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클로젯

출간일: 2020.01.29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폐하, 부디...... 자유로워지십시오."

따라서, 그에게 목숨과 맞바꾼 자유를 허하노니.

그 아무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황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사내의 죽음. 이전에는 내리지 못했던 명령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으리라. 견범우는 웃었다.

"... 설령 그 자유의 대가가 참혹할지라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이제 더는 자신이 그를 지킬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달은 까닭이다. 가장 어리석은 짓이었다.

자신마저 죽고 나면 이제 이 세계에서 천자를 지킬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제 아들을 보호하려던 선황은 수명을 다해 죽었고, 부친 역시 이 세상에 없었으며, 그들로부터 황제를 지킬 의무를 자처한 견범우 또한 이제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으니.

진실이 항상 제 편이지 않은 것처럼 자유가 늘 달가운 것만은 아니리라. 적어도 사내에게는 그러했다. 얽매였던 자는 처음부터 그가 아닌 자신이었다. 평생을 눈앞의 사내에게 속박당했다.

단 한순간도 바란 적 없던 자유였다.

"... 저를 범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일한 다행은 그 소원만은 이루어지리라.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에게 다 주어 남은 것 하나 없는 이 껍데기를 불사를 이유로는 진정 충분하노라고.

"오직 당신뿐입니다. 건."

- 부디 내가 주는 자유가, 당신을 하루만 더 웃게 하기를.

사내는 웃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 미소마저 온전히 눈앞에 선 남자의 것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금환국의 황제 린위 건(건)은 허수아비다. 선황 부부가 승하하고 형제들마저 죽어, 유일한 황손이라는 이유로 황제가 됐다. 성군이 되려고 했지만, 얼마 있지 않은 수족들이 끊겨 나가는 결과만 낳았다. 건은 이제 의지를 품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비웃는 대신들의 조롱을 그냥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금환국의 일인자는 태위 재상 견범우(범), 이인자는 대승상 호규송이 되었다.

승: 범은 선황의 심복인 아버지 때문에, 유년기를 건과 함께 동문수학한 벗이다. 하지만, 선황과 아버지가 죽고, 범 역시 전장으로 떠났다. 강력한 군벌이 되어 돌아온 범은, 대장군에서 최고직 태위 재상까지 올랐다. 그리고, 황후를 아비를 유배 보내는데 앞장서며, 황제와 본격적으로 척을 진다. 한편, 대승상 호규송은 고립무원의 황제를 돕는 척하지만, 사실 인간이 황제를 혐오하고,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주술사 여인과 건을 합방시키기도 한다.

전: 실상 반요족 여인의 주술은 건의 진명을 알아내지 못하면서 실패하지만, 들이닥친 범이 '건'의 진명을 부르면서 주술이 성립된다. 황제는 범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고, 그런 건을 범은 개로서 훈육한다. 범은 건에게 구속구를 채우고, 배뇨를 금지하며, 구슬을 품고 회의에 나가게 하는 등 치욕을 준다. 반면, 대외적으로 범은 건을 위엄 있는 군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황제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귀족들은, 황제를 위험에 빠뜨린다.

결: 범은 노예시장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황제를 구하고, 귀족들의 목을 벤다. 한편, 건은 범에게 황후를 회임시켜달라고 부탁한다. 분노한 범은 건을 거칠게 다루지만, 결국 건의 명령에 따르기로 한다. 그때, 대규모 내란이 터지고, 범은 죽을 생각으로 전장에 나간다. 범의 실종 소식은 곧 궁에 들리고, 승상 호규송은 본심을 드러내 황제를 죽이려 한다. 그때, 범이 나타나 황제를 구하고 큰 부상을 입는다. 황제는 반요족, 범과 함께 금수의 나라를 다스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풀린 긴장감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무릎 탁 치는 소설

화려한 금빛 휘장에 쌓여 검은 목줄과 붉은 안대를 차고 절규하는 일러스트, 그리고 '애완 황제'라는 제목까지! 대략적 내용을 짐작했죠.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책을 열자마자 노예시장의 참극을 보며 다리가 풀린 황제가 나와요. 수라 같은 황궁에 고립된 나약한 황제와, 진짜 수라가 되어 황제를 조련할 권력자... 혹시 그럴까 했지만, 역시 그렇구나... 그렇게 다소 긴장감 없는 독서가 시작됐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와~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던 초반이, 사실은 복선들의 밭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작가님이 준 의미심장한 힌트를 놓쳤습니다. 어찌 보면 초반에 이미 결말을 다 써놓으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결말에 이르러서, 다시 뒤돌아 뒤적였습니다.

금환국에서 다섯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비탄에 빠져 스스로의 삶을 저버린 자,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아니한 자, 탐욕으로 그릇된 생을 살던 자, 그 해악의 수준이 인간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힐 만큼 타락한 자, 그리고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들어온 자... 제대로 된 인간은 없어 보이죠.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건 태생에 의한 구별이 아닙니다. 금환국에 사는 이는, 이런 인간 밖에 될 수 없다. 누가? 어째서? 어떻게? 궁금증을 품고 계속 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이 다섯 가지 중, 스스로의 선택 없이 존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 들어온 자'예요. 어쩌면, '애완 황제'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황제가 '흘러 들어온 자'였으니까요.

황제에게 아무도 세상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황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외부 시찰을 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예시장에 가죠. 하지만, 잔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휘청거리다 들키고, 건을 본 노예들은 '인간이다.' 외칩니다. 승상도 함께 있었지만 노예들의 시선은 건을 향했고, 승상의 눈빛에 떨던 이들이 건에겐 본능적으로 구원을 바라요. 모두 노예를 보며 마땅한 처우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건만이 그들을 동정의 눈길로 보죠.

돌아온 황제는 '흉몽'을 꿉니다. 난폭한 정사의 소용돌이 중에, 갑작스레 비난의 음성이 연이어 들려요. '제구실을 못하는 사내' '저주받은 황자' '비천한 자' '쫓아내야 할 천자'... 그러다, 갑자기 그 음성들은 건을 희롱하며 강간하려 들죠. 하지만, 순간 핏물이 튀어 오르고, 잘린 목이 나뒹굽니다. 그 후 아는 목소리 하나가 들립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니냐' 하는... 그때 궁 밖에 범도 황제와 열락에 빠진 꿈을 꿔요. 소제목 '예지몽'의 내용입니다.

승상은 황제를 혐오합니다. 선황의 유지와 그의 충실한 심복인 견가의 의지로 황제가 된 건을 못마땅하게 여겨요. 하지만, 유일한 생존 황손이었고 후사 역시 없었기 때문에, 대체할 자가 없었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황제에게 주술의 걸어 진짜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해요. 하지만, 그 여인은 과거 승상에게 원한을 가진 반요족이었고, 반란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결국, 승상의 노력은 범을 황제의 주술사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죠.

범은 주술로 건을 개처럼 훈육합니다. 건은 범의 '애완 황제'가 돼요. 하지만, '애완 황제'라는 제목엔 좀 더 복잡한 내막이 깔려 있어요.

건의 시선으로는 눈치채기 어렵지만, 사실 금환국은 금수의 나라예요. 황제가 노예 시장에 갈 때마다 본, 아이 포대기를 업고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노예 여인이 떠오르죠. 죄를 지은 비천한 자, 노예들은 추잡하고 저들밖에 모르는 본질을 가진 '인간'이고, 토벌당해 멸족될 뻔한 반요족은 인간의 피를 타고난 반쪽 요괴예요. '다섯 가지 인간' 이야기는, 어쩌면 원주민인 금수들만이 비탄과 탐욕에 빠지고, 타락하고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이들임을 의미하는지도요.

 

그러다, '선인'이 금환국에 흘러 들어옵니다. 건의 어머니이자 선황의 총애를 받은 연 귀비였죠. 선인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금수들을 감화시키는 향을 내는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귀족들에게 그 '선인' 또한 인간의 천박한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 뜨내기에 불과했어요. 금수들은 탐욕에 빠져 죄를 지을 운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인간을 부정하다 천시하죠.

결국, '애완 황제'는 황제가 범에게 농락당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금환국에서 황제라도 인간은 '애완동물' 이상이 될 수 없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족들이 어여뻐 해 줄 때만 안전하고, 조금만 반하는 의지를 가져도 호된 대가를 치르는... 건은 이미 '애완 황제'였을지도요. 정말 개가 되려고 그러시냐는 범의 호통이, 단순히 두 사람의 정사만을 지칭하는 것 같진 않았거든요.

범은 주술로 황제가 호통도 치고, 단호한 결단도 내리게 만들죠. 또, 범은 황제를 위해, 반요족 일부를 살려줘요. 주술로 황제에게 오만 치욕을 안기면서도, 우발적으로 건이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바란 것에 대해서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범은 건의 '마음'은 통제하지 않아요. 범은 건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키고 싶은 걸 지키겠다 말하죠. 범이 지키고 싶은 것...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리 선황의 함구령이 있었다지만 건이 금수들의 실체나, 황후도 알고 있는 장인의 부정부패와 범의 숨은 노고를 전혀 몰랐다는 부분은, 좀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어요. 또, 16살 때부터 건에 대한 육욕에 시달려 왔다고는 하지만, 범이 이렇게까지 건을 괴롭힐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연성도 좀 아쉬웠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애완 황제'는 뽕빨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금수의 본능이 열락뿐만은 아니었으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1.02.09

분량: 본편 2권

​​

 

point 1 책갈피

"네가 이렇게 날 받아들여 주면 난 또 미쳐서 날뛸지 몰라. 그러니까......"

"그럴 때 브레이크 밟을게요."

"...... 뭐?"

"맞아요, 그날 아저씨 평소랑 다르게 과속하셔서 엄청 위험했어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브레이크 밟으니까 아저씨 멈추셨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안 다쳤고요."

"결아, 그건......"

운이 좋아서였다. 자신이 제정신이 들지 않았다면 절대 멈출 수 없었고 정말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확실하게 약속해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브레이크 밟으면 멈춰 주실 거라고."

아이처럼 말간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미는 결을, 주언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고, 이렇게 마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약속 하나로 그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데. 망설일 틈이 어디 있을까.

"마지막으로 도장도 꾹."

손가락을 마주 걸고 엄지까지 야무지게 맞부딪치는 결을 보며 주언은 웃음을 삼켰다. 일주일 만에 처음 짓는 웃음이라 그런지 어쩐지 어색하게 입가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가까지 진동이 번지는 느낌에 손을 들어 눈꺼풀을 누를 때였다.

"그럼요, 아저씨."

"...... 응."

간신히 눈가를 진정시킨 주언이 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무엇이든 말해 보라는 듯 다정한 미소와 함께. 그를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결이 문득 주언에게 성큼 다가왔다.

"오늘 브레이크 실험해 봐도 돼요?"

point 2 줄거리

기: 중학생 때부터 소형 기획사 연습생을 시작한 백결은, 몇 번의 데뷔 기회를 물먹으니 20살 되었다. 떡볶이를 팔고 폐지를 주워가며 결을 키워준 할머니의 병원비는 부족하고, 데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져갔다. 그때 결에게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고, 결은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가게 된 펜트하우스에서 화보 속 모델처럼 근사한 조폭 아저씨, 기주언을 만난다.

승: 매서운 눈빛을 가진 위험한 분위기의 아저씨는 결에게 다정했다. 결은 그런 아저씨에게 사랑에 빠진다. 한편, 결은 아저씨가 투자한 보이그룹 프리즘 멤버로 데뷔, 큰 인기를 얻는다. 또, 할머니도 아저씨가 준 무제한 블랙카드로 무사히 병원비를 결제하고 퇴원한다. 결은 아저씨와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저씨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결은 낙담한다.

전: 한편, 주언은 결에게 차를 선물하고, 운전면허가 없는 결은 아저씨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저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날 수록, 결은 더더 아저씨가 좋아지고, 그래서 먼저 키스도 하지만 아저씨는 무서운 얼굴을 한다. 상처 입은 결은 스폰을 그만두자고 말하고, 당황한 아저씨는 결이 바라는 대로, 이성의 고삐를 풀고 결을 끈적지근한 신세계로 안내한다. 아저씨와 몽롱한 날들을 보내던 결은 정줄을 놓고, 방송 중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한다.

결: 아저씨는 대노하여 결을 소환한다. 결은 또 무서운 얼굴을 한 아저씨를 보자 서러운 마음에 대들고, 아저씨는 결을 거칠게 다룬다. 물론, 아저씨는 곧 결에게 사과하지만, 결은 돌아가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결은 주언의 동료, 석중에 연락을 받고 아저씨가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 빠져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삽질을 끝나고, 해피엔딩!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저씨의 순정

'아저씨와 나'가 왜 많은 독자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그래서, 올해 2월 저의 모습을 떠올려 봤어요. 아... 표지 일러스트! 저는 대부분 표지에 관한 감상이 제로 포인트에 가까운데, 굉장히 드물게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 읽게 되거나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안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원체 훌륭한 일러스트가 많아서 전자가 월등한 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저씨와 나'는 후자였나 봐요. 차라리 꽃이나 단색으로 하시지...

'아저씨와 나'는 유사품 '아기와 나'나 '왕과 나'와 다르게, '나'보다는 '아저씨'의 노고가 대단히 큰 작품이었어요. 저는 이 작품의 부제로 '아저씨의 순정'을 외치겠습니다! 물론, 결은 매우 착하고 성실합니다. 번번이 눈앞에서 데뷔의 기회를 빼앗겨 놓고도, 스폰이 들어와 데뷔와 확정되었을 때, 혹시 누군가의 데뷔 기회를 빼앗은 걸까 봐 걱정할 정도로 착해요. 네... 그렇습니다. 순수한 백지! perfectly whtie paper! 그래서 이름도 백결인가요?

13년 차 백결 스토커, 아니 키다리 아저씨는 입맞춤도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어린 양과 먼~ 길을 가야 했어요. 입술 세 번 가져다 댔더니,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당황하는 백결! 아저씨는 백결이 어린애인 것이 원망스러웠죠. 하지만, 이런 아저씨의 고민도 모른 채 홀로 삽질 짝사랑 중인 한결은, 아저씨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스폰 관계라는 사실이 힘들었고, 그래서 아저씨에게도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참고 있는 아저씨를 계속 자극합니다.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 줄래? 하지만, 아저씨는 어른이었어요. 출장도 가고, 술도 마시고, 혼자 해결(?) 하면서, 결의 속도를 배려해 진도를 밟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가 아가에게 고통을 주는, 하나 됨의 단계! 아저씨는 그다음이 뭔지도 모르고, 어여쁘게 엉겨 붙는 결을 보며 자기 수양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인터뷰를 해요. 질투에 불탄 아저씨는 결을 몰아붙이지만, 아파하는 결을 보고는 중간에 멈춥니다. 아저씨는 초인이었어요.

그 후 두 사람은 삽질물의 클리셰에 따라, 오해를 풀죠. 베프의 전제 조건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캐치하는 눈치와 친구의 비밀을 적당히 흘릴 줄 아는 가벼운 입이죠. 그리고 석호는 주언의 이상적 베프였어요. 결을 되찾은 주언과, 주언의 연인이 된 결! 두 사람은 브레이크를 뽑고 고지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한 큐에 넘지는 않아요. 아저씨는 그 격정적 화해의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참 성인이었거든요.

물론, '아저씨와 나'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죠. 24살 주언은 모시던 형님에게 배신 당하고 부상을 입은 채 7살 결을 만나요. 그때 딱히 결이 별말을 하진 않았는데도, 주언은 결의 말을 힘으로 삶의 의지를 다 잡죠. 그 후 할머니 떡볶이집의 단골로 대량 구매를 해주고, 가수가 될까 말까 망설이는 결에게 용기를 줘요. 그러다 처음 데뷔에 미끄러지고 우는 결을 보고 사랑에 빠지죠. 왜, 어떤 점이, 무슨 배경에서, 어떻게 그런 건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양보합니다.

결국 할머니의 떡볶이 집 건물주도 주언이었고, 위험한 투자가 들어간 결의 데뷔를 막은 것도 주언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키다리 아저씨를 해 주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지 않았을까요? 손회장이란 연줄도 있는데, 결이 스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까지 내 몰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래저래 아저씨에게 따지고 싶은 부분은 많습니다. 그리고 손회장님과 할머니의 인연도, 수습 안 된 깝툭튀 중 하나죠.

결이 20살이니, '아고물'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아고물의 묘~미~는 '어른의 포용력'과 '아가의 순진함'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에서, '아저씨와 나'는 우수한 아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어른이었고, 결은 백설기보다 새하았거든요. 마무리를 비롯해 아쉬운 점은 많지만, 메인 디시는 훌륭하고 사이드 디시가 부족한 정찬이라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외전으로 A/S 해 주셨으면... 미리 감사합니다.(찡긋)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3.01 - [BL 소설] - [인외존재/힐링물/잔잔물] 금수의 왕 - 몽낙

 

[인외존재/힐링물/잔잔물] 금수의 왕 - 몽낙

출판사: 에피루스 출간일: 2021.01.07 분량: 본편 2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우스갯소리인데요. 어떤 사람이 호랑이를 두고, 이 녀석이 내 고양이 라면 얼마나 좋

b-garden.tistory.com

2021.04.06 - [BL 소설] - [인외존재/힐링물/달달물] 금수의 왕자 - 몽낙

 

[인외존재/힐링물/달달물] 금수의 왕자 - 몽낙

출판사: 블릿 출간일: 2021.04.06 분량: 본편 2권 ​ ​ ​ ​ ​ ​ point 1 책갈피 ​ ​ "도후 님은, 가끔 절 이렇게 무는데. 그럼 안 돼요." ​ 금왕자가 하얀 발끝으로 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늘어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19.03.15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

 

point 1 책갈피

나는 꼭 오늘 밤을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 내내 안락하고 행복해서 태어나 가장 행복한 밤이었다고 느끼고 싶었다. 20년 뒤, 30년 뒤에도 꼭 오늘 밤처럼 따뜻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정한 차현재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품으로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그리고 빠르게 뛰는 심장 위로 입을 맞췄다.

너와의 미래를 사랑한다. 감히 기대도 할 수 없고, 꿈도 꿀 수 없는 저 먼 미래를 사랑한다. 그 미래의 현재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기억 속에 있는 모든 과거의 현재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지금의 너.

현재의 현재.

우두커니 선 나의 감정들이 그의 품에서 다정히도 무너졌다. 너의 온기는 틀리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 이연하는 OT 때 자신을 대신해 술을 마셔준 차현재에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차현재는 빛, 이연하는 어둠, 연하는 어둠 속에서 현재를 바라만 봤다. 하지만, 제대 후 복학한 학교에서 다시 만난 차현재는, 그 각오를 허물어트렸다. 현재는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연하의 시선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하에게 이유를 묻자, 연하는 물건을 모두 떨어뜨릴 정도로 과하게 떨며, 연신 사과만 하다 도망쳐 버렸다.

승: 현재는 연하와 친하지 않았지만, OT에서 만난 예쁜 연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하가 도망친 이후, 현재는 연하가 신경 쓰였고 지켜보기 시작한다. 연하는 시키면 다 한다고 '콜'이라 불리며, 커피 셔틀, 책 반납, 조별 과제 등 자잘 자잘 한 심부름을 도맡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은 얼굴에 멍을 달고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는 연하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연하를 무시하는 동기들에게 쪽을 주며, 연하를 챙기기 시작한다.

전: 그러던 어느 날, 안진수가 연하를 희롱하고, 보다 못한 다른 동기가 말리면서 싸움이 벌어진다. 그때 연하는 갑자기 뛰쳐나가 창밖으로 투신하려하고, 현재는 급하게 연하를 잡는다. 연하는 공포에 떨며 아버지에게 용서를 빈다. 그제서야 현재는 연하의 상처와 불안의 원인이, 그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연하의 아버지는 연하를 폭행하고, 모욕하고, 갈취했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 오랜 학대에 시달린 연하는, 여러 정신이상 증세를 홀로 견디고 있었다.

결: 현재는 연하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연하의 고독하고 검은 우주를, 현재라는 빛이 밝혀주고 있었다. 연하는 용기를 내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심한 폭행을 당한 채 현재를 찾아간다. 그 후 연하의 아버지는 학교까지 찾아와 연하를 다시 폭행하고, 그의 동기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감된다. 그 후 아버지는 다른 수감자와 다투다 죽고, 연하는 비로소 아버지에게 벗어난다. 연하는 현재와 동거를 시작한다. 연하는 처음으로 설레는 미래를 떠올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저는 재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냥 뭐든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해요. 3년 내내 한 시즌 미드만 본다든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20번, 좋아하는 영화는 10번 이상 봐요. 참고로 최다는 1작 100번입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최신작을 섭렵하거나, 많은 작품을 보지는 못하죠. 장단이 있습니다. 저는 저의 상황과, 나이와, 경험이 바뀌어 같은 작품에서 다른 감상을 느낄 때, 보물찾기 한 것 같은 짜릿함이 느껴져요. 재발견의 묘미죠.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도 그중 하나예요. '격정 멜로' 리뷰 때도 잠시 언급했지만, 저는 원래 클레어님 작품과 잘 안 맞았어요. 저는 강수를 좋아하는데, 클레어님의 수는 예쁘고 유약해요. 결정적으로... 그 수가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나 행동을 계속하죠. 그나마 나은 수가 '언제나 타인'의 '태이'나 '러브론'의 '유현'인데, 그들도 딱히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어요. 약간의 분열증, 망상증, 맹목적 복종, 흡사 사이비 종교 추종자 같다고 할까요.

그러다, '결정 멜로'를 보고 다시 클레어님의 작품을 복기해 봤습니다. 저는 성실한 연재 작가님들을 아주 높이 평가하거든요. 그러다 발견 한 작품이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이었어요.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연하의 심리 묘사 때문이에요. 내용은 불쌍하지만 착하고 예쁜 수가 공에 의해 행복해지는 일방적 구원물로, 다소 뻔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이것이 연하가 본 현재가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연하는 무중력, 무호흡, 무광의 우주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뿌리내릴 힘도 없고, 숨 쉴 수도 없으며, 한 줄기의 빛도 없는, 어둡고 추운 우주에 연하는 외롭게 부유하고 있어요. 족쇄에 묶여 자유를 빼앗긴 사람에겐 '해방'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연하의 고립은 탈출이 불가능하죠. 다만, 연하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별, 지구를 꿈꿀 뿐이에요.

잘라내야지, 포기해야지,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연하는 그곳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어요. 그때 그 찬란한 빛이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연하는 겁이 났어요. 그래서 열심히 피해 다니죠. 연하의 아버지는 연하가 예쁜 얼굴로 몸을 팔고 다닌다는 망상을 떠벌리고 다녔고, 연하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적 있던 사람들이 보내는 혐오의 눈빛을 기억해요. 진실이든 아니든, 연하는 자신의 얼굴과 존재가 죄스러웠어요. 현재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죠.

하지만, 연하는 너무 눈에 띄었어요. 늘 주눅 들어있었고,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 보였고, 무엇보다 자주 다쳤어요. 게다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피해하는 것까지 느껴지는데, 성격 급한 현재가 가만있을 리 없었죠. 그리고 현재는 연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자신이 연하에게 과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됐다는 것도, 일찍 알아채요. 하지만, 연하는 목까지 올라온 말들을 꾹 눌러 담기만 하죠.

현재는 연하에게 막연히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굳이 헤집지는 않았어요. 연하는 늘 위태로워 보였으니까요. 그러다, 연하가 투신을 시도하고 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상처의 뿌리가 매우 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런 연아를 더 소중히 감싸줘요. 현재는 연아를 먼 우주로부터 조금씩 끌어안아요. 그리고, 그럴수록 현재의 중력은 연하를 더 잡아당기고, 연하는 서서히 현재에게 정착하죠.

연하는 자신의 두려움이 아버지를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동기들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 줄수록 점점 심해진다는 것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연하에게 두려움을 이기거나 불편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죠.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 우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거든요. 연하는 현재에게 이상한 자신을 숨기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였어요. 우주인은 지구인이 아니니까, 지구인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밖에요.

하지만, 현재를 만나고 연하의 우주는 무너집니다. 연하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동기들에게 자신을 더 이상 '콜'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선언하죠. 현재에게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용서가 아니라 진심을 입 밖으로 끄집어 냅니다. 태아가 세상에 나와 첫 울음을 울 듯, 옹알이만 하던 아가가 첫 단어를 내뱉듯, 연하는 그렇게 지구인이 됩니다.

저는 현재라는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현재는 연하에게 '이상'이었어요. 만질 수 없는 별이었고, 삼키면 안 되는 빛이었죠. 가질 수 없기에 체념해야 했지만, 바라보는 걸 멈추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통스러웠지만, 그랬기 때문에 현재에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현재는, 연하에게 살아있는 사람이 돼요. 만지고, 대화하고,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실체! 연하는 미래의 현재를 그리며 비로소 우두커니 선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다시 봐도 클레어님 작품은 분열증 환자의 일기 같은,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한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가 아예 '진짜 환자'인 '우두커니 선 우주'는 오히려 집중하기 쉬웠죠. 물론, 클레어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비정상적 수가 바라보는 정상적 공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고, 이 강점이 새롭게 비춰질 시점이 저에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탕은 무한히 필요하다는 자기 합리화를 해 봅니다.(끄덕)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3.27 - [BL 소설] - [현대물/할리킹/달달물] 격정멜로 - 클레어

 

[현대물/할리킹/달달물] 격정멜로 - 클레어

​ ​ ​ ​ ​ ​ point 1 책갈피 ​ ​ " 빛이 하연준 씨를 좋아하나 봐요. 예뻐서 자꾸 보고 싶은 거겠지, 내가 그런 것처럼." ​ "......" ​ "하연준 씨는 내가 알고, 또 내가 생각하던 모든 걸 다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0.04.06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스탠리, 이제 알겠어?

그녀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넌 나를 좋아하지 않아."

"...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좀 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노라 하트가 뒷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라이터로 담배를 태우면서 그녀가 씁쓸하게 말했다.

"가끔 우리는 과거의 기억, 감정까지 꾸며내곤 하잖아?"

point 2 줄거리

기: IT업계의 신화, SNS 플랫폼 '와이퍼'의 창업자인 스탠리 제이미슨! 그는 고향으로부터 온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하이스쿨 내내 짝사랑했던 노라의 결혼 소식이었다. 백만장자인 스탠리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번듯한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고등학교때는 다리 교정기를 낀 채 두꺼운 안경을 쓰고 컴퓨터 책을 들고 다니는 왕따였다. 특히, 마을 유지의 아들인 척 앤더슨과 그 패거리는 스탠리를 때리고, 가두고, 모욕했으며, 다른 클래스 메이트는 방관했다.

승: 스탠리는 승승장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향 밸린저 시티로 돌아간다. 하지만 가는 도중 차가 고장 나고, 도착한 견인차에서 첫 번째 동창을 만난다. 하이스쿨 프롬킹, 미식축구부 쿼터백, 그리고 노라의 남친이었던 리처드 베켓이었다. 리처드는 다리 부상을 입어 운동을 그만두고, 마을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밸린저 시티로 돌아온 스탠리는 조금씩 과거 일을 떠올렸고, 동창들은 예상대로 성공한 스탠리에게 굽신거렸다.

전: 한편, 스탠리는 충격적 진실도 연이어 알게 된다. 노라와 결혼하는 사람이 '그' 척 앤더슨이고, 노라는 사실 자신을 미워했으며, 리처드를 좋아하지만 리처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헤어졌다. 그 다른 사람이 스탠리다. 그리고, 스탠리는 사실 노라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 등등. 스탠리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오해와 편견의 안경을 벗고 본 리처드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하고, 술에 취해 리처드를 유혹한다.

결: 섹스 후 스탠리는 리처드와의 관계 설정을 망설인다. 한편, 노라의 결혼식에 간 스탠리는 리처드가 부상당한 사연을 알게 되고, 그 자리에서 신랑인 척을 폭행한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간 스탠리는 리처드를 잊지 못했고, 이모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 스탠리는 리처드에게 고백한다. 리처드와 사귀는 것을 주저하지만, 결국 스탠리에게 3일 카운트 다운에 넘어간다. 리처드는 벨린저 시티를 떠났고, 곧 스탠리와 함께 살 예정이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삶이 그대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백포백은 봐주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이틴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오글거려서,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냥, 풋풋하고 예쁘게 사랑하는 거면 좋은데, 저세상급 위대한 고딩들의 러브 스토리는 공감도 안 되고 부끄럽기만 해요. 아직 때묻고 마모되지 않은 순수의 영역, 학교라는 곳이 가지는 로망이 있기 때문일 테지만, 사실 그것도 때묻고 마모되봐야 아는 것 같아요. 학생들끼리는 결코 서로를 순수하다고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그런데, 읽고보니 '하이스쿨 랑데부'는 학원물이 아니었습니다. 대도시에서 성공한, 34살의 스탠리가 짝사랑했던 동창의 결혼식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 겪게 되는 이야기니까요. 다만, 회상하는 부분에서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로 스탠리가 잊었거나, 왜곡했거나, 모르고 있던 사실 위주로 나와요. 그러니까 결국 학교내 일화는 스탠리가 척 무리에게는 순수한 피해자였지만, 그 역시 노라나 리처드에게는 가해자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인 거죠.

스탠리의 학창 시절은 누가 봐도 지옥이었어요. 그래서, 스탠리는 많은 기억들을 잊거나, 자기방어를 위해 변형시켰죠. 그렇게 들어낸 덩어리에 리처드도 있었어요. '나는 노라를 사랑한다.' 스탠리에게 이 불변의 진실은, 어쩌면 유쾌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학교에 스탠리를 묶어 둘 수 있는 유일한 밧줄 같았을 거예요. 하지만, 수많은 불친절 속에 노라가 보인 찰나의 호의를 사랑이라고 착각한 스탠리의 맹신이, 노라와 리처드를 아주 많이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리처드는 빚더미에 앉은,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아버지 때문에 벨린저 시티에 오게 됩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척 앤더슨의 부친이 돈을 빌려줬거든요. 리처드는 척의 부친이 내주는 학비로 학교를 다닌 거였어요. 리처드는 스탠리를 괴롭히는 척이 혐오스러웠지만, 이미 척과는 '을'일 수밖에 없는 관계였죠. 또, 리처드는 아버지를 닮은 외모, 그리고 폭력성과 충동성 역시 혐오합니다. 리처드는 자신 안에 들끓는 감정들을 미식축구로 발산하려해요.

스탠리는 리처드를 다 가진 인싸로 기억하지만, 사실 스탠리보다 리처드가 훨씬 위태로웠어요. 그런데 그 간당간당한 균형마저 스탠리가 무너트려버립니다. 스탠리를 좋아하게 된 후, 리처드는 척의 괴롭힘을 묵인하는 것도 노라를 좋아하는 스탠리를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어요. 결국, 척과 완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척은 빚을 탕감해 주겠다며 리처드를 폭행합니다. 그때 다리가 부러진 리처드는 정비공이 되죠. 또, 노라와의 기만적 연애도 상처뿐인 결말을 맞아요.

노라는 그럼에도 리처드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리처드가 미워서 척과 결혼하지만, 결국 척과 파혼하고 다시 리처드에게 함께 마을을 떠나 살자고 찾아와요.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리처드는 스탠리만을 사랑하고 있었죠. 스탠리가 노라에게 느낀 '사랑'이 환상이었다면, 리처드가 스탠리에게 느낀 '사랑'은 고통이었어요. 리처드는 노라를 배신하고, 척에게 굴욕적으로 무릎을 굻고, 동창들에게 타락한 쿼터백으로 각인됐지만, 17년간 스탠리를 잊지 못했어요.

그러다 17년 만에 나타난 스탠리는 리처드를 더 괴롭게 만들죠.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실패한 사랑은 다르니까요. 리처드는 스탠리를 밀어냅니다. 그러다가도, 자신을 유혹하는 스탠리에게 넘어가죠. 리처드는 아버지와 닮은 자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탠리의 부를 강박적으로 거부하고, 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주저해요. 그건, 스탠리가 노라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리처드와의 좋은 기억을 의도적으로 망각한 것과 같은 기저였어요.

소설은 단권답게, 두 사람이 마음 속 장애물을 뛰어넘어 사랑에 골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학원물이 아니기 때문에, 동창들의 이야기는 잘 수습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서로 이루어지는 순간, 그들 중간에 있던 척이나 노라, 가족들은 모두 생략되죠. 분량을 생각하면 똘똘한 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며 성장하는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면 더 탄탄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이 한건 '오류 수정'과 '진실 확인'뿐이니까요. 물론, IF 외전처럼, 리처드가 고등학교 때 스탠리에게 고백하고 집안 사정을 솔직히 말했다면, 두 사람은 더 빨리 이루어졌겠죠. 하지만, 언제든 기억의 왜곡을 걷어 낼 수 있다면, 그 아래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예요. 두 사람은 아주 어려운 한 발짝 나아갔지만,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연애'는 처음인 두 사람의, 서툴면서 열혈한 동거기가 보고 싶습니다.

나름 깔끔한 마무리긴 한데, 그래도 질척거리고 싶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네요. 3권 분량에 1권이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8.11.07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

point 1 책갈피

​"근데 제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손마디가 아파서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그러나 굳은살이 박이고 몇 번 눈물이 쏟어지도록 혼난 뒤부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뒤 애쉬는 카펫 무늬를 만들 수 있었다.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애쉬의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턱없이 후려쳐지던 급료도 올랐다. 그리고 잠은 매일 푹 잤다. 꿈도 없이 잤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는 발레를 하고 매일 끙끙대며 잠을 청하던 밤이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 저 카펫도 만들 줄 알고 콘크리트 녹여서 평편하게 펴는 것도 할 줄 알아요. 빵도 만들 줄 알고 제 주제에 아이들에게 발레도 가르쳐봤어요. 알아요. 어머니에게는 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일들이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랄 떤다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늘 교양 있는 말투와 단어를 구사하는 카밀라 아래에서 절대 배울 수 없었던 단어들을 섞으며 애쉬가 느리지만 한 번도 더듬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카밀라는 설핏 눈살을 구겼다. 저애가 저런 인상이었던가. 늘 제 앞에서 주눅 들어 고갤 숙이고 있으니 어떤 얼굴이었는지, 어떤 인상이었는지조차 흐리다. 원래 이런 이목구비였다고 하기에는 너무 달라 보였다. 심지어 육 년 전 스완 별채에서 보던 때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제이슨은 이제 팔짱을 끼고 애쉬를 지켜보고 있었다. 패트릭의 걱정이 과했다. 자신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런 거 다 하실 수 있으세요? 아니, 궁금해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게 아니니 애쉬는 굳이 카밀라가 입술을 열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것도 잘하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애쉬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덧붙였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놈(nothing)'도 바이런의 안목이 발바닥에 붙어 있어 엉겁결에 반한 그런 존재도 아니에요. 저는 별거(something)인 존재예요."

point 2 줄거리

기: 자유로운 영혼 바이런 맥마흔은 전통이 빛나는, 시골 대학에, 늦은 나이에, 입학한다. 놀기 위해 어머니와 한 가벼운 약속의 대가였다. 그렇게 적성도 흥미도 없이, 가업을 잇기 위해 입학한 첫날, 바이런은 우연히 폭행 현장을 목격한다. 그 피해자는 자신이 새로운 룸메이트 애쉬 스완이었다. 지친 듯, 무심한 듯, 가녀린 애쉬! 하지만 그의 유두는 핑크빛이었고... 바이런은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관심의 시작! 하지만, 그의 룸메이트는 매우 까칠했다.

승: 그러던 어느 날 바이런은 애쉬의 몽유병을 알게 되고, 애쉬를 돕기 위해(?) 같은 침대에서 잠들기 시작한다. 바이런과 애쉬는 가까워졌고, 서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애쉬는 바이런과의 연애를 한사코 거부하며, 바이런에게 가출 계획을 고백한다. 바이런은 스완가가 애쉬를 학대해 왔고, 애쉬가 바보인 척 당해주며 간신히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이런의 마음은 깊어지고, 결국 둘은 풋풋한 연애를 시작한다.

전: 두 사람은 기숙사를 나와, 둘만의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스완가에서 애쉬와 바이런의 사이를 눈치채고, 애쉬가 임신을 하면서, 애쉬는 바이런을 떠나 스완가로 돌아간다. 스완가는 한 대에 한 명씩 날개를 단 수인이 태어나고, 그 아름다운 생명체를 팔아 부정하게 부를 쌓아왔다. 그러나 여자가 아닌 남자 수인 애쉬가 태어나고, 대가 끊길 것을 염려한 스완가는 애쉬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며, 실험을 자행해 임신할 수 있게 만든다.

결: 애쉬는 스완가에서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다. 바이런은 애쉬를 간절히 찾고, 스완가는 실종된 애쉬를 이용해 바이런에게 손쉽게 이득을 얻는다. 바이런은 수모를 감수하고서라도 애쉬를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6년이 흐른 뒤에서 간신히 재회한다. 바이런은 그간 애쉬가 겪었던 고생과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들 로엘의 존재를 알고, 애쉬를 대신해 스완가를 뭉개 놓는다. 스완가는 제대로 망하고, 애쉬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짠짠짠 단단단

아니... 이 시국... 이거 정말 실환가요? 약 2달... 21세기 신 암굴왕의 생활이 끝나면, 속 편히 숨 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백신 없던 시절에도 상상 못한 확진자 숫자가... 더불어, 암굴에 들어가기 전 세상에는 없었던 불타는 열돔까지... 인간 세상과의 조우 2시간 만에 다시 암굴이 그리워졌습니다. 제발 이번 고비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분수령이 되길 바랍니다. 흑... 어쨌든 올해도 휴가는 책 속으로...

그래서일까요? 한없이 밝고, 이가 썩을 정도로 달달하고,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한! 러브 스토리가 땡깁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꿈과 희망을 주는 유니콘처럼, 한 입에 기분 좋아지는 초콜릿 퐁듀 같은 로맨스 말이죠. 하지만, 제가 진조님이 쓰셨다는 걸 잠시 간과했습니다. 분명히, '미운 백조 새끼'는 제가 바랐던 달달물은 아니었습니다. 성깔 있는 아싸와 엄친아 아싸의 티키타카 연애담이라고 하기엔, 그 이면이 다소 무겁습니다.

'미운 백조 새끼' 속 악의 축은 '스완가'예요. 동정의 여지없는, 완벽한 악역들이죠. 스완가는 이름대로 고고한 백조들입니다. 뛰어난 미색과 은발, 오랫동안 사교계를 주름 잡는 귀족 집안이자 발레 명가죠. 물론, 진짜 주업은 따로 있습니다. 스완가는 모계로 이어지고, 그들 모두가 '어머니들'이에요. 스완가는 한 대에 한 명씩 날개가 달린 여자 수인이 태어나고, 아름다운 희귀품은 '손님'들에게 비싸게 팔립니다. 날개 달린 수인들은 가업(?) 연장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만 하고, 스완가의 어머니들은 그 아이를 빼앗아요.

그러다, 무사태평하고 음습하게 이어져 오던 스완가의 비밀에 문제가 생깁니다. 날개 달린 '남자' 수인이 태어난 거죠. 회색 머리카락에 쳐진 눈, 발레에 재능도 없는 미운 오래 새끼, 애쉬는 그렇게 스완가의 이물질이 됩니다. 물론, 스완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애쉬는 실험실인지, 연구실인지, 병실인지도 모르는 밀실에 갇혀 개조 당해요. 그렇게 애쉬는 스완가에 유령이 되어, 날개 달린 여자 수인을 낳고, 이미 준비된 리스트 속 '손님'에게 장식품처럼 팔릴 예정이었죠. 스완가의 어머님들은 애쉬의 애정결핍을 이용해 끊임없이 가스라이팅 하며, 그 불합리한 처우마저 기꺼워하길 바랍니다.

애쉬는 지옥 속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가출을 꿈꾸고, 기적적으로 기회를 잡습니다. 바로 대학에 가게 되죠. 그리고 운명처럼 바이런을 만납니다. 바이런은 애쉬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조건 없는 시혜자였죠. 바이런은 애쉬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었고, 어떤 애쉬든 사랑스러웠어요. 애쉬는 한결같은 바이런의 애정공세에,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바이런과 사귀기로 합니다. 물론, 애쉬의 가출 계획을 알게 된 바이런은, 당연히 함께 떠나기로 결정하죠. 애쉬에게 유용한 도망 노하우도 전수해 줘요. 이 조언들이, 애쉬를 6년간이나 꽁꽁 숨게 할 줄 모르고 말이에요.

애쉬는 임신을 합니다. 애쉬는 당황하죠. 실험이야 당했지만, 실제로 가능할 줄도 몰랐고, 병원은 더더욱 갈 수 없었어요. 결국, 애쉬는 아이를 낳기 위해, 그토록 바라던 자유와 사랑하는 바이런을 포기하고, 스스로 스완가에 돌아갑니다. 스완가 역시 남자 수인의 출산은 처음이었고, 예상과 다르지 않게 애쉬는 고통과 조롱 속에서 노엘을 낳습니다. 설상가상, 아이의 아버지가 맥마흔가의 외아들임을 알게 된 스완가의 어머니들은, 바이런의 등골까지 빼먹을 계획을 세워요. 애쉬는 출산 직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처절하게 탈출해요.

애쉬의 찌롱은 계속되요. 애쉬는 투잡, 쓰리잡을 뛰며, 바이런과 똑 닮은 아들을 키웁니다. 쫓고 쫓기는 스완가와의 숨바꼭질도 멈추지 않죠. 그러던 중 스완가는 도망치려는 애쉬의 발목을 분지르고, 발레리노인 애쉬는 다리를 절게 됩니다. 노엘에게 늘 미안한 아빠,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발레를 알려주는 무대 뒤의 발레리노...애쉬의 6년이 그랬어요. 물론, 애쉬를 찾기 위한 바이런의 6년도 찌롱이긴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미운 백조 새끼'는 확실한! 달달물입니다. 원앤온리 '너에게만 친절한 나' 바이런과, 까칠하고 서툴지만 '널 위해선 다 할 수 있어' 애쉬, 두 사람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똘똘이 노엘... 말해 뭐 하겠습니까? 특히, 외전은 상처(?) 입은 독자들 마음에 후시딘이예요.

짠날이 있으면, 단날도 있겠죠. 단짠의 진리를 믿습니다. 어쩌면, 짠짠짠 할수록 달달달 할지도 모릅니다. 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달달한 날이 오면, 그때 짰던 날들에 대해 수다를 떨어 보고 싶습니다. 달달한 해피엔딩을 믿기에 견디는 고구마 구간처럼, 현생 또한 그러리라 희망하며...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10.24 - [BL 소설] - [오메가버스/현대물/삽질물] 폴 투 윈(Pole To Win) - 진조

 

[오메가버스/현대물/삽질물] 폴 투 윈(Pole To Win) - 진조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9.11 분량: 본편 1권 ​ ​ ​ ​ point 1 책갈피 ​ ​ 폴 포지션. 요한은 자신에게 폴포지션과 같았다. 요한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도 요한을 찾았다. 고카트 하는

b-garden.tistory.com

2020.08.12 - [BL 소설] - [환생물/동양풍/피폐물] 여백의 흔적 - 진조

 

[환생물/동양풍/피폐물] 여백의 흔적 - 진조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9.1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나뭇가지는 잘라도 그 뿌리에서 타고난 성질과 같다. 밤나무에서 자란 나뭇가지가 감나무가 될 순 없는 법이다. point 2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