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1.02.09

분량: 본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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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네가 이렇게 날 받아들여 주면 난 또 미쳐서 날뛸지 몰라. 그러니까......"

"그럴 때 브레이크 밟을게요."

"...... 뭐?"

"맞아요, 그날 아저씨 평소랑 다르게 과속하셔서 엄청 위험했어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브레이크 밟으니까 아저씨 멈추셨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안 다쳤고요."

"결아, 그건......"

운이 좋아서였다. 자신이 제정신이 들지 않았다면 절대 멈출 수 없었고 정말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확실하게 약속해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브레이크 밟으면 멈춰 주실 거라고."

아이처럼 말간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미는 결을, 주언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고, 이렇게 마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약속 하나로 그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데. 망설일 틈이 어디 있을까.

"마지막으로 도장도 꾹."

손가락을 마주 걸고 엄지까지 야무지게 맞부딪치는 결을 보며 주언은 웃음을 삼켰다. 일주일 만에 처음 짓는 웃음이라 그런지 어쩐지 어색하게 입가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가까지 진동이 번지는 느낌에 손을 들어 눈꺼풀을 누를 때였다.

"그럼요, 아저씨."

"...... 응."

간신히 눈가를 진정시킨 주언이 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무엇이든 말해 보라는 듯 다정한 미소와 함께. 그를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결이 문득 주언에게 성큼 다가왔다.

"오늘 브레이크 실험해 봐도 돼요?"

point 2 줄거리

기: 중학생 때부터 소형 기획사 연습생을 시작한 백결은, 몇 번의 데뷔 기회를 물먹으니 20살 되었다. 떡볶이를 팔고 폐지를 주워가며 결을 키워준 할머니의 병원비는 부족하고, 데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져갔다. 그때 결에게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고, 결은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가게 된 펜트하우스에서 화보 속 모델처럼 근사한 조폭 아저씨, 기주언을 만난다.

승: 매서운 눈빛을 가진 위험한 분위기의 아저씨는 결에게 다정했다. 결은 그런 아저씨에게 사랑에 빠진다. 한편, 결은 아저씨가 투자한 보이그룹 프리즘 멤버로 데뷔, 큰 인기를 얻는다. 또, 할머니도 아저씨가 준 무제한 블랙카드로 무사히 병원비를 결제하고 퇴원한다. 결은 아저씨와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저씨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결은 낙담한다.

전: 한편, 주언은 결에게 차를 선물하고, 운전면허가 없는 결은 아저씨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저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날 수록, 결은 더더 아저씨가 좋아지고, 그래서 먼저 키스도 하지만 아저씨는 무서운 얼굴을 한다. 상처 입은 결은 스폰을 그만두자고 말하고, 당황한 아저씨는 결이 바라는 대로, 이성의 고삐를 풀고 결을 끈적지근한 신세계로 안내한다. 아저씨와 몽롱한 날들을 보내던 결은 정줄을 놓고, 방송 중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한다.

결: 아저씨는 대노하여 결을 소환한다. 결은 또 무서운 얼굴을 한 아저씨를 보자 서러운 마음에 대들고, 아저씨는 결을 거칠게 다룬다. 물론, 아저씨는 곧 결에게 사과하지만, 결은 돌아가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결은 주언의 동료, 석중에 연락을 받고 아저씨가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 빠져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삽질을 끝나고, 해피엔딩!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저씨의 순정

'아저씨와 나'가 왜 많은 독자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그래서, 올해 2월 저의 모습을 떠올려 봤어요. 아... 표지 일러스트! 저는 대부분 표지에 관한 감상이 제로 포인트에 가까운데, 굉장히 드물게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 읽게 되거나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안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원체 훌륭한 일러스트가 많아서 전자가 월등한 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저씨와 나'는 후자였나 봐요. 차라리 꽃이나 단색으로 하시지...

'아저씨와 나'는 유사품 '아기와 나'나 '왕과 나'와 다르게, '나'보다는 '아저씨'의 노고가 대단히 큰 작품이었어요. 저는 이 작품의 부제로 '아저씨의 순정'을 외치겠습니다! 물론, 결은 매우 착하고 성실합니다. 번번이 눈앞에서 데뷔의 기회를 빼앗겨 놓고도, 스폰이 들어와 데뷔와 확정되었을 때, 혹시 누군가의 데뷔 기회를 빼앗은 걸까 봐 걱정할 정도로 착해요. 네... 그렇습니다. 순수한 백지! perfectly whtie paper! 그래서 이름도 백결인가요?

13년 차 백결 스토커, 아니 키다리 아저씨는 입맞춤도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어린 양과 먼~ 길을 가야 했어요. 입술 세 번 가져다 댔더니,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당황하는 백결! 아저씨는 백결이 어린애인 것이 원망스러웠죠. 하지만, 이런 아저씨의 고민도 모른 채 홀로 삽질 짝사랑 중인 한결은, 아저씨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스폰 관계라는 사실이 힘들었고, 그래서 아저씨에게도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참고 있는 아저씨를 계속 자극합니다.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 줄래? 하지만, 아저씨는 어른이었어요. 출장도 가고, 술도 마시고, 혼자 해결(?) 하면서, 결의 속도를 배려해 진도를 밟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가 아가에게 고통을 주는, 하나 됨의 단계! 아저씨는 그다음이 뭔지도 모르고, 어여쁘게 엉겨 붙는 결을 보며 자기 수양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인터뷰를 해요. 질투에 불탄 아저씨는 결을 몰아붙이지만, 아파하는 결을 보고는 중간에 멈춥니다. 아저씨는 초인이었어요.

그 후 두 사람은 삽질물의 클리셰에 따라, 오해를 풀죠. 베프의 전제 조건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캐치하는 눈치와 친구의 비밀을 적당히 흘릴 줄 아는 가벼운 입이죠. 그리고 석호는 주언의 이상적 베프였어요. 결을 되찾은 주언과, 주언의 연인이 된 결! 두 사람은 브레이크를 뽑고 고지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한 큐에 넘지는 않아요. 아저씨는 그 격정적 화해의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참 성인이었거든요.

물론, '아저씨와 나'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죠. 24살 주언은 모시던 형님에게 배신 당하고 부상을 입은 채 7살 결을 만나요. 그때 딱히 결이 별말을 하진 않았는데도, 주언은 결의 말을 힘으로 삶의 의지를 다 잡죠. 그 후 할머니 떡볶이집의 단골로 대량 구매를 해주고, 가수가 될까 말까 망설이는 결에게 용기를 줘요. 그러다 처음 데뷔에 미끄러지고 우는 결을 보고 사랑에 빠지죠. 왜, 어떤 점이, 무슨 배경에서, 어떻게 그런 건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양보합니다.

결국 할머니의 떡볶이 집 건물주도 주언이었고, 위험한 투자가 들어간 결의 데뷔를 막은 것도 주언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키다리 아저씨를 해 주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지 않았을까요? 손회장이란 연줄도 있는데, 결이 스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까지 내 몰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래저래 아저씨에게 따지고 싶은 부분은 많습니다. 그리고 손회장님과 할머니의 인연도, 수습 안 된 깝툭튀 중 하나죠.

결이 20살이니, '아고물'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아고물의 묘~미~는 '어른의 포용력'과 '아가의 순진함'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에서, '아저씨와 나'는 우수한 아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어른이었고, 결은 백설기보다 새하았거든요. 마무리를 비롯해 아쉬운 점은 많지만, 메인 디시는 훌륭하고 사이드 디시가 부족한 정찬이라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외전으로 A/S 해 주셨으면... 미리 감사합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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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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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5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대리 서윤슬, 능력 있고 잘생긴 데다가 사회성도 좋아 인기가 많다. 그런 그에게 징크스가 하나 있다. 꿈에 고등학교 동창 강준 나온 날은 옴팡지게 재수가 없다. 과거 윤슬은 고백하는 강준을 거절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슬은 회사 근처 빵집에서 일하는 강준을 발견한다. 그 뒤, 꿈의 빈도는 늘어가고, 징크스의 날들은 이어졌다. 윤슬은 꿈을 꾸는 이유가 강준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고, 그래서 강준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이런 징크스도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승: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윤슬은 멋을 부리고 빵집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지만, 강준은 그런 윤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물론, 윤슬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온다. 회사일로 한동안 빵집을 가지 못한 윤슬이 갑자기 나타나자, 놀란 정준은 윤슬의 정장에 빵을 쏟는다. 윤슬은 세탁비를 변상하겠다는 정준에게 대신 밥을 사달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둘은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선물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다.

전: 윤슬은 강준의 작은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강준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술을 마신 날 강준에게 먼저 키스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한 윤슬은 그날 이후 강준을 피해 다닌다. 설상가상 강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들키게 되면서, 윤슬은 강준을 2번째로 차게 된다. 하지만, 윤슬은 그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자주 멍했고, 강준을 생각했다. 윤슬은 강준에 대한 감정을 깨닫는다. 강준이 윤슬을 완전히 손절한 뒤였다.

결: 한편, 윤슬은 동창회에서 과거 강준이 한 고백으로 시비를 거는 진상과 싸우게 되고, 이를 알게 된 강준은 더 이상 윤슬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틈에 윤슬은 선물공세를 퍼부으며 적극적으로 대쉬지만, 강준은 윤슬의 진심을 믿을 수 없었다. 결국, 강준은 윤슬에게 빵집 이전에 대해 알리지 않고 사라진다. 윤슬은 자신의 생일날 텅 빈 빵집 앞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강준이 뛰어온다. 그리고,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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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3 진지충의 review: 윤슬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BL은 19가 아니면 손이 잘 가지 않아요. 딱히 씬을 선호하는 것도 아닌데, 19가 아니면 내용이 유치하거나 쓰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달까요. 근데 트렌드인지, 근래 '전체 연령가'나 15세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BL은 19이다!라는 저의 편견을 깨 줄 19 아닌 명작들도 곧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세 번째 결말'은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정주행한 작품인데, 사실 중반까지는 19가 아닌 줄도 몰랐습니다. 깨달았을 때는... 멈출 수 없었죠.

'세 번째 결말'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윤슬과 강준이죠. 하지만, 저는 제목이 '세 번째 결말'이어서 그런지, 윤슬 중심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윤슬이 강준과의 '세 번째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기 위한 고난기 같았거든요. 강준에게는 윤슬에게 거부 당하거나 거부 당하지 않거나, 두가지 결말이 있었어요. 반면, 윤슬이 만들 수 있는 엔딩은, 과거의 결말, 꿈의 결말, 미래의 결말, 3가지가 달랐어요.

일의 발단은 꿈입니다. 꿈속에서 윤슬은 강준에게 막말을 했고, 그 다음날이면 불운한 사건사고가 반드시 터졌어요. 이건 윤슬에 징크스가 됩니다. 윤슬은 꿈속 상황처럼 욕을 하거나, 눈앞에서 과자를 밟은 적이 없었고, 강준 역시 꿈속처럼 화내거나 울지 않았어요. 의미도 모를 꿈을 반복해 꾸면서, 윤슬은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빵집에서 일하는 강준을 봅니다. 윤슬은 꿈을 떨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강준에게 접근해요.

  

윤슬이 강준의 꿈을 반복해서 꾼 이유! 죄책감 때문입니다. 사실, 과거 그날은 윤슬의 생일이자 강준이 전학 가는 날이었어요. 강준은 수줍게 용기를 냈고, 윤슬은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었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윤슬은 좋은 사람인 척,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김원준에게 시비가 걸려도, 매우 열받았지만 참았죠. 하지만, 그 직후 우연히 강준과 마주치자 간신히 잡고 있던 인내가 끊겨 버려요.

윤슬은 강준에게 공연히 분풀이 합니다. 네가 나의 본 모습을 어떻게 알고 좋아하냐? 네가 고백해서 기분이 더럽다. 네가 준 과자를 뭘 믿고 먹냐? 다 버렸다. 실제와 다른 말들을 쏟아내죠. 하지만, 강준은 그런 윤슬에게 화내거나 탓하지 않고, 씁쓸히 웃으며 학교를 떠나요. 그러니, 더더욱 윤슬 마음 깊숙이 죄책감은 남을 수밖에 없었죠. 좋은 사람 가면을 벗고 날카로운 말들로 공격한 사람은, 자신의 화를 받아야 할 사람도 아니었으니까요.

 

꿈속에서 그 상황을 반복합니다. 매번 다른 과정, 다른 결말이지만, 공통점은 배드 엔딩! 꿈꾼 날은 배드 데이가 이어지죠. 그러다, 윤슬은 그 엔딩을 바꿀 기회를 만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세 번째 결말을 기획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매일 치장하고,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친절과 다정함으로 정준을 대해요. 중학교 때부터 윤슬을 좋아했고, 윤슬이 과자를 버렸다는 충격으로 제과제빵을 그만둔! 순둥이 정준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이었죠.

하지만, 정준은 조심합니다. 남자에게 고백받아 기분이 더럽다던 윤슬이 게이일리도 없고, 또 윤슬은 정준이 고백했다는 사실을 기억 못 하는 듯 연기하기도 했으니까요. 반면, 경계심 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윤슬은 정준에게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다만, 윤슬은 자신의 감정이 질투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고, 징크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좋은 거라고 착각하죠.

그러나 인생은 타이밍! 이 착각은 후회공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 정준에게 두 번이나 큰 상처를 줬고, 정준에게 철저히 차단 당한 윤슬의 애정전선은 먹구름이었어요. 하지만, 윤슬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웹툰에서 정준은 두 번 용기를 냅니다. 고등학교 때 고백한 것, 문 닫은 빵집으로 윤슬을 찾으러 간 것! 하지만, 전자는 전학 가기 전날이었고, 후자는 눈이 내리는 혹한의 날씨와 윤슬의 문자가 등을 떠밀었어요. 하지만, 윤슬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연속입니다.

 

 

  

​어찌 보면, 그런 윤슬의 모습은 염치없어 보이기도 해요. 징크스를 피하고자 막말을 퍼부은 동창과 친해지겠다 접근하는 것도,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찾아가고, 고백하고, 선물하고... 심지어 정준을 좋아한 회사 직원에게 유언비어도 전하죠. 정준이 계속 윤슬을 좋아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잘 못하면 스토커예요. 그럼에도 제가 윤슬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업 앤 다운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계속 마음을 표현한단 거죠.

윤슬은 도망갈 구멍도 믿을 만한 구석도 없는데, 이미 마이너스 1만점부터 시작해서 고백에 성공해야 하는, 하드코어 코스에 과감히 도전합니다. 그리고 정말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끼죠. 저는 이 부분이 '세 번째 결말'이 잘 묘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수어메'라, 후회공을 쉽게 용서하지 않거든요.(훗) 하지만, 윤슬은 응원했습니다. 강준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치 보며, 강준의 박대에도 억울해하지 않고, 마음을 수습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저도 반복해 꾸는 악몽이 있고, 그 심연엔 죄책감과 후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며, 다른 결말을 상상해 보곤 해요. 물론, 그것이 교훈이 되어 나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과거가 바뀌는 건 아니니 여전히 벗어날 순 없죠. 그래서, 빵집에서 정준을 발견한 윤슬의 기분에 더 공감됐어요. 다시 한번 만난다면, 결말을 바꿀 기회가 온다면... 참 설레는 일이에요.

아! 그리고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작가님의 마지막 코멘트!

(므흣!) 수어메라고 했지만, 사실 정준이 수인지 공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죠. ㅠ.ㅜ 이렇게 어렵게 이룬 사랑이니, 얼마나 달달할까요? 약 1년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연작 소설이 작가님 사정으로 3번이나 미뤄져서 지쳐있었는데, 이제 시즌 2를 새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되겠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요 ㅠ.ㅜ 작가님 파이팅!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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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너굴스토리

출간일: 2019.08.0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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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주명운이 내미는 술잔을 받으며 남청인은 행복하게 웃었다. 해맑은 얼굴로 칵테일을 마시던 남청인은 전 애인과 눈이 마주쳤다. 의외로 얼마 전 바람을 피웠으면서 되려 엉뚱하게 화내던 전 애인의 경악에 찬 얼굴은 남청인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후련하리라 생각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청인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받는다는 감각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주명운과 주고받는 질량이 남청인을 채워 다른 감정은 들어올 자리가 부족했다. 남청인은 행복했다.

"난 형을 만나서 정말 좋아."

주명운도 남청인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

point 2 줄거리

기: 남청인, 27세, 수려한 외모를 가진 유능한 직장인이자 게이바 헤로스 정의 단골! 청인은 많은 찌질이들에게 새 삶을 열어 줬지만, 헌신적인 연애 패턴과 넓은 오지랖으로 처참하게 차이기 일쑤다. 청인의 전 연인들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고 청인에게 고마워하긴커녕 청인을 무시한다. 하지만, 청인은 그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준다.

승: 그러던 어느 날 하이패션을 구사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주명운이 바 헤로스 정에 나타난다. 헤로스 정 게이들은 그런 주명운을 비웃지만, 제 버릇 남 못 준 청인은 또 주명운을 변신시켜 준다. 때 빼고 광낸 주명운은 그야말로 역작이었다. 그 후 친해진 청인과 명운은 함께 술을 하시고, 명운은 헤로스에 첫사랑을 만나러 온 거라고 말한다. 청인은 첫사랑에 대해 말하는 명운이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해서, 명운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부러워졌다.

전: 결국 과음까지 한 청인은 명운에게 부축받으며 호텔로 간다. 그리고, 선물도 하나 받게 되는데... 그것은 남사스러운 여성 란제리였다. 청인은 당황하지만, 명운은 돌연 저급한 말을 내뱉으며 청인을 침대 위로 몰아붙인다. 그리고, 청인이 자신이 찾던 바로 그 첫사랑이라고 고백한다. 과거 명운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이복동생과 칼부림을 하고, 등이 찔리는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비는 내리는 길거리에 쓰러진 명운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으니, 남청인이었다.

결: 남청인은 누가 봐도 수상한 명운을 집으로 데리고 와 치료해 준다. 이후, 아버지와 이복동생의 장례를 마친 명운은 자신을 구해준 파란 우산의 남자를 찾는다. 그리고, 남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면 알수록, 남청인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어느덧 명운에게 청인은 설렘으로 스며들었고, 삭막한 명운의 인생에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명운은 청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를 가질 계획을 세운다. 물론, 청인의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복수도 잊지 않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호인 아닌 호구의 임자!

남청인은 호인이 아니라 호구였다. 남들 좋은 일은 잔뜩 해 주고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데 연애를 포기 못 해 짧은 간격으로 여럿을 사귀니 좋은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갈수록 평가는 박해졌다. 뒤에서는 남청인을 조금만 잘해 주면 무료로 꾸며 주는 부티크 취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남청인이 제가 차일 때까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점이었다. 애정 결핍 기미까지 있었다. (......) 즉 남청인의 애정 결핍은 그 본래의 성격과 갈수록 나빠지는 주변 환경의 굴레였다.

주명운의 남청인에 대한 평가... 지나치게 냉혹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좋은 사람에게 좋음 삶, 나쁜 사람에게 나쁜 삶이 배정되면 좋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 그 반대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요.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서 10번 약속을 어긴 청인의 전 남친은, 한 번 약속을 어긴 청인에게 대노하며 이별을 통보합니다. 본인이 어긴 10번의 약속을 떠올리지 못하는가? 그때 명운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역지사지할 수 있었다면, 애당초 10번이나 약속을 어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오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상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면, 참~~~ 난감합니다. 물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저도 매일 받던 배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곤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그것이 누군가의 선의였음을 쉽게 잊게 해요. 그래서 관계는 빛바래지 않도록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인이 전 남자친구들에게 받는 대우가 너무 어이없고 화나긴 하지만, 현실감이 없진 않아요. 우유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죠. 청인이 " 자기가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주제에 염치도 없기는! 나 아니었음 바람은 고사하고 동정사 할 찌질이가 은혜도 모르고 무슨 주제넘은 소리야?"라고 제대로 대거리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청인은 부당한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고, 익숙한 오류란 스스로 벗어나기가 참 힘들어요.

그리하여 요정 대모님의 봄엔 음험한 악인이 필요합니다! 더티톡크와 변태적 호기심이 가득한 두목님 말입니다. 가족들에게조차 칼 맞을 걱정을 해야 하는, 검은 세계의 주인! 그래서 주명운은 냉정한 시선으로 청인을 볼 수 있었죠. 청인의 오지랖, 외로움, 그리고 조건 없는 선의 말이에요. 청인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전 남친들은 청인이 준 호의에 취해, 청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보내 못하고 있었던 거죠. 명운은 청인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청인은 명운의 생각에 한치 엇나감 없이 움직였습니다. 피 흘리는 거구의 남자를 기꺼이 도왔던 청인은, 게이바에 창의적(?) 추리닝을 입고 등장한 명운을 당연히 돕습니다. 비웃지도 않고,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헤어스타일, 렌즈를 맞춰주죠. 그리고 청인의 주변인들도 명운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청인을 습관처럼 조롱하고, 청인이 변신시켜 준 명운에게 추파를 던지고, 청인과 명운이 그림 같은 연인이 되자 질투심에 청인을 짓밟으려 해요.

그리고, 명운은 그 계획대로 연인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정의의 사도가 됩니다. 여장조차 명운의 취향이라면 맞춰보겠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연인에게, 마땅한 대우였죠. 그래서, 청인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을 계획한 쓰레기 전 남친과 그의 친구들은, 명운에 의해 합당한 대가를 받습니다. 비로서,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 사이다가 터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는 산 줄도 몰랐던 책입니다. 분량과 가격을 봤을 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포인트가 있었거나 이벤트 조건을 맞추는데 다소 금액이 부족했던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그래도 5만자 미만의 책을 자의로 잘 하진 않거든요. 잊고 있다가 우연히 본 작품치고,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작위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독특한 인물들과 권선징악, 고진감래 클리셰 모두 좋아합니다. 의외로 횡재한 기분도 드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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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릿

출간일: 2021.04.06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도후 님은, 가끔 절 이렇게 무는데. 그럼 안 돼요."

금왕자가 하얀 발끝으로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늘어놓는 투덜거림에 도후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래도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그것과 미묘하게 다른, 무언가에 뒤통수를 쾅 얻어맞기라도 한 듯 가벼운 충격을 머금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서 도후는 방금 자신이 물려고 한 게 아니라 가벼운 입맞춤을 하려고 했다는 반박 같은 건 떠올릴 수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만이 떠올랐다.

"싫어?"

혹시라도 품에 안긴 이 작은 생물이 자신을 거북하게 생각할까 봐, 도후는 그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히 금왕자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어 주었다.

"아니요, 아니요. 싫은 게 아니라...... 도후 님이 그러고 나면 너무 심장이 두근거리거든요. 막, 쿵쾅쿵쾅 정신이 없어질 만큼 뛰어대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요."

술에 취한 탓인지 평소보다 더 솔직한 금왕자의 심경 토로에 도후의 눈에서 충격의 빛이 한 겹 걷혔다. 대신 미묘한 기쁨이 차올랐다. 이 작은 생물이 자신으로 인해 심장이 다급해진다는 사실이 어쩐지 무척 유쾌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물면 안 돼요?"

금왕자가 자신의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엄하게 덧붙이는 말에 도후는 다시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그건 어려워."

"왜요?"

도후의 단호한 대꾸에 금왕자는 반쯤 감았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힘드니까."

"힘들어요?"

금왕자가 반대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널 보고 있으면, 가끔. 너무 배가 고파 견딜 수 없게 돼."

point 2 줄거리

기: 금왕인 아버지와 인간이 어머니를 둔 금왕자 수호! 금슬이 너무 좋은 부모님을 보며 자신도 인간 반려를 찾겠다는 강한 의지로, 호랑이, 독수리 보좌관과 함께 인간계로 내려왔다. 어머니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반려를 찾기 위해 그들은 동물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수호는 금왕과 같은 위압감을 내뿜는 검은 인간 백도후를 만난다. 그리고 심한 인간 혐오를 가지고 있었던, 도살자 백도후는 투명하고 맑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호에게 관심을 갖는다.

: 이후 금왕자 일행은 피 냄새가 진동한 살인 현장에서 백도후와 재회하고, 백도후의 집에 가게 된다. 도후는 반려를 찾는 금왕자의 사정을 듣고, 반려를 찾는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허락한다. 시크하지만 금왕자를 아끼는 츤데레 독수리와 금왕자 덕후 호랑이 호야, 순수하고 맑고 착하고 애교 많고 귀여운 금왕자와의 생활이 이어지면서, 도후는 수호에게 애정어린 소유욕을 느낀다. 한편, 도후는 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산속 별장으로 이사한다.

전: 첫 만남부터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던 도후와 함께 하면서 수호는 반려 찾는 일을 멈춘다. 반면, 도후와 수호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질투가 난 호랑이 호야는 수호의 반려를 찾아 빨리 인간계를 떠나려고 한다. 수호의 또 다른 덕후 사자 사야가 찾아오면서, 호야와 사야는 적극적으로 반려 찾기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존재는, 도후가 속한 조직의 반대파 '서본'에 노출된다. 설상가상 호야와 사야의 바보짓이 더해지면서, 도후가 직접 나서기에 이른다.

결: 도후는 수호의 반려가 '남자'여도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스스로 반려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수호에게 말한다. 수호는 기꺼이 허락한다. 하지만, 서본의 행동대장 민머리가 산속 별장에 쳐들어 오고, 이 과정에서 수호가 독이 묻은 칼에 찔리면서 위기에 빠진다. 결국, 수호의 해독을 위해 염왕은 내려오고, 도후를 본 염왕은 그가 '금신의 조각을 타고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도후와 수호는 영원을 함께 할, 서로의 반려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떻게... 아기 호랭이... 감당할 수 있겠어요?(귀욤사 주의!)

모든 동물의 새끼는 귀엽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품에 꼬옥~들어오는 아기 호랭이가 있어요. 호수처럼 투명한 파란 눈과 온몬을 덮는 푸른빛 검은 털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 검은 바탕 위에는 금줄이 수 놓아져 있지요. 하지만, 역시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양발을 신은 것 같은 하얀 네 발과 핑크빛 코예요. 특히, 하얀 발바닥 젤리는, 인간 도살자도 조물 조물, 문질 문질, 쪽쪽 발발하게 만드는 마약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죠.

그냥, 있기만 해도 이런데... 이 아기 호랭이가 어른 호랑이 목 깃털에 부비부비 하면! 미간 사이를 하얀 발로 꾹꾹이 하면! 촉촉한 콧방울로 콕콕 대면! 작은 얼굴로 갸윳갸윳하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요? 정말, 귀욤사 대비가 필요한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작 '금수의 왕'이 맹수덕후인 호연이 초원, 설원, 사막, 하늘을 넘나들며 각종 금수들을 조물딱거리는 전방위적 덕통사였다면, '금수의 왕자'는 인간계에 내려온 아기호랭이에 제대로 꼬인 인간 도살자의 직진 귀욤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둘 다 좋아 죽는다는 거죠!

'금수의 왕'에는 많은 동물들이 짧게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나열식 전개라 텐션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호연의 성덕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금왕과 호연의 애정사는 다소 '깝툭튀'라는 인상을 받았었고, 가족과 친구가 있는 정상적 일반인 호연이 너무 쉽게 인간계를 버린다는 설정이 잉?스러웠어요. '사랑은 위대하다.'라는 것으로 덮기에는, 고모와의 관계가 좋아 보였거든요.

그런 면에서, '금수의 왕자'는 확실한 진화형입니다! 일단, 호수의 반려 찾기라는 메인이벤트로 모든 에피소드가 집중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있습니다. 또, 등장 동물의 수는 줄었지만, 그 대신 호수라는 매력적 캐릭터가 일당백 합니다.

무엇보다, 도후가 1000년에 한 번, 그중 희박한 확률로 금신의 조각을 타고난 인간이라는 설정이 좋았어요. 그래서 도후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인간을 혐오하며 인간 도살자가 되어, 순수하고 맑은 동물들로만 힐링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수호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수호를 동물원에서 만났고, 수호라는 '인간'이 신기해 관심을 가졌고, 사랑에 빠져 운명을 성취해 낸 스토리들이, 잘 맞물려져 있다고 느꼈어요.

다만, '금수의 왕'이 19세인 반면, '금수의 왕자'는 15세예요. 그래서 수호를 잡아먹고 싶지만, 참아야만 하는 인간 도후는 꽃을 먹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영화 황해의 하정우가 떠올랐더랬지요. 정말 김처럼 꽃을 우걱우걱 먹으며, 욕망 역시 씹어 삼켜야 했던 도후에게 삼삼한 애도를 표했습니다. 물론, 적극적 씬은 나오지 않지만, 수호는 못 느끼고 독자는 매우 느끼는, 도후의 '활활활'이 있기 때문에 동화틱하지만은 않습니다. 차라리, 마지막에 씬 하나 몰빵하고, 19세 구색을 맞춘 것 같은 '금수의 왕'에 비해,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여 나쁘지 않았어요.

산속 별장에 남겨진 수호와 도후가 산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작은 동물들이 금왕자를 반기며 지저귀고, 신이 난 금왕자는 폴짝이며 수다스러워져요. 의뭉스러운 인간이 아닌, 순수한 호의적 금수 사이에서 도후의 감정은 해방됩니다. 그런 도후의 눈에는 빛나는 신성한 생명체가 숲속을 걷고 있었고, 그때 든 격정적 감정은 낯설지만 분명한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죠.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으며 힐링하는 기분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유독 기억에 남는 씬이었어요.

금수의 세계에 많은 커플들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금왕과 호연 커플도, 금왕자와 도후 커플도 더더더 많이 보고 싶긴 합니다. 호연이 쌍둥이들을 출산했으니, 그들의 우당탕탕 육아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예측컨대 다음 연작은 설왕 커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은 '설원의 왕'!!!! 예... 저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어쨌든, 더욱 진화된 금수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3.01 - [BL 소설] - [인외존재/힐링물/잔잔물] 금수의 왕 - 몽낙

 

[인외존재/힐링물/잔잔물] 금수의 왕 - 몽낙

출판사: 에피루스 출간일: 2021.01.07 분량: 본편 2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우스갯소리인데요. 어떤 사람이 호랑이를 두고, 이 녀석이 내 고양이 라면 얼마나 좋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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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2.2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아직 안 잡아먹어."

그 말에 나는 안심을 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구분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조금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사장님은 손가락 끝으로 내 턱을 부드럽게 쓸어 갔다. 차갑던 손은 나를 자극하던 혀끝만큼이나 뜨거워져 있었다. 뜨거운 손은 목덜미를 타고 쇄골로, 쇄골을 타고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시 옆구리와 배꼽을 지나 골반 근처에 머물렀다. 나는 그 손을 따라 느리게 시선을 옮겼다.

양손으로 내 골반을 쥔 사장님이 자신의 허리 짓에 맞춰 내 허리도 살살 돌렸다. 아찔한 자극이다. 얇은 천 하나를 두고 사장님의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형태도, 열감도.

사장님은 다시 한번 내 이마와 코, 그리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꼭 나를 안심시키려는 사람 같았다. 고개를 들어 사장님을 바라봤다. 사장님이 예쁘게 웃는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다. 시각적인 자극에 정신이 팔려, 육체적인 자극에 정신이 팔려, 사장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를.

"대신 맛만 볼께."

point 2 줄거리

기: 더운 여름, 3개월 남짓 남은 입대를 핑계로 주유소 알바를 그만둔 강승태! 승태는 카페를 지나다 우연히 아르바이트 모집공고가 붙은 것을 본다. 그리고 홀린 듯 조건도 맞지 않는 알바를 충동적으로 지원한다. 당연히 면접은 순탄치 않았다. 그때, 한량 같은 사장이 나타나, 덜컹 승태를 채용하고, 승태는 매니저의 한숨과 함께 카페 알바를 시작한다. 서툰 승태를 언제나 미소로 지켜보며, 늘 피곤한 듯 게으름을 피우는 사장! 승태는 그가 궁금했다.

승: 일이 익숙해지자, 까칠하고 꼼꼼한 매니저는 승태를 남동생처럼 챙겨주는 정 많은 누나가 되었고, 사장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된다. 부티 나게 팔리는, 많은 양의 디저트를 새벽같이 나와 혼자 만들고, 그 와중에도 푸드뱅크에 기부할 빵까지도 챙긴다는 것,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 취한다는 것, 그리고 고등학교 때 아웃팅 후 집에서 쫓겨나 바닥부터 시작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는 것까지! 의외로 사장은 성실하고 멋졌다. 그리고, 자상하고 다정했다.

전: 승태는 물 흐르듯 사장 신이헌을 좋아하게 된다. 누가 봐도 첫사랑에 빠진 소년이었지만, 고작 스무 살,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않은 순둥이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그저, 카페로 찾아온 이헌의 옛 연인이 불쾌하고, 사장님의 '날 좋아해?'라는 질문에 콩닥거릴 뿐! 그렇게 카페의 나날들은 계속되고, 이윽고 승태의 입대 날이 다가온다. 마지막 회식, 술 취한 승태는 이헌과 제대로 대화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도망치듯 카페를 나온다.

결: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승태! 하지만, 입대 일주일 전... 뒤숭숭한 승태는 만취해 카페로 가고, 눈을 떴을 때 곁에 이헌이 있었다. 그리고 승태는 술에 취해, 제발 기다려 달라고 빌며, 나오면 정말 잘 해주겠다고 고백을 했던 것을 기억해 낸다. 승태는 흑역사가 생겼지만, 덕분에 연인을 얻는다. 그렇게 이헌의 곰신 라이프는 시작되고, 1년 반이 지나 제대한 승태는 이헌에게 어른들의 연애를 배워나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연상과 연하의 연애란...

마음이 흑화 할 것 같은 날, 판타지급 달달한 일편단심 순애보와 저세상급 귀욤쿤의 재롱으로 백화하고 싶어집니다. 마침, 얼마 전 이웃 블로거님의 리뷰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소설이 마크다운 행사에 나왔더군요. 그래서 냅다 구매를 했죠. 물론, 기대와는 약~간 달랐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디저트로 비유하자면, 달콤하고 퐁실한 수플레를 먹고 싶었는데, 제법 잘 만들어진 새콤한 레몬 타르트를 먹은 기분! 음료로 비유하자면, 휘핑이 잔뜩 올라간 프라푸치노도 아니고 향이 짙은 에스프레소도 아닌, 카페라테!

분위기는 잔잔과 달달 사이, 인물은 발랄과 진지 사이였어요. 유명 디저트 카페의 일상, 스물살 대학생의 순수 라이프, 외유내강 사장의 씁쓸한 과거가, 플래터처럼 단권의 책에 모두 들어있고, 또, 애정사가 늦게, 서서히 전개 됩니다. 그리고, 수와 공의 온도차도 좀 납니다. 이헌은 승태의 감정을 알고 계속 힌트를 주지만, 적극적인 액션은 취하지 않고 관조하죠. 만약, 승태가 그대로 군대에 갔다고 하더라도, 굳이 상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집착하는 연상, 순진순수 연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꽁냥, 귀욤, 므흣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자체로만 보면 더 이상적인 연상 연하의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상은 여유롭고, 연하는 호기심이 많죠. 연상은 선을 지킬 줄 아는 겁쟁이고, 연하는 선이 뭔지 모르는 무대포구요. 표현은 다양하겠지만, 별별 일을 다 겪으면서 교훈과 상처를 적립하는 것이 '나이가 든다.'라는 걸 테니, 미지의 미래가 불안하면서도 기대되고, 교훈이든 상처든 적립할 에너지가 넘쳐나는 연하와의 온도차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몬트리'는 입대 3개월 전, 운명처럼 시작된 아르바이트로 사랑을 발견한 승태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처음인 승태 일상은, 서툴면서 풋풋하고, 동공 지진과 두근두근의 반복이죠. 그런 승태의 눈에 사장 이헌은, 커피를 마시면 취하고, 알바생이 자신의 카드를 허락 없이 긁어도 관여치 않고, 나무 늘보 마냥 게으르면서도 훌륭한 카페를 가지고 있는, 신비의 생명체였죠. 시작은 순수한 호기심이었습니다.

고작 2개월 남짓 밖에 일하지 못하면서, 카페 알바 경험은 없어 가르칠 것은 많은, 0점짜리 알바생을 뽑았을 때부터 시작이었어요. 심지어, 그 다음날은 자신이 뽑았다는 사실도 기억 못 하는 이 남자! 하지만, 의외로 자상하고 상냥했어요. 실수도 너그럽게 넘겨주고, 날씨가 궂은 날에는 부러 카페까지 돌아와 집까지 데려다줍니다. 매일 새벽 엄청난 양의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강의도 나가면서 봉사활동도 하는, 부지런쟁이에 능력자였고요. 승태의 호기심은 점점 관심으로 바뀌죠.

승태는, 대부분이 '처음'이었어요. 이헌의 전 남자친구에게 느끼는 이 불편함이 질투라는 것도, 눈이 가고 생각이 늘어가는 현상이 사랑이라는 것도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의 무의식에는 '정답지'라도 있는 걸까요? 술에 취한 승태는 용기를 냅니다. 이헌을 찾아가고, 기다려 달라고 빌죠. 염치없고, 이기적이지만, 기꺼이 자존심을 버리고 온 힘을 다해 매달릴 수 있는 순수! 이것이 바로 연하 파워 아니겠습니까? 이헌은 기꺼이 곰신의 대열에 합류합니다.

다만,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줄 것처럼, 떡밥도 깔고 카페도 찾아온 전 남친에 대한 언급 없이 본편이 끝납니다. 승태는 궁금해하지만 묻지 않고, 이헌은 굳이 말하지 않아요. 외전에서 이헌이 승태에게 전 남친의 이야기를 말해주긴 하지만, 다소 수습성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분량을 좀 더 늘려, 승태의 좌충우돌 카페 알바기와 우여곡절 많은 사장님의 진면모를 좀 더 깊이 다뤘다면, 훨씬 풍부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헌의 카페에 베스트셀러 디저트가, 무설탕 스콘인데 말이죠... 왠지, 소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백한 디저트처럼,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는 무난한 소설이었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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