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6.10.28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귀애합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몇 번이나 말해 주어도 격은 계속 듣고 싶어 했다. 나중에는 졸음에 겨워 혀가 뭉개지는데도 졸랐다. 귀찮기 짝이 없었으나 그 한마디가 그렇게 좋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좋다고 홰를 치는 꼴이 귀엽기도 하였다.

가물가물 거리는 와중에 격은 끊임없이 말하였다.

나도 좋아하오.

마음 깊이 귀애하고 사랑하오.

나의 황후.

나의 목단.

그래. 이리 살아도 되는 것이지. 뭐 부귀영화가 따로 있나. 나 하나 좋다고 달려드는 부군 놈 하나 붙잡고 내 성질머리 다 풀어가며 사는 길도 나쁘지 않거늘. 자손 모아 오순도순 평생을 이리 살아도 되리라.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 쉬이 잠드는 날이 드디어 왔다.

point 2 줄거리

기: 노비인 목단의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목단을 관리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공부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생면부지 위재상이 친부라며 나타나, 어머니의 안위로 목단을 협박하며, 목단을 여장시키고, 병약한 황제 격의 황후로 입궁시킨다. 격은 선황이 죽고, 태제를 주축으로 한 간신배들 사이에서, 독이 든 식사를 먹고 있었다. 격은 황통을 끊으려는 위재상의 수작에 격분하여 목단을 박대하고, 자신이 먹어야 할 독이 든 음식을 목단에게 먹인다.

승: 쓰러진 목단은 혼몽한 상태에서 엄마를 찾고, 이를 본 격은 목단을 멀리한다. 그 후, 목단은 건강해진 반면 격은 다시 병들었다. 그제서야 목단은 격이 위재상이 보낸 독을 먹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목단은 독이 든 격의 탕약을 자신의 것과 바꿔치기하고, 격의 식사를 먹으면서, 두 사람은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테제가 낙마로 사망하면서, 위재강을 포함한 간신배들은 인과응보를 맞는다. 한편, 위재상이 준, 태를 만드는 환약을 먹은 목단은, 황제의 아이를 가진다.

전: 15년이 흘러, 30이 된 목단은 황자, 황녀를 낳아 격의 유일한 반려가 되고, 격은 격무에 시달리는 성군이 되었다. 표면상 평화로운 생활이었지만, 실상 목단의 우울은 깊었다. 격이 황후궁을 찾은 것은 2년 전, 후궁 없어 대화할 상대조차 없이 시간을 죽이던 목단은, 결국 탈출을 시도한다. 목단은 궁 밖에서 자유를 누리며, 아이들을 가르칠 조그마한 학당도 만든다. 그러던 중, 흑립을 쓴 시정잡배 흑영을 만나고, 월담할 때마다 계속 마주치는 우연이 이어진다.

결: 궁 안에서 목단의 우울은 중증에 이르고, 결국 폐위를 요청한다. 격은 격렬히 반대하지만, 단식을 하며 쓰러진 목단을 결국 외궁으로 보낸다. 목단은 건강을 찾고, 흑영의 정체가 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다. 격은 흑영으로서 목단을 찾고, 학당 선생 목련으로서 목단은 아내 흑영과 결혼한다. 격은 목단을 다시 황궁으로 부르기 위해 셋째 임신에 박차를 가하고, 성공한다. 목단은 황후궁으로 돌아가고, 격은 매일 황후궁을 찾으며 부부애를 나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삶은 생각보다 길다. 매~~~~우~~~~~~

'목단향'은 저에겐 '재발견' 작품입니다. '목단향'을 처음 봤을 때, 천지개벽한 듯 생경한 캐붕을 보고, 참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목단이야 위재상도, 격도 무서웠을 것이고, 정글 같은 황궁에서 모르모트처럼 갇혀, 조정 당해야 했으니 본성대로 살기 힘들었을 거예요. 사실은 겁 없고, 걸걸한 왈패였다!고 하더라도, 이해하려면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제는... 이렇게 방정 맞고, 찌질하며, 우유부단할 수 있는가? '목련'이 된 황후보다, '흑영'이 된 황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책장 정리 중 '목단향'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물론, 캐릭터 변천은 여전히 놀라웠지만, 대놓고 코믹스럽게 묘사해 놓은 설정이라고 생각하니 또 납득이 갔습니다.

목단은 격처럼 귀하게 자라지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지도 않은, 평범한 소년입니다. 단지, 힘든 형편에도 열심히 뒷바라지해주는 어머니와 알콩달콩 살기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합니다. 험난한 궁궐에서 격에게 난폭한 정사를 강요받아도, 위재상이 이상한 약을 가지고 와 임신을 종용했을 때도, 심지어 독약을 삼키며 버틸 때도, 언젠간 이 순간이 끝나 어머니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바보 같을 정도로 순진하고, 순수한 어린양!

하지만, 격은 달랐습니다. 본디 영민하고, 천재적 재능과 성실한 기질을 타고났죠. 다만,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사촌인 태제에게 너무 쉬운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 냉험한 황궁에서, 독이 섞인 식재료가 제 몸을 갉아먹는 줄 알고도 삼켜야 했고, 후사를 끊기 위해 사내를 여자라 우기며 신방에 들이밀어도 받아들여야 했어요. 목단은 죄가 없었지만, 목단의 존재는 격에게 모욕이고 수치였습니다. 군주의 자질을 가지고 타고났으나, 너무 일찍 혼자가 되어버린, 상처 입은 어린양!

이 두 어린양은 서로를 보듬으며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천운을 입어, 살아남습니다. 서로는 서로에게 생에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존재가 되었죠. 문제는, 목단은 평범했고, 격은 비범했다는 거예요. 또, 목단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린 성품이었고, 격은 지나치게 말이 적고 이성적이었어요. 물론, 궁에서만! 결국, 목단은 궁을 뛰쳐나가고, 그제서야 격은 무엇인가 잘 못 됐다는 걸 깨달아요. 정말 하이퍼 리얼리즘, 부부 생활 백서 같습니다.

물론, 격은 목단을 위해서, 자존심과 권위를 빛의 속도로 내려놓을 수 있는 사내였죠. 요 부분이 판타집니다.

목단은 황후가 아니었으면 누렸을, 너무도 평범한 생활에 취합니다. 야시장에서 밀떡을 사 먹고, 시원한 냇가에서 멱을 감고, 글 모르는 아이들에게 면박 당하지 않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그런 생활 말이에요. 목단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라고는 서상궁 한 명뿐인, 남자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기에 매번 몸을 사려야 하는, 외롭고 우울한 황궁에서 도망칩니다.

한편, 격은 간신 우두머리 위재상의 자식인 목단을 지키기 급급했어요. 격은 빨리 왕권을 강화해서, 시시각각 목단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로부터 목단이 위협받지 않은 생활을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온몸이 썩어가도록 일합니다. 목단의 간절한 연서도, '외로워 죽겠으니까 얼굴 좀 보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되니까 열심히 일하자!'로 받아들이죠. 황자녀를 통해 황권을 위협한다는 구실에서 목단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마저 목단에게서 떼어 놓아요. 고독의 감옥에서 목단이 질식사 할때까지도, 격은 목단을 호화로운 황후궁에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믿어요.

격은 후회공이나 발닦개공이라고 불리기엔, 조금은 억울한 면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돌아선 마음을 되돌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죠. 격은 목단이 외간 남자를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도, 목단을 불러 따져 묻지 못합니다. 목단의 외도를 인정 할 수도 없었고, 목단을 폐비시키려는 하이에나들에게 실마리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격은 면피로 얼굴을 가리고, 환으로 목소리를 바꿔, 흑영이라는 사내가 됩니다. 그리고, 만난 목단은 분명히 격이 아는 목단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어요. 격은 목단이 황후가 됨으로써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목단이 원하는 건 탈출이었고, 격이 해줄 수 있는 건 '위로' 정도였으니, 목단에게는 한참 모자란 보상이었어요. 결국, 이 남자는 격은 발닦개가 되어, 따귀도 맞고, 걸레도 맞고, EGG도 까이고, 심지어 여장도 합니다. 참 웃기지만, 또 참 멋있어요.

이야기는 삶의 단편입니다. 가장 극적인 조각들을 모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연출됩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공평하게 이어지죠. 똑같이 힘을 주고 살아야 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 짓는 이야기는, 그대로도 완벽하다고 착각하고 맙니다.

삶의 의외로 길어요. 산 넘어 산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야 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멋있음과 쿨함을 내려놓고, 이야기 뒤에 이어질 훨씬 긴 시간을 동행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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