견을 단죄합니다. 무소 불이의 권력에 취해 오만방자였던 이견은 손쉽게 쓸려 나가죠. 이 과정이 빈약하긴 하지만, 대안도 없고 반역죄로 역공 당할 위험도 큰 상황! 그때 최선은 숨죽여 '준비하는 것' 뿐이라는 점에서 설득력 있었어요. 물론, 이때도 이주는 노~관심으로 관여하지 않습니다.

3) 후반-달달물: 즉위식 날, 효운과 이주는 재회합니다. 또, 여기서부터 일반적인 역키잡과 다릅니다. 역키잡이란, 음흉한 어린아이가 '아저씨는 내 거야!' 혹은 다정한 아저씨가 '내가 어떻게 너와!!!'라며 갈등하게 되고, 곧 피폐와 집착, 광기에 휩싸이게 되죠. 하지만, 효운과 이주의 관계는 늘~ 온유합니다. 이주가 효운을 너무 꽉 껴안아, 허리에 멍이 하나 들긴 해요. 이주는 효운에게 집착하지만, 광기는 밖에다 부리고, 이조차 효운이 무마시키기 일쑤죠. 결정적인 것은! 효운이 먼저 이주를 좋아했었다는 것!!! 효운은 이주에게 '이제 그럴 마음이 사라진 줄 알았다.'며 은근한 유혹을 해요. 매 아닌 여운 줄 알았다는!

4) 외전-오~예!물: 황제위에 오른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주는 양위의 의사를 밝힙니다. 사실, 이견의 모략만 아니었다면 황제가 되었을 첫째 이현은, 이주만큼 매흔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황제가 되고 싶었고 자질도 충분했죠. 아쉽긴 했지만, 이주를 황제로 올리는 일에 사심을 부리지도 않았어요. 즉위 후 3년 뒤, 이주는 효운과 사랑을 확인한 그 산속 너와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해요. 드디어, 섹턴다운 섹턴이 등장하지만... 솔직히 많이 약합니다. 섹턴이 점잖다! 그래도, 없으면 서운할 뻔했다!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멋진 여자 캐릭터'들이 많은 것도 좋았어요. 황제가 된 첫째 이현은 여자예요. 이주의 어머니인 모영도 왈패였지만, 현명하고 사랑받는 황후였죠. 신수가 없기에 황족들이 신력을 가진 나라, 누국의 공주답게, 이주의 미래를 예지하고 효운에게 부탁합니다. '제 아들을 살려 주세요!'가 아니라, '신수님의 권태에 이주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유언을 남기면서요. 의리파 미송도 빠질 수 없죠. 환국이 망한 뒤, 미송은 선운산으로 가지 않고 이견에게 굴욕을 당하면서도 교국에 남습니다. 미송은 생존한 환국의 황족 서단을 걱정했으니까요. 물론 실수도 하지만, 미송은 서단의 유해를 수습해 줘요.

주효록에 익사이팅은 없습니다. 자극적인 사건들은 '묘사'가 아니라 옛이야기로 전달되거나 짧은 서사로 요약되죠. 공과 수가 편하게 살지도 않습니다. 달달하고 잔잔하기에는, 많이 다치고, 도망치고, 울고, 속앓이해요. 참... 어떻다고 줄여 말하긴 힘든데, 생각해 보면 그게 주효록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효록의 장르는 주효록인 것으로...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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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씨앤씨레볼루션(주)

분량: 본편 62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경찰대 수석 입학, 바른 생활의 표본인 태준은 자취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문득 빨간 이층집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너무나 반갑게 맞이하는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정연우, 다섯 살 때 단짝이었다고 말하는 성공한 추리소설가였다. 사실, 태준은 5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연우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태준에게 화가 난 듯 보였지만, 기꺼이 태준을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해 준다.

승: 엉겁결에 동거는 시작되었다. 한편, 태준의 친구들은 태준의 자취방을 찾아와 예의 없게 굴고, 연우를 그들을 거침없이 대한다. 사실, 고아인 태준은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YES 맨인 태준은 인기도 많았지만, 그래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때때로 태준은 숨이 막혔고, 그때마다 목을 조르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태준에게, 안하무인인 연우는 이상적이었다.

전: 연우와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태준은 조금씩 변한다. 그의 은밀한 시간이 늘어가고, 태준은 연우를 통해 느낀 개방감에 점점 중독된다. 스터디차 집에 놀러 온 동기들이 연우에 의해 쫓겨날 때도, 친구들이 신경 쓰이지 않고 연우에게 미움받을 것만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잊었던 과거의 기억도 조금씩 돌아왔다. 연우의 부모는 어린 연우를 학대했고, 그 장소는 거울이 잔뜩 있는 검은 방이었다. 태준의 악몽에 등장한, 무수한 손들 이 있는 방이기도 했다.

결: 태준과 연우의 관계는 깊어지고, 태준의 모범생 가면은 무너진다. 한편, 태준은 대량의 혈액은 남았는데 사람은 없는 증발 사건을 연속해서 경험한다. 연우의 소설 속 사건과 똑같은 사건들이었다. 사범님의 의심까지 연우를 부추기자, 태준은 연우를 의심한다. 그리고, 연우는 태준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태준은 집을 나온다. 연우는 자신의 생일에 태준과, 태준의 친구, 사범을 모두 집으로 초대한다. 그날 태준은 '진실'을 '경험'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나는 너야(feat. 자! 숨 쉬세요.)

'검은 거울'을 읽다 보면 호흡이 딸리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연재분 마지막 단에, 숨 쉬라는 리뷰를 보고서야, 숨을 참고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하죠. 스릴러의 꽃! 쫀쫀한 긴장감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이에요. 게다가, 연우와 태준의 관계는 '동상 화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차가운 줄 알고 만진 드라이아이스가 입힌 화상처럼, 사랑의 속성이 없는 진짜 사랑이라는 역설과 그 애정 아래 깔린 음습한 잔인성 때문에 말이에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 안에는 '태준'이 있습니다. 어느 책에 보니, 집단 사냥을 했던 초기 인류도 눈치를 봤었데요. 언어가 없었으니, 대화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말이죠. 물론, 눈치를 안 보는 계층도 소수지만 존재하긴 한다고 합니다. 바로, 최상위층과 최하위층! 둘 모두 눈치가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들이라고 합니다. 반면, 상대에 따라 때론 강자가 되고, 때론 약자가 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기민하게 주변을 살펴야 합니다.

 

물론, 태준의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고아였던 태준은 경찰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사범님에게 의탁하고 있었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구와 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더불어 알 수 없는 상실에 대한 공포도 있었어요. 사실, 5살 태준은 우연히 연우와 함께 검은 방에 갇히고, 최초의 '증발 사건'이 발생합니다. 부모가 모두 실종된 연우는 그 집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태준은 수군거리는 주변의 시선이 괴로워 기억을 봉인해 버리죠. 그리고, 그 기억이 뜯겨진 자리에 남은 건 공허감이었습니다.

태준은 스스로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막연한 공포에 젖어 살고 있었어요. 그런 태준이 연우를 만납니다. 운명에 이끌림처럼 과거 '그 집'을 찾아가요. 그리고 연우는 태준을 기다렸다는 듯 반기죠. 이상한 만남, 낯선 사람, 하지만 태준은 그 집에 살기로 합니다. 매일 밤 태준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이상한 소음과 자신을 더듬는 많은 손들을 느끼면서도, 그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태준에겐 그건 이미 익숙한 감정이었으니까요. 어디에 있든 말이에요.

 

'착한 사람' 태준을, 연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연우는 아무도 모르는 음침하고 비정상적인 태준을, 그래서 태준이 정확히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해요. 연우는 태준이 금기시 여긴, 위험한 쾌락을 줍니다. 멈칫거리던 태준은 점점 과감하게 그것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꽁꽁 숨겨둔 밑바닥의 욕구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해요. 태준은 오랫동안 써온, 불편한 가면을 벗습니다. 그리고 봉인된 옛 기억도 서서히 되찾게 돼요.

5살, 연우와 태준 수 많은 거울이 을씨년스럽게 벽면을 채운 어둠의 공간에서 공포에 떱니다. 학습된 공포에 질려있는 연우를 달랬지만, 사실 태준도 무서웠었죠. 그때 연우와 태준 안에서 '악의'가 깨어납니다. 거울 너머에 또 다른 자신들은 거울 밖으로 나와, 그들을 태어나게 한 목표를 향해 전진합니다. 그리고 태준이 기억을 잃었던 시간 동안, 연우는 이 '악의'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돼요. 연우는 '악의'에 '동화'됩니다.

그런데 이 악의라는 것은, 드러나는 순간 증식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부모의 학대로부터 태어난 악의는 본의의 목적을 잃고, 그 특유의 폭력성만 남죠. 연우의 양부모는 연우를 학대하지 않았고, 영화관 관람객이나, 태준의 지인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숨겨지지 않는 악의는, 오로지 '둘만 있는 세계'를 방해는 모든 이들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끝내 '둘만 있는 세계'를 완성하죠. 피바다가 된 집안을 치우는 두 사람의 모습은, 티 없이 해맑고 달달하기까지 합니다. 태준은 불안이 없는, 완벽한 안식 속에서 잠이 들고요.

 

보통 사람들은 '악의'를 쉽사리 드러내지 못해요. 악의를 드러내도 되는 대상인지 상황인지 기타 등등 눈치를 보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런 행동들이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불쑥불쑥 솟어나는, 잔인한 악의들을 잘 숨기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악의는 거울 밖을 나오지 못한 채 거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이 깨지는 순간이 오면, 악의는 그 본신을 살라 먹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악의에 삼켜진 사람들처럼요.

그 사람들은 최초의 악의가 발생시킨 원인에 대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게 된 것이 아닙니다. 몸집을 불린 폭력성만 남아, 방향을 잃고 몰락을 향해 질주하는 거죠. 그래서, 전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그저 가해자의 눈먼 악의에 휘말렸을 뿐이니까요. 악의는 나 자신이 맞습니다. 하지만, 악의에 삼켜지면 안 됩니다. 삼켜진다면 괴물이 되고 말거예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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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노력으로 세상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시도조차 않아 놓고 그저 핑계를 대며 타인을 미워하는 것만큼 못난 것도 없다. 자청. 네가 진정으로 원해서 시도했다면 나는 너와 경쟁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내가 세 번 국시를 시도하는 동안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지."

당연한 일이었다. 자청은 당연히, 우문단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 우문가의 가주 자리는 자신의 것이라 여겼다.

"나는, 나는 방계라..."

"그래. 너는 방계다. 하지만 문가장의 자식이지. 만약 네가 진정으로 바랐다면 본가에서는 너를 위해 방계인 너도 국시를 볼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네 나름대로 나라에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왔겠지. 분가라고 하나 그 역시 우문가. 가문을 빛내고 나라에 충성하는데 어찌 분가와 본가가 있겠느냐?"

"......"

"너에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너는 방계라는 이유 하나에 얽매여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지."

"......"

"너는 그 어떤 노력도 않고, 그저 내 실수와 실패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네 자리라 당연하게 여기며 말이다. 비열하고 모자란 놈."

point 2 줄거리

기: 패현왕의 반란이 진압되고, 황제 염과 우문단, 화와 섭청은 화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건이 동시에 터진다. 하나는 무향현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러 간 관리들마저 연이어 실종되었던 것! 다른 하나는 과거 범인 체포에 도움을 준 화산파 장문인이 섬서성 조사관으로 섭청을 요청한 것! 우문단은 장문인 요청을 거절하는 대신 섭청으로 하여금 선물을 보내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모르는 화는 섭청과 싸우고 만다.

승: 한편, 무향현 살인사건을 맡게 된 섭청은 화와 오해를 풀지 못하고, 급하게 길을 떠난다. 설상가상 무향현은 섬서성에 있었고... 화는 불타는 질투심에 무향현으로 섭청을 찾아 나선다. 이때, 섭청은 무향현으로 향하는 배에서 귀편랑 송명을 만난다. 송명은 과거 독에 당해 폐를 크게 상했지만, 의형제인 문가장 가주인 우문자청이 준 약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섭청은 배에 들이닥친 수적에게 우문단이 준 우문가의 홍패를 잃어버린다.

전: 섭청이 도착해 목격한 무향현의 모습은 실로 가관이었다. 관리가 없는 무향현에는 문가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재판을 하며 잔인한 형벌을 내리고 거액의 벌금을 갈취하고 있었다. 더불어, 주변에 날뛰는 수적과 댐 붕괴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은 애달프게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더불어, 시중에 폭약은 씨가 마르고 있었다. 섭청은 이상한 징후들 모두가 문가장의 가주 자청을 향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결: 한편, 섭청을 따라온 화와, 섭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화산파 장문인 설영은, 섭청의 사건을 돕는 한편 서로를 경계하며 신경전을 펼친다.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우문자청의 잔혹성에 치를 떤다. 그러던 중 변장한 섭청과 화가 문가장에 잠입하고, 화가 섭청을 대신해 독을 마시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독 '목식'의 정체가 알려진다. 자청을 대신해 송명은 죄를 뒤집어쓰고 죽지만, 무향현에 나타난 우문단은 우문자청의 죄상을 낱낱이 밝힌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남 탓

매우 격렬하게 남 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자주 그러는 것 같아요. 원치 않은 결과를 인정해야만 할 때,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던 과정에 관여한 모든 것들을 탓하고 싶습니다. 거기엔, 사람도 있고, 제도도 있고, 문화나 시스템도 있지만... 솔직히 사람 탓을 제일 많이 하게 돼요. "그랬었어야지! 이랬었어야지!" 하면서요. 그 작은 타인의 거슬림이 나의 중요한 미래를 망친 것 같다! 꿈에도 나오고, 호흡 곤란도 일으키죠.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많고, 억울함은 사람을 포악하게 만드는 맹독이라, 안하려 하지만 자꾸 하게 됩니다.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것은 엄청 희귀하고 드문 일인데, 요행과 행운이 모두 투입된 그 상태를 기대하게 돼요. 그러니, 요행과 행운은 고사하고 뜻하지 않은 장애와 불운이 겹치게 되면,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가 생깁니다. 물론, 어떤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의 경지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모두가 우문자청이 되지는 않습니다. 동정할 이유도 되지 못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송생원의 땅을 얻기 위해, 고의로 도난 사건을 조작한 사건이 충격적이었어요. 공개 재판에서 자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마치 자혜로운 재판관인 양 말도 안 되는 벌금을 부가하죠. 그 벌금을 내기 위해 선산인, 그 땅을 팔 수밖에 없게 말이에요. 하지만, 선산만은 팔 수 없는 송생원은 곤장을 선택하지만, 곤죽이 되어가는 아버지를 본 아들이 결국 선산을 팔겠다 외칩니다. 송생원은 후유증으로 하반신 불구가 되고, 억울한 마음에 새로 부임한 정문에게 상소를 하려 하자, 자살을 가장해 살해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메인은 고사하고, 우문자청의 수많은 수작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문자청은 무관한 이들을 잡아와, 약을 먹이고, 산 채로 피를 뽑아 죽입니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온 수사관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또, 주변 현에서 무향현에 관여할 여유가 없도록, 수적 때를 이용해 수탈을 일삼고, 폭죽으로 둑을 터트려 물난리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섬서성 화산파에 수적떼를 토벌해 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요. 물론, 화산파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번번이 놓치게끔 만들어 놓은 덫이었으니까요.

그 사이, 아들을 잃어 미친 어머니가 길거리를 헤매고, 약 한 첩 쓸 수 없어 다리가 썩어가는 여동생을 움막에 둘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생겨나요. 섭청은 이것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그보다 더 뿌리 깊은 원한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짐작하죠. 그리고, 의외로 뚝심 있고 실력 있는 검시관과 두 강호 명문 문파의 수장들의 도움으로 사건은 실체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그 이면에는 열등감에 절어 있는 우문자청이 있었어요.

우문가의 방계 문가장의 우문자청은, 본가에 입양되어 우문가의 가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문단은 여자란 이유만으로 가주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도 클리어합니다. 능력을 증명한 우문단은 당당히 가주가 되고, 우문자청은 닭 쫓던 개가 됐죠. 우문자청은 모든것이 우문단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괴한 사건을 일으켜 도성에 있는 우문단을 불러와, 무향현에서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거였어요. 참... 허무하기 그지없죠?

물론, 우문자청이 사람들의 피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송영에게 줄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어찌 보면, 송영이 다치게 된 건 우문자청 탓이기도 합니다. 우문자청이 일으킨 수적 때가, 우문자청이 제조한 목식으로 송영을 중독시킨 거니까요. 하지만, 분명 우문자청은 송영에게, 다른 이에게 열지 않았던 마음을 보여줍니다. 후에 송영이 우문자청을 의심할 때에도, 학살자 답지 않게 머뭇거리죠. 그러나, 자신을 위해 오명을 뒤집어 쓰고 죽은 송영을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전전반측 1부와 2부는 완전히 다른 풍의, 연결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전반측 1부를 보지 않은 독자는, 전전반측 2부의 갈등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전반측 1부를 근거 삼아, 전전반측 2부의 분위기를 추측하셔도 곤란합니다. 물론, 전전반측 1부에도 패현왕의 반란군에 맞선 사건이 있었지만, 메인은 화와 섭청의 숨바꼭질 같은 연애담이었죠. 하지만, 전전반측 2부는 1부와 다르게 무겁고 진중하게 살인사건을 쫓습니다.

2부 이야기의 시작은 화와 섭청의 다툼입니다. 섭청을 포기하지 못한 화산파 장문인 설영은, 범죄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을 세운 대가로 섭청을 섬서성 관리로 보내 줄 것을 요구하죠. 하지만, 우문단은 그 요청을 거절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섭청은 백옥을 세공해 설영에게 보냅니다. 하지만,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화는, 당연히 섭청이 자신을 위해 몰래 준비한 선물이라고 들떠하죠. 그러나, 그 선물에 진짜 주인을 알고 난 후 폭발합니다.

이유는, 1부에서 이어져 온 '설영'과 '선물'이라는 트리거 때문이었어요. 1부에서 섭청은 화 앞에서 무심결에 설영의 이름을 읖조립니다. 그리고, 화가 설영이 누구인지 묻자, 이화를 화의 연인으로 오해하고 있던 터라, 모난 마음에 대답을 피하죠. 그때부터 이화는 '설영'에 대한 질투심을 키웠어요.

그러다, 설영이 섭청에게 과일 사탕을 선물하자, 동굴 연공실 분노의 정사씬이 펼쳐집니다. 그 후, 천신만고 끝에 부부가 되지만, 그 후에 또 설영은 섭청의 생일 선물로 녹두고를 보냅니다. 그리하야, 비 오는 날 2차 대삐짐 사건이 발발하죠. 그러니, 2부 시작과 동시에 발발한 '백옥 선물 사건'은 3차 선물 사태라고 볼 수 있어요. 화는 섭청이 설영에게 선물을 준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았어요. 결국, 섭청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뱉어 내죠.

더불어, 엽하와 정문의 팬심도요. 1부에서 천뢰검은 부패한 관리들을 타도하는 정의의 협객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천뢰검의 정체는 섭청의 사매였던 엽하였고, 우문단은 자신을 죽이러 온 엽하의 능력을 인정해 중책을 맡깁니다. 하지만, 천뢰검의 명성은 여전한데 비해,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우문자청 역시 자신이 일으킨 살인사건을 천뢰검의 소행으로 조작하려 합니다. 어차피 죽은 무향현 관리들이 정직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무향현에서는 천뢰검 굿즈가 대유행합니다. 덕분에 무향현 관리로 발령 받은, 원조 천뢰검빠 정문의 덕질은 호황을 맞이하죠. 그리고, 첫 사건을 훌륭하게 처리한 정문에게, 우문단은 선물인 듯 엽하를 정문의 호위이자 수사관으로 발령 내 줍니다. 정문이 성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1부를 떠올릴 만한 소재나 인물은 자주 등장합니다.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어도 좋지만, 1부를 먼저 읽고 2부를 읽는 것이 더 풍부한 재미를 맛보 실 수 있을 거예요. 다만, 1부가 19세인데 비해 2부는 15세... 절륜 집착공 화와 순진 떡대수 섭청의 알콩달콩 스토리가 아쉬웠어요. 염병 첨병이 트레이드 마크인 화에게 사건을 쫓으라니... 참으로 가혹하죠. 3부가 나온다면, 화와 섭청의 달달한 애정행각이 듬뿍! 담겼으면 좋겠네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11.04 - [BL 소설] - [무협물/삽질물/달달물] 전전반측 - 정초량

 

[무협물/삽질물/달달물] 전전반측 - 정초량

출판사: 유펜비 출간일: 2020.01.2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그는 섭청에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 "섭청." ​ 그리고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섭청을 불렀다. ​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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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베아트리체

출간일: 2020.03.09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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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너."

"왜."

"성병 검사하고 와."

"... 뭐?"

유신이 저런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네가 멋대로 휘두르고 다닌 좆대가리 나한테 넣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안그래?"

나는 반찬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이어서 말했다.

"결과 나올 때까지 너랑 섹스할 생각 없어. 그게 싫으면..."

유신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대다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먹던 숟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은 채 방으로 가 버렸다.

유신이 사라지자마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순순히 응해 줄리가 없었다. 이미 입에 넣기까지 했는데 성병 검사가 무슨 소용인가 싶긴 했지만 솔직히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앞을 사용하기도 전에 뒤를 먼저 쓰게 생겼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유신이 다른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가졌다는 것에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유신은 그저 궁금하니까 한번 넣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막상 해 보고 거부감이 들거나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후에 나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날 것이고, 그건 나에게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유신이 콘돔 없이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랑 하기 전에는 그 정도의 정성이라도 보여 주길 바란 것이다. 싫다고 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저 농담이었다고 알겠다고 하겠지만.

그나마 화내면서 나에게 욕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방에서 계속 나오질 않은 걸 보면 삐진 것 같은데, 저걸 또 어떻게 풀어 줘야 되나 싶었다. 갑자기 밥맛이 떨어져서 숟가락을 놓는 사이 유신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방에서 나왔다.

"예약했어."

유신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내뱉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병원. 내일로 예약했다고."

​ point2: 줄거리

기: 연오는 13년째 친구 유신을 짝사랑하고 있다. 매우 독특한... 연오는 유신 이름을 부르며 자위하는 것을 들켜 혐오 받았고, 유신은 연오의 마음을 알고도 상대를 바꿔가며 자유로운 연애를 했지만, 연오는 유신의 으리으리한 집에 얹혀살며 유신이 사준 명품 옷을 입고 다녔다. 유신은 자신을 보면 좆을 세우는 연오를 탓하면서도, 연오가 늦게 들어오거나 연락이 안 되면 삐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오묘한 관계는 전환점을 맞는다.

승: 대리인 연오는 같은 팀에 일하는 인턴 수인에게 게이라는 사실이 들키면서, 수인의 연애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사실, 게이라고 하기엔 좋아하는 사람은 수인뿐인, 무연예 동정남이었지만, 수인의 적극성에 말려들어 이런 저런 사건을 겪는다. 한편, 연오와 수인이 가까워지면서, 유신은 불편함을 느끼고 연애도 잘 안 풀리며 짜증도 늘어갔다. 결국, 유신은 관계를 정리하고 연오의 오랜 짝사랑에 응답해 주는 듯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큰 장애물이 있었다.

전: 상상 속 수인과의 관계에서, 연오는 늘 탑이었다. 하지만, 수인에게 동정남 연오에게 탑은 가당치도 않았고, 결국 둘은 합의 안된 마지막 보루(?)만을 남겨둔 채 열심히 서로를 탐한다. 한편, 연오의 마음은 심란해진다. 첫사랑이자, 외로움을 많이 타고,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은 유신에게 힘들게 얻는 친구의 위치마저, 유신과의 섹스 후에는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을 넘은 후, 자신에게 호기심이 떨어진 유신이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걸 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결: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없는 상황에 오자, 연오는 유신에게 탑을 양보한다. 그렇게 둘은 마지막 보루를 넘게 되었다. 그 후, 연오의 예상과 다르게, 유신은 연오를 더 갈구하고, 집착하고, 수인과의 관계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수인은 연오가 회사의 미국 연수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연오를 감금하려 하지만, 연오는 그런 유신에게 청혼한다. 둘은 비록 사귄 적은 없지만, 결혼하기로 한다. 연오도 유신도, 서로가 떠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point3 진지충의 review: 찐친구의 리얼 연애 라이프

사회생활을 하다 알게 된 사람들이랑 여행을 가면 잘 안 싸웁니다. 물론,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원만하게 잘 넘어가죠. 그런데, 학창 시절부터 알아 온 녀석들과는 갈 때마다 싸웁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안 맞으면 다시 안 가면 될 텐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또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사회생활하다 알게 된 친구들 역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추한 모습도 수토록 보이며, 마음을 터놓고 지내긴 합니다. 그래도, 찐친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찐친이란, 내가 어떻게 변해도, 어떤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 다음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화도 나고, 싸우기도 하고, 실망도 하고, 골치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별일 없듯, 언제나처럼 실 없는 얘기하며, 당연히 서로의 일상 어딘가에 있겠죠. 오래 보지 않아도 서먹해질 거라 여기지 않고, 수고스러운 부탁을 해도 미안하지 않아요. 만약, 반대 상황이 돼도, 나 역시 그것을 수고스럽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기에 말이죠. 확실히, 세련됨이랑은 거리가 먼 관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드라마나 소설, 영화 속에서 절친의 의리를 멋진 미사여구가 잔뜩 들어간 대사로 화려하게 포장 한 것들을 보면, 좀 간지러울 때가 있어요. "너는 꼭 살아남아... 너의 친구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런 장면에 찐친의 얼굴을 대입하자면, 손이 오그라들죠. "야! 정신 똑띠차리고 살아라! 나 개죽음 만들지 말고!" 실제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같은 선택, 다른 장면입니다.

'짝사랑의 비밀'은 이런 리얼 찐친들의 이야기예요. 아름다운 미사여구 따위는 없습니다. 짝사랑을 하면서, 학도 접지 않고,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습니다. 연우는 어렸던 유신을 보고 첫사랑에 빠졌고, 그 후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역시 유신이 좋았어요. 이 까칠한 도련님의 비위를 맞춰가며, 간신히 절친의 직위를 하사(?) 받았을 때는, 유신이 마음을 준 친구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에 으쓱하기도 했죠. 문제는 건강한 남학생의 아랫도리 역시 으쓱했다는 거...

유신에게 고백을 했을 경우에 성공 확률? 연우는 감히 0라고 확신했습니다. 성격은 모났지만, 잘생기고 돈 많은 유신은 본능에 충실한 연애를 꾸준히 해왔거든요. 그리고 연우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지켜봐왔죠. 그것이 서럽거나, 절망스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짝사랑의 향후 향방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연우는 유신을 끊어내기 위해 입대하지만, 실패합니다. 이후, 유신에게 마음도 들키고, 건강한 아들내미의 기상(?)도 빈번히 목격 당하지만, 유신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유신이 이 관계를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인기 많은 친구가, 나만을 챙겨 줄 때의 만족감! 연우가 으쓱하고 있을 때 유신 역시 뿌듯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멋대로인 나를 한결같이 챙겨주던, 성격 좋은 친구가 어느 날 군대를 갑니다. 누가 봐도 핑계인 변명을 대면서요. 유신은 연우가 제 성격을 버티지 못해 질려 떠났다는 생각에 두려워지죠. 연우가 없는 유신은 너무 외로웠어요. 연우의 자리는 여자친구도, 가족도, 향락으로도 채울 수 없었어요. 비록, 연우가 자신만 보면 발정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유신은 연우의 마음을 받을 순 없었지만, 연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연우를 자신에 집에 데리고 삽니다. 명품을 입혀가면서요.

그러다가 아주 작은 조약돌이 이 미묘한 관계에 던져집니다. 연우는 팀 내 인턴 수인의 저돌적 요구에 전복(?) 당해, '질투 유발 대작전'에 투입되죠. 수인의 남자친구를 도발하기 위해, 수인과 호텔에 가고, 수인의 전화를 대신 받아 으름장도 놓습니다. 굴곡 많은 수인의 연애사에 상담사가 되어주기도 해요. 문제는 그 장면을 모두 목격한 유신이 매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죠. 유신은 영인의 우선순위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영인이 원하는 대로 섹스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다릅니다.

처음부터 순서를 지키며 시작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연우와 유신은 모든 게 뒤죽박죽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길을 찾아가요. 그건,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고, 멋있거나 단호하진 않습니다. 질질, 질척, 우발적이고 즉흥적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게 찐친의 러브 라이프가 아닌가 싶어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미지메이킹 하며,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 바라면서도, 찐친에게만은 긴장감 0의 아메바가 되고 마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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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9화 + 외전 1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정민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신을 도와준 이룸을 좋아하게 됐고, 이후 우연히 술 취한 이룸의 실수로 얼떨결에 뜨밤을 보냈다. 그리고, 정민은 짝사랑 상대 이룸과 섹파라는 애매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룸과 섹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씁쓸한 길,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가 정민의 몸의 손을 대자 오색빛깔 산호가 피어나고, 그는 그 산호를 떼어먹었다. 그는 학교 선배 사로였다. 그 후, 정민은 사로 제안에 요상한 아르바이트도 시작한다.

승: 사로의 일족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고, 부득불 타인의 감정으로 피어난 산호를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순수한 감정으로 피어난 산호는 맛있지만 희귀했기에, 사로는 맛없는 산호를 먹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후배 정민은, 산호를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순수하고 맛있는 '짝사랑'의 감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로는 정민에게 맛있는 산호를 얻어 내기 위해 알바를 제안한다.

전: 이룸은 정민의 마음을 알고 정민에게 독점욕도 느끼지만, 금기를 넘을 용기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로의 계략에 말려 여자친구를 사귀고, 그 모습을 본 정민은 크게 상처 입는다. 짝사랑에 힘겨운 정민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사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반면, 정민이 가진 이룸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의 감정을 지켜본 사로는, 정민을 사랑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서, 사로는 일족의 저주를 풀기 위해 어머니를 만나고, 진짜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다.

결: 한편, 사로의 계략을 알게 된 이룸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민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정민에 대한 이룸의 집착은 나날이 심해진다. 한편, 사로는 정민을 이룸에게서 구하겠다며 정민을 감금한다. 하지만, 비극적인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사로는 정민을 놓아 준다. 이룸은 사로의 집을 나오는 정민을 보고 흥분해 도로로 밀치고, 그 순간 사로는 정민을 구하고 대신 죽는다. 그때 용왕이 나타나 사로의 저주를 풀어준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감정의 맛

욕구의 종류는 많지만, 결국 그 본질은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때론 서로 간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제일 범용적으로 쓰이는 욕구가 식욕! 바로 맛!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BL에서도 제법 많은 맛집들이 존재하지요~ 집착광공은 매운맛, 대형견공은 달달구리, 쌍방구원물 속 공수는 쓰지만 중독성 짙은 에스프레소가 연상되기도 해요. 여기 감정을 느끼고, 보고, 맛보는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어가 아닌 방법으로 정보를 얻는 초능력자들을 많습니다. 문자를 읽는 향현사나, 이미지를 읽는 사이코메트리스트, 타인의 감정에 동화할 수 있거나 이세계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신력을 지닌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 능력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소재가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진의'를 알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간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맛보는' 초능력까지 등장했습니다. 두둥! 저는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런데, 이 능력... 정말 보통 사람보다 우월한 걸까요? 물론, 웹툰 속에서 사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민의 감정을 맛본 덕분에, 능수능란하게 이룸과 정민 사이를 이간질 하긴 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산호를 먹지 않으면 죽으니까 손해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애당초 이 능력은 용왕의 산호 정원을 망친 죄로 내려진 벌이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로는 999년을 산 예비 용이었어요. 하지만, 거사를 1년 앞둔 검은 뱀은, 용왕의 산호 정원을 가꾸는 아름다운 정원사에게 첫눈에 반하죠. 하지만, 정원사는 사로를 거절했고, 분노한 사로는 정원 깊숙이 숨겨진 진주를 훔쳐 먹습니다. 불행히도, 그 진주는 가장 순수한 사랑을 모아 만들어진 보옥이었고, 엇나간 연심으로 가득 찬 사로에게 그 결정체는 독이었어요. 용왕은 꾀씸한 뱀에게 벌을 내리려 하지만, 그때 정원사가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뱀의 죄를 함께 지기를 청합니다. 그 모습을 갸륵하게 본 용왕은, 진정한 사랑을 깨우치게 되면 저주를 풀어주겠노라 선처를 베풀어, 두 존재를 인간 세계로 떨굽니다.

사로의 일족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있기에, 타인의 감정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저주의 실체는 '사랑하면 미치는 저주'였어요. 수없이 반복되는 윤회 속에서, 사로는 환생한 정원사를 만나고 필연인 듯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집착과 광기로 인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 미쳐 환생한 정원사를 죽이고 맙니다. 이번 생에 정민으로 환생한 정원사 역시 또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물론, 결말은 달랐지만 말이에요.

'산호가 피는 소리'에 재미있는 설정 중 하나는, 역시 '맛'인데요. 집착, 독점욕, 질투 같은 악의적 감정들은 흔히 독처럼 묘사되잖아요. 하지만, '산호가 피는 소리'에서 맛은, 순수할수록 좋습니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꾸미지 않을수록 맛있다는 거죠. 사로는 이룸의 독점욕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상처 입은 정민의 감정은 맛난 아이스크림이 돼요. 부산물이 뒤섞이지 않은 질 좋은 재료들은, 밀폐용기에 잘 보관되어 훌륭한 음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맛없는 음식도 있습니다. 바로 거짓이 섞인 감정이요. 상대방을 위해 인내하고 희생하는 사랑,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한 위로, 이런 것들은 맛이 없습니다. 신선하죠? 단순한 욕구보다 고차원적인, 흔히 어른스럽고 성숙하다고 불리는 감정들인데 말이에요. 하지만, 결국 이런 감정들은 이기심, 사랑받고 싶은 욕구, 혹은 미움이나 슬픔 따위의 '진짜' 감정에, 불순물을 잔뜩 첨가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짝퉁이라는 거죠.

사로는 정민을 만나기 전, 그 맛없는 산호들만 먹으며 살고 있었어요. 불순물들이란, 결국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해 생긴 것들일 테니, 자의든 타의든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을 거예요. '우리'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맛 좋은 산호를 먹기는 힘들었겠죠. 그러다 순수한 짝사랑의 산호를 퐁퐁 내뿜는 정민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날 사로가 맛본 정민의 산호는, 냉동 닭 가슴살만 삶아 먹다 튀긴 치킨을 먹었을 때만큼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사로는 말도 안 되는 알바를 제안하고, 뒷수작을 부려 정민을 곁에 붙들어 놓죠. 포기할 수 없는, 한 번 맛본, 그 환상적인 맛 때문에...

 

그러다 사로는 정민의 그 순수한 애정을 먹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길 원하게 됐죠. 오랜 짝사랑에 지친 정민은, 마음속에서 이룸을 끊어 내고 싶어졌고요. 결국, 사로와 정민은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해요. 물론, 그전에 먼저 사로의 저주를 풀어야 했어요. 두 사람은 사로의 어머니를 만나 저주의 진실을 듣게 됩니다. 한편, 부쩍 가까워진 사로와 정민을 보는 이룸의 질투는 한계에 다다릅니다. 결국, 이룸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민에게 고백합니다. 동시에, 사로의 뒷공작(?)이 들키면서, 정민은 사로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이룸을 선택합니다. 이후, 장르는 급 피폐물의 길을 걷게 되죠.

마무리는 좀 아쉬웠습니다. 폭행, 감금, 탈출, 사고, 깨달음...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느린 템포로 섬세하게 다루던 초중반과 다르게, 후반부는 대형 사건들이 몰아칩니다. 물론, 빠른 템포가 긴장감을 고조시킬 때도 있지만, 인물의 심리 중심이던 '산호가 피는 소리'가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 중심으로 급변하는 모양새다 보니... 전 좀 잉?했어요. 지리멸렬한 몇 갑절의 시간 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주의 굴레가, 너무 툭 끊어진 느낌이랄까요. 사로가 정민을 위해 희생하는 건 그렇다 쳐도, 사로가 정민을 죽이지 않고 이룸에게 보내주는 장면은 이해가 안 갔어요. 과거의 사로와 현재의 사로가 반대의 결정을 하는, 엄청나게 위대하고 핵심적인 심리 변화가 빠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공들인 밑 작업의 마지막 화룡점정이 초큼 부족한 것 같은... 이어지는 외전에서 용왕이 등장해 과거 스토리의 여백을 메꿔주고, 서툰 사로와 정민의 연애 분투기가 본편에서 중단된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보충해 주긴 하지만, 저의 갈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죠. 그래도, 이제는 사로와 정민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ㅠ.ㅜ 미련 많은 이 여자의 아쉬움은, 정민의 귀욤 귀욤 짤로 달래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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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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