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6.12.20

분량: 본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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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악이 떠오르면 무엇이 가라앉을까요?"

데라가 물었다. 간단한 질문에 반해 내 고민은 길었다.

"글쎄요. 선입니까."

"틀렸어요."

데라는 접시 위의 부스러기를 모아 포크에 조심스럽게 올려 두었다. 그리고 포크를 집어 마지막 한 입을 먹었다. 빈 접시에 재를 턴다.

"그 악을 붙들고 있던 더 큰 악이 가라앉아요."

"시소처럼요?"

"맞아요."

"데라씨가 가라앉힌 건 어떤 악이었는데요?"

나는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방해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point 2 줄거리

기: 댈러웨이 북숍에 일하는 리엘 위스덤은 총에 맞은 마피아, 유피테르 마르첼리노를 구해준다. 그 후, 유피테르는 매일 리엘의 책방에서 책을 사고, 100일이 되던 날 데이트 신청을 한다. 리엘은 게이가 아니라며 거절하지만, 유피테르의 설득에 결국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리엘은 유피테르의 절친 메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레드 테이블'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당한다.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도망치던 중 운전사에게 테러도 당했다.

승: 리엘이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리엘은 병원을 나가자고 요청하고, 유피테르는 리엘과 함께 그린베리의 별장에 숨으려 한다. 그런데 중간 정착지 랑데뷰 모텔에서 '그' 리무진 운전사에게 다시 공격당하고, 빈스 빌리지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두 사람은 공격 배후로 최종 5명의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그들의 공통분모인 포르네이아 클럽에 다다르게 된다. 6번째 회원인 '케인'을 포함한, 그들은 유피테르의 '고객'이었다.

전: 케인은 그 5명을 경계하라는 문자와 만월단 기부 명단을 보내기도 했었다. 한편, 유피테르는 리엘을 어머니 데라의 집에 데려가고, 뒤뜰에 마련된 아버지의 묘소도 보여준다. 유피테르의 아버지는 '그리스인'이라 불리는 유명인이었고, 평생 어머니를 괴롭힌 악인으로 아들에 손에 의해 죽었다고 말한다. 리엘은 당황한다. 사실, 리엘은 '그리스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댈러웨이 작전'에 투입된 경찰, 카샬 플랫 경위였기 때문이다.

결: 카샬은 유피테르의 어머니 데라와 다과를 하며 스몰톡하다, 그녀가 진짜 그리스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카샬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집을 나와, 자신에게 살인청부를 시키고, 댈러웨이 작전에 투입 시킨 상사이자 은사인 시장을 찾아간다. 그는 강력계를 복귀를 희망하는 카샬을 손쉽게 이용한, 포르네이아의 케인이었다. 카샬은 그리스인은 죽었다고 보고하고, 강력계가 아닌 자료 보관소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으로 유피테르가 찾아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정의로운 범죄자(?)

'드레스드 투 킬' SUMMARY MEMO를 작성하면서, 문득 과거 리뷰한 리다조님의 '적신'이 떠올라 찾아 봤더니, 내용이 복붙한 것같아 놀랐습니다. 둘 다 요점은 '아쉬운 소설'이라는 거였어요. 전개 디테일도 강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있는 스릴러지만, 한편으로 '스릴러'라는 약점에 퐁 빠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스릴러의 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인데, 그 부분이 아킬레스예요. 어쩌면, 단편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의 축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부정의한 공권력인 시장 토니 트랑블리와 경찰 카샬 플랫!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범죄자 그리스인과 유피테르! 이 두 축이 서로 벼르다 맞부딪치는 24시간, 단 하루의 이야기가 바로 '드레스드 투 킬'입니다. 흥미롭죠? 그래서, 극초반에 시장이 배후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더 큰것 같습니다.

토니 트랑블리 시장은, 오로지 '그리스인'을 잡아 미테라시티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단 하나의 공약으로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어떤 이유로 그리스인의 엉덩이를 핥는 대신 철퇴를 내리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순간! 아... 시장님이 구린 곳이 많아 꼬리 자르기를 하는데, 불쌍한 경찰 하나가 희생되겠구나. 하지만, 다정한 마피아는 모든 걸 알고도 사랑해 주겠지...

그렇게 예상하다 보니, '교수'가 카샬의 작전을 지시한 직속상관이라는 점과, '케인'을 유피테르가 '충직한 개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한 것이 이어져, 못된 놈=시장=교수=케인이 되더라고요.

카샬 플랫은 '정의로운 출신'이지만, '정의를 포기'한 경찰입니다. 카샬의 세 삼촌과 아버지는 '정의' 그 자체예요. 특히, 3명의 삼촌은 정의롭게 공무를 수행하다, 모두 순직합니다. 은퇴한 아버지는 작은 낚싯배를 타며 소박한 노년을 보내고 있고요. 카샬 역시 정의로운 경찰이었습니다. 부인과 자식을 패는, 법무부의 잘난 양반을 두드려 패 전치 8주를 입히기 전엔 말이죠. 카샬은 정의로운 삼촌과 아버지의 명예에 힘입어 퇴출만 간신히 면합니다.

그리고, 지하 창고, 자료 조사실로 보내지죠. 삼촌들과 아버지의 정의는 생명과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임에도, 그것은 권력을 가진 법무부 입김만은 못했어요. 카샬은 그 지하방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정의로운 '기회'는 따윈 없었습니다. 그때, 과거 경찰학교 은사였던 토니 트랑블리가 손을 내밉니다. 카샬은 강력계 복귀라는 유일한 희망으로, 시장에게 해가 되는 범죄자들을 죽여왔습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기억할 수도 없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사람들을요.

물론, 그리스인은 선인이냐? 아닙니다. 그는 '범죄자'예요. 부정 자산을 축적하자 측근들을 모두 처리하고, 작은 어촌마을 미테라시티로 피신 온 도망자였습니다. 하지만, 부를 모으는 재주가 있었던 그리스인은 미테라시티를 향락에 도시로 만듭니다. 미테라시티는 관광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온갖 검은 것들이 몰려들어 타락의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그리스인은 정체를 철저히 비밀에 붙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죠.

그러다 런던의 작은 양로원에서, 그리스인의 충복이라고 밝힌 노인이 실마리 하나를 남기고 죽습니다. 바로, 그리스인이 살아 있으며,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유피테르 마르체리노'라는 것! 당연히, 미테라시티는 유피테르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카샬을 호랑이 굴로 보내게 되죠. 카샬은 이 작전만 성공하면, 드디어 강력계로 갈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애당초 시장이 바라는 것은 '모두' 죽는 것... 아니었을까요?

추측하자면, 포르네이아 클럽의 회원들은 마피아 유피테르에게 돈을 빌렸고, 그중 '케인'도 있었겠죠. 시장은 자신이 케인이라는 것, 케인으로 살았던 이력 모두를 없는 일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카샬을 통해 '범죄자 출신'들은 살해했지만, 문제는 카샬을 통해 처리할 수 없는 이들이었어요. 그러던 중, 유령 같은 그리스인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고, 시장은 그리스인, 유피테르, 아는 것 많은 카샬까지... 한큐에 끝낼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처음엔 카샬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유피테르에게 접근하기 위한 공작에서, 의외로 유피테르가 중상을 입고, 유피테르가 죽으면 그리스인을 찾을 수 없으니, 급해진 카샬은 그를 구해 치료하게 되죠. 그리고, 유피테르가 카샬을 사랑하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매일 잠입 중인 책방을 찾아 되도 않는 플러팅을 날리며 100일간 애정공세를 이어가죠. 시장은 복귀를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 카샬이라는 '패'를, 과감하게 버립니다.

시장은 카샬의 정체를 유피테르에게 알리는 모험을 합니다. 그리고, 암살자들을 카샬에게 보내요. 카샬에게 정신없이 빠져있는 유피테르가 '그리스인'에게 카샬을 데리고 가도록 말이죠.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카샬의 태도였어요. 유피테르는 빌린 만 달러를 변제하기 위해 자신의 열 살짜리 딸을 마음껏 가지고 놀게 해 주겠다는 쓰레기 채무자를 죽입니다. 그리고, '그리스인' 데라는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요.

유피테르는 '돈'을 포기한 채권자이고, 데라는 '약자'를 보호 중인 권력자인 셈이죠. 반면, 카샬은 '복귀'를 포기하지 못해 살인청부업자 노릇을 하고 있었고, 시장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었어요. 선택 받은 '벗어난 자'들로 구성됐다는 '만월단'도, 범죄자를 죽이는 범죄자 집단이기에 '법'의 틀에서 '벗어난 자'들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한 권력에게 충성한다는 점에서 '정의'에서 '벗어난 자'들 일지도 모르겠네요.

카샬은 결국, 다시 지하 창고 자료 조사실로 돌아옵니다. 카샬이 잃은 것은 강력계로 돌아갈 가능성, 얻은 것은 일편단심 사기캐 마피아 애인(후보)였죠. 제 생각엔 카샬에겐 최고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샬 역시 무고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시장을 배신한 것이 '희생적 결단'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의로운 범죄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폭력 무리를 '의적'이라고 부르는데, 의적이 '의적 일'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의로움을 부르짖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소히 큰 정의를 위해 작은 정의는 쉽게 무시하죠. 그런데, 누가 큰 정의와 작은 정의를 나눌 수 있을까요? 큰일 하러 가는 길이니, 배고프면 빼앗고, 저항하면 죽이고, 사기를 위해 강간도 방치하고요. 전리품도 챙기죠.

유피테르의 검은 돈이나 그리스인의 사업들도, 구원자인 경우보다 약탈자의 경우가 많았을 거예요. 평화를 외치는 '악'의 무게가 더 무거울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더 큰 악을 가라앉히기 위해, 악을 물 위에 띄우는 자를 '정의로운 범죄자'라고 긍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늑대를 잡으려면 늑대가 되고, 귀신을 잡으려면 귀신이 돼라.' 하지만, 늑대를 잡은 늑대가, 귀신을 잡은 귀신이, 소임을 마치고 퇴장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늑대고 귀신을뿐이죠.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믿는 늑대와 귀신이라는 점에서, 더 골치가 아파요. 자기 확신만큼 맹신적 신념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리다조님의 최고 화제자 '격발'에 대해 리뷰 할 날이 오겠지만... 리다조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범죄 스릴러를 잘 쓰는 작가님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뚜껑을 열었을 때 짠~하는 결론을 위해 과정을 허술하게 쓰시는데, 리다조님은 정말 디테일이 좋으시거든요. 가령, 이 작품에서도 유피테르와 카샬이 주고받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죠. 정의로운 예수가 범죄자로 죽게 되는 과정을 그린 '십계'라든지요. 고로... 저는 리다조님의 '장편'의 신작을 기다립니다.(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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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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