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9.01.04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남자들의 성기가 입안과 배 속을 후비고 그들의 손이 재경의 유두며 성기를 장난감처럼 주무르는 동안, 재경의 눈동자는 열심히 굴러가며 방안을 훑었다. 거의 생존본능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방에는 시계가 없었다. 시간제한도, 단서도 없었다. 그저 벽에 걸린 합성사진과 지독한 약품냄새가 전부였다. 재경은 그저 그를 범하는 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죽을 것 같은 기분과 죽고 싶은 기분 사이에서 헤매었다. 동창들은 죄다 미쳐버린 것 같았고, 지금 그들이 재경을 범하고 있는 것은 이 방을 탈출하는 것과는 완전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재경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4명의 동창들이 있었다. 두루두루 원만했던 송우진, 반장 이준환, 체대를 다닌다는 김태우와 정영호, 모두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밀실에 갇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눈을 뜬 재경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타이머와 방의 구조를 보고 방탈출 게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힌트를 찾기 시작한다. 그때 재경은 자신의 주머니에 든 백신을 발견하고, 혼자 마신다.

 

승: 한편, 4명의 동창들은 본인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그리고, 재경이 섹스 토이에 농락당하는 사진이 추가로 발견되자, 탈출을 명분으로 재경을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든다. 재경은 격렬히 거부하지만 중과부적이었고, 그 고통의 시간이 끝나자 탈출구는 개방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또 다른 방이었다. 그곳은 더 노골적인 퇴폐의 장소였고, 이미 광기 어린 4명의 동창들은 앞다퉈 재경을 유린한다.

 

전: 두 번째 방의 미션이 끝나자 또다시 탈출구가 개방되고, 그들은 세 번째 방에 도착한다. 두 개의 방에서 미미했던 약품 냄새가 심하게 진동했다. 순간, 재경은 Poison이라는 표시, 자신만 먹은 백신을 떠올리고, 4명의 동창을 미치게 한 것이 이 냄새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약품에 강하게 노출된 4명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고 재경은 강간한다. 그때 3번째 방의 탈출구가 열리며 들어온 누군가는 강간 당하고 있는 재경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웃으며...

 

결: 그는 고등학교 학폭 피해자 김건우였다. 재경은 건우를 때리거나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집단 폭행 당하는 건우의 사진을, 지금의 건우처럼 찍은 적 있었다. 건우는 웃으며 자신의 사진을 찍는 재경을 보며 꼴렸고, 재경을 위해(?) 방탈출 게임을 계획한 것이었다. 건우는 강간 당하는 재경의 입에 키스하며 알약을 밀어 넣는다. 재경은 정신을 잃고, 건우의 집에서 깨어난다. 건우는 참아 온 욕구는 재경에게 무참히 푼다. 그리고, 그곳은 탈출이 불가능한 방이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에 비해, 점점 싱거워지는...

 

 

하드코어물에 대해 리뷰하면서, '하드코어'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클리셰가 있지만, 결국 비일상, 비상식, 초자극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하드코어라고 불리는 걸 거예요. 확실히 하드코어를 무난한 장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마크다운 백포백에서 하드코어 작품들의 등장 빈도가 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놀랍습니다. 사실, 백포백은 생각 없이 결재하는 사람으로서, '방 탈출 게임'이 하드코어인지 모르고 봤어요. 다 읽고 보니, 제목이 제법 의미심장하더라고요.

 

원래 하드코어는 따지지 않고 봅니다. 상식을 기준으로 하드코어 작품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면, 카오스에 빠질 거예요. 애당초, 그게 그 장르의 재미이고 기발함이니까요. 그럼에도, '방 탈출 게임'은 좀 잉?스럽긴 합니다. 상황과 인물을 납득시키려는 설명이 공연히 아귀가 엇나가게 만든 것 같달까요. 그럴 거면 차라리 분량을 늘리고, 설정을 좀 더 촘촘히 다져서 스릴러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드코어치고는 수위나 배덕감은 낮기도 하고 말이죠.

 

'방 탈출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시작합니다. 밀실에 갇힌, 서로의 학창 시절 치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대면 대면한 동창들이, 합성 사진 속 잔인하게 죽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그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흥분성 마약에 노출됩니다. 줄어드는 시간과, 미션을 완료해야만 탈출할 수 있다는 압박감... 첫 번째 방에서 4명의 동창들은, 법률 조각 사유를 들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경을 섹스토이에 앉히고 유린해요. 방을 탈출하기 위해, 미션이 요구한 사진 속 재현에 충실하면서요.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을 때, 4명의 동창들은 장시간 마약에 노출된 상태였고, 이미 첫 번째 방에서 평소라면 감히 시도도 못할 자극적 쾌락을 맛본 뒤였죠. 게다가, 두 번째 방은 완벽한 퇴폐의 방이었어요. 그곳에는 번호가 매겨진 섹스토이와, 합성된 재경의 사진이 놓여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사진을 재현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호스트가 요구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섹스토이를 사용하며, 괴로워하는 재경의 모습을 즐기다가, 준환을 시작으로 재경을 강간하기 시작하죠.

 

넝마가 된 재경이 세 번째 방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먹은 백신의 정체를 확신해요. 그리고, 세 번째 방에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마약에 취한 4명의 동창들은 미션도 없이 재경에 달려들어요. 오로지 재경만이, 맑은 정신으로 그 고통을 당하고 있었죠. 그 백신은 재경에게 진짜 Poison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등장하는 이 게임을 만든 호스트! 바로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글을 그다음부터는 좀 싱거워집니다.

 

'방탈출 게임'은 하드코어치고는 씬의 특이점이 없어요. 24세 청년들은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폭행당하는 자신을 찍는 재경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는 것이 방 탈출 게임을 기획한 이유였다는, 호스트 건우도 좀 허무했습니다. 차라리, 짧게 끝내야 했다면, 호스트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는 것이 더 완결성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방 탈출 이후 건우의 집으로 이동한 후 이야기는 긴장감도 없고, 의미도 없고... 건우는 절륜하고, 재경은 갇혔다.라는 말을 늘려 쓴 것 같달까요.

 

게다가, 고등학생인 건우가 따돌림당했던 이유는 아버지가 낙선한 의원이었고, 선거 자금을 많이 소진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는데, 24살의 건우는 엄청난 재력가이고 약지가 잘린 동창의 고용주예요. 그 연결고리가 너무 헐거웠어요. 차라리 건우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학폭 피해자였던 찌질이가 사실은 사이코였다! 면 미싱 링크는 없었을 듯해요. 잘 조작된 장소, 모호한 관계, 생존 본능과 폭력적 욕구가 가학적 행위를 합리화해주는 '미션'이라는 설정... 정말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작품인데, 아쉬워요. 뒷부분에서 너무 많이 희석됐어요.

 

'방탈출 게임'의 외전 격인 '방탈출 게인-보너스 트랩'는 정말 사족이었습니다. 재경이 건우의 집에서 탈출하는 내용인데, 긴장감도 없고, 예상하다시피 건우는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고 있었죠. 그리고 재경은 건우에게 길들여진 자신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결국 다시 건우에게 안착합니다. 건우는 손쉽게 재경을 다시 감금하고, 재경은 탈출의 의지를 완전히 포기해요.

 

본권 2/3까지가 좋았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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