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올렛

출간일: 2021.03.2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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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재판 결과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꼭 제 고통이 2년짜리라는 통보 같아서 속상했어요. 저는 그런 기억이 고작 2년만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거든요. 어쩌면 평생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다니다가 중요한 순간 저를 약하게 만들 거라는 것도."

역시 자신의 인생은 극적인 해피엔딩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자조 어린 생각도 했다. 정헌에게도 말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아니 정헌이라서 말하지 못했다. 이단보다 더 마음이 아파하고 걱정할 테니까.

"처벌이 약해서 또 여러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그 사람한테 사형이 나왔다고 해서 제가 마법처럼 행복해지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 말은...... 판사님 입에서 나온 숫자는 감히 누군가가 겪은 고통의 수치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단이 재판정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겪은 사건들이 없는 일이 되는 게 아닌듯이, 그 냉엄한 숫자는 고통의 유통기한이 될 수 없었다. 누구도 평가하고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는 또 판결문에 어떤 숫자가 적히든 상관없이 마음껏 슬퍼하다가 다시 행복해지려고 해요. 어쨌든 저는 싸웠잖아요. 아니 설령 싸우지 않았더라도......"

호박빛 조명이 비친 눈이 안쪽에서부터 조용히 빛났다. 작지만 분명한 빛이었다.

"제 삶은 여기 그대로 있고 저는 살아 있어요. 늘 바라 왔던 대로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요. 저는 상처를 입은 거지 죄를 지은 게 아니니까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과거를 끊임없이 곱씹고 후회하며 불행해져야 할 사람은 이단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자 지원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혼자 말을 늘어놓은 것이 부끄럽고 머쓱해져서 뒷덜미를 어루만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

point 2 줄거리

기: 빨간 카디건에 싸여 버려졌기에, 이름이 단(붉을 단)이 된 이단(열성 오메가)! 예쁜 얼굴과 다소곳한 성격으로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이였지만, 3번이나 파양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첫 번째는 양부모의 이혼, 두 번째는 양부모의 사망, 세 번째는 성폭행 하려는 이부형 때문에 가출... 결국 17살부터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단은 22살이 된 지금까지 자신을 '줍는'이들의 손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도 해주는 대우도 똑같았다.

승: 그날도 단은 하룻밤 잠자리를 구걸하기 위해 폭력을 견디려 하고 있었다. 일하던 슈퍼에서 도둑으로 몰려 쫓겨나고, 연인이 다른 이를 데려오면서 지내던 곳에서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 정헌(극우성 알파)이 나타나 단을 구하고 '주워' 준다. 좋은 집, 포근한 잠자리, 따뜻한 식사... 하지만, 정헌은 단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숙식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몸을 내주려는 단을 되려 밀어냈다.

전: 정헌은 단에게 얼마든지 집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말하며, '대가'없는 호의를 한결같이 베푼다. 단은 주제넘은 줄 알면서도 그런 정헌을 점점 좋아하게 되고, 정헌의 마음에 들고 싶어졌다. 단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월급을 받아 정헌의 선물을 살 희망에 부푼다. 단이 알바를 시작한 햄버거 가게 지점장과 동료들은 단에게 친근하게 대했고, 단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부지점장이 본심이 드러내면서, 단은 위기에 빠진다.

결: 하지만, 단은 달라졌다. 부지점에게 저항했고, 정헌은 그후 부지점장을 고소한다. 정헌은 2년 전 단과 우연히 만나 한눈에 반했고, 단의 히트에 휘말려 각인도 되지만,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단을 잡지 못했다. 그 후 간신히 단과 재회하자, 집으로 데려와 귀하게 여겨주었던 것이다. 단과 정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쌍방 각인 후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한편, 부지점장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고, 제대로 파멸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쌍방'성장'물

'스위트 낫 슈가'의 단을 보면서, '뉴욕뉴욕'의 멜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최악의 환경을 타고나 몸을 팔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헌신적인 모습이 단과 멜이 참 많이 닮아 있었어요. 게다가, 예쁜 얼굴과 순한 성격,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도덕을 지키는 모습까지도요. 심지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동정하는 모습까지도 너무 비슷했습니다. 참고로, 마리모 라가와님의 '뉴욕뉴욕'의 저의 인생작 중 하나랍니다. 갓띵작이죠!

반면, '스위트 낫 슈가'의 정헌과 '뉴욕뉴욕'의 케인은 완전 반대였어요. 정헌과 케인 모두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모범적인 부모님께 교육받죠. 다만, 정헌은 그대로 자랐고, 케인은 반대의 길을 갑니다. 물론, 오메가버스와 뉴욕이라는 배경차도 있지만, 감정적 혼란 상태에서 정헌은 인내하고 자제하지만 케인은 일탈했다는 점에서 캐릭터차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스위트 낫 슈가'는 쌍방성장물, '뉴욕뉴욕'은 쌍방구원물로 느껴집니다.

재벌공을 만나 자낮수가 호강하는 건 할리킹입니다. 공은 수에게 큰 부를 쥐여 주며, 출구 따윈 없었던 환경의 굴레를 손쉽게 정리해 줘요. 정헌이 단에게 누명을 씌운 슈퍼에서 못 받은 월급을 받아주거나 단을 죽이려고 하는 부지점장을 뭉게버리는 것, 그리고 최상의 의식주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재벌공'처럼 보여요. 하지만, 단이 정헌을 만나 '행복'해졌다면, 정헌이 단을 만나 '생명'을 잃지 않게 됐으니, 정헌이 얻은 것이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스위트 낫 슈거'는 공수는 서로에게 '성장의 계기'가 되어 줘요. '구원'보다는 말이죠. 정헌을 만난 후, 단의 가장 큰 변화는 '자존감'이 생긴거예요. 단은 몸을 파는 일이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잠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주워달라고 해야 했지만, 처지는 건 핑계고, 자신은 올바르게 살지 못한 한심한 사람이라 여기죠. 단은 더럽게 살기를 선택한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는, 자신이 치러야 할 죗값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부지점장에게 저항하는 단은 "당신에겐 나를 만지 권리가 없다!"고 외쳐요. 그리고, 지원에게 "자신은 상처 입은 거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하죠. 정헌은 단을 존중해줬고. 단은 정헌이 존중해 준 사람을 자신도 존중하려 합니다. 물론, 정헌이 알 밖에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알을 깨고 나온 건 분명 단의 의지라고 볼 수 있어요.

정헌 역시 마찬가지예요. 청교도인가? 의심하게 만드는 이 남자, 정헌은 단에 대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합니다. 독점욕, 집착 같은 폭력적 감정들은 몽실몽실한 사랑의 감정과는 다른 각인의 증거였으니까요.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이고, 정헌이 단에 대한 감정을 갈무리했을 때부터 정헌은 단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정헌은 2년간, 각인된 오메가를 곁에 두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했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요.

그래서, 정헌은 단과 재회한 후, 정말 조심합니다. 각인으로 인한 강한 욕구에, 사랑이라는 고삐를 채워 두죠. 단을 귀하게 여기며, 모든 걸 가진 정헌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단에게 한껏 몸을 낮춰요. 그러느라 '사랑하는 일'을 피합니다. '지키는 일'만 열심히 하죠. 단은 그런 지헌에게 파렴치해질 것을 요구합니다. 그건 단을 상처 입힐 수도 있지만,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었거든요. 참는 익숙한 것에서, 참지 않은 필요한 것으로, 정헌은 용기를 냅니다.

결정적으로 정헌과 단은 '구원'이라는 말을 쓰기엔, 너무 바른 사람들이었어요. 늙은이 같은 소리지만, 정헌을 보면 '그 부모에 그 자식' '자식 교육 참 잘 했네!'같은 말이 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할 수 있었는데 못 해준 일은 미안해하고,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못하는 건 당연하다며 타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타고난 환경이며, 그건 선택도 노력도 아닌 감사해야 할 행운이라고 여겨요.

단은 거의 기적 수준입니다. 단은 빨간 카디건과 함께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카디건을 주고 한 겨울, 온 길을 뒤돌아 갔을 어머니가 추웠을 거라고 말해요. 정헌의 돈이 많은 줄 알아도, 그 돈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삶을 살았어도, 도둑질은 커녕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적도 없었죠.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만 손해 보는 선택을 해왔어요.

자존감의 무게와 상관없이 두 사람은 자기 철학과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들이죠.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이모 미소를 짓게 됩니다. 기특하다. 기특하다. 하면서 보게 돼요. 너무나 경건한 작품이라, 19금이고 절륜공과 경험 많은 오메가수가 등장하는, 심지어 러트. 노팅, 히트가 모두 나옴에도!!! 왜 이렇게 건전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지나친 배려심 때문에 늘어지는 삽질 구간도 있습니다.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 중심이에요.

저는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기승전결이 스펙터클하지 않아도,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은 없어도, 흐뭇하게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밀당을 좋아하신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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