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베아트리체

출간일: 2020.03.09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

point 1 책갈피

"너."

"왜."

"성병 검사하고 와."

"... 뭐?"

유신이 저런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네가 멋대로 휘두르고 다닌 좆대가리 나한테 넣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안그래?"

나는 반찬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이어서 말했다.

"결과 나올 때까지 너랑 섹스할 생각 없어. 그게 싫으면..."

유신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대다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먹던 숟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은 채 방으로 가 버렸다.

유신이 사라지자마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순순히 응해 줄리가 없었다. 이미 입에 넣기까지 했는데 성병 검사가 무슨 소용인가 싶긴 했지만 솔직히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앞을 사용하기도 전에 뒤를 먼저 쓰게 생겼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유신이 다른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가졌다는 것에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유신은 그저 궁금하니까 한번 넣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막상 해 보고 거부감이 들거나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후에 나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날 것이고, 그건 나에게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유신이 콘돔 없이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랑 하기 전에는 그 정도의 정성이라도 보여 주길 바란 것이다. 싫다고 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저 농담이었다고 알겠다고 하겠지만.

그나마 화내면서 나에게 욕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방에서 계속 나오질 않은 걸 보면 삐진 것 같은데, 저걸 또 어떻게 풀어 줘야 되나 싶었다. 갑자기 밥맛이 떨어져서 숟가락을 놓는 사이 유신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방에서 나왔다.

"예약했어."

유신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내뱉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병원. 내일로 예약했다고."

​ point2: 줄거리

기: 연오는 13년째 친구 유신을 짝사랑하고 있다. 매우 독특한... 연오는 유신 이름을 부르며 자위하는 것을 들켜 혐오 받았고, 유신은 연오의 마음을 알고도 상대를 바꿔가며 자유로운 연애를 했지만, 연오는 유신의 으리으리한 집에 얹혀살며 유신이 사준 명품 옷을 입고 다녔다. 유신은 자신을 보면 좆을 세우는 연오를 탓하면서도, 연오가 늦게 들어오거나 연락이 안 되면 삐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오묘한 관계는 전환점을 맞는다.

승: 대리인 연오는 같은 팀에 일하는 인턴 수인에게 게이라는 사실이 들키면서, 수인의 연애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사실, 게이라고 하기엔 좋아하는 사람은 수인뿐인, 무연예 동정남이었지만, 수인의 적극성에 말려들어 이런 저런 사건을 겪는다. 한편, 연오와 수인이 가까워지면서, 유신은 불편함을 느끼고 연애도 잘 안 풀리며 짜증도 늘어갔다. 결국, 유신은 관계를 정리하고 연오의 오랜 짝사랑에 응답해 주는 듯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큰 장애물이 있었다.

전: 상상 속 수인과의 관계에서, 연오는 늘 탑이었다. 하지만, 수인에게 동정남 연오에게 탑은 가당치도 않았고, 결국 둘은 합의 안된 마지막 보루(?)만을 남겨둔 채 열심히 서로를 탐한다. 한편, 연오의 마음은 심란해진다. 첫사랑이자, 외로움을 많이 타고,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은 유신에게 힘들게 얻는 친구의 위치마저, 유신과의 섹스 후에는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을 넘은 후, 자신에게 호기심이 떨어진 유신이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걸 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결: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없는 상황에 오자, 연오는 유신에게 탑을 양보한다. 그렇게 둘은 마지막 보루를 넘게 되었다. 그 후, 연오의 예상과 다르게, 유신은 연오를 더 갈구하고, 집착하고, 수인과의 관계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수인은 연오가 회사의 미국 연수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연오를 감금하려 하지만, 연오는 그런 유신에게 청혼한다. 둘은 비록 사귄 적은 없지만, 결혼하기로 한다. 연오도 유신도, 서로가 떠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point3 진지충의 review: 찐친구의 리얼 연애 라이프

사회생활을 하다 알게 된 사람들이랑 여행을 가면 잘 안 싸웁니다. 물론,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원만하게 잘 넘어가죠. 그런데, 학창 시절부터 알아 온 녀석들과는 갈 때마다 싸웁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안 맞으면 다시 안 가면 될 텐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또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사회생활하다 알게 된 친구들 역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추한 모습도 수토록 보이며, 마음을 터놓고 지내긴 합니다. 그래도, 찐친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찐친이란, 내가 어떻게 변해도, 어떤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 다음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화도 나고, 싸우기도 하고, 실망도 하고, 골치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별일 없듯, 언제나처럼 실 없는 얘기하며, 당연히 서로의 일상 어딘가에 있겠죠. 오래 보지 않아도 서먹해질 거라 여기지 않고, 수고스러운 부탁을 해도 미안하지 않아요. 만약, 반대 상황이 돼도, 나 역시 그것을 수고스럽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기에 말이죠. 확실히, 세련됨이랑은 거리가 먼 관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드라마나 소설, 영화 속에서 절친의 의리를 멋진 미사여구가 잔뜩 들어간 대사로 화려하게 포장 한 것들을 보면, 좀 간지러울 때가 있어요. "너는 꼭 살아남아... 너의 친구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런 장면에 찐친의 얼굴을 대입하자면, 손이 오그라들죠. "야! 정신 똑띠차리고 살아라! 나 개죽음 만들지 말고!" 실제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같은 선택, 다른 장면입니다.

'짝사랑의 비밀'은 이런 리얼 찐친들의 이야기예요. 아름다운 미사여구 따위는 없습니다. 짝사랑을 하면서, 학도 접지 않고,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습니다. 연우는 어렸던 유신을 보고 첫사랑에 빠졌고, 그 후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역시 유신이 좋았어요. 이 까칠한 도련님의 비위를 맞춰가며, 간신히 절친의 직위를 하사(?) 받았을 때는, 유신이 마음을 준 친구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에 으쓱하기도 했죠. 문제는 건강한 남학생의 아랫도리 역시 으쓱했다는 거...

유신에게 고백을 했을 경우에 성공 확률? 연우는 감히 0라고 확신했습니다. 성격은 모났지만, 잘생기고 돈 많은 유신은 본능에 충실한 연애를 꾸준히 해왔거든요. 그리고 연우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지켜봐왔죠. 그것이 서럽거나, 절망스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짝사랑의 향후 향방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연우는 유신을 끊어내기 위해 입대하지만, 실패합니다. 이후, 유신에게 마음도 들키고, 건강한 아들내미의 기상(?)도 빈번히 목격 당하지만, 유신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유신이 이 관계를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인기 많은 친구가, 나만을 챙겨 줄 때의 만족감! 연우가 으쓱하고 있을 때 유신 역시 뿌듯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멋대로인 나를 한결같이 챙겨주던, 성격 좋은 친구가 어느 날 군대를 갑니다. 누가 봐도 핑계인 변명을 대면서요. 유신은 연우가 제 성격을 버티지 못해 질려 떠났다는 생각에 두려워지죠. 연우가 없는 유신은 너무 외로웠어요. 연우의 자리는 여자친구도, 가족도, 향락으로도 채울 수 없었어요. 비록, 연우가 자신만 보면 발정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유신은 연우의 마음을 받을 순 없었지만, 연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연우를 자신에 집에 데리고 삽니다. 명품을 입혀가면서요.

그러다가 아주 작은 조약돌이 이 미묘한 관계에 던져집니다. 연우는 팀 내 인턴 수인의 저돌적 요구에 전복(?) 당해, '질투 유발 대작전'에 투입되죠. 수인의 남자친구를 도발하기 위해, 수인과 호텔에 가고, 수인의 전화를 대신 받아 으름장도 놓습니다. 굴곡 많은 수인의 연애사에 상담사가 되어주기도 해요. 문제는 그 장면을 모두 목격한 유신이 매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죠. 유신은 영인의 우선순위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영인이 원하는 대로 섹스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다릅니다.

처음부터 순서를 지키며 시작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연우와 유신은 모든 게 뒤죽박죽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길을 찾아가요. 그건,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고, 멋있거나 단호하진 않습니다. 질질, 질척, 우발적이고 즉흥적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게 찐친의 러브 라이프가 아닌가 싶어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미지메이킹 하며,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 바라면서도, 찐친에게만은 긴장감 0의 아메바가 되고 마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