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03.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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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현성이 형!"

현재는 고개를 들었다. 불이 켜져 있는 원룸 건물의 4층을 흘끔 쳐다보았다. 현재는 여전히 그 안에 있을 선교를 생각했다.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을지.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런 새끼인가 싶다가도, 이 상황에서도 선교가 걱정되는 스스로를 어찌할 수 없었다.

"형, 선교는?"

자괴감에 좀먹은 목소리로 현재가 현성에게 질문했다. 현성이 현재를 흘긋 돌아보았다. 현성이 조금 지친 듯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현재야. 형은 더 이상 걔 얼굴 볼 생각 없어."

현성이 형은 절대로 나 버릴 일 없어. 다짐하듯 말하던 선교의 얼굴이 현재의 눈앞에 빠르게 스쳐 갔다. 현재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형, 선교 안 사랑했어?"

"사랑했지."

현성의 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과거형이었다.

"현재야,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야."

"......"

"형은 나 두고 바람피운 애인 다시 만날 생각 없어."

"......"

"그런데 현재야."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존의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 현재는 온통 혼란스러운 얼굴로 현성을 올려다봤다.

"너랑 나는 평생 볼 사이잖아."

현성이 단언했다.

point 2 줄거리

기: 교수인 부모님과 모범적인 형, 풍족한 환경과 꿀리지 않는 외모를 가진 현재는 권태롭게 살고 있었다. 여자친구 적당히 사귀다 질리면 헤어지기를 반복했더니 유명한 "개새끼"가 되어 있었지만, 그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런 현재의 삶은 형의 애인, 이선교를 만나며 뒤바뀐다. 현재는 처음부터 자신을 불편해하는 선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후 소개팅녀를 통해 이선교가 게이란 소문을 듣고, 얼마 뒤 주차장 차 안에서 형과 키스하는 선교를 본다.

승: 선교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충동을 느꼈던 현재는, 선교에게 한 번만 대주면 형에게 '자신이 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의외로 쉽게 승낙하는 선호를 보며, 현재는 역시 형이 '씨발년'에게 잘 못 걸린 거라고... 속 깊이 끓어오른 감정을 분노라고 치부한다. 현재는 선교를 걸레 취급하며, 틈날 때마다 다리를 벌리고, 거부하면 윽박지르며 막무가내로 들이댔다. 그때마다 선교는 못 이기는 척 결국 현재를 받아 줬다.

전: 선교는 과거 한 교수와 사랑을 나눴지만, 들키자마자 잔인하게 버려졌다. 이후 계속 쓰레기들만 만나며 살다, 휴학 후 현성을 만나 구원받았다. 선교는 현성에게만은 절대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선교는 가족인 현재에게 자신의 존재가 들키면, 현성이 자신을 버릴까 봐 불안했다. 더불어, 자신에 대한 현재의 흥미는 얼마 안 갈 거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요구를 받아줬던 거였다. 하지만, 현재는 관심은 오히려 사랑이 됐다.

결: 현재는 선교에게 사랑을 애걸했지만, 선교는 그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가벼운지 잘 알고 있었다. 선교는 현성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양 붙들면서도, 현재에게 흔들리는 마음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선교는 현재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자 병수발을 들고, 둘은 가까워진다. 선교는 현재와 현성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다가, 결국 현성에게 외도 장면을 들켜버린다. 현성은 선교를 버린다. 그리고 남겨진 선교에게, 현재가 찾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모럴리스한 구원자

퇴폐미가 폴폴 풍기는 블랙 사이키, 달달 촉촉 몽실몽실한 화이트 사이키, 아수라 백작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사이키님의 작품은 뭐든 재밌습니다. 그럼에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사이키님의 작품은 첫 리뷰예요. 스스로는 좀 멋쩍기도 합니다. 사실, 5점짜리 작품은 뭔가 흡! 정신을 가담고 써야 할 것 같아, 미루게 돼요. 그래서, 쌓여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5점... 쿨럭... 예, 구차한 변명이네요. 반성하겠습니다. 제가 그냥 게을러요. 흑...

블랙 사이키님 작품의 최강점은 '배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모럴리스한 요소는 대부분 '부정한 관계'에게 비롯돼요. 약을 먹이고, 감금, 학대, 가스라이팅 등의 비정상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아도, 그 맞물린 관계에서 촉발되는 심리적 긴장감을 쫀쫀하게 풀어내시죠. 과장되지 않되, 부족하지 않은, 찐 배덕감의 명수시죠. 그중 저의 원픽은, 단연 '데카당스'입니다.

'데카당스'를 '형의 애인을 빼앗은 동생의 이야기'라고 평하시는데, 저는 현재가 현성에게 선교를 빼앗은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협박은 했지만요. 오히려, 현성은 선교를 버릴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고, 선호는 현성과 현재라는 선택권이 있었지만, 실제로 현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어요. 나중에 현성에서 외도가 들켰을 때도 선교를 대신해 변명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죠. 그래서, 현재는 '결과'에 대해서는 완벽한 피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데카당스'를 '선교가 불러온 두 형제의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재와 현성이 말한 대로, '키스한 장면을 봤으니 나한테 한번 대줘!'란 협박은 거절하는 게 맞거든요. 하지만, 선교는 수락했고 비극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현성에겐 변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버려지죠. 그럼, 왜 선교는 그 별것도 아닌 협박을 받아들였을까요? 선교가 원래 걸레기 때문에, 모럴리스해서, 몸을 함부로 굴리는 걸까요?

하지만, 현성과 현재의 대화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현성은 선교를 사랑했지만, 동생과 외도한 애인을 단칼에 버립니다. 그리고, 동생을 용서하죠. 동생은 가족이고, 버릴 수 없으니까요. 선교는 바로 그게 두려웠어요. 현재는 모험을 시도할 수 있지만, 선교는 그럴 수 없었어요. 동생에게 게이라는 것을 들켰다는 이유로, 현성이 선교를 버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바로, 딸에게 들키자 가차 없이 선교를 버린, 그 교수처럼요.

물론, 선교의 예상을 완전히 빗겨 납니다. 현재의 돌발행동에 불안해하며 줄타는 심정으로 살던 선교는, 버려질 각오를 하고 현성에게 아웃팅을 하고 싶다고 말해요. 그러면, 가족에게 들킬 수 없다면, 이별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현성은 기꺼이 선교를 현재에게 소개해 줘요. 현재가 나가면, 함께 살 자로도 제안도 하고요. 선교는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현성과, 그토록 바라던 가족이 되는 거였죠.

문제는 자신에게 곧 흥미가 떨어질 거라 여겼던 현재가, 정말 선호를 사랑하게 됐다는 거예요. 이 부분에서 사이키님의 필력이 빛나요. 현재는 '개새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람을 하찮게 대합니다. 적당히 풀고, 질리면 버리고, 싫지도 좋지도 않은, 무감한 대상... 하지만, 선호를 대하는 현재는 늘 뜨겁고 절절하죠. 그래서 자칫 캐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변화가 오히려 '현재 답다.'고 느껴지는 것이 작가님의 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성의 '모럴'은 선호를 버릴 이유가 되죠. 동생과 외도한 애인은 보지 않는다. 현성은 고민하지 않아요. 하지만, 현재의 '모럴리스'는 선호를 계속 사랑할 힘이 돼요. 현재는 형을 사랑하고, 형과 잠을 자고, 형과 사귀면서도 나랑 질펀하게 뒹굴었지만, 그 망가진 선교를 사랑하는데 당당합니다. 현재의 모럴리스는 사랑이 없을 때는 기본도 모르는 새끼지만, 사랑을 할 때는 견고한 성벽이 돼요. 그래서, 선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죠.

선교는 제대로 살고 싶었어요. 불행히도 그 방법이 '제대로 된 선교'를 연기하는 거였지만요. 선교는 현성에게 불행한 과거, 그로 인한 불안함과 공포, 심지어 끈질기게 찾아오는 쓰레기 전 남친에 대해서도 모두 숨겨요. 왜냐면, 현성이 사랑해 주는 애인 선교는, '그런 선교'가 아닐 테니까요. 실제로, 현재가 현성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알려줬을 때, 현성은 '그럼에도' 외도는 용서할 수 없다며 선교를 이해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외전에서,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불안을 떨치지 못한 선교가 안쓰러웠어요. 선교는 걸레 취급을 받을 정도의 많은 관계를 하면서도, 먼저 버린 적이 없었어요. 술을 마시고 섹스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한 선교의 마음은, 버림받더라도 약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는 처절한 자기방어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분명, 선교와 현재의 사랑은 모럴리스하지만, 선교를 진짜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국은 현재였던 거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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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좀 전의 조율사가 다시 나타나서 연주자를 그 자리에서 껴안는 거예요. 그다음 하는 첫마디가 뭐였을 것 같아요.'

'음...'

''괜찮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배 터질 때까지 당신이 먹고 싶은 거 먹자.'였던 거죠.'

이상하게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꽂혀도 채우는 개의치 않았다. 솟아 나오는 환한 소태를 감출 수 없었다.

지난날 햄버거 매장에서 의건이 했던 이야기가 점점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그가 오랫동안 바라왔던 그 이상적인 커플이...

"설채우?"

채우는 고개를 저으며 아빠를 지그시 관찰했다.

불공평한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나 공평한 세상이라니. 의건이 깊이 원하던 것 중 하나가 제게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우연치고는 절묘하다. 위태위태하게 삐걱거리면서도 균형을 맞춰가는 이 세상의 이치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니 웃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point 2 줄거리

: 사업가 아버지, 음악교수 어머니, 우수한 음악적 재능, 우성 오메가 형질과 더불어 아름다운 외모까지 지닌 채우는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로 어머니가 죽고, 보험금은 지급에 문제가 생기며, 아버지는 쓰러지고, 사업은 망해 거액의 빚이 생겼다. 밀린 아버지의 병원비와 사채 빚 독촉에 시달리는 삼촌을 본 채우는, 우성 알파의 아이를 낳아주는 리셋파트너 계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계약 당사자는 같은 학교 후배인 범의건이었다.

승: 비혼주의자 범의건은, 부모님의 요구에 따라 리셋 파트너를 계약하고 인공수정을 하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채우의 히트에 휘말리고, 성교를 모르는 정순한(?) 채우의 맛을 알아 버린 의건은, 임신 시까지 섹스 파트너가 되기로 내용을 바꾼다. 계약금 일부를 써 버린 채우는, 정기적으로 의건과 잠자리를 가진다. 한편, 의건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채우는 의건을 좋아하게 된다. 의건 역시, 채우에게 집착하며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허락한다.

전: 채우는 결국 의건에게 고백을 한다. 채우에게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고, 알파로서 자신의 오메가를 보호하듯 행동하던 의건 역시 채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당초 합의된, 깔끔한 파트너 관계 이상을 원하는 채우를 이해하지 못한다. 상처 입은 채우는 의건을 피하고, 설상가상 주변의 상황도 채우를 비침하게 만든다. 지쳐 버린 채우는 마음을 접은채 의건을 완전히 떠나고, 취업을 준비한다. 한편, 이번엔 의건의 러트에 우연히 채우가 휘말리게 된다.

결: 뒤늦게 깨달은 연심으로 힘들어하던 의건은 유학을 준비하고, 채우는 스탠 브리지스의 오디션을 본다. 유학 전 채우를 찾던 의건은 채우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지만, 채우는 오민성의 아이라고 속인다. 한편, 어머니의 보험금 받게 되며 재정적 문제가 해결되고,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채우는 계속 성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채우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의건은 결국 채우에게 돌아간다. 채우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채우는 아이의 아빠가 의건이라고 알려준다.

point 3 전지 충의 Review: 못~~~~~~된 놈!!!

'캠퍼스 트랩'은 흡입력 있는 도입부로 대작의 향기를 풍기며 시작합니다. 귀하게 자란 도련님의 추락, 악인도 선인 아닌 도도한 후배와의 치욕적 계약, 노골적 괴롭힘은 없지만 수치심을 후비며 채우를 수세에 몰아 넣죠. 신분의 벽 같은 공간에 분리, 결벽적 태도, 궁벽한 채우에게 기분 내킬 때마다 시혜를 베풀며 자기만족을 즐기는 모습들은 정말 따갑습니다. 피폐물에 나오는 폭력씬보다, 더 잔인하고 비참하게 느껴요.

채우는 부유한 집안에, 예쁜 외모를 지닌, 재능 있는 오메가로서 과잉 보호를 받고 자랐죠. 성교 경험은 고사하고, 오메가라는 사실조차 숨긴 채 '베타'로 살아왔으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무런 대비 없이 험한 환경 속에 내몰리게 돼요. 리셋 파트너를 계약하며 임신 준비를 시작한 채우는, 갑자기 터진 히트를 처리하는 방법도 모르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나마 자신이 오메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의건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의건은 채우를 돕는 것을 번거롭고 귀찮아했지만, 어쩌다 안게 된 채우의 몸은 상성이 좋았죠. 오로지 그 흥미만으로 거부할 수 없는 채우의 상황을 볼모로 계약 변경을 몰아 붙힙니다.

의건은 채우를 자신의 오메가라고 인지하면서 제법 살뜰히 아끼는 것처럼 행동해요. 하지만, 그건 채우에겐 절실하고 의건에게 쉬운 것들이었어요. 그러면서, 채우의 주변 알파 친구를 심하게 경계하며, 채우가 하지도 않은 과거 경험들을 의심하고 비난하죠. 본인의 많은 오메가 경험은 당연히 논외로 하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가족들은 아프거나 죽고, 갑자기 생계 전선에 뛰어들게 된 채우는, 의지할 곳이자 자신을 챙겨주는 유일한 사람인 의건에게 더욱 빠져들어요. 결국, 상처받을 줄 알고도 의건을 좋아하게 되죠.

그렇습니다. 갖은 게 많아서 좀 주겠다는데, 그걸 재수 없다고 볼 필요는 없겠죠. 내로남불이라도, 그런 놈이라도 좋아한다는데 뭐라고 하겠습니까? 현실이 구차해서 구차하다 말하는데, 배려심 없는게 잘 못이라고 볼 순 없겠죠. 그런데!!! 좋아하는 하는데 사귀지 않겠다니... 술은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사귀지 않겠지만, 나 말고 다른 알파랑은 만나지도 말라니... 좋아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대답은 못해줘도, 계약서를 들이밀며 섹파를 강요하는 건 어느 천하에 육시할 놈이란 말입니까!!! 이렇게 관자놀이에 핏줄을 세우며 보게 됩니다.

중반부부터는 성악과 TMI가 좀 심합니다. TMI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것이 소설 전개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분량이 미스매칭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서사가 공들여 배경을 설명하거나 묘사에 치중되어 있는 경우, 그것이 중요한 복선이 되거나 작가의 숨은 메시지를 전달할 중요한 메신저가라면, 저는 충분히 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도약하기 위한 뒷걸음질처럼, 깊은 맛을 내기 위해 품이 많이 드는 밑간 작업 말이에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성악과 교수들의 추잡스러운 행각이나, 다사다난한 오페라 준비, 학부생들의 트러블은 그 역할에 비해 과도한 분량을 할당 받지 않았나싶습니다. 자료조사가 부족한 작품은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 설명을 무시하곤 합니다. 무슨 회사인지 모르지만 바쁘고 유능한 상무님, 무슨 학과인지 모르지만 과탑인 학생회장이 설득력 있어 보이진 않죠. 반면, 작가님이 조사량에 자신감이 넘치시는 경우, 과도한 표현욕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소 쳐지는 현상이 발생하죠. 정말 오페라 준비를 보는 저의 기분은... 사막을 횡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은 좀 허무합니다. 채우가 허덕이는 부분은 그렇게 자세히 그려졌던 것에 반해, 해소는 너무 쉬웠어요. 그냥, 의건이 유학을 포기하고 채우에게 돌아오는 것으로, 채우는 의건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민성의 아이가 아니라고 채우가 고백하자, 의건은 오랜 비혼주의 따위는 단번에 때려치우고 채우에게 청혼하죠. 꼬륵이의 존재가 그만큼 클 수도 있겠지만, 못된 놈이 못된 놈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비혼주의치고는 '좋아한다.'+'꼬륵이'='결혼'이 될 수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캐릭터를 지킨다면, '동거'여야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평생의 신념을 깰 만큼 사랑하는 거라고... 납득하기로 했습니다.

초반 채우와 의건의 불평등한 관계를 각인시켜주는 것 같았던 결벽적 행동도, 그냥 악기에 재능이 없었던 치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끝나다니... 좀 여러모로 아쉬운 장치들이 있었습니다. 좀 더 극화되어 꽃처럼 필 수 있는 봉오리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분명,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임이 틀림없지만, 1/3구간에서 가지고 있었던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더 많은 충족감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채워지지 않은 욕심에 단비처럼 내려 줄, 꼬륵이와 채우 부부의 꽁냥거리는 육아기 외전을 기다려 봅니다. 아직 다 씻기지 않은 못된 놈에 대한 앙금을 말끔히 제거해 줄 정도로, 의건이 채우와 꼬륵이게 완전! 잘~하는 모습을 길~~~~~~~~게 보고 싶습니다! 솔찍히, 본편에서 못된놈의 후회는 너무 짧고, 응징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수 많은 개아가공을 봤지만, 유독 범의건이 미운 이유가 뭘까요? 으~~~~~~ 못~~~~~~된놈!!!(씩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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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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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피아체

출간일: 2020.12.1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가끔은 헷갈립니다."

"폐하."

"그리고 이 헷갈림이 저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숙부는 모르실 겁니다."

연교는 몸을 굳혔다. 검게 가라앉은 황제의 눈빛에 슬픔이 담겨 있었다.

"......아십니까, 숙부"

"......"

"모후는 때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시곤 했습니다."

point 2 줄거리

기: 제국 황제의 황숙 백왕 연연교는 사절로서, 제국의 동쪽에 있는, 작지만 강한 군사력과 재력을 갖춘 유하국과 국교를 맺는다. 우월적 외교 성과를 가지고 온 백왕을 치하하고자 황제는 연회를 배풀고, 그 자리에서 백왕은 변경백 개문의 경씨 딸과 혼례를 올릴 것이라 고하자, 황제는 노여워 하며 연회를 파한다. 그리고 왕부로 황제가 보낸 붉은 주단을 휘감은 마차를 타고, 황궁 깊숙한 월궁으로 들어 간 후 백왕은 황제의 비첩이 된다.

승: 황제는 연교를 부인이라 부르며, 모욕적 성행위를 훈육시키고 여장을 감상한다. 왕부와 월궁 시비들을 볼모로 잡힌 연교는 황제에게 길들여지고, 아슬아슬한 부부생활은 이어간다. 하지만, 연교를 주축으로 이루어진 유하와의 친교가 어그러질 위험에 처해지면서, 연교는 황제의 부재를 틈타 유하에 친서를 쓰기 위해 묵성운과 왕부에 인장을 가지러 가려한다. 그러나, 황제에게 들켜 묵성운은 죽고, 월궁으로 다시 끌려온 연교의 일상은 시궁창에 쳐박힌다.

전: 황제는 연교를 묶고, 때리고, 이물질(?)을 삽입하고, 공개적으로 수치스러운 성교 행위를 강요하며, 정신과 육체적를 학대하고 압박한다. 벼랑에 몰린 연교는 자결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한편, 유하와의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고, 전쟁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출정한 황제가 부재한 월궁에 유하의 좌장군이 연교를 찾아오고, 그제서야 연교는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모반의 실체를 알게 된다. 유하는 현황제를 실각시키고 연교를 황제로 옹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 연교의 측근인 백왕부 서청과 오랜 유학 생활로 유하의 사상에 심취한 경씨 딸, 유하국 왕비가 일을 꾸몄고, 황제는 이들이 모사한 연교의 친필문서와 인장 등을 보고 그의 배신을 확신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교를 처벌하지 못하고 월궁에 유폐한채 원망을 욕구로 풀었던 것이다. 전쟁 중 유하는 연교를 미끼로 계속 황제를 흔들지만, 연교는 독에 취한채 황제를 찾아가 오해를 푼다. 결국 유하는 멸망하고, 황제는 연교에게 용서를 구한다. Happy ending!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마라탕이 그리운 계절

울리겠다 작정하면 웃겨지고, 겁주겠다 작정하면 우스워지기 마련이라, 맛있게 달고, 맵기는 참 쉽지 않아요. '월궁'은 노골적인 피폐씬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거 또 미리 보기형 소설 아닌가 의심했죠. 어느 시절에는 미리보기가 재미있으면 신났던 것 같은데, 이제는 '미리보기만 영끌'이라는 의혹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씁쓸하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월궁'은 맛집 마라탕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단맛도 있고, 얼얼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맵습니다. 매운걸 못 드신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아요. 무리하게 먹다가는 거북해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마라탕 매니아들에게는, 김치찌개로 만족 못하는 혀 찌릿 통각의 맛을 선사 해 줄거예요. 이런 음식은 은근 많은 것 같지만, 실상 찾아보면 먹기 쉽지 않거든요. 핵심은 비율 조절입니다.

황제는 맛있는 매운 맛인가? 맵기의 단계가 점점 매워집니다. 그리고 맵기의 종류가 다채로워지죠. 마지막으로 매운 이유가 매우 감칠맛 납니다.

연교는 쓴 맛만 나나? 일단 통각이 울릴 정도로 아린 맛입니다. 하지만 고추장 단맛과 다른 고추 기름의 단맛이 있습니다. 그 속엔 중독성이 있죠. 마지막은 달달한 디저로트 끝납니다. 결국 마지막은 입안을 맴도는 단내와 부드러운 식감만 남죠. 이것이 바로 만찬의 공식아니겠습니까?

모든 비극의 시작은 황제와 연교의 정보 비대칭으로부터 발발합니다. 황제는 연교가 유하국과 내통 하는 정황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고, 유일무이한 존재인 연교를 떠나 보낼 명분은 모른척 하고 싶었어요. 반면에, 연교는 자신의 모사된 필체로 쓰여진 연서와 밀서, 그리고 인장이나 검 따위가 이용 당하고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저 조카의 치세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평화주의자이자, 들어 온 혼담을 거절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만기의 황실 종친에 불과 했어요.

연교는 유화국과 황제 사이에 팽팽히 당겨진 고무 줄 위에 서 있는 줄 도 모르고, 그 태풍의 눈 중앙에서 활시위를 당깁니다. 연교가 받아 드린 혼담은, 황제의 맞은 편에 서기로 결심 했다는 선언이었어요. 그리고 황제는 그런 속사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황제가 연교를 월궁에 부른 후 말했던 모반은, 왕부로 되돌려 보내지 않기 위한 협박이 아니라 안전한 내 곁에 제발 머물어 달라는 진심이었죠. 황제는 연교에게 분노했지만, 또 절실하게 보호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제는 연교를 여장시키고, 부인이라 부르며, 갖가지 방중술을 가르칩니다. 그것은 황제 나름대로의 타협점이었어요. 타국과 황제 시해를 밀약한 황숙은 왕부에 유폐되어 죽고, 월궁에 연교를 숨어 살게 하면 괜찮을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황제는 모반을 꾸민 연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강요합니다. 그 결정에 확신이 필요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연교는 묵성운을 따라 월궁을 떠나고, 서청의 밀서를 받고 신호를 보내요. 황제는 그 때마다 몰래 지켜보지만, 연교는 늘 그 믿음을 저버리죠. 그래도 황제는 끝내 연교를 죽이지 못해요.

하지만, 연교도 억울하긴 매 한가지였어요. 연교는 4살의 어린 태자를 기억합니다. 황제는 친모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태자에게도 연교에게도 서로는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였죠. 연교는 황제의 나라에 도움이 되기 위해 유하로 갔고,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친교를 선택 했어요. 매해 청명절 황제의 복을 빌던, 온순하고 순종적인 연교였기 때문에, 황제의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요구에도, 그런대로 적응 합니다. 하지만, 황제가 도망친 연교를 잡아 온 뒤... 그 정도는 한계를 넘어서요. 결국 연교는 정신을 놓아 버리죠.

'월궁'엔 전형적인 물리적 감금은 나오지 않습니다. 월궁에 들어 왔을때는 '진실'로 연교를 가두고, 다시 잡아 왔을 때는 폭력과 기절의 반복, 그 후는 공개 된 장소에서 난잡한 정사를 강요하는 황제로 인해 되려 궁을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요. 그리고 S가 있는 피폐물의 경우, 대게 길들여진 수가 M의 성향을 가지게 되는데, 연교의 경우 딱히 피학적 성향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근친물의 첫사랑+배덕감+후회의 패턴에 '배신감'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후회와 용서 사이에 설득력을 높혀 주죠. 그 클리셰 안에서, 너무 뻔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은 소설이었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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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M블루

출간일: 2017.06.1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억울해? 천제림이 물었다. 아니, 안 억울해. 떨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따지고 보면, 이 상황을 만든 건 나다. 내가 벌인 일이야. 억울하지만 아무한테도 억울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일자로 다물린 내 입술을 천제림은 손가락 빨듯 쪼옥 빨았다. 천제림이 칼을 들어 손묵 위를 겨냥했다. 손목에 차갑고 뾰족한 감각이 느껴졌다.

"......!"

"안 아프게 그어 줄게요."

잡힌 손목은 못이 박힌 것처럼 미동조차 없다. 연신 고개를 흔들었따. 벌어진 입에선 말소리 대신 공기만 터져 나왔다. 천제림은 사형수의 마지막 만찬처럼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진짜 죽으려고 그랬어요?"

"...흐, 아...니..."

우위를 채우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잠시 사그라졌다. 잡힌 손목이 느슨해지며, 뾰족한 감촉도 사라졌다. 천제림이 뚫어지게 나를 쳐다본다. 나는 녀석이 지키고 있는 침묵이 내게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point 2 줄거리

기: 고아인 김순조는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을 듯 공부해 명문대에도 입학하지만, 쪼들리는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후배 재이는 여장을 조건으로, 월200만원짜리 과외를 소개 해 준다. 돈이 필요했던 순조는 과외를 수락하고, 천제림의 과외 선생님이 된다. 예상과 다르게, 제림은 순조를 잘 따랐고, 순조는 그런 제림 앞에서 긴장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제림의 친구들과 즐겁게 술 게임을 한 날, 순조는 제림에게 강간 당한다.

승: 한 번만 더 하면 받을 수 있는 200만원을 생각하며, 순조는 마지막 과외를 간다. 그리고, 제림의 발언에 정사 장면이 몰카 당했다고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과외는 계속 되고, 제림이 순조의 학교에 합격하면서, 순조의 일상에 제림은 깊숙히 침투한다. 순조는 제림 몰래 학교를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 갈 계획을 세우지만, 제림에게 들켜 끌려 온다. 그 후 자살시도를 하지만 그 역시 제림에 의해 제지 당하고, 제림과 같은 상처를 나누는 의식만 치루는 꼴이 된다.

전: 그러던 어느날 순조는 과방, 제림과 섹스 장면을 재이에게 들키고, 흥분한채 제림의 집에 쳐들어가 몰카를 부시려 난동을 피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제림의 어머니를 만난다. 순조는 그 후 제림의 어머니를 찾아가 제림으로부터 숨겨 달라고 애원하고, 그녀는 순조를 정신병원에 입원 시킨다. 하지만, 순조의 보호자로서 병원에 나타난 제림에 의해 퇴원하고, 제림의 집에서 살게 된다. 한편, 순조는 동네 편의점 알바인 주언과 친해진다.

결: 주언은 알바비를 탓다며 순조에게 술을 쏘고, 순조는 의심없이 그 술을 먹는다. 사실, 주언은 제림에게 원한을 가지고 순조에게 약을 먹어 강간하려 했다. 하지만, 제림에게 발견 되 실패한다. 제림은 순조를 다치게 할 뻔한 사건 이후, 순조에게 병원 약과 함께 예전에 순조가 샀던 집 열쇠를 준다. 순조는 드디어 제림에게서 벗어났다. 하지만, 순조는 제림이 없는 생활을 불안해 하며, 결국 제림에게 도움이 요청한다. 순조는 제림의 집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인간적인 사패공, 천제림

인간적인 사패공이라니,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말인가? 하지만, 정말 저는 이렇게 인간적인 사패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순조의 다사다난한 인생을 보면서도, 그다지 피폐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점이 넘어서는, 순조의 공포가 과장 되었다는 생각도 초큼 들었죠. 물론, 천제림의 행동이 정상범주에서 이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순조로운 생활'은 '피폐물'아니겠습니까? 하드코드치고는, 매운맛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천제림은 영국에서 수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여행 온 재이와 친해지면서, 간혹 서울로 놀러와 그의 친구들과 어울렸죠. 이 만남은 제림의 지루하고 무감한 인생에 변곡점이 됩니다. 일단, 재이가 어울렸던 무리 중 주언이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제림의 어깨에 볼링공을 던지면서, 제림은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요. 뒤늦게 대학 공부를 시작하죠. 그리고, 재이가 보여 준 학과 사진에서, 아꼈지만 결국 죽고만 햄스터와 닮은 순조를 발견하고 관심을 보입니다. 늘 돈이 궁했던 순조의 사정을 잘 아는 재이가, 순조를 제림의 과외선생님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죠.

제림은 장난처럼 요구한 여장을 하고 온 순조가, 수영 선수를 못하게 된 사건을 들으며 대신 분노하고, 사명감에 가득차 열성적으로 쫑알거리는 모습을 보며, 관심 이상의 흥미를 가지게 되죠. 그리고 술에 취한 순조를 강간합니다. 여기까지는 빻빻한 피폐물 속 개아가공의 공식루트를 차근차근 밟아간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제림이 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순조는 빡빡한 살림에, 한 번만 더 과외를 하면 받을 수 있는 과외비가 궁해집니다. 그래서, 강간 사건이 있은 이후에도 제발로 제림을 찾아갑니다. 순조의 맛을 알아버린 제림에게 과외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죠. 순조는 마지막이라며 그의 강제에 응하고, 제림의 눈짓과 장난에 몰카가 있다는 의심합니다. 제림은 몰카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없다고도 말하지만, 순조은 되려 몰카의 존재를 확신합니다. 그렇게 무형의 덫에 스스로 걸려 버려요.

제림이 순조의 학교에 들어오고 난 뒤, 순조는 문자나 전화를 안 받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제림을 피하지만, 오히려 이런 행동은 제림을 더 화나게 하죠. 순조는 제림에게 제법 고분고분하게 굽니다. 그래서, 제림은 순조와 자신의 관계에 봄이 왔다고 믿게 되어요. 순조가 제림으로부터 도망칠 준비를 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예요. 힘들게 들어 온 대학이었지만, 순조는 자신의 생활을 지배하는 듯 한 제림의 존재를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무도 없는 시골로 떠나죠.

순조의 계획은 서툴렀고, 제림은 순항 중이라고 생각했던 순조와의 관계가 거짓말 범벅인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죠. 제림은 순조를 끌고 옵니다. 하지만,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감금을 하지도 않고, 몰카를 찍지도 않고, 약을 먹이지도 않아요. 순조는 그렇게 학교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후 순조는 가스를 켜고 자살하려하지만, 제림이 칼을 들이 밀었을때는 또 살고 싶어해요. 제림은 순조의 손을 베지만, 자신의 손에 더 깊은 자상을 입힌채 둘만의 의식을 치릅니다.

이후, 정신병원에 찾아 갔을 때도 제림은 화를 내지도, 감금하지도 않고, 집에 모셔 둡니다. 오히려, 순조의 몸이 제림과의 정사를 기억하고 못견뎌하죠. 물론, 제림은 순조의 병원기록을 지우고, 순조에게 병원에서 처방한 강한 약을 쥐어 주긴 합니다. 불안해진 순조가 자신의 곁을 안락하다고 느껴며 스스로 돌아 올 수 있도록 말이예요. 분명 가슬라이팅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 집착광공의 통제치에 비하면 결코 높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죠.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던가요? 순조는 그토록 바라던, 순조로운 생활을 합니다. 학교도 복학하고, 대학 신문에 인터뷰도 하고, 제림과 함께 수영도 합니다. 교환학생으로 영국도 가고, 제림과 1월1일 불꽃놀이도 봐요. 돈이 궁박한 생활도, 노력을 보상받지 못한 삶도 아닙니다. 또, 제림은 마치 슈퍼맨 처럼, 순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날라가죠.

물론, 강간과 폭행이라는 요소가 있으니 피폐물로 보아야겠지만, 읽는 동안 저의 개인적 감상은 도망수 있는 할리킹 같았어요.대놓고 달달한 외전도 한 몫했지만, 본편에서도 제림으로 인한 위기보다 제림이 구해 준 위기가 더 많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림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모럴리스한 사패가 맞습니다. 하지만, 매우 인간적이예요. 외전이 한편 더 나온다면, 저는 제림을 당당히 다정공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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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M블루

출간일: 2018.10.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이제 왔어?"

 

이미 새벽인데도 수현은 자지 않고 있었다. 집에 있을 때 입는 편한 옷이 아니었다. 꾀 차려입은 수현은 말했다.

 

"너는 바빠서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기억해서."

 

선우는 도통 알 수 없는 눈길을 보냈고 수현이 말했다.

 

"우리 결혼기념일"

 

그제야 선우는 뭔가 맞은 듯한 얼굴로 수현을 바라봤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설이 오늘 자신에게 무슨날인지 물었던 것인가? 빠르게 생각을 한 선우가 수현을 바라봤다. 늦게 들어왔음에도 수현은 타박 없이 말간 얼굴로 선우의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설명했다.

 

"촛불도 켜 놨었는데....."

 

"......"

 

"날이 지났지만 그냥 넘어가긴 좀 그래서."

 

쑥스러움을 숨기지 못해 속삭이듯 말하는 수현은 영락없이 사랑스러운 신부였다. 수현이 눈치를 보면서도 선우를 보더니 다가와 이마를 맞댔다. 수현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 처럼 숨을 들이마시더니 누가 들을까 걱정되는 듯 작게 말했다.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게. 애정이 충만한 목소리로.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선우야."

 

그러면서 선우의 손을 잡은 수현이 꼼지락거렸다.

 

"사랑해, 선우야."

 

 

 

point 2 줄거리

 

 

기: 오메가 수현은 차기대권주자인 김성식 의원 차남으로, 올곧은 아버지와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바르게 자라왔다. 김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대성그룹 부회장 아들 알파 강선우와 계열사 신성호텔 사장 아들 알파 민정우는 수현과 같은 학교를 다닌다. 어느날 수현은 도서관에서 히트가 터지고, 휘말린 선우는 수현과 각인이 된다. 선우의 알파 아버지는 오메가 어머니를 학대했지만, 각인된 둘은 헤어지지 못했다. 그 가정에서 자란 선우는 오메가를 혐오하고 각인을 저주라고 생각하며, 수현과의 각인 사실도 숨긴다.

 

승: 한편, 선우에게 열등감을 가진 정우는 선우를 좋아하는 수현을 강간하고 영상을 촬영해 협박한다. 수차례 폭행과 강간을 당한 수현은 복통으로 쓰러지고,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정우는 수현에게 각인하여 감형받고, 정우의 어머니는 김의원 포섭을 위해 수현과의 결혼을 밀어부친다. 선우는 베타 여자친구 설이 있었지만, 정우 어머니를 견제하기 위해, 수현의 상처와 자신에 대한 애정을 이용하여 수현과 결혼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수현 정우를 더욱 사랑하고 의지한다.

 

전: 하지만, 선우는 첫날밤에 여자친구 설에게 찾아가고, 결혼 후 계속 두 집 살림을 하며 수현을 기만한다. 수현은 성폭행 피해자인 자신과 결혼해 준 선우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맞추려 노력하지만, 선우는 그런 수현의 헌신과 오메가 수현과 러트를 보낼 때 느끼는 만족감이 불편했다. 결혼기념일, 수현은 외박하고 온 선우를 이해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 처연한 모습에 욱한 선우는, 수현을 사랑한 적도 없고 수현 때문에 각인이 되었다고 비난을 쏟아내며 목을 조른다. 선우는 실신한 수현을 방치하고, 설에게로 간다.

 

결: 이후로 선우는 대놓고 수현을 냉대하며 이혼해주지 않는다. 결국, 수현은 선우를 증오하며 밀어내고, 그런 수현을 보며 선우는 수현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한편, 출소한 정우는 설의 존재를 노출 시키며 선우를 공격한다. 정우는 수현을 가지기 위해, 개과천선한 척 연기를 하며 수현에게 접근하지만 김의원은 속지 않는다. 정우와 그 모친은 그런 김의원을 사고로 죽인다. 그리고 그 전모를 알게 된 선우는 수현을 지키기 위해 정우를 죽이고 감방에 가고, 정우 모친 역시 처벌 받는다. 수현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회운동가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쌍욕 유발자들! 화병주의!

 

 

각인하다'는 초반부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보통 용두사미의 글이 많은데, 오히려 앞부분이 어색했어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한 수현의 모습과 오메가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사회배경에 대해서 서술 되어 있는 부분인데, 문맥이 부자연스럽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랄까요. 화면전환도 매끄럽지 못하고, 전개 속도도 급발진 급정거를 반복할 뿐더러, 대사로 배경정보를 전달하다보니 작위적인 부분도 불편했어요. 솔찍히,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 했습니다.

 

하지만, 1권 1/4정도를 넘으면 이런 껄끄러움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 구간에 이후 작가님이 엄청 성장하셨거나 초반부가 유독 잘 안 풀렸던 것 같아요. 그 이후 브레이크 없는 가속도 욕!욕!욕!구간이 펼쳐집니다. 많은 개아가공과 후회공을 봐왔고, 쓰레기 통은 뜨거운 빨간색부터 우울한 파란색까지 가리지 않지만, 정말... '각인하다'는 최고의 쌍욕 유발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읽기 시작하셨다면 반드시, 결론을 봐야합니다. 열 받는다고 중간에 멈추면, 쓰레기의 몰락을 보지 못하거든요.

 

'각인하다'에서 '각인'은 알파의 저주라고 일컬어 집니다. 알파는 단 한명의 오메가에게만 각인이 가능하지만, 오메가는 다수의 알파와도 각인 가능해요. 하지만, 사회의 주인이 '알파'였기에, 이 '각인'은 오메가에게도 저주가 됩니다.

 

정우는 선우를 좋아하는 오메가를 강간하지만, 모두가 쉬쉬하는 상황에서 은주는 자퇴를 해야 했고, 수현이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와 강간 사실이 밝혀지자 학교측은 수현의 잘못을 먼저 따지며 피해를 무마하려 합니다. 의원의 아내로서 의식이 있던 수현의 어머니가 나선 후에야 비로소 '강간 사건'이 되죠. 하지만, 정우는 각인이 감형 사유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수현과 각인합니다. 그리고, 각인된 알파의 안정을 위해서 성폭행 피해자인 수현은 가해자 정우와 대면을 강요 받고, 정기적으로 만나서 신체접촉을 해야 했습니다. 결혼 후 선우의 페로몬이 묻은 채 정우를 면회한 수현은, 관리 공무원에게 더러운 취급도 받아요.

 

'알파는 원래 오메가를 망치는 존재다.' 정확히 그 대사 같죠.

 

하지만, 진짜 욕나오는 것은 이런 거지같은 사회적 차별이 아닙니다. 이런 불평등은 현생에도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여성이 월등히 많고, 피해 여성들을 비난하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성범죄 처벌 수위가 낮은 국가에 속하고, 매맞는 아내, 바람피는 남편, 가부장적 사고, 성추행이 농담인 조직문화, 이 외도 불평등의 증거들은 산재해 있어요. 애당초 '여권신장'이라는 말이, 도대체 얼마나 바닥으로 부터 시작한 것이어야 이 정도를 '신장'이라고 말하는지부터 따져봐야겠죠.

 

진짜 욕을 부르는 것은 대성 그룹 사촌 형제예요. 한 리뷰에서 정우가 더 쓰레기인지 선우가 더 쓰레기인지에 대한 논쟁이 붙은 적이 있어, 저도 고민해봤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정우가 더 쓰레기가 맞지만, 수현의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똥과 설사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죠. 그저 둘 다 배설물일 뿐입니다.

 

선우의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각인을 저주하면서도, 오메가인 어머니를 완전히 가질 수 없다는 본능적 갈증에 폭력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늘 그런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었어요. 끝내 어머니는 미쳐버렸고,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선우는 알파로 사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베타인 여자친구를 사랑하면서, 결코 오메가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죠. 그래서, 정우가 자신에게 고백한 오메가를 노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하지만, 선우는 우연히 수현의 히트에 휘말려 오메가와 각인 한 알파가 됩니다. 마치 아버지처럼요. 수현이 미웠던 선우는 수현을 이용하고, 결혼 후 수현에게 박대하면서 설에게 사랑을 쏟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수현은 한결같이 헌신적이었고, 수현과의 정사는 설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만족스러웠어요. 선우는 점점 수현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봅니다. 구타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바라던 오메가의 모습을... 선우는 수현에게 더 잔인하게 행동합니다.

 

수현의 가족들은 수현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합니다. 대성그룹을 겨냥했던 검사 출신 김성식 의원은 신념을 꺾은 부패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오로지 수현의 행복만을 빌어 주었어요. 수현은 범죄 피해자가 되고, 불행한 결혼을 하는 것이 그런 가족들에게 큰 짐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숨깁니다. 반면, 대선 출마한 김의원의 당선이 이득이 되기 때문에, 대성그룹은 병들어가는 수현을 숨기며 선우의 외도를 알면서 이혼도 시켜주지 않아요. 당연히, 선우 역시 밖에서는 좋은 남편인 척 연기하며, 수현에겐 청승떨지 말고 참고 살라고 하죠.

 

저는 선우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불행한 가정사로 인해, 알파로서의 삶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의도하지 않은 각인으로 인해 삶이 망가졌다. 그런 변명을 대기엔 선우는 각인을 숨겼고, 수현을 이용해 이득을 챙겼으며, 수현에게 청혼했으면서 설과 헤어지지 않았죠. 이율배반적인 선택이었고, 스스로 한 결정한 일들이었어요. 선우는 뒤늦게 수현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수현에게 용서를 빌고 정우를 살해 한 죄로 10년의 수감 생활을 견디지만, 결국 수현과 이루어지지 않죠. 돌이키지 못하는 죄로 아파 해야하는 건 가해자의 몫이니까요.

 

외전에서 수현과 선우는 다시 태어납니다. 사회운동가였던 수현이 최초 오메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세계에서 말이예요. 수현은 선우를 사랑하고, 선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날 찾아주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선우와 그저 천진난만한 수현의 모습에 긴 여운이 느껴졌어요.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 없지만, 선우가 알파와 오메가라는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려 했을 때, 그 방향이 잘 못 되었다고 제동을 걸어줄 계기가 단 한 번도 없었을까?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우는... 저혈압인 분들에게 좋은 치료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선우가 조금이라도 연민을 느낄 여지가 있었다면, 정우는 그냥 타지도 않고 재활용도 불가한 쓰레기죠.

 

욕하면서도 아침드라마를 챙겨보시는 분들이라면, 그 못지 않은 욕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런지, 보면서 숨이 차더라고요. 재탕 할 만한 좋은 작품이지만, 재탕 하기에는 용기와 체력이 필요한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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