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20.07.01

분량: 본편 5권 

 

 

 

 

 

 

 

 

 

 

 

 point 1 책갈피

 

 

체제는 스스로가 죄인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한 모양이지만, 이블에게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구해 주러 오는 사람이 없을 걸 알면서도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었던 일이 먼저였으니까.

'어린 영웅'으로 불리기 전.

아무런 희망도 없는 곳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몸을 던진 어린아이가 있었고, 그게 먼저였다.

 

 

 

point 2 줄거리

 

 

기: 현존 유일한 SSS 멀티유저, 강대국 알씨티의 명문가 엔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이블 엔덤은 쓰레기이다. 정도를 넘어선 이블의 만행으로 이미지를 회복이 절실 했던 엔덤가는 내전국 타르의 '어린 영웅' 체체를 이블의 비서관으로 취임시킨다. 하지만 이블을 무서워하지 않는 체체와 인간혐오가 심한 이블의 만남은 처음부터 최악이었고, 이블은 체체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른다.

 

승: 사사건건 신경에 거슬리는 체체의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블은 체체가 궁금해 졌다. 그리고, 체체의 무표정 속에 숨겨진 타르에 대한 끔찍한 죄책감을 알게 된다. 한편, 이블은 자신을 비난한 시민 때문에 재해 지역에 가지 않겠다고 공표하고, 이에 시위대와 대치한다. 그 과정에서 체체가 소울 오러라는 사실이 발견 된다. S급 소울 오러로 판명난 체체는, 이블의 제안에 의해 이블의 저택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전: 체체는 탈타르 이후에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영웅이었고, 정부군과 반군에게 회유와 위협을 받고 있었다. 어느날 자신과 함께 타르난민을 돕던 종군기자와 연락이 두절되고, 체체는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한다. 한편, 이블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많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애정이 싹튼다. 체체에게 칭찬받고 싶은 이블은, 재해 구조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한다.

 

결: 이블의 변화로인해 선행상을 받게 된 체체는, 그곳에서 타르인들을 유린해 온 빌라인 제라도 외교부 장관을 만나고, 체체를 분노케한 그 쓰레기를 이블이 죽인다. 그리고 체체에게 집착이 심했던 정부군 수장 카론은 납치한 종군기자 존게일을 빌미로 체체를 유인한다. 이블을 떠나, 체체는 존게일을 구하러 타르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블은 조금 심술(?)을 부린 뒤 체체를 구한다. 타르는 독립하고, 체체는 이블과 함께 알시티로 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약자'라는 안전지대

 

 

이 소설의 초반 진입장벽은 제법 높습니다. 원래 욕하면서 보는 것이 아침드라마의 매력인 것 처럼, 가상의 이야기들이란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극도의 행복감, 슬픔, 분노, 기쁨을 통해, 감정의 세포들을 흔드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때론 그 수치가 수용 임계치를 넘어가면, 그건 카타르시스를 넘어서 불쾌감으로 다가 옵니다. 견디기 힘들어져요. 그런 부분들이 결국 '지뢰'인 셈이니, 잘 피해서 읽고 봐야 하는데, '블레임'의 초반은... 흐린눈 스킵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지뢰밭'이었습니다.

 

그 지뢰의 이름은 '난민'을 노골적으로 희롱하고 비꼬는 선천적 능력자의 모습이죠. 좋은 나라, 좋은 가문, 유일무이한 능력을, 그 능력이 너무 절실한 시대에 갖고 태어난 강자, 절대 행운아 이블 엔덤에게 세계는 오물이고 인간은 소음었습니다. 그러니 무시하는 인간들이 무시하는 '난민'은 이름조차 기억 할 필요 없는, 더러운 난민이면 족했어요. 반면에 체체는 심한말도 험한폭력도 공포의 분위기에도 덤덤했습니다. 자신이 살았던 지옥 중에 가장 우호적인 지옥이었으니까요. 처음에 불편한 부분은, 분명 이블엔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운동화에 들어간 작은 돌처럼 까끌거리는 것은 이블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스스로를 '약자'라고 칭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었죠.

 

힘쎈 사람과 약한 사람이 싸워, 약한 사람이 터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관중들은 말하죠."그러길래 왜 힘도 없으면서 덤벼"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위협하면 도망쳐야 된다고 말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강자는 언제든지 약자를 휘두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일종의 자연의 섭리고, 생태계의 법칙이고, 양육강식의 원칙이라고요.

 

그런데, 만약 그 강자가 약자를 휘두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참으로 다행일까요? 아뇨. 약자들은 강자에게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하게 태어난 것은 마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명이라도 되는 것 처럼 말합니다. '강자'는 보호해야 할 의무를 타고나고 '약자'는 보호받은 권리를 타고 나기라도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강자가 자신을 해치지 않는 것을 고마워하는 마음은 그 안에 없어요.

 

두 경우는  '개인'과 '개인의 집단'을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약자로서는 지니치게 수구적이면서, '다수'의 약자로서는 지나치게 호기로워지죠. 그래서, '우리'는 그 '안전지대'에 몸을 숨기는 것이 너무도 익숙해 진것이 아닐까요?

 

산불 화재 현장에 늦게 나타난 이블을 비난하며, 빨리 모래 폭풍을 막으로 가라고 하죠. 왜냐면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으닌까요. 그런데, 그들을 향해서 체체는 묻습니다. "왜 당신들은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나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는 시민의 대답은 참 신기합니다. 망가지지 않은 신체, 기근에 시달린 적 없는 기름진 안색, 헤지지 않은 옷과 돌아갈 집이 있는 강대국의 시민은 '난민'영웅 앞에서 '일반'약자를 자처하죠. 선택하지 않은 약자는, 역시 선택하지 않은 '더' 약한 약자에게는 의무가 없나 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약자'의 안전지대란 이렇게 안락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비난하거나 합리화하거나 불평하면 되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쇼프로를 보며, 밥을 먹고 사회와 강자를 욕 할 겁니다. 그렇게 욕을 하는 이블엔덤은 15살에 화산재를 막았고, 산불을 막고, 해일을 막고, 모래폭풍을 막았는데도요. 그 재해의 현장에 '바로' 존재 했는데도 말입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해야 한다.'를 의미 하진 않습니다. 물론, '할 수 없다.'면 '해야 한다.'도 성립 할 수 없겠죠. 능력없는 의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너무 당연히 '할 수 없다.'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고, '할 수 있다.'는 기준에 타인을 맞추고 산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의무'라는 말은 타인에게 쉽게 쓰면서 그 타인의 '권리'에는 관심이 없고, '권리'라는 말은 나에게 쉽게 적용하면서 자신에게 '의무'는 '무력'으로 종결시켜버리죠.

 

왕관을 쓰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그 말 어디에도 백성을 어깨에 얹으라는 의미는 없습니다. 왕관을 탐하는 자로부터 왕관을 지켜야 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다룬 말입니다. 

 

그럼 무법천지 세상에서 '약자'는 숨죽여 살아야 하나요? 아니요. 체체가 소울 오러이기 전, 그리고 '어린 영웅'이기 전, 아무것도 아닌 그저 삐적골은 한 명의 타르인 일 때도 총탄을 뚫고 어린아이를 구하고, 납치범 소굴로 뛰어 들었죠. 그 체체를 도으러 온 사람들 모두는 '약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지켰죠.

 

이 소설은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과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인가 하지 않은' 이유가 약자라는 것은 비겁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요구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만약,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강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강자에게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과 배려를 요청해야하는 일이겠죠.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기에, 나 역시 강자가 나에게 그리해주었듯, 나도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맞을 것이고요. 

 

귀여운 뱁새와 덩치 큰 댕댕이가 꽁냥거리며, 염병천병 떠는 오글거리는 달달물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 불편한 안전지대는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정말 마음 편히,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여기, 지금, 내가 그 안전지대에 숨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12/23 - [BL 소설] - [오메가버스/삽질물/할리킹] 바이바이 - 소림

 

[오메가버스/삽질물/할리킹] 바이바이 - 소림

출판사: 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4.13 분량: 본편 2권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콩콩이 잃고 나서 슬퍼하지 않으려고 상담을 받기 시작한 거예요?" ​ "아니, 슬퍼하기 위해서."

b-garden.tistory.com

2021/01/02 - [BL 소설] - [판타지물/회귀물/코믹물/힐링물] 뮨의 그늘 - 소림

 

[판타지물/회귀물/코믹물/힐링물] 뮨의 그늘 - 소림

​ ​ ​ ​ point 1 책갈피 ​ ​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 어떤 귀족들. 어떤 평민들. 헤베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들. ​ 어떤 반골 기질의 일종인지, 소문은 황제가 헤베 뮨을 북국으로 유배 보냈

b-garden.tistory.com

2021.04.17 - [BL 소설] - [현대물/코믹물/달달물/힐링물] 만약 널 만난다면 - 소림

 

[현대물/코믹물/달달물/힐링물] 만약 널 만난다면 - 소림

​ ​ ​ ​​ ​ point 1 책갈피 ​ ​ 최정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긍정적이었나 생각했는데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박태서를 만나고부터였고, 긍정적인 건 박태서와 관련된 일뿐이었다. 예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비터애플

출간일: 2019.07.03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나는 병이 났다, 바얀."

"뭐?"

황제가 벼락같이 고개를 들어 되물었다. 그의 깊은 두 눈은 대번에 절망으로 물들어 움축 꺼졌다. 병이 난 것은 황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며 손으로 희교의 얼굴을 모듬는 상태가 확실히 이상했다. 희교는 기이한 쾌감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병이 났어. 과거에 네가 보여준 다정함에 매달린 탓에. 너는 날 배신하고 연극의 종말을 고했지만, 나는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point 2 줄거리

 

 

기: 초원의 유목민 하르착이 세운 교제국은 부패한 연나라를 멸망시킨다. 연국의 먼 황친으로 쇄락을 예견했던 손희교는 자결을 하려하나, 교제국의 황제이자 옛친우 바얀에게 저지당하고 교제국으로 끌려간다. 바얀은 희교에게 사죄의 부역을 강요하며, 고문 같은 폭행, 모욕, 겁탈과 감금 등을 자행한다. 희교는 죽고자 하나 바얀은 희교에게 자비를 배풀지 않는다.

 

승: 과거 교 제국의 황제는 자신의 아들인 바얀과 딸 오윤치메그를 연나라의 첩보원으로 보낸다. 이들은 상서령의 집에 묵으며 아들인 희교와 절친이 된다. 설죽공자 희교는 썩어가는 나라와 숨통을 조여오는 어머니의 통제에 항상 죽고 싶었지만, 바얀과 만나며 살고 싶어졌다. 바얀은 희교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 가려하고, 거절하던 희교도 끝내 허락한다. 두 사람의 애정이 깊어지고 있을 때, 하인 하도의 계략으로 둘은 비극적 이별을 맞는다.

 

전: 희교를 시기하던 상서령의 하인 하도는 바얀의 생일, 바얀과 희교가 서로 배신한 것처럼 오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었다. 교 제국에 함께 온 하도는 다시 계략을 꾸며, 희교가 바얀으로부터 도망치게 만든다. 다행히, 희교는 바얀에게 구해지긴 하지만, 도망친 대가로 절름발이가 되고 황후로 책봉된다. 교제국의 원로 충신인 담딜촐론은 그런 희교에게 맹독인 살구씨를 보내고, 희교는 웃으며 그것을 먹는다.

 

결: 바얀에게 증오와 사랑을 고백한 희교는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바얀은 깨어나지 않는 희교의 영혼과 묶이기 위해, 영혼석이 되려한다. 오윤치메그는 자살하려는 바얀을 구했지만, 큰 화상을 입은 바얀은 황제자리에서 물러나 상황이 되고, 깨어난 희교는 태수이자 선대 황제들의 사적 기록물을 보관하는 장서관이 된다. 그곳에서 오해의 진실을 알게 된 희교는 바얀과 지독하게 엉킨 매듭을 조금씩 풀려고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직 어린 송골매, 누가 그를 쏘았나

 

저에게 '파언'은 동양풍 시대 피폐물 중에 정말 잘 쓰여진 작품으로 손에 꼽히는 작품인데, 생각보다 많이 안 읽힌 작품이라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비교적 짧은 2권의 분량과 열린 결말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더 길어졌거나 해피엔딩이었더라면 그건 그것대로 아쉬웠을 것 같아요.

 

후회공의 후회 해야 할 일은, 상대방에게 단순히 아프거나 모욕적인 일이 아니라, 마음에 세겨져 매일 덧나는 생채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만 있어도, 떠올리기만 해도 해집게 되는 상처를, 공이 후회하고 다정해지는 것만으로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걸까요? 정말 수의 강철멘탈이란 전설의 동물 유니콘 같아요. 그래서 피폐의 정도가 강할 수록, 독자의 입장에서 해피엔딩이 깔끔함에도 완성도 면에서 좀 섭섭한 면이 있죠.

 

파언은 시작부터 임팩트가 있어요. 칼로 쑤시고, 상처를 벌리고, 때려서 한 쪽귀는 멀지, 밟혀서 손톱빠지지, 기어서 도망치는데 발목 아작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폭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얀이 희교에게 희구하는 것의 비틀린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예요.

 

어린 바얀은 희교의 선물을 기대하며 자신의 생일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날 자신을 죽이려는 희교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치며 교국으로 도망쳐오죠. 희교가 바얀이 교국의 첩자였다는 것을 알고, 집안의 보물인 수보옥을 훔치려 어머니를 활로 쏜 것을 본, 그 날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를 살려달라고 빌 만큼, 역시 어린 희교의 모든 것은 바얀이었습니다.

 

파언은 희교가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면 다시 사랑하겠노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희교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배신을 상기시키죠. 스스로 나에게 오라는 간절한 바람이지만, 희교에게는 무의미한 폭력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느냐는 희교의 원망은, 파언에게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의 부정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희교에게도, 바얀에게도 잔혹한 시간이지만 바얀은 희교를 놓지 못합니다. 갈피를 못 잡는 두 사람의 절실함을 보면 '미치겠다. 너희를 어쩌냐?'하며 동동거리게 되요.

 

파언에는 '영혼석'이 나옵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을 화장 후 뼈로 만든 진주가 영혼석입니다. 영혼석을 먹으면, 자기 배 안에 상대를 영원히 가두어,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저주가 된다죠. 바얀은 희교를 영혼석을 만들어 먹고자 바를락을 쌓습니다. 하지만, 희교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 아님을 알고 난 뒤 본인이 영혼석이 되어 희교에게 먹히고자 합니다. 늘 죽고 싶었노라 고백하는 희교에게, 잘 해줄 테니 살으라 말했던 것 처럼, 살아 있는 희교에 부분이 되어서라도 함께 하려하죠. 영혼석이 아닌 자신은 희교에게 이미 지옥이 되었을 테닌까요.

 

원망과 오해를 내려 놓은 두 사람은 어느 눈 오는 날 마주합니다. 희교는 이제 바얀을 용서하지만, 둘은 너무 멀리 왔죠. 바얀은 이제 희교에게 가기 위해서 스스로를 용서 하기 위한 힘든 길을 떠나야 할 겁니다. 하지만, 긴 시간이 지나 송골매를 쏜 사수의 이야기가 바얀에게 전해진 것 처럼, 송골매 또한 사수에게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나죠.

 

이대로도 좋은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둘이 잘 사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외전을 기다린지도 제법 되네요. 작가 가님.. 쓰고 계신가요?

 

왜 말 한 마디를 못해서 저렇게 오해가 번지나 싶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로 풀 기회 조차 없이, 잊지 못하고 원망이 쌓이고 마음이 헤져서야 만나게 된 인연을 보면, 운명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풀지 못한 오해를 유일한 현실인 것 처럼 만들죠. 의심하지 않는 원한이 잔인함을 피하긴 어렵고요. 참... 몇 번을 재탕하면서도, 안타까운 두 사람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블랙아웃

출간일: 2017.10.16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살면서 한 번도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요즘은 느껴. 그래도 버티고 살길 잘했구나"

 

 

 

point 2 줄거리

 

 

: 조직 폭력배 기업인 석회장에게는 딸 세라와 아들 둘, 검사인 준영과 2대 오야붕 제하가 있다. 어느날 세라의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토끼게 되고, 석하는 그 여자와 매형을 찾다가 그 여자의 동생인 이몽룡을 잡는다. 이몽룡은 부모없이 자신과 절에서 함께 자란 누나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모진 치욕을 당하면서도 특유의 똘끼로 제하를 여러번 엿 먹인다.

 

: 준영은 아버지에게 반발감을 느껴 검사가 됐다. 자신을 싫어하는 동생 제하와 사고뭉치, 문제아지만 자신을 따르는 몽룡 모두를 아낀다. 어느날 제하가 몽룡을 패고 감금한 것을 알고, 뭔가 하려고 헛방을 여러번 날리다 마지막 안타하나 치고, 섭공조차 되지 못한 채 퇴장한다. 제하와 몽룡은 쫒고 쫒기는 과정 속에서 비슷한 상처를 가진 서로에게 끌린다.

 

: 제하는 준영을 편애하는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자 노력해왔다. 아버지가 정한 결혼 역시 당연히 받아드렸지만, 갑자기 고라니처럼 튀어나온 몽룡에게 정신없이 휘둘리는 동안, 결혼을 포기하고 몽룡과 함께 있을 것을 계획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석회장은 몽룡을 협박해 제하를 찌르게한다. 결국 그 둘은 헤어진다.

 

: 제하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기업 1인자가 된 후 이몽룡을 찾지만, 몽룡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못 잡는 도망수는 도망수가 아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전쟁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평화스러운 동거를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계자'형 '똘아이', 내 편이면 '사이다' 적 편이면 '독극물'

 

 

어떤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엄청 시리어스한 작품 뒤에 코믹물을, 'one and only' 이후에 'only 몸정'을 쓰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변신을 거듭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늘 쓰던 클리셰만 반복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계자님의 경우는 후자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전에 읽었던 작품의 '누군가'가 계속 떠올라요. 현재 연재중인 '죽어 마땅한 것들'도 묘~하게 이미 읽어 본 것 같은 느낌이죠.

 

그래도, 저는 계자님 작품에 실망도 하고 머리탁! 칠때도 있지만, 꾸준히 다 챙겨 보는 편입니다. '너에게 가는 길'부터 현재까지, 똘아이들도 나름 진화했달까요. 물론, 작가님도 많이 성장하셨구요. 글 잘쓰는 옆 반 친구에서 이제는 '계자'형 장르 소설 작가로의 진화를 목격했기에 애뜻함도 있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너에게 가는 길'입니다. 장점과 단점 모두 너무 힘 빡! 줬다는 거죠. 이 책을 읽으면 이 곳에서는 작가님의 애정이 듬뿍 들어간 것 같아, 왠지 보는 저도 간질간질한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누군가 저에게 계자님 소설 중에 한 권을 추천해 달라면, 저는 단연 '미친놈 종합세트'를 추천 할 겁니다. 비교적 초기 작품이지만, 반찬이 다채로운 한식처럼 곳곳에 맛난 포인트들이 참 많거든요. 그 이후에 정말 '계자'기계가 쓴 것 같은 양산형 작품들을 보며 잉? 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기존의 팬심으로 언젠가 진짜 제대로 미친 물건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멈추지 못하고 보는 작가입니다.

 

계자님의 똘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말 빨'이죠. 겁 없고, 몸은 외설스럽고 마음은 여린 미워 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똘아이들! 저는 어느 시점으로부터는 '지는 것'='원만' or '후속 업무 없음' 이 되어, 싸움을 피하거나 이길 생각을 안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말싸움 지면 잠도 안오고, 다음 날은 '오늘은 내가 밟는다!' 벼르기도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계자님의 소설을 끊지 못하는 이유도, 이게 제일 편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사실은 한번도 스스로 참고 싶지 않았던 많은 순간들에 대한 보상 같은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 한 적 있어요. 정말 이렇게 할 말 다하면서 살아도,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구나! 딱 내 옆에 이런 친구가 있으면, 매일 스프라이트 샤워하는 느낌일 것 같다. 그런데, 이 똘아이가 내 앞에 진상을 부리고 있다면... 정말 절레 절레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멘탈 갑! 이라는 거죠. '미친놈 종합세트'에서 몽룡과 제하는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몽룡은 과거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찾아와 절의 불전함을 훔쳐오라고 시켰고, 제하의 아버지는 큰 아들 준영을 위해 작은 아들 제하를 대신 인질로 데려 가라고 했죠. 돈도 많고 힘도 세고 힘쓰는 동생들도 많은 제하, 그리고, 늘 돈 안되는 잡일에 맞는 것에 이골이 난 몽룡! 그런데 기죽지 않고,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바로 보고, 방법을 찾는 것은 결국 몽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상처 입는건 입는 거고, 움추려 드는 건 움추려 드는거지! 상처입는 다고 꼭 움추려 들 필요 없어.'라고 쿨~ 하게 말 할 것 같은...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지요.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똘아이여 영원하라!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09/11 - [BL 소설] - [현대물/코믹물] 열애기

 

[현대물/코믹물] 열애기

제목: 열애기 작가: 계자 출판사: 블랙아웃 출간일: 2019.07.19 분량: 본편 3권 # point 1 한 줄 "똥은 원래 지들이 무서워서 피했다고 생각하지, 싫어서 피했다고 생각 안해. 그러니까 한번쯤은 얼마나

b-garden.tistory.com

2020/10/22 - [BL 소설] - [오메가버스/현대물/시리어스물] 콜드 블러드

 

[오메가버스/현대물/시리어스물] 콜드 블러드

출판사: 수려한 출간일: 2019.12.17 분량: 본편 3권 ​ ​ ​ ​ point 1 책갈피 ​ ​ 잘 살자. 서로 위해 주면서. 아껴 주면서. ​ ​ ​ point 2 줄거리 ​ ​ 기: 알파 최기준은 연인이자 이복동생인 오

b-garden.tistory.com

2021/02/07 - [BL 소설] - [현대물/연예계물/달달물] 순정 곰탱이 - 계자

 

[현대물/연예계물/달달물] 순정 곰탱이 - 계자

출판사: 블래스트 출간일: 2020.05.07 분량: 본편 3권 ​ ​ ​ ​ ​ point 1 책갈피 ​ ​ "나한테는... 가족이 중요해요." ​ 맥주 캔을 쥔 인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그렇지. 씁쓸한 마음에 맥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7.01.18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아프고, 아프게 하고, 다치고, 다치게 하고, 그리고 키스하고 화해하고. 다시 고백하고, 외롭지 않게 안아 주고."

"……."

"그런게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사랑이란 뭐야?"

"……."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 그토록 상처받고 괴로워하면서도 나는 이 사랑을 멈춘 적이 없는데."

나는 감정이 섞인 음성으로 내뱉었다.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달아나려고만 해?"

 

 

 

point 2 줄거리

 

기: 극우성 알파에 돈 많고 잘생긴 키이스 나이트 피트먼! 모든 여자랑 다 잘 것 같은 절륜한 그는 "남자와는 자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를 짝사랑하는, 본인만 모르는 미인 오메가 연우는 그의 곁에 있기 위해서 유능한 비서의 얼굴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승: 어느날 키이스가 연 난교파티에서 강간을 당할 뻔한 연우는 극심한 트라우마와 키이스의 개아가 발언으로 깊은 상처를 입어 회사를 그만둔다. 연우의 부재로 유능한 비서를 잃어 버린 키이스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면서 연우의 치료와 정상적인 생활을 도울테니, 다시 회사에 나오라고 한다. 그렇게 둘의 동거가 시작 된다.

 

전: 슬프게도 잘난 공은 '사랑'을 모르고 평범한 수는 쉽게 '사랑'을 확신했기에, 키이스가 연우에게 빅엿을 먹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연우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자, 도망을 계획하고 한 트럭의 거짓말로 더 큰 빅엿을 키이스에서 선사하고 사라진다. 돈은 위대하기에 키이스는 연우를 찾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결: 연우는 키이스 대신에 사고를 당하고, 그때 서야 키이스는 자신이 외면해 온 두려움의 실체를 알게 된다.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연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모르는 연우와, 이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키이스는, 벽뿌심 귀여움을 지닌 아들 스펜서를 낳고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실'과 '진실'

 

'사실'과 '진실' 중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가령 친구가 차키가 없어졌다며 혹시 어디있는지 봤냐고 물어봅니다. 나는 어제 친구의 차키를 숨겼지만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왜냐면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바람의 레이서인 친구가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날 것 같았거든요. 여기서, 차키를 숨긴건 '사실',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진실'입니다. 나중에 차키를 제가 숨겼다 것을 알게 된 친구는, 저를 거짓말쟁이라고 추궁 할 까요? 아니면, 좋은 친구라고 감동을 받을까요?

 

연우에게 '진실'은 오로지 하나 뿐입니다. 키이스를 사랑한다. 그가 나를 오메가로 변이 시킨 것을 기억하지 못해도, 나를 무시하고 무리시켜도, 그의 여자들의 지저분한 일을 대신하더라도, 의심 없는 하나는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우는 아주 많은 거짓말을 합니다. 무려 4권의 본편과 2권의 외전을 통하는 내내 키이스는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을 계속 발견합니다. 참으로 양파껍질과 같은 거짓말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키이스는 연우의 거짓말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실망을 했을까요? 그랬다면, 이 책의 제목은 'Kiss me, Liar'가 될 수 없었겠죠.

 

그런데 실제로 많은 경우, 현생에서는 '진실'보다 '사실'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실'은 진짜 같고 '진실'을 진짜 같지 않아서요. 왜냐면 '말'은 언제나 거짓 될 수 있고, '마음'은 '아는 것'인지 '믿는 것'인지 모호 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뭔가 '사실'을 알아 내는 것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이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준이라, 충분히 비난을 할 근거가 된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사실과 진실이 '의도'라는 대척점에서 마주 볼 때가있어요. 이때, 얼마나 나는 진실을 없다 하고, 고려 없이 마땅히 나의 사람들을 상처주고 잃어 갔던가, 혹은 그 조차 알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1권, 2권은 읽기가 힘듭니다. 연우가 키이스의 행동에 환희하고 절망하는 심리가 설렐 정도로 잘 묘사가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빡침이 무한 반복 됩니다. 키이스의 '빅엿'사건 때 실로, 자연스럽게, 육성 욕이 나옵니다. 3번째 다리는 양심이 없다! 하면서 보았기에, 연우가 도망 갈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나, 연우의 고뇌가 멈춘 것은 아닌지라 키이스의 후회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함에도 해피엔딩이 반가웠죠.

저는 4권 중반부터 완결까지 반권 정도를 여러번 반복 해 봤는데, 키이스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부분이예요.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나는 원래 그래', '내 환경에선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해줘.', '나를 사랑한다면 감내해.'라는 개소리는 바로 그 용기가 없는 패자의 변명인 셈이죠. 그래서, 키이스의 찌질함이 절정에 다다른 그 부분에서 키이스가 제일 멋있게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