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01.19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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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씨발 니가 왜 울어, 지금 울고 싶은 건 나인데."

"못 본 사이에 존나, 임포라도 됐냐고, 멀쩡하게 서던 게 왜 요즘은 잠잠한데?"

"야 그건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애새끼같이 보이냐? 내가 왜 애새끼야, 니가 늙은 거지!"

화가 나서 문장도 제대로 못 만들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토해내며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심지어는 자기가 말해 놓고 자기가 반박하며 북 치고 장구 치고 희권의 빰도 쳤다.

희권이 손가락으로 눈가를 닦아 주려고 해도 아랑곳 않고 콧물까지 찔찔거리며 서러움을 토하던 강진은 희권이 무슨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기만 하면 입술을 부닥쳤다.

"일단 진정해 봐, 니가 생각하는 그 이유가 다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눈물 때문에 축축한 입맞춤을 연달아 하다 보니 꼭 강아지 코에 뽀뽀를 한 기분이 들어 희권이 인상을 쓰고 강진을 말리다가 결국 못 참고 강진의 뒤통수를 잡아 누르고 입을 맞췄다.

눈물의 짠맛이 나는 입술을 빨다가 울어서 더 열이 오른 입안을 훑었다. 코를 옆으로 틀어 강진의 혀를 옭아매고 더 깊게 입을 맞추던 희권은 강진이 킁킁거릴 때마다 숨을 쉴 수 있게 쉬어 갔다.

눈물이 좀 멈추고 강진이 킁킁거리는 소리도 줄어들 때가 되어서야 입술을 뗀 희권이 욕을 내뱉으며 신경질적으로 시동을 걸자 옆에서 강진이 딸꾹질을 하며 웅얼거렸다.

"진짜 하고 싶은 게 맞으면, 여기서 하면 되잖아. 이 차 씨발 쓸데없이 시트 존나 잘 젖혀지더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 안 했는데 다 짓무른 눈가를 손등으로 세게 문지르며 약간 부은 입술로 툴툴거리는 강진을 보지 않고 희권이 차를 움직였다.

"나 좁은 거 싫어해."

point 2 줄거리

기: 아이돌 '원사이드'의 비주얼 담당 이강진, 28세 데뷔 7년 차, 루머가 많다. 거친 말투, 까칠한 성격, 속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투명함 때문이다. 국민배우 윤희권, 42세 연예계의 잔뼈가 굵은 제벌 3세, 엔터테인먼트 대주주, 그리고 이혼남, 역시 루머가 많다. 거친 말투, 까칠한 성격, 권위적 태도 때문이다. 둘은 영화<이면> 투톱 주연으로 발탁된다. 과거 한 시사회에서 강진을 보고 팬이 된 희권은, 강진을 놀리는 재미에 빠진다. 물론, 강진 역시 당하지만은 않는다.

승: 희권은 은근히 강진을 챙기지만, 강진은 계속 경계를 풀지 않았다. 사실, 강진은 같은 팀 멤버 태우에게 협박 당하며, 호모포비아 대현을 짝사랑하며, 사생 스토커에게 시달리며, 팬들에게 실력 없다고 비난받으며, 친구 하나 없이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 <이면>의 조연 성민근에게 태우와 같은 이유로 협박 당한다. 이 모습을 본 윤희권은 강진을 취조하고, 눈치 백단인 희권은 백지 같은 강진의 상황을 삽시간에,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한다.

전: 태우와 대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진은 희권과 사귀는 척을 하기로 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희권은 입만 거칠고 마음은 약해 홀로 폭탄을 떠 앉고 사는 강진에게 '진짜로'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다. 강진 역시 든든하고 유능한 보호자(?) 희권을 진심으로 의지하게 된다. 한편, 강진은 성민근이 마약 혐의로 체포되자 함께 휘말리고, 때마침 성민근의 복수 계획까지 알게 되자, 희권에게 피해 갈 것이 두려워 그를 피한다.

결: 희권은 강진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하고, 한차례 홍역을 치른 강진과 희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연이어 터진 사건으로 곧 위기를 맡는다. 희권의 이혼 사유에 대한 제보가 터지고, 강진의 스토커를 찾은 희권이 그를 폭행한다. 동시에, 성민근은 강진에게 마약을 주사하고 스폰서에게 넘기려 하다, 희권에 의해 미수로 끝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진실을 밝혀내고, 가해자에게 그들 식의 응당한 처분을 내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대현

연예계물이 보고 싶었습니다. 오글오글, 꼴갑꼴갑, 꽁냥꽁냥한 걸로 말이죠. 마침 리디북스에서 대체공X휴일수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 뒤적뒤적 거리는데, 연예계물이 2편 있더라고요. 한편은 대배우와 아이돌 출신 하룻강아지의 티키타카 개그물, 다른 한편은 대배우와 매니저의 시리어스 버스물이었어요. 저는 저의 니즈에 맞게, 전자를 골랐죠. 하지만... 형사도, 탐정도, 의문의 살인사건도 발생하지 않지만, 이건 분명히 추리물이었습니다. 반전을 거듭하는...

'오프 더 레코드'는 제목처럼, 화려한 연예계 이면에 암암리 행해지는 스폰서 브로커, 사생 테러, 성 상납, 마약, 거액의 위약금과 폭력적 추심, 계약 결혼, 언론 플레이 등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밝고 맑은 소재는 아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 더 레코드'는 개그 코드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작위적인 오버액션이 아니라, 욕쟁이 공수의 입담 때문이에요. 어느 리뷰어는 정진이 28살이 아니라 18살 같다고 하셨는데, 28살에 떼쟁이를 적잖게 봐 온 저로서는, 꾀나 현실감 있었어요.

정진은 매우 잘 생겼습니다. 그래서 길거리 캐스팅되고, 곧 데뷔를 하죠. '원 사이드'는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훈련받은 멤버들로 만든 그룹인데, 비주얼이 부족하다는 사장님의 판단에 급하게 정진이 합류된 거였어요. 여기에 정진의 잘못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얽히고 설킨 혐오는, 바로 이 시점부터 시작돼요. 대현에게 '원 사이드'는 무명 작곡가의 곡을 사고, 스폰서에게 성 상납을 하며 브로커 역할까지하더라도, 반드시 이루어야 할 절대적 목표였기 때문이죠.

그런 대현에게 정진은 미운 오리였어요. 대현은 모든 감정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정진의 마음을 알고도 노골적으로 냉대하죠. 정진 앞에서 호모포비아라며, 호모들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아요. 그러다, 결정적 사건이 터집니다. 몸이 헐도록 성 상납을 해도 얻을 수 없었던 스폰서가, 정진을 원하죠. 또 다른 브로커 성민근은 정진을 그 스폰서에게 바치려 하고, 대현은 분노를 느껴요. 아무것도 안 하고 다 가진 정진... 그 정진을 몰락시키려고 합니다.

정진은 애당초 대현 이외에 소속사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했어요. 노래도 춤도 못 하면서 얼굴 하나로 데뷔했고, 연습생 기간이 없었으니 유대감도 없었죠. 게다가 입은 걸걸해서, 쉽게 오해를 사고 루머에 시달렸어요. 하지만, 정진은 배우로서 돈을 벌어주는 오리였기에, 재계약을 하면서도 그냥 방치해요. 정진이 친구가 있었다면 부당함을 알았겠지만, 갑자기 데뷔한 정진에게 연예계 안이나 밖에나 친구가 있을 리가 없었죠.

대현의 분노와 소속사의 무관심 속에서 정진은 고립됩니다. 대현은 같은 그룹 멤버 태우에게 마약과 돈을 주겠다며, 정진에게 마약을 먹이고 섹스 사진을 찍어오라고 합니다. 이걸로 정진을 묻어버리려 하지만, 때마침 터진 같은 그룹 멤버의 대형 사건으로 적기를 놓쳐버립니다. 태우는 약속된 마약과 돈을 받지 못한 대신, 이 사진으로 정진에게 성 상납을 받아요. 호모라는게 밝혀져 대현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정진은, 태우와 끔찍한 관계를 거부하지 못하죠.

대현은 스토커도 고용합니다. 무려 정진의 전 남자친구이자 전 과외 선생님! 처음이자 마지막 애인이었어요. 왜냐면, 그 이후 정진은 연애에 치를 떨게 됐으니까요. 명문대 공대 출신인 그의 전 남자친구는, 머리도 나쁜 주제에 혜성처럼 데뷔해 인기를 얻고 있는 정진이 못마땅했어요. 너 따위가!!! 하고 있을 때 대현이 손을 내밀고, 온갖 난잡한 짓거리부터 불법 도청과 촬영, 심지어 고양이 시체를 정진의 침대 위에 두기도 해요. 나중엔 희권에게 까지 손을 뻗치죠.

데뷔했단 죄로, 정진은 눈 먼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 정진의 인생에 희권이 나타나요. '오프 더 레코드'가 할리킹이 아닌 이유는, 희권이 재벌3세에 머리 좋은 대배우라도, 희권 역시 연예인이기 때문이에요. 그 한계를 넘을 수 없었죠. 하지만, 일찍히 연예계의 더러운 일면에 직면하고 아끼던 동생의 자살까지 봐야 했기에, 희권은 더 예민하게 주위를 살피며 힘을 키워왔어요. 이미 '경험'해 봤다. 정진과 희권의 결정적 차이는 그곳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진실이 무엇인지, 심지어 범죄인지 아닌지, 누가 죽거나 다치거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게 얼마나 자극적이고, 구미에 맞게 각색할 수 있는지, 언제 터트릴 때 가장 효과적인지가 중요했어요. 그래서, 사파리 같은 연예계에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이슈 전문가들입니다. 희생자는 이슈 전문가라고 착각한 장기말이거나, 이슈 전문가에게 버림 받은 장기말들 뿐이었죠. 물론, 이슈 전문가에게 사랑 받은 장기말은 아니구요!

'노칼라' 리뷰 할 때도 언급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것을 쉽게 얻은 사람에게 일종의 분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악의가 없고,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내가 힘들게 극복한 것은 너도 힘들게 극복해야 공평하다고 여겨요. 자신의 비난은 정당하다고 생각하죠. 물론, 저도 그렇고요. 다만, 그 분노의 기원이 나의 자격지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내가 좋은 기회를 얻게 되면, 그건 나의 공덕이라고 정당화하거든요.

대현은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잡아 먹고 잡아먹히는 야생에서, 나만 사냥의 대가를 치르는 것 같겠죠. 누군가는 스폰서에게 지목되고, 망가지고, 진탕 속에 살아야 해요. 그렇다면 그 대상은 팀을 띄우겠다고 검은 일도 마다치 않고, 연습생 시절부터 노력하고 인내해 온 내가 아니라, 손쉽게 기회를 잡은 정진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정진은 또 '우연히' 희권을 만나 보호와 애정을 받죠. 누구는 기회를 얻고, 누구는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실체 없는 분노가 망치는 것은,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뿐이라는 거예요. 구원의 기회는 인간 한정이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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