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너굴스토리

출간일: 2019.08.0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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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주명운이 내미는 술잔을 받으며 남청인은 행복하게 웃었다. 해맑은 얼굴로 칵테일을 마시던 남청인은 전 애인과 눈이 마주쳤다. 의외로 얼마 전 바람을 피웠으면서 되려 엉뚱하게 화내던 전 애인의 경악에 찬 얼굴은 남청인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후련하리라 생각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청인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받는다는 감각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주명운과 주고받는 질량이 남청인을 채워 다른 감정은 들어올 자리가 부족했다. 남청인은 행복했다.

"난 형을 만나서 정말 좋아."

주명운도 남청인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

point 2 줄거리

기: 남청인, 27세, 수려한 외모를 가진 유능한 직장인이자 게이바 헤로스 정의 단골! 청인은 많은 찌질이들에게 새 삶을 열어 줬지만, 헌신적인 연애 패턴과 넓은 오지랖으로 처참하게 차이기 일쑤다. 청인의 전 연인들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고 청인에게 고마워하긴커녕 청인을 무시한다. 하지만, 청인은 그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준다.

승: 그러던 어느 날 하이패션을 구사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주명운이 바 헤로스 정에 나타난다. 헤로스 정 게이들은 그런 주명운을 비웃지만, 제 버릇 남 못 준 청인은 또 주명운을 변신시켜 준다. 때 빼고 광낸 주명운은 그야말로 역작이었다. 그 후 친해진 청인과 명운은 함께 술을 하시고, 명운은 헤로스에 첫사랑을 만나러 온 거라고 말한다. 청인은 첫사랑에 대해 말하는 명운이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해서, 명운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부러워졌다.

전: 결국 과음까지 한 청인은 명운에게 부축받으며 호텔로 간다. 그리고, 선물도 하나 받게 되는데... 그것은 남사스러운 여성 란제리였다. 청인은 당황하지만, 명운은 돌연 저급한 말을 내뱉으며 청인을 침대 위로 몰아붙인다. 그리고, 청인이 자신이 찾던 바로 그 첫사랑이라고 고백한다. 과거 명운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이복동생과 칼부림을 하고, 등이 찔리는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비는 내리는 길거리에 쓰러진 명운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으니, 남청인이었다.

결: 남청인은 누가 봐도 수상한 명운을 집으로 데리고 와 치료해 준다. 이후, 아버지와 이복동생의 장례를 마친 명운은 자신을 구해준 파란 우산의 남자를 찾는다. 그리고, 남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면 알수록, 남청인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어느덧 명운에게 청인은 설렘으로 스며들었고, 삭막한 명운의 인생에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명운은 청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를 가질 계획을 세운다. 물론, 청인의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복수도 잊지 않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호인 아닌 호구의 임자!

남청인은 호인이 아니라 호구였다. 남들 좋은 일은 잔뜩 해 주고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데 연애를 포기 못 해 짧은 간격으로 여럿을 사귀니 좋은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갈수록 평가는 박해졌다. 뒤에서는 남청인을 조금만 잘해 주면 무료로 꾸며 주는 부티크 취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남청인이 제가 차일 때까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점이었다. 애정 결핍 기미까지 있었다. (......) 즉 남청인의 애정 결핍은 그 본래의 성격과 갈수록 나빠지는 주변 환경의 굴레였다.

주명운의 남청인에 대한 평가... 지나치게 냉혹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좋은 사람에게 좋음 삶, 나쁜 사람에게 나쁜 삶이 배정되면 좋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 그 반대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요.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서 10번 약속을 어긴 청인의 전 남친은, 한 번 약속을 어긴 청인에게 대노하며 이별을 통보합니다. 본인이 어긴 10번의 약속을 떠올리지 못하는가? 그때 명운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역지사지할 수 있었다면, 애당초 10번이나 약속을 어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오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상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면, 참~~~ 난감합니다. 물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저도 매일 받던 배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곤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그것이 누군가의 선의였음을 쉽게 잊게 해요. 그래서 관계는 빛바래지 않도록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인이 전 남자친구들에게 받는 대우가 너무 어이없고 화나긴 하지만, 현실감이 없진 않아요. 우유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죠. 청인이 " 자기가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주제에 염치도 없기는! 나 아니었음 바람은 고사하고 동정사 할 찌질이가 은혜도 모르고 무슨 주제넘은 소리야?"라고 제대로 대거리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청인은 부당한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고, 익숙한 오류란 스스로 벗어나기가 참 힘들어요.

그리하여 요정 대모님의 봄엔 음험한 악인이 필요합니다! 더티톡크와 변태적 호기심이 가득한 두목님 말입니다. 가족들에게조차 칼 맞을 걱정을 해야 하는, 검은 세계의 주인! 그래서 주명운은 냉정한 시선으로 청인을 볼 수 있었죠. 청인의 오지랖, 외로움, 그리고 조건 없는 선의 말이에요. 청인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전 남친들은 청인이 준 호의에 취해, 청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보내 못하고 있었던 거죠. 명운은 청인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청인은 명운의 생각에 한치 엇나감 없이 움직였습니다. 피 흘리는 거구의 남자를 기꺼이 도왔던 청인은, 게이바에 창의적(?) 추리닝을 입고 등장한 명운을 당연히 돕습니다. 비웃지도 않고,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헤어스타일, 렌즈를 맞춰주죠. 그리고 청인의 주변인들도 명운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청인을 습관처럼 조롱하고, 청인이 변신시켜 준 명운에게 추파를 던지고, 청인과 명운이 그림 같은 연인이 되자 질투심에 청인을 짓밟으려 해요.

그리고, 명운은 그 계획대로 연인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정의의 사도가 됩니다. 여장조차 명운의 취향이라면 맞춰보겠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연인에게, 마땅한 대우였죠. 그래서, 청인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을 계획한 쓰레기 전 남친과 그의 친구들은, 명운에 의해 합당한 대가를 받습니다. 비로서,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 사이다가 터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는 산 줄도 몰랐던 책입니다. 분량과 가격을 봤을 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포인트가 있었거나 이벤트 조건을 맞추는데 다소 금액이 부족했던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그래도 5만자 미만의 책을 자의로 잘 하진 않거든요. 잊고 있다가 우연히 본 작품치고,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작위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독특한 인물들과 권선징악, 고진감래 클리셰 모두 좋아합니다. 의외로 횡재한 기분도 드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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