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11.19

분량: 본편 4권+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아..., 음, 이 기사를 쓰면서...어떻게 보면 제가 몸 담고 있는 이 업계의 한 측면에 대한 말을 얹는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고... 또 겁이 나고, 또 혹여 몇 년 후, 이 기사가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 어쩌면 제가 기자로서 가져야 할 융통성이라거나... 인간에 대한 어떤...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 사실 언론계에 막 들어올 때부터 했던 고민이지만,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여전히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point 2 줄거리

 

 

기: 게이 신규호는 동아리에 새로 입부한, 생긴 건 정말 내 타입인 서윤건을 본다. 노멀은 건드리지 않는 고로,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윤건은 목석보다 딱딱한 태도로 욱하는 회장을 건드린다. 친구인 회장과 신입부원 사이에 튀는 스파크를 진정시킨다고 오지랖을 떨어 보았지만, 결국 신입부원 전체가 봉기하는 초유의 갈등 폭파 사태를 거드는 꼴이 됐다.

 

승: 서윤건은 신규호가 자신에게 수작질을 건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이에 빡친 신규호는 온갖 정성을 다해 진짜 '수작질'을 걸며 서윤건을 괴롭힌다. 결국 사과아닌 사과를 받아내고 봉합하려는 찰나, 신규호는 앱을 통해 파트너를 찾는 장면을 들킨다. 아웃팅과 함께 이상하게 꼬인 윤건의 도발에, 서로 좋아하지 않고 질척거리지 않는 깔끔하고 뒤끝 없는 섹파가 된다.

 

전: 그저 오지랖 싸이코라고 생각했던 규호를 서서히 자기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윤건은, 섹파가 아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오래 함께 가는 관계를 원했지만, 규호는 윤건을 좋아한다며 섹파도 친구도 될 수 없다고 한다. 한편, 신문사 인턴으로 합격한 규호는 예상과 다르게 부패한 업계의 단면을 마주하고 갈등한다. 신념을 꺽지못한 규호는 인턴에서 잘린다.

 

결: 윤건은 규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 동안, 자신에게 규호가 친구 이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윤건은 규호의 절친 문강과 함께 규호가 내지 못한 폭행 기사를 내고, 규호는 신문사에서 알게 된 기자의 제안으로 다른 신문사에 입사하게 된다. 규호는 윤건과 반 부부가 되어 함께 산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윤건은 완벽한 의처(?)증 환자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고문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있듯, 저는 공백이 생기면 문자를 읽는 버릇이 있다보니, 동시에 여러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래도, 딱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책 표지를 확인하거나 이전 내용을 확인하는 일은 많이 없는데, 이 책은 정말 여러번 표지를 확인했죠. 분명히 BL섹터 책을 읽은 것 같은데... 도저히 '사랑'이 등장 할 수 없을 것 같은... 진짜 이렇게 막가고 나서 나중에 사랑을 한다고?가 매우 길~게 이어졌습니다.

 

캠퍼스, 배틀연애, 친구>연인, 몸정>맘정 키워드를 보면 우리는 예언가가 됩니다. 그리고 파트파임 파트너도 예언 적중률이 매우 높은책이죠. 상극인 두 사람이 서로 앙숙처럼 치고 받고 싸우다가 몸정들고 맘정들고 둘도 없는 연인 된다는 클리셰! 조심스럽게 다가가 작은 갈등에 헤어지는 커플에 비해, 싸움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진 커플이라 결속력이 해병대 전우회보다 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싸움'이... 약간 정도를 지나치는 느낌... 차라리, 욕을 하거나 노골적인 비난을 하면, 이 사이코패스! 이해를 전혀 못하는구만! 할 텐데... 윤건과 규호는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마구 긁습니다. 보다 보면 제가 뛰쳐가서 입 좀 다 물라고 말리고 싶어요. 서로가 상처인줄 알고 주는 상처들이 꾀 보입니다. 언듯보면 눈치 빠르고 머리 잘 돌아가고 여론을 잘 이용하는, 인간 불신남 윤건이 좀 심해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긴 '고문관 '신규호가 있죠.

 

정의감 강하고, 자기 신념에 확신이 있고, 사람이 겉과 속이 같은데다, 오지랖도 넓어요. 주변에 이런 사람있나요? 저는 이런 사람을 '고문관'이라고 부릅니다.

 

'고문관'의 시작은 '정의'입니다. '정의'란 정말 어려워요. 2000페이지가 넘는 철학서에서 100명이 넘는 철학가들이 박터지게 싸워도, 결론은 '어렵다.'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파들은 정의를 '판단'하는 시간이 짧습니다. 이건 아니야! 이래야 되는거 아니야? 란 생각이 떠오르면 거침없이 행동하죠. 그리고 나의 실리가 아닌 옳은 일이라는 '믿음'이 '의심'을 살라 먹어요. 브레이크가 없다는 소리죠.

 

게다가 사람이 너무 한 눈에 보여서, 실상 그것이 진짜 '정의'로운 행동이더라도 방법론이 개판이예요. 상대방이 누구든 알기도 이용해 먹기도 쉽고, 적어도 방어하기 어렵지 않죠. 게다가 오지랖을 떤 덕분에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멀리 멀리 소문이 나요. 마지막엔 사회와 조직이 부정하다며 나라 잃은 독립투사처럼 비관합니다.

 

윤건은 정확히 '고문관'의 상극에 있는 사람입니다. 규호는 많은 연애를 해봤지만, 싸우고 화해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윤건은 연애를 해 본적 없고, 기본적으로 싸우지 않죠. 싸울만큼 선 안에 사람을 두지 않으니까요. 선 안에 있는 사람은 진심을 다해, 선 밖에 있는 사람은 무관심입니다. 선 안도 밖도 없이, 능력치에 넘어가면 수습도 못하고 방치하는 규호가 얼마나... 일만 망치고 다니는 놈으로 보였을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상극 조합 정말 절묘하다는 거죠. 윤건은 방법론에 해박하고 정치적으로 해법을 찾는 사람이지만, 규호는 형이상학적 자기 철학이 있는 사람이예요. 즉, 윤건은 '길찾기' 전문가고 규호는 '목표 지정' 전문가인 셈이죠. 윤건은 해매지 않지만 가고 싶은 곳 없는 슈퍼카고, 규호는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네비 없는 영업용 용달차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규호는 윤건이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맞아요. 윤건이 없었으면, 기사도 못 나갔겠지만 기자로 성공도 못했을지 몰라요. 그럼에도 윤건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10개 하면 그 중 3개가 틀릴 수 있는데, 일을 3개만 하면 많이 틀려도 1개죠. 일을 10개 하는 사람은 '고문관'이 되기 쉬워요. 자기 프라이드 높고, 그래서 남의 말 안 듣고, 트러블 많아 적도 많을 확률이 높죠. 그런데 그 일 10개 하는 사람들이 꼭 임원이 되더라구요. 절대적으로 경험한게 많거든요.

 

어쩌면 '좋은' 고문관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실패나, 소외된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람 일 수도 있어요. 그것들을 보고 고민한다는 것은 때론, 스트레이트로 성공한다는 것보다 값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윤건이 무난한 대기업 샐러리맨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예비 변호사 탐정이 된 건 처럼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고문관 술 사주러 갑니다. 슬픈 운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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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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