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10.11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너는 한평생 내 주변으로만 부유하던 어렴풋한 잠상이었는데, 이제는 또렷한 형체를 찾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존재를 드러낼 준비를 한다.
point 2 줄거리
기: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연서는 부모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귀국한다. 그리고 가해자 유족인 자신은 거대한 유산을 물려 받았지만, 피해자 유족이 었던 어린 유재는 고아원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듣는다. 우연히 고아원으로 차를 몰던 연서는 그곳에서 유재를 본다. 그리고, 그가 10년간 반복된 데자뷔 속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본다. 이후, 연서는 유학을 접고 위장결혼을 하고 그다지 원치 않았던 상업 사진작가가 된다. 그리고, 유재를 입양한다.
승: 연서는 평범한 일상의 데자뷰를 보곤한다. 하지만, 예언과 같은 비통한 말을 내뱉는 유재를 본, 그 데자뷰만은 연서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연서는 유산처럼 물려진 죄업이 유재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헌신적으로 유재를 아끼며 돌본다. 어느 순간 유재는 연서의 인생의 중심이 되어버리고, 연서는 데자뷔와 다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유재와의 완벽한 이별을 준비한다.
전: 유재는 바르고 유능한 대학생이 되어 연서의 자랑이 되었다. 연서는 유재가 상처 받지 않는 이별의 방법을 고민한다. 그리고 유재는 그런 연서의 변화를 눈치 챈다. 당연한 일이었다. 유재는 오래전부터 연서가 숨기려 했던 모든 일을 알고도 그를 온전히 가지기 위해 철저히 계획해 왔기 때문이다. 우재는 연서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압박하며 자신의 곁에 두려하지만 끝내 모질게 굴지 못하고 연서를 놓아준다. 그리고 우재는 입대한다.
결: 연서는 원하던 여행사진 작가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유재의 제대에 맞춰 귀국한다. 연서는 유재와 호적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가 되자는 제안을 한다. 아직 유재처럼 연인 관계를 받아 드릴 수는 없었지만, 연서 역시 유재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었다. 급격히 절륜해진 유재와 불혹의 연서는 어쨌든 happy ending이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미래를 본다는 것은...
'플래쉬 포워드'를 아시나요? 1분43초간 전 인류를 미래를 보게 된 후의 일을 그려내고 있는 미드입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라 아쉽긴했지만,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죠.
그 속에서 어떤 이는 희망을 보고, 누군가는 절망을 보고, 일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미래를 보기 시작한 인류는 오로지, 자신이 본 미래의 그 날을 종점으로 현재를 살아가지요. 물론, 그 중에 누군가는 미래를 보고 용기를 내서 꿈을 쫒아 가지만, 원치 않는 미래를 보고 괴로워하고 도망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죠. 그 중 일부는 그런 선택으로서 자신이 본 참사를 막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일부는 오해와 속단의 비극만은 경험해요.
미래를 본다면... 그 만큼 많이 하게 되는 염원이 있을까요?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마리만 알았더라도, 피할 수 있었던 고난과 착오가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사실 이 소설을 읽은 오늘만 해도 "이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이라는 상상을 3번은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래를 알고도 나는 몰랐던 어제와 같이 '현재'를 살 수 있었을까요? 내가 본 미래는 정말 미리 본 '정답'일까요? 잘못 컨닝한 '오답'일까요?
연서는 데자뷔를 통해 자신이 유재를 슬프게 만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유재는 자신을 향해 비난하고, 나는 후회할거라고 생각하죠. 아이들을 데리고 돈장사를 하려는 무례한 고아원 원장을 보며, 자신이 유재를 입양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한 4년 동안 불행했을 유재의 생활을 짐작합니다. 연서는 그런 유재를 보고 다짐하죠. 반드시 내가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너를 행복하게 해 줄꺼야! 그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유재를 기릅니다.
그리고 데자뷔의 날에 와서야 알게 되죠. 그 장면 속에 맹렬하게 내뱉던 말들은 자신을 향한 원망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연정이었다는 것을 말이예요. 연서가 쏟아부은 애정은 불행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그런 노력은 유재에게 연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죠. 호적상 아버지라는 것도, 연서가 세상에 드러내길 두려워 숨겨 왔던 진실과, 연서가 쌓아 온 것들을 무너트릴 수 있는 트리거를 당기는 일도 서슴치 않는 저돌적인 연심을 키워냈어요. 아이러니하게 말입니다.
연서에게 그 날의 데자뷔는 잠상과 같습니다. 상은 있으나, 드러나지 않고 렌즈 속에 맺혀 있습니다. 현상된 잠상은 더 이상 잠상이 아니고, 심지어 잠상과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도 미래의 어떤 시점에 현상 될 잠상 몇 가지를 가지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해서 혹은 피하고 싶어서, 얽매이게 되는... 일어나리라 확신하는 어떤 일들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치열한 고민들이 실제 그 때가 되면 참으로 허무해지는 결과도 경험합니다. 연서의 삽질처럼요.
'잠상'은 역키잡과 근친설정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배덕함은 없습니다. 일단, 유재가 연서를 부모처럼 대하는 기간이 없습니다.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 건 당연하고, 반말을 쓰고 이름을 부르죠. 게다가, 분명 연서가 15살이 많은데, 아재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불혹이 가까워진 30대의 사진작가에게서 대학생이 유재보다 더 도련님 분위기가 난다고 할까요.
막판에, 둘의 호적이 정리되고 연인이 된 후에는 유재가 심하게 절륜해집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우얏든 합의 정사만 등장하고, 유재가 복흑과 계략공이긴 하지만, 금단을 자극 할만한 '광'적인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서정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서의 시점으로, 얼마나 유재가 사랑스럽고, 유재와의 이별을 힘겹게 준비하고 있으며, 그와의 일상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술이 간질거려요. 자극을 얻으러 갔다 생각 한 무더기를 얻을 올 수도 있지만, 무게감 제대로 실린 필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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