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W-Beast

출간일: 2021.04.26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신경 쓰여?"

이런 내 모습이 좋아 죽겠다는 듯이 얄밉게도 웃는다.

"막, 나 보면 당황하고 긴장되고 평소랑 달라서 죽겠고, 티 내면 쪽팔리니까 숨기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부자연스럽고 그렇지?"

술술 쏟어지는 그의 정답 퍼레이드에 반쯤 포기했다.

"넌 왜 그렇게 잘 알아?"

"다 겪었던 거니까."

새삼 나를 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게 와닿았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친구로 그의 곁에 붙어 있는 동안, 정수범은 무슨 생각으로 고통을 참아낸 걸까.

"뭐, 나도 포기해보려 했고, 너랑 똑같은 온도로 대하려고 죽어라 노력해 봤는데."

스윽.

손을 뻗어 내 볼을 잡는다. 정수범의 손가락은 차가웠다. 아니면 내 볼이 비정상적으로 뜨겁거나.

"안 되겠더라고. 아무리 해도 안 돼. 안되는 걸 매달려도 소용없어. 그래서 결심했지. 나 혼자서는 끝낼 수 없으니까 어디 끝까지 가보겠다고."

볼에 닿은 손이 내려와 테이블 밑에 있던 내 손을 꽉 잡았다.

"너도 끝까지 가. 가보고 나서 안 되겠으면 말해. 근데."

그 꽉 잡은 손가락이 깍지를 얽으면서 빈틈없이 맞물렸다. 정수범은 깍지를 낀 손을 들어 올렸다.

"너한테 도망칠 구멍 주는 그런 어설픈 새끼 아니다, 나는."

쪽.

맞잡은 내 손등 면에 입을 맞춘다.

point 2 줄거리

기: 모범생 이차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알친구가 있다. 어머니들 배 속에서부터 이미 소꿉친구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지만, 정수범은 초중고 내내 이차준의 그림자였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거절당한 이유도 모두 정수범이었다. 이차준은 공부머리라곤 조금도 없는 정수범이 절대 올 수 없는 명문대로 도피하려 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정수범은 체육 특기생으로 먼저 그 학교에 수시 합격한다. 이런 이차준과 정수범의 관계는 수능 직후 급변을 겪는데...

승: 정수범은 야동을 본 적 없는 이차준을 집으로 불러 야동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다. 놀란 이차준은 그날 이후 정수범을 피하지만, 오히려 정수범은 태연하게 굴며 차준의 집으로 와 강의를 핑계로 더 대담한 짓거리를 한다. 차준은 그날 이후 면접을 핑계로 정수범을 또 피한다. 하지만, 이미 부모가 절친인 관계! 둘은 안 만날 수 없었다. 결국, 차준은 얼떨결에 12월 31일 수범과 약속을 잡고 만다.

전: 차준은 꾀병으로 약속을 피해보려 하지만 실패하고, 수범이 알바해서 사 준 명품 옷을 입고, 수범과 맛집에서 식사 한 후, 수범이 예약한 호텔에서 술을 마신다. 수범은 차준에게 고백하고, 차준은 술에 취해 수범에게 2번째 강의를 해달라고 유혹한다. 두 사람은 뜨밤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연인이 된다. 차준마저 대학에 합격하면서 두 사람의 동거는 시작된다. 바야흐로, 열혈 CC의 탄생이 되시겠다.

결: 차준은 공부 이외에 뭐든 잘하는, 잘생기고 몸 좋고 인기 있는 수범을 보며 불안해 한다. 동시에 차준은 수범과의 섹스에 빠져들며, 점점 수범에 대한 애정도 깊어져갔다. 반면, 수범은 어려서부터 차준과 결혼하기로 결심했고, 중간중간 시련과 혼란은 있었지만, 차준을 가지기 위해서 치밀하게 계획하고 노력해왔다. 고로, 이미 차준과의 미래 설계까지 끝내 놓은 수범에게 그런 차준의 걱정은 그저 불 쏘시게 일 뿐! 두 사람은 염병첨병 연애를 계속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맑고 밝고 유쾌한

'달콤하게 적셔줄게'는 망태기님의 기존 작품에서 연상되는 하드코어, 고수위, 다공일수와 결이 다른 작품입니다. 또, 기존작들 역시 사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 애정보다는 몸정이, 짝사랑과 일편단심이라는 소재에서도 욕망 우선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양상이 다릅니다. 그래서, 망태기님의 '시그니처'를 기대한 독자라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망태기님 특유에 색스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수범은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차준과 친구 이상의 관계를 시도합니다. 백지와 같은 순수 영혼인 차준이 도망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학 입학 전까지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죠. 풋풋과 상큼 발랄의 대명사 학원물에서, 이런 경우 아가들은 입맞춤을 하지만... 망태기님은 가슴을 먼저 길들입니다.

또, 모럴리스한 강수는 없지만, 몸정으로 신세계를 연 유혹수는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수범은 호텔을 예약하고 차준에게 섹스하겠다며 엄포도 놓지만, 쉽게 건드리지 못해요. 차일 수도 있다고, 싫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 마음으로 문신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말도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관계를 진전 시킨 건 차준이었어요. 차준은 수범이 준 쾌락을 떠올렸고, 수범이 아닌 사람과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죠. 결국, 수범뿐이라는 결론에 이른 차준은 오히려 멈짓하는 수범을 유혹합니다.

이후로도, 수범은 매일 아침 차준의 이불 속에 들어가 차준의 가슴에 집착하면서도, 과제도 시험도 많은 차준을 걱정하고 배려합니다. 애달프고 끼를 부리는 건 또 차준! 수범은 확실한 계략공이지만, 결국 질투든 섹스든 둘 사이에 트리거를 당기는 건 쾌락에 약한 수인셈이죠. 그런 면에서 망태기님 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존의 작품들이 퇴폐적 분위기가 강했다면, '달콤하게 적셔줄게'는 맑고 밝고 유쾌해요. 짝사랑, 첫사랑, 첫 연애, CC 커플에서 연상 가능한, 의욕과 체력과 호기심이 넘치는 소꿉친구의 연애담입니다. 정상적이고, 일반적이고, 오히려 서로가 너무 잘난 애인이랑 둬서 불안하고, 서로를 추켜세워주기 바쁜 귀여운 커플들이죠. 수시점의 서사가 재치 있고, 공이 입버릇처럼 욕은 하지만 의외로 더티 토크는 많지 않습니다.

학점, 군대, 취업, 결혼...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계획하는 모습이 매우 상식적입니다. 웃으며 므흣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글쎄요... 이 남모를 아쉬움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장난감에 호기심을 느끼고, 잘난 서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장면에서, 고 아슬아슬한 선을 넘어 집착광공과 방만한 유혹수가 되길 예상했기 때문이겠죠. 끝까지 맑고 밝고 유쾌한 커플들에게, 못난 어른이라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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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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