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체셔

출간일: 2019.03.05

분량: 본편 1권 + 외전1권

 

 

 

 

 

 

 

point 1 책갈피

"거래에 공정한 게 어디 있어요. 결국은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요. 플러스마이너스 계산하면 50:50이 정확하게 딱 떨어지진 않겠죠."

과거의 어수룩한 윤은환으로선 흉내 내기도 힘든 말이었다. 윤사장과 함께 지낸 2년 동안 손익 계산에 대해 철저하게 배울 수 있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것을 윤 사장이 직접 가르쳐줬다. 손해 보지 않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근데 우리 관계는 내가 더 이득인 거 같은데. 아닌가요? 사장님 사랑도, 돈도, 이 큰 자지도 다 내 거잖아요."

해사하게 웃는 은환이 발칙하고도 귀여워서 윤 사장은 크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우 같은 거."

"연예계에서 여우같이 굴라고 가르쳐준 건 사장님이면서."

"사장님 소리 계속할 거야?"

"음, 여보."

"그래, 그게 더 잘 어울려."

윤 사장이 쪽, 은환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은환은 제 입술을 핥는 혀를 입 벌려 맞이해주었다. 달콤한 키스를 주고받는 동안 몸 안으로 파고드는 거대한 성기의 묵직함에 신음했다.

"깼으니 한 번만 하고 자자."

이 관계를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은환과 달리, 윤 사장은 자신이 이득이라고 믿었다. 수십 년을 살면서 채울 수 없는 외로움과 결핍을 채워준 사람. 저보다 열다섯 살 넘게 어리고, 예쁘고, 귀엽고, 저만 바라보며 사랑해 주는 사람. 이런 귀한 선물 같은 사람을 얻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에게 공정거래는 없었다.

서로가 자신이 더 이득인 불공정 거래라 생각하는 철없는 연인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시그니처 엔터테인먼드의 신인 보이그룹 '데빌 보이즈', 총 8명의 멤버 중 성인인 은환, 재경, 형민, 태민 4명은 함께 숙소 생활을 한다. 그중, 어릴 때 가족과 친구를 잃고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낮은 자존감 지니게 된, 예쁜 은환은 성욕의 대상이 되었다. 형민과 재경은 욕구 때문에, 태민은 애정 때문에, 은환을 성추행 해왔고, 순진한 은환은 그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태민은 술을 먹고 은환과 섹스를 하고, 이를 계기로 이들의 묵시적 균형은 깨진다.

승: 형민과 재경도 은환을 구슬려 섹스를 한다. 한편, 은환은 연이은 멤버들과의 섹스를 통해, 쾌락을 느끼고 결핍된 애정을 충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이 은환을 두고 난교를 버리는 장면을 매니저 박실장에게 들키고, 박실장은 은환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은환은 세 사람과의 섹스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를 본 박실장은 채권자 윤영택과의 스폰을 은환에게 제안한다.

전: 순진한 은환은 박실장의 아전인수식 설득에 넘어가,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은환은 박실장에게 스폰서를 만족시킬 섹스 기술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고, 박실장은 은환의 맛에, 은환은 멤버들과 다른 박실장의 대물에 빠진다. 그 후, 은환은 윤사장을 만난다. 윤사장은 예쁘지만 비실거리는 은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한번 은환을 맛본 뒤로는 중독된다. 은환 역시, 속궁합이 최고인 윤사장과의 섹스를 잊지 못해, 먼저 윤사장을 찾아간다.

결: 몸이 달은 두 사람의 스폰 관계는 순항을 타고, 윤사장은 회사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고 은환에게 좋은 일감을 몰아줬다. 원래 예쁜 데다, 색기까지 절정에 오른 은환은 연예계에 탄탄한 입지를 쌓게 된다. 한편, 자연스레 멤버들과의 관계는 정리되고, 윤사장에 대한 은환의 감정은 깊어진다. 자존감이 낮은 은환은 다소 삽질하지만, 윤사장은 은환의 마음을 눈치챌 뿐만 아니라 은환과 같은 마음이 되고, 두 사람은 스폰을 그만두고 연인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다공일수의 묘~미~

다공일수! 문자 그대로라면 여러 명의 공이 한 명의 수와 관계하는 것이긴 한데... 수가 1번 공과 연애하다가 2번 공으로 갈아타는 것, 또는 수가 1번 공과 연애하고 있는데 뒤에서 몰래 2번 공이랑 바람피우는 것을 다공일수라고 하긴 좀 애매합니다. 전자는 수가 섭공과 이루어진 경우고, 후자는 수가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죠. 물론, 사전적 정의는 없습니다. 키워드는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니, 전자나 후자를 '다공일수'라 부른다고 해서, 사기다!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역키잡이라고 해서 봤더니, 그저 연하공 연상수이 있을 뿐 키우고 말고 할 것이 없는 관계일 때, 느끼는 배신감이 있어요. 맡겨 놓은 배덕감 찾으러 같더니...네, 당했다!싶어요.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공일수는 수가 공들의 시기와 부정에도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나, 수와 공들이 애당초 모럴 리스한 설정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L이 없는 피폐나 하드코어와 자주 어울리는 듯 해요. 또, 공들 간에 관계 설정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공이 단 둘인 이공일수나 다공인 경우도 피상적 난교로 끝나서 제대로 된 관계 설정이 없기도 합니다. 내용 없는 씬들의 향연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잘 쓰기 쉽지 않은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불공정 거래'는 정말 키워드에 충실한 소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다공일수물을 본 것 같아요.

'불공정 거래'에는 무려 5명의 공이 나옵니다. 모두 각각의 이유로 수와 관계를 맺죠. 물론, 백치 같은 수를 오랫동안 유린하고 희롱했다는 점에서 강압적 묘사와 준강간적 해석이 가능한 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가 피폐의 색이 짙지 않은 이유는, 결국 수가 그 공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불공정 거래로 시작된 관계가 공정거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은환은 10대에 가족을 잃고, 함께 연습생으로 들어온 친구가 사고로 죽게 되면서, 애정결핍을 앓고 우울증 치료도 받아요. 멤버들은 은환의 위태로운 상태를 이해하면서도, 예쁜 은환을 보면서 치솟는 성욕을 이기지 못합니다. 결국, 잠들거나 술 취한 은환을 유린하는 영상을 찍어 서로 공유하면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다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환과 단둘이 남게 된 태민은 은환과 첫 섹스를 하게 되고, 은환은 이것이 무슨 행위인 줄도 모르면서,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태민을 거절하고 싶지 않아 받아들입니다.

태민이 선수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은, 그간 참아왔던 봉인을 해제하죠. 방송에 서툰 은환을 벌주기 위해 형민은 스패킹과 폭력적 정사를, 그저 은환이 너무 예쁘고 꼴린 재경은 성욕에 충실한 정사를 치루죠. 물론, 중간 중간 형이 좋아 죽겠다는 태민과의 간질간질한 정사도, 넷이 함께 하는 그룹섹스합니다. 그리고, 은환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섹스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욕망에 첫 맛에 취해요.

그 뒤, 그 장면을 본 박실장은 멤버들과 은환을 격리합니다. '데빌 보이즈' 이전에 말아 먹은 그룹이 둘 있었던 회사는, '데빌 보이즈'의 성공에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멤버들과 섹스가 좋다며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은환을 보며, 박실장은 채권자인 유 사장에게 은환을 성 상납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은환에게는 그 스폰이 '정당한 거래'라고 설득하죠.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섹스를 해왔던 은환은, 거래로서의 섹스를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실장에게 거래할만한 섹스 기술을 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스폰을 제의해 놓고도, 박실장은 여러모로 복잡한 심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빚의 압박은 너무 컸고, 알려 주는 데로 잘 따라오는 은환을 보며 정줄을 놓습니다. 은환 역시, 지금까지의 섹스를 시시하게 느낄 만큼 노련한 어른의 섹스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은환의 애정결핍을 충족하기 위한 멤버들과의 정사는, 섹스 자체의 쾌락을 즐기기 위한 정사로 서서히 변질됩니다. 그리고, 멤버들이 원할 때 응하던 은환이,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 은환은 공들과의 관계에서 칼자루를 쥐게 됩니다.

윤사장과의 스폰 역시 그렇게 흘러가요. 여자의 몸도 아니면서 튼튼하지도 않을 것 같은, 가녀린 은환을 보며 불만족했던 윤사장은 단 한 번만에 은환에게 제대로 낚입니다. 윤사장은 은환에게 무한정 다정해지고, 은환은 실장보다 크고 테크니컬 한 윤사장을 1등이라고 생각해요. 은환에게 애정과 욕구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윤사장을 사랑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죠. 단지, 은환도, 윤사장도, 그냥 몸 궁합이 좋아서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될 수 있나?라는 감정적 개연성은 좀 부족한 점이 아쉬워요. 둘 사이에 사랑을 확신할 만한 갈등이나 계기가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개척지인 은환은, 본인의 선택 없이 쾌락의 맛을 알면서 요부로 변합니다. 외전은 윤사장의 출장으로, 장기간 섹스를 하지 못한 은환이 박실장을 꼬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편이 은환은 윤사장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알콩달콩 산다는 것으로 마무리 됐는데, 외전에서 이것이 뭐 하는 짓이냐? 당황한 독자들도 제법 되더라고요. 물론, 박실장이 아니라 윤사장이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하지만 저는 이것이 다공일수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다공일수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은환은 윤사장을 매우 사랑하지만, 다공일수의 수가 공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히 애정과 애정의 표현으로서의 정사는 아닙니다. 각각의 공들이 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르고, 수가 그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바도 다양하죠. 욕심쟁이에 난잡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일반적이지 않음이 주는 맛이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위험한 상상의 맛이랄까요. 게다가 '불공정 거래'는 거기에 달달함이라는 덤도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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