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에피루스

출간일: 2021.01.07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우스갯소리인데요. 어떤 사람이 호랑이를 두고, 이 녀석이 내 고양이 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했대요. 그러자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럼 그루밍 한 번에 피부과 가야 하고 꾹꾹이 한방에 골절이겠네. 쥐돌이로 놀아 주다가 잘못 깔리면 그대로 사망이고 말이지, 하고 말했대요. 웃기죠?"

"뭐?"

"어, 그리고 이건 또 다른 우스갯소리인데요. 그 호랑이보다 훨씬 더, 훨씬 더 커서 집채만 한 호랑이가 있어요. 그 호랑이를 상대로 꼬리를 조물조물하고, 귀를 문질문질하고, 이마를 부비고, 배를 만지작거리고, 혀를 꾹꾹 눌러 대면, 어떻게 될까요?"

"......설마, 인간!"

금왕이 당황해서 눈을 부릅뜬 순간, 나는 이미 그를 향해 점프하고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어릴 때부터 동물을 많이 좋아했던 호연은, 훌륭한 맹수 덕후로 성장한다. 호연은 고양잇과 맹수를 조물조물, 부비부비하는 불가능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악착같이 알바를 해 돈을 모으고 휴학을 한 채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호연은 체력단련을 위해 오르내리던 동네 뒷산에서 갑툭튀 등장한 삵에게 목이 물리고, 눈을 떴을 때 집채만 한 검은 호랑이(흑호)와 사랑해 마지않는 고양잇과 맹수들이 모인 재판장에 있었다.

승: 금수들의 왕, 금왕 흑호는 삵의 처벌에 관해 호연의 의견을 묻지만, 이미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을 한 삯을 본 것만으로도 성덕이 된 호연은 쿨하게 용서해 준다. 그 대신 삵을 만지고 싶다고 말하고, 꿈에 그리던 고양잇과 맹수들를 조물조물, 부비부비하며 너무도 행복해한다. 그 모습을 본 금왕은 호연을 등에 태우고 아프리카 초원으로 가고, 금왕과 함께 온 인간에게 금수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몸을 내어준다. 물론, 금왕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 금왕은 모든 금수들을 다스리고 있었기에, 사막과 설원, 하늘의 동물 모두 금왕을 찾아온다. 그 일환으로 북극여우가 아프다는 소식이 금왕에게 전해지자, 북극여우를 탐(?) 했던 호연은 금왕과 함께 북극으로 간다. 그리고 호연이 그곳에서 만난, 북극 설원을 다스리는 설왕의 반려는 인간으로 호연과 같은 나라의 동양인이었다. 그는 호연을 친근하게 대해주며, 왕의 반려로서의 삶을 알려준다.

결: 한편, 미어캣의 실수로 호연을 존재를 알게 된 사막의 염왕은 두 사람을 찾아온다. 염왕은 반려도 아닌 인간이 금왕의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을 비난하고, 결국 호연은 꿈같은 시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호연은 현실에 적응하고 못하고, 금왕을 그리워하며,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다. 마침 문조와 미어캣이 준 사막의 꽃마저 잃어버리고 상심에 빠져 있을 때, 금왕이 호연의 앞에 나타난다. 호연은 금신의 머리카락을 먹고 금왕의 반려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조물조물, 부비부비, 문질문질

일전에 리뷰에서도 잠깐 언급 한 적 있지만, 저는 전형적인 랜선 집사예요. 현실에서 그다지 동물들에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상으로, 그림으로, 문자로나마, 조물조물, 부비부비, 문질문질을 충전 받곤 하죠. 이렇게 간접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힐링이 있으니, 실제 동물과 교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애니멀 테라피'는 엄청 날 거예요. 그래서, 관련 산업도 꾀나 다양해진 듯하지만, 싫다는 강아지를 억지로 돈 주고 산책시키는 것까지 '테라피'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짝사랑은 애틋하지만, 강제성을 띠는 순간 그냥 괴롭힘이에요.

'금수의 왕'은 조물조물, 부비부비, 문질문질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쓰인 소설입니다. 그것이, 목적이자 줄거리죠. 사실, 이외에 다른 포인트가 있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기왕 시작한 대리 만족이기에, 스케일을 제대로 키웠습니다. 이것이 동물을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조연으로서 등장하는 동물, 수인으로서 등장하는 동물이 아닌, 줄거리 자체로 등장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조물조물, 부비부비, 문질문질에 대한 공감도가 크기 않으면,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현생에서 절대 성덕이 될 없는 고양잇과 맹수 덕후 호연이, 징한 덕심으로 마침내 성덕이 된 성공신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일단 집채만 한 흑호의 꼬리를 양손에 쥐고 조물조물, 볼에 부비부비는 기본이고, 사뿐히 머리에 톡 닿는 꼬리의 촉감부터, 폭 안겨도 한 아름인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짧지만 충분히 보드라운 털에 얼굴이 문질문질 하죠. 동그랗게 몸을 말린 흑호 이불을 덮고 잘 때면 들리는 들락 날락 숨 쉬는 소리, 콩닥콩닥 심장 소리...

흑호뿐인가요? 표범, 백호, 삵, 설표, 치타, 미어캣, 문조, 사막여우, 늑대, 황제펭귄, 등등등... 모든 동물 새끼는 다 귀엽고,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은 발사만 하면 다 사랑스러워지는 모르겠습니다. 북극곰 배 위에 자고 있는 북극여우는 말해 뭐 하겠습니까? 거대한 북극곰이 기둥에 느슨히 기대서, 육중하고 볼록한 배에 작고 여린 북극여우 올려 두고 토닥이는 둔탁한 손, 그 느리게 껌뻑거리는 근심스러운 눈빛! 엽서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간질거리죠.

BL이라고 하지만, 금왕과 호연은 주인공이라기보다 동물 소개 가이드 같은 존재였어요. 실상, 둘의 애정은 그다지 촘촘히 다뤄지지 않습니다.

염왕이 등장한 이후, 갑자기 금왕이 호연에게 반려가 되면 계속 만질 수 있다고 말하며, 떠나보내길 아쉬워하는 것을 보며 ".... 금왕이 언제부터"... 뒤늦게 알게 된 절친의 연애 사실만큼 당황했죠. 오히려 금왕이 냄새를 묻히기 위해 한 키스가 첫 키스라, 인간으로 변한 금왕이 너무 멋있어서, 두근두근했던 호연은 '금왕을 만지는 것을 좋지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 반려가 될 수 없다!'라며 현실로 돌아왔는데 말이에요. 물론, 후일담에 인간을 싫어한 금왕이 곁에 둘 때부터 호연을 사랑한 거라고, 염왕은 말하지만 독자는 알 수 없단 말입니다.

본디, 동화적 소설이 디테일에 약한 것이 사실이지만, '금수의 왕'은 정말 과감한 생략이 많습니다. 사이좋은 가족마저도 고려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랑이 위대해도, 꺄웃했어요. 두 사람이 이루어진 다음은 더더욱 스케일을 키워, 왕들의 파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굳이' 씬이 하나 등장하고, 짤막한 육아기가 등장하죠. 저는 이것이 19세 BL 구색 맞추기처럼 느껴져, 결의 흐름이 튀는 것 같았어요. 구작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틈을 채우고 연결고리를 매끄럽게 하는데 신경을 썼다면, 대체 불가능한 소재의 명작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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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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