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블릿

출간일: 2021.04.06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도후 님은, 가끔 절 이렇게 무는데. 그럼 안 돼요."

금왕자가 하얀 발끝으로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늘어놓는 투덜거림에 도후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래도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그것과 미묘하게 다른, 무언가에 뒤통수를 쾅 얻어맞기라도 한 듯 가벼운 충격을 머금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서 도후는 방금 자신이 물려고 한 게 아니라 가벼운 입맞춤을 하려고 했다는 반박 같은 건 떠올릴 수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만이 떠올랐다.

"싫어?"

혹시라도 품에 안긴 이 작은 생물이 자신을 거북하게 생각할까 봐, 도후는 그 순간 태어나 처음으로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히 금왕자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어 주었다.

"아니요, 아니요. 싫은 게 아니라...... 도후 님이 그러고 나면 너무 심장이 두근거리거든요. 막, 쿵쾅쿵쾅 정신이 없어질 만큼 뛰어대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요."

술에 취한 탓인지 평소보다 더 솔직한 금왕자의 심경 토로에 도후의 눈에서 충격의 빛이 한 겹 걷혔다. 대신 미묘한 기쁨이 차올랐다. 이 작은 생물이 자신으로 인해 심장이 다급해진다는 사실이 어쩐지 무척 유쾌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물면 안 돼요?"

금왕자가 자신의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엄하게 덧붙이는 말에 도후는 다시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그건 어려워."

"왜요?"

도후의 단호한 대꾸에 금왕자는 반쯤 감았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힘드니까."

"힘들어요?"

금왕자가 반대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널 보고 있으면, 가끔. 너무 배가 고파 견딜 수 없게 돼."

point 2 줄거리

기: 금왕인 아버지와 인간이 어머니를 둔 금왕자 수호! 금슬이 너무 좋은 부모님을 보며 자신도 인간 반려를 찾겠다는 강한 의지로, 호랑이, 독수리 보좌관과 함께 인간계로 내려왔다. 어머니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반려를 찾기 위해 그들은 동물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수호는 금왕과 같은 위압감을 내뿜는 검은 인간 백도후를 만난다. 그리고 심한 인간 혐오를 가지고 있었던, 도살자 백도후는 투명하고 맑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호에게 관심을 갖는다.

: 이후 금왕자 일행은 피 냄새가 진동한 살인 현장에서 백도후와 재회하고, 백도후의 집에 가게 된다. 도후는 반려를 찾는 금왕자의 사정을 듣고, 반려를 찾는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허락한다. 시크하지만 금왕자를 아끼는 츤데레 독수리와 금왕자 덕후 호랑이 호야, 순수하고 맑고 착하고 애교 많고 귀여운 금왕자와의 생활이 이어지면서, 도후는 수호에게 애정어린 소유욕을 느낀다. 한편, 도후는 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산속 별장으로 이사한다.

전: 첫 만남부터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던 도후와 함께 하면서 수호는 반려 찾는 일을 멈춘다. 반면, 도후와 수호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질투가 난 호랑이 호야는 수호의 반려를 찾아 빨리 인간계를 떠나려고 한다. 수호의 또 다른 덕후 사자 사야가 찾아오면서, 호야와 사야는 적극적으로 반려 찾기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존재는, 도후가 속한 조직의 반대파 '서본'에 노출된다. 설상가상 호야와 사야의 바보짓이 더해지면서, 도후가 직접 나서기에 이른다.

결: 도후는 수호의 반려가 '남자'여도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스스로 반려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수호에게 말한다. 수호는 기꺼이 허락한다. 하지만, 서본의 행동대장 민머리가 산속 별장에 쳐들어 오고, 이 과정에서 수호가 독이 묻은 칼에 찔리면서 위기에 빠진다. 결국, 수호의 해독을 위해 염왕은 내려오고, 도후를 본 염왕은 그가 '금신의 조각을 타고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도후와 수호는 영원을 함께 할, 서로의 반려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떻게... 아기 호랭이... 감당할 수 있겠어요?(귀욤사 주의!)

모든 동물의 새끼는 귀엽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품에 꼬옥~들어오는 아기 호랭이가 있어요. 호수처럼 투명한 파란 눈과 온몬을 덮는 푸른빛 검은 털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 검은 바탕 위에는 금줄이 수 놓아져 있지요. 하지만, 역시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양발을 신은 것 같은 하얀 네 발과 핑크빛 코예요. 특히, 하얀 발바닥 젤리는, 인간 도살자도 조물 조물, 문질 문질, 쪽쪽 발발하게 만드는 마약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죠.

그냥, 있기만 해도 이런데... 이 아기 호랭이가 어른 호랑이 목 깃털에 부비부비 하면! 미간 사이를 하얀 발로 꾹꾹이 하면! 촉촉한 콧방울로 콕콕 대면! 작은 얼굴로 갸윳갸윳하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요? 정말, 귀욤사 대비가 필요한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작 '금수의 왕'이 맹수덕후인 호연이 초원, 설원, 사막, 하늘을 넘나들며 각종 금수들을 조물딱거리는 전방위적 덕통사였다면, '금수의 왕자'는 인간계에 내려온 아기호랭이에 제대로 꼬인 인간 도살자의 직진 귀욤사라도 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둘 다 좋아 죽는다는 거죠!

'금수의 왕'에는 많은 동물들이 짧게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나열식 전개라 텐션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호연의 성덕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금왕과 호연의 애정사는 다소 '깝툭튀'라는 인상을 받았었고, 가족과 친구가 있는 정상적 일반인 호연이 너무 쉽게 인간계를 버린다는 설정이 잉?스러웠어요. '사랑은 위대하다.'라는 것으로 덮기에는, 고모와의 관계가 좋아 보였거든요.

그런 면에서, '금수의 왕자'는 확실한 진화형입니다! 일단, 호수의 반려 찾기라는 메인이벤트로 모든 에피소드가 집중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있습니다. 또, 등장 동물의 수는 줄었지만, 그 대신 호수라는 매력적 캐릭터가 일당백 합니다.

무엇보다, 도후가 1000년에 한 번, 그중 희박한 확률로 금신의 조각을 타고난 인간이라는 설정이 좋았어요. 그래서 도후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인간을 혐오하며 인간 도살자가 되어, 순수하고 맑은 동물들로만 힐링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물론, 수호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수호를 동물원에서 만났고, 수호라는 '인간'이 신기해 관심을 가졌고, 사랑에 빠져 운명을 성취해 낸 스토리들이, 잘 맞물려져 있다고 느꼈어요.

다만, '금수의 왕'이 19세인 반면, '금수의 왕자'는 15세예요. 그래서 수호를 잡아먹고 싶지만, 참아야만 하는 인간 도후는 꽃을 먹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영화 황해의 하정우가 떠올랐더랬지요. 정말 김처럼 꽃을 우걱우걱 먹으며, 욕망 역시 씹어 삼켜야 했던 도후에게 삼삼한 애도를 표했습니다. 물론, 적극적 씬은 나오지 않지만, 수호는 못 느끼고 독자는 매우 느끼는, 도후의 '활활활'이 있기 때문에 동화틱하지만은 않습니다. 차라리, 마지막에 씬 하나 몰빵하고, 19세 구색을 맞춘 것 같은 '금수의 왕'에 비해, 훨씬 완성도가 높아 보여 나쁘지 않았어요.

산속 별장에 남겨진 수호와 도후가 산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작은 동물들이 금왕자를 반기며 지저귀고, 신이 난 금왕자는 폴짝이며 수다스러워져요. 의뭉스러운 인간이 아닌, 순수한 호의적 금수 사이에서 도후의 감정은 해방됩니다. 그런 도후의 눈에는 빛나는 신성한 생명체가 숲속을 걷고 있었고, 그때 든 격정적 감정은 낯설지만 분명한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었죠.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받으며 힐링하는 기분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유독 기억에 남는 씬이었어요.

금수의 세계에 많은 커플들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금왕과 호연 커플도, 금왕자와 도후 커플도 더더더 많이 보고 싶긴 합니다. 호연이 쌍둥이들을 출산했으니, 그들의 우당탕탕 육아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예측컨대 다음 연작은 설왕 커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은 '설원의 왕'!!!! 예... 저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어쨌든, 더욱 진화된 금수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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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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