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05.23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드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람이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이제 좀 한가해지니까 옛 생각이 솔솔 피어오르던가요? 내가 무슨 장작불도 아니고 부채질만 하면 다시 활활 타오를 줄 아셨어요?"

"잠깐. 내가 설명하마."

"설명은 무슨.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숨 쉴 틈도 없이 카일을 몰아세우던 레블리가 어깨를 들썩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활짝 웃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지며 그의 두 눈이 밤바다와 같이 일렁거렸다. 레블리는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눈을 부릅떴다. 무릎을 꼭 쥔 손에 파랗게 핏줄이 돋았다. 가느다란 손목을 묶은 수갑이 유난히도 잔혹하게 보였다.

"내 몫이 아닌 사랑을 구걸하는 거야."

그렁그렁 고여 있던 눈물이 기어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아, 짜증 나게."

point 2 줄거리

기: 사랑 받지 못한 현생을 사는 민웅은, 집착 광공인 황제공과 미녀 가련수의 피폐 로맨스 '파멸 열애'의 광팬이다. 그날도, 읽고 또 읽은 '파멸 열애'를 읽다가, 책에 머리를 박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떴을 때 카일의 지독한 사랑을 받으며, 감금 당한 채 인형처럼 살고 있는 레블리에 빙의 되어 있었다. 장면은, 무슨 수를 써도 카일에게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레블리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깨어나 카일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승: 괴로운 눈빛을 하고, 광기를 숨기지 않는 카일! 하지만, 빙의 된 레블리는 카일에 대한 참사랑을 깨달았다고 해맑게 웃으며, 카일을 '자기'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카일은 급변한 레일리의 행동을 보며, 도망을 위한 수작, 기억상실, 끝내는 감금과 통제로 인한 정신이상이라는 결론에까지 이른다. 그래서, 카일은 사랑스러움을 뿜뿜하는 레일리를 볼 수록 죄책감을 느끼고 구속구와 감금을 풀어주지만, 되려 레일리는 족쇄에 집착하며 외출을 거부한다.

전: 10년간 소설 속 카일을 사랑을 받고 싶었던 레일리는 목줄과 족쇄를 정표로 여기고, 카일이 먹여주는 밥을 먹기 위해 밥을 굶으며, 카일이 보이는 집착에 전율을 느낀다. 다만, 지식으로 커버할 수 없는 물리적 사이즈를 차마 수납하지 못했기에, 레일리의 고민은 카일과의 성공적인 섹스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카일은 레일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찾아오지도 않고, 찾아가도 만나 주지 않으며, 정원에서 기다리다 마주쳐도 못 본 척 무시한 채 지나갔다.

결: 하지만, 그때 카일은 레일리를 독살하려는 잔당들을 뿌리 뽑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고, 레일리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카일은 23일+7시간 만에 레일리와 재회한다.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레일리는 울분을 토하고, 케일의 사과를 받는다. 레일리는 카일에게 청혼한다. 카일은 고자라는 소문을 낸 후 레일리를 잡음 없이 황후로 맞이하고, 10년이 넘도록 염병천병한 황제 커플의 영향으로 카딜록 제국 귀족 출산율은 올라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집착광수?

아~ 이해 안 가! 솔직히 집 밖에 뭐 좋은 게 있다고, 호화로운 집에 원하는 것 다 사준다는데 얌전히 감금 당하는 게 요양이지 왜 도망을 못가 안달이야? 자유가 뭐 대단한 건 줄 아나? 그리고, 어차피 세상에 제일 중요한 한 사람만 있으면 되지, 기타등등 챙긴다고 긁어 부스럼 만들면 뭐 할 거야? 선택과 집중 몰라? 어차피 사람은 혼잔데,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미 오바! 쥬분! 총뻔! 이게 성공한 인생이지! 모든 걸 가진, 모든 걸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의 독점적 선택과 지독한 사랑!!! 나도 받아보고 싶다!!!!

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 안 해 본 사람도 있을까요? 그렇다면, 할리퀸, 할리킹, 신데렐라 콤플렉스, 주인공이 재벌이고 황제인 무궁무진한 로맨스물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았을 리가 없겠죠. 손해 보지 않고 사는 법에 익숙한 현생이라, 미친 것처럼 직진하는 가상세계를 꿈꾸고, 내 것이 없는 현생이라, 그것을 온전히 그리고 넘치도록 가질 수 있는 가상세계를 그리는 걸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저스트 핏!'의 설정은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출발에 비해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일단, 집착 강공이 없습니다. 전쟁광, 레일리를 쳐다만 봐도 눈알을 뽑는 잔혹무도한 성정, 레일리의 고향마을을 도륙하고 레일리를 납치 감금한 광기어린 애정...을 가진 황제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본 황제는, 자살 시도 후 깨어난 레일리에 턱 좀 세게 쥐고 키스하다가, 갑자기 해맑게 웃는 레일리가 걱정이 돼서 구속구도 풀어주고, 산책도 억지로 시키죠. 레일리가 굶으며 밥 먹여 주러 오고, 레일리가 목욕시켜 달라면 기꺼이 수발들고, 레일리가 너무 커서(?) 아프다고 하면 곱게 잠만 자죠. 레일리가 화낼까, 도망갈까, 심지어 나중엔 주름 생기면 싫어할까 전전긍긍해요. 집착광공을 길들이는 집착광수라는데... 집착광공은 어디 계시나요?

더 놀라운 건 레일리의 끼부림입니다. 물론, 민웅은 현생에서 사랑의 기근에 시달렸고, 10년간 소설 속 레일리의 삶을 부러워했죠. 하지만, 이 정도면... 현생에서도 썩 평범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애교를 부리고 싶다!라고 애교 멘트와 표정이 자동 발사 되는 것도 아니고, 법치국가에서 일생을 살았는데, 몸 닦아 줬다는 이유로 시종 손가락부터 밟는 공을 보며, '집착애'라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의아했습니다. 차라리, 빙의 전에 신분제 있는 시대나, 전쟁 같은 비정상적인 환경 속에 살았다면 이해해 볼 법도 한데 말이죠.

그 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수의 '하이텐션 말투'예요. 처음 빙의가 되었을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생에서 민웅은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죠. 고독한 자존심 덩어리... 하지만, 마땅히 나의 것으로 할당된, 넘치는 사랑을 바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니, 정말로 그 달콤한 케이크의 주인이 되었을 때, 흥분감을 표현하기 힘들었겠죠. 그러나 10년간, 한치의 변함없이, 계속 하이텐션 말투가 이어집니다. 이것을 어색하거나 조금 지친다고 느낀다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사랑스럽다고 느끼신다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하다고 느꼈습니다. 요부도 이런 요부가 없다!라며 봤어요.

하지만, 수에게 쩔쩔매는 공! 족쇄로라도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집착수! 이 들의 달달하고 위기 없는 꽁냥꽁냥을 보고 싶으시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음악으로 친다면, 소설 톤이 '솔'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 그래서, 다소 '길다.'라는 인상의 피곤감이 있었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