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클로젯

출간일: 2020.01.29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폐하, 부디...... 자유로워지십시오."

따라서, 그에게 목숨과 맞바꾼 자유를 허하노니.

그 아무것에도 속박되지 않은 황제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사내의 죽음. 이전에는 내리지 못했던 명령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으리라. 견범우는 웃었다.

"... 설령 그 자유의 대가가 참혹할지라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이제 더는 자신이 그를 지킬 수 없음을 비로소 깨달은 까닭이다. 가장 어리석은 짓이었다.

자신마저 죽고 나면 이제 이 세계에서 천자를 지킬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제 아들을 보호하려던 선황은 수명을 다해 죽었고, 부친 역시 이 세상에 없었으며, 그들로부터 황제를 지킬 의무를 자처한 견범우 또한 이제 그의 곁을 떠나게 되었으니.

진실이 항상 제 편이지 않은 것처럼 자유가 늘 달가운 것만은 아니리라. 적어도 사내에게는 그러했다. 얽매였던 자는 처음부터 그가 아닌 자신이었다. 평생을 눈앞의 사내에게 속박당했다.

단 한순간도 바란 적 없던 자유였다.

"... 저를 범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일한 다행은 그 소원만은 이루어지리라.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에게 다 주어 남은 것 하나 없는 이 껍데기를 불사를 이유로는 진정 충분하노라고.

"오직 당신뿐입니다. 건."

- 부디 내가 주는 자유가, 당신을 하루만 더 웃게 하기를.

사내는 웃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 미소마저 온전히 눈앞에 선 남자의 것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금환국의 황제 린위 건(건)은 허수아비다. 선황 부부가 승하하고 형제들마저 죽어, 유일한 황손이라는 이유로 황제가 됐다. 성군이 되려고 했지만, 얼마 있지 않은 수족들이 끊겨 나가는 결과만 낳았다. 건은 이제 의지를 품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비웃는 대신들의 조롱을 그냥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금환국의 일인자는 태위 재상 견범우(범), 이인자는 대승상 호규송이 되었다.

승: 범은 선황의 심복인 아버지 때문에, 유년기를 건과 함께 동문수학한 벗이다. 하지만, 선황과 아버지가 죽고, 범 역시 전장으로 떠났다. 강력한 군벌이 되어 돌아온 범은, 대장군에서 최고직 태위 재상까지 올랐다. 그리고, 황후를 아비를 유배 보내는데 앞장서며, 황제와 본격적으로 척을 진다. 한편, 대승상 호규송은 고립무원의 황제를 돕는 척하지만, 사실 인간이 황제를 혐오하고,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기 위해 주술사 여인과 건을 합방시키기도 한다.

전: 실상 반요족 여인의 주술은 건의 진명을 알아내지 못하면서 실패하지만, 들이닥친 범이 '건'의 진명을 부르면서 주술이 성립된다. 황제는 범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고, 그런 건을 범은 개로서 훈육한다. 범은 건에게 구속구를 채우고, 배뇨를 금지하며, 구슬을 품고 회의에 나가게 하는 등 치욕을 준다. 반면, 대외적으로 범은 건을 위엄 있는 군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황제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귀족들은, 황제를 위험에 빠뜨린다.

결: 범은 노예시장에서 봉변을 당할 뻔한 황제를 구하고, 귀족들의 목을 벤다. 한편, 건은 범에게 황후를 회임시켜달라고 부탁한다. 분노한 범은 건을 거칠게 다루지만, 결국 건의 명령에 따르기로 한다. 그때, 대규모 내란이 터지고, 범은 죽을 생각으로 전장에 나간다. 범의 실종 소식은 곧 궁에 들리고, 승상 호규송은 본심을 드러내 황제를 죽이려 한다. 그때, 범이 나타나 황제를 구하고 큰 부상을 입는다. 황제는 반요족, 범과 함께 금수의 나라를 다스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풀린 긴장감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무릎 탁 치는 소설

화려한 금빛 휘장에 쌓여 검은 목줄과 붉은 안대를 차고 절규하는 일러스트, 그리고 '애완 황제'라는 제목까지! 대략적 내용을 짐작했죠.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책을 열자마자 노예시장의 참극을 보며 다리가 풀린 황제가 나와요. 수라 같은 황궁에 고립된 나약한 황제와, 진짜 수라가 되어 황제를 조련할 권력자... 혹시 그럴까 했지만, 역시 그렇구나... 그렇게 다소 긴장감 없는 독서가 시작됐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와~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던 초반이, 사실은 복선들의 밭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작가님이 준 의미심장한 힌트를 놓쳤습니다. 어찌 보면 초반에 이미 결말을 다 써놓으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결말에 이르러서, 다시 뒤돌아 뒤적였습니다.

금환국에서 다섯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비탄에 빠져 스스로의 삶을 저버린 자,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아니한 자, 탐욕으로 그릇된 생을 살던 자, 그 해악의 수준이 인간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힐 만큼 타락한 자, 그리고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들어온 자... 제대로 된 인간은 없어 보이죠.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건 태생에 의한 구별이 아닙니다. 금환국에 사는 이는, 이런 인간 밖에 될 수 없다. 누가? 어째서? 어떻게? 궁금증을 품고 계속 봅니다.

그런데, 잘 보면 이 다섯 가지 중, 스스로의 선택 없이 존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연찮게 길을 잃어 흘러 들어온 자'예요. 어쩌면, '애완 황제'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바로 황제가 '흘러 들어온 자'였으니까요.

황제에게 아무도 세상을 알려주지 않았기에, 황제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외부 시찰을 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노예시장에 가죠. 하지만, 잔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휘청거리다 들키고, 건을 본 노예들은 '인간이다.' 외칩니다. 승상도 함께 있었지만 노예들의 시선은 건을 향했고, 승상의 눈빛에 떨던 이들이 건에겐 본능적으로 구원을 바라요. 모두 노예를 보며 마땅한 처우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건만이 그들을 동정의 눈길로 보죠.

돌아온 황제는 '흉몽'을 꿉니다. 난폭한 정사의 소용돌이 중에, 갑작스레 비난의 음성이 연이어 들려요. '제구실을 못하는 사내' '저주받은 황자' '비천한 자' '쫓아내야 할 천자'... 그러다, 갑자기 그 음성들은 건을 희롱하며 강간하려 들죠. 하지만, 순간 핏물이 튀어 오르고, 잘린 목이 나뒹굽니다. 그 후 아는 목소리 하나가 들립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니냐' 하는... 그때 궁 밖에 범도 황제와 열락에 빠진 꿈을 꿔요. 소제목 '예지몽'의 내용입니다.

승상은 황제를 혐오합니다. 선황의 유지와 그의 충실한 심복인 견가의 의지로 황제가 된 건을 못마땅하게 여겨요. 하지만, 유일한 생존 황손이었고 후사 역시 없었기 때문에, 대체할 자가 없었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황제에게 주술의 걸어 진짜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해요. 하지만, 그 여인은 과거 승상에게 원한을 가진 반요족이었고, 반란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결국, 승상의 노력은 범을 황제의 주술사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죠.

범은 주술로 건을 개처럼 훈육합니다. 건은 범의 '애완 황제'가 돼요. 하지만, '애완 황제'라는 제목엔 좀 더 복잡한 내막이 깔려 있어요.

건의 시선으로는 눈치채기 어렵지만, 사실 금환국은 금수의 나라예요. 황제가 노예 시장에 갈 때마다 본, 아이 포대기를 업고 네 발로 기어 다니던 노예 여인이 떠오르죠. 죄를 지은 비천한 자, 노예들은 추잡하고 저들밖에 모르는 본질을 가진 '인간'이고, 토벌당해 멸족될 뻔한 반요족은 인간의 피를 타고난 반쪽 요괴예요. '다섯 가지 인간' 이야기는, 어쩌면 원주민인 금수들만이 비탄과 탐욕에 빠지고, 타락하고 죄를 져도 벌을 받지 않는 이들임을 의미하는지도요.

 

그러다, '선인'이 금환국에 흘러 들어옵니다. 건의 어머니이자 선황의 총애를 받은 연 귀비였죠. 선인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금수들을 감화시키는 향을 내는 인간이었어요. 하지만, 귀족들에게 그 '선인' 또한 인간의 천박한 본질을 벗어나지 못한, 뜨내기에 불과했어요. 금수들은 탐욕에 빠져 죄를 지을 운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인간을 부정하다 천시하죠.

결국, '애완 황제'는 황제가 범에게 농락당하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금환국에서 황제라도 인간은 '애완동물' 이상이 될 수 없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족들이 어여뻐 해 줄 때만 안전하고, 조금만 반하는 의지를 가져도 호된 대가를 치르는... 건은 이미 '애완 황제'였을지도요. 정말 개가 되려고 그러시냐는 범의 호통이, 단순히 두 사람의 정사만을 지칭하는 것 같진 않았거든요.

범은 주술로 황제가 호통도 치고, 단호한 결단도 내리게 만들죠. 또, 범은 황제를 위해, 반요족 일부를 살려줘요. 주술로 황제에게 오만 치욕을 안기면서도, 우발적으로 건이 자신과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바란 것에 대해서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범은 건의 '마음'은 통제하지 않아요. 범은 건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키고 싶은 걸 지키겠다 말하죠. 범이 지키고 싶은 것...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아무리 선황의 함구령이 있었다지만 건이 금수들의 실체나, 황후도 알고 있는 장인의 부정부패와 범의 숨은 노고를 전혀 몰랐다는 부분은, 좀 설득력이 떨어져 보였어요. 또, 16살 때부터 건에 대한 육욕에 시달려 왔다고는 하지만, 범이 이렇게까지 건을 괴롭힐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연성도 좀 아쉬웠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애완 황제'는 뽕빨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거예요. 금수의 본능이 열락뿐만은 아니었으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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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MANZ'

출간일: 2021.04.08

분량: 본편 4권

point 1 책갈피

​"무섭냐?"

"뭐?"

잭슨은 아무 말 하지 않는 레비를 바라보며 어깨를 툭 쳤다. 레비가 잭슨을 쳐다보았다.

"다 그렇게 시작해. 다 무서워한다고."

"대체 뭐가 무섭다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 무서운 거랑 좋은 거는 종이 한 장 차이잖아. 심장이 무지 떨리는 거."

"아하. 내가 걔를 무지 좋아한다?"

"멍청아."

잭슨은 결국 성질을 부렸다. 레비는 불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원래 감정에 빠지는 건 무서운 거야. 이성이 마비되니까."

"나도 알아. 그게 무섭다고 생각한 적 없어."

"발만 담그는 거 말고, 다이빙을 생각하란 말야. 잠수 같은 거."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혔다. 그런 건 싫다. 한 사람의 바다로 빠지는 것보다 많은 호수와 계속을 돌아다니는 게 더 좋다.

"사람들끼리 서로 잘해 보자는 말을 괜히 하는 줄 알아?"

"뭐."

"처음부터 손발이 맞는 경우는 없으니까 맞춰 나가는 거야, 이 바보야."

결국 욕만 옴팡지게 먹은 레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 제이든을 생각했다. 조금 인정하기로 했다. 자신이 이제까지 했던 것도 사랑이 맞지만, 지금에 비하면 가벼운 건 맞는 것 같다고.

point 2 줄거리

기: NFL 우승팀, 라스베이거스 데인져, 그곳에 쿼터백 제이든 카터(제이)! 미식축구 슈퍼스타인 제이의 취미는 넷플릭스 보기다. 그런 제이는 팀원들에게 끌려 클럽을 가게 되고, 완벽한 이상형의 미인 강래희(레비)를 만난다. 예쁜 외모로 클럽에 인기인이었던 레비는, 자신에게 홀린 제이를 발견하고 룸으로 데려가 원나잇을 보낸다. 그 다음날 제이가 눈을 떴을 때 레비는 사라졌고, 그 후 첫눈에 반한 레비를 만나기 위해 제이는 매일 클럽에 찾아간다.

승: 하지만, 힘들게 만난 레비는 진지한 연애를 원하지 않았고, 제이는 원정 온 남부 마이애미와 비행기로 5시간 떨어진 서부 홈팀으로 돌아가야 했다. 물론, 제이는 레비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무리하게 스케줄을 조정해 마이애미로 돌아온다. 한편, 카페 사장인 레비는 체육관 관장인 필립에게 원치 않은 대쉬를 받고 있었다. 그때 나타난 제이가 레비를 도와주고, 고마운 마음에 레비는 제이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 준다. 이들의 연애 없는 동거가 시작 된 것이었다!

전: 제이는 본 훈련이 시작되기 전인 4월까지, 레비와의 관계를 진전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무거운 만남을 극도로 기피하는 레비를 함락시키기란, 연애 고자인 제이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었다. 고로, 몸정만 쌓이고 맘정은 그대로인 생활이 이어지고, 어느덧 4월이 된다. 한편, 제이가 서부로 돌아 간 뒤 레비는 제이가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레비는 용기를 내서 제이가 훈련 중인 서부로 찾아가고, 두 사람의 관계는 드디어 변한다.

결: 하지만, 슈퍼스타와의 연애는 녹녹치 않았다. 파파라치에게 사진이 찍히며 레비가 콜보이라는 루머가 퍼지고, 온갖 잡것들이 레비를 괴롭힌다. 게다가 슈퍼볼까지 제이는 팀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고, 레비 역시 카페를 비울 수 없었다. 게다가, 연애에는 초짜인 두 사람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해와 사과와 전전긍긍으로 점철된 험난한 연애사를 통해, 두 사람은 진실된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마침내 제이는 레비를 터치다운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연애 참 어렵다.

'자존심은 높은데, 자존감은 낮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존심과 자존감이 모두 높으면, 세상에 대부분에 것들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잘난 대로 독불장군처럼 살면 되니까요. 자존심과 자존감이 모두 낮아도 세상에 대부분에 것들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무 못났으니, 못난 대로 체념하며 살면 되니까요. 물론, 자존심은 낮고, 자존감이 높으면 제일 좋겠죠. 성공한 독지가들처럼요.

하지만, 불행히도 자존심은 높고, 자존감이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드높은 자존심을 지킬 자존감이 없어, 공격적으로 날을 세우며 방어적이 되는 고고한 겁쟁이들 말이에요. '레비, 터치다운'의 레비도 그런 사람입니다. 카페 사장님인 레비는, 눈에 띄는 미인인데다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도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슈퍼볼 슈퍼스타에 비하면, 가진 것이 없는 일반인이기도 합니다.

레비는 자신이 예쁜 걸 알았고, 클럽을 가면 누구든 쉽게 고를 수 있었지만, 역설이게도, 그 외모 때문에 진심을 얻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레비는 과거 상처입은 적이 있었지만, 혼자는 외로웠어요. 그래서, '원나잇'만을 고집하며, 진지한 연애는 절대 안 하지 않습니다. 도도한 레비는, 사실 겁쟁이였죠.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제이를 만나기 전에는 말이에요.

필드에 성난 황소, 카리스마 쿼터백 제이는, 넷플릭스 애청자이자 집돌이였어요. 마이애미 원정 경기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쥔 날도, 동료들의 닦달이 없었다면, 클럽 근처도 갈 일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누가 인생을 예측할 수 없는 이벤트의 연속이라 말했던가요? 제이는 그곳에서 레비를 만나고, 한눈에 반합니다. 그 뒤로는,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의 연속이었죠. 보자마자 섹스하고, 뒷돈까지 줘가며 클럽에 출근 도장을 찍어요. 무엇보다, 슈퍼스타로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게, 레비에게 만날 때마다 차입니다.

레비에게 한낱 해프닝에 지나지 않아야 했을, 제이와의 만남은 의외로 계속 되요. 제이는 이상적이게도, '자존심은 낮고, 자존감은 높은' 타입이었거든요. 진심을 다해 고백해도, 섹스만 좋다는 레비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정을 끼어 맞추며, 남부와 서부를 오가는 장거리 구애를 이어가죠. 미식축구 시즌에는 전화기를 붙들고 전전긍긍하며, 동료의 여자친구를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레비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해요. '레비, 터치다운'은... 정말 골인점을 향해 온몸을 날리는 제이의 눈물겨운 연애성공담이에요.

물론, 이런 이야기는 제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비록 제이가 레비에게 매달리는 관계지만, 밖에서 보기엔 제이가 훨씬 잘났거든요. 제이에 집으로 들어가는 레비 사진 한 장은, 그의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듭니다. 사람들은 레비를 예쁜 '콜 보이' 정도로 생각합니다. 슈퍼스타 제이의 개인사가 궁금했던 파파라치들은 레비의 주변에 모여들고, 포르노 비디오를 찍자며 명함을 주는 사람들도 늘었죠. 이렇게 예쁜데, 이쪽이 더 돈이 된다면서 말이에요. 게다가, 구단주는 제이를 불러 선도 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자극적인 기사와 함께 레비를 포함한 만인에게 노출돼요.

더 좋아하는 사랑이 약자가 된다. 마음을 주면 상처 입는다. 진지할수록 이별이 힘들어진다. 이런 것들을 툴툴 털어 낼 만큼 강하지 않다.그래서 레비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이가 좋아져 버렸어요. 하지만, 제이를 만나면서 변한 현실은 레비를 겁먹게 만들었죠. 내가 정말 제이와 사랑할 수 있을까? 연애할 수 있을까? 물론 이때마다 제이는 아주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한 레비가 예전처럼 돌아갈까 봐 덜덜거리죠. 설상가상, 제이는 시즌에 돌입하고, 야속하게 그의 팀은 지지도 않습니다.

연애가 이렇게 힘듭니다. 좋아하면 사귀면 되는데... 제법 높은 허들이 있어요. 이름하여, 자존심! 어찌 보면 자존감을 지키고 싶은, 처절한 궁여지책! 물론, '레비, 터치다운'에는 제이가 있죠. 맷집 좋은 남자, 제이든 카터는 돌진을 멈추지 않습니다. 거절당해도 포기하지 않고, 무시당하면 눈치 보며 다음 기회를 노리죠. 둔하고 서툴지만 빛보다 빠른 사과와 반성을 할 수 있는 이 남자! 레비를 좋아하는 일만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결국, 레비는 인정합니다. 제이가 옆에 없다는 사실을 못 견뎌하고 있는 자신을 말이에요.

사실, '레비, 터치다운'은 울보 대형견공의 재롱(?)를 보고 싶어 골랐던 책이었지만... 칠전팔기 제이에게선 달달함보다 비장함이 느껴졌어요. 또, 레비가 쾌락을 즐기고, 제이는 체력이 남아도는 운동선수이니, 씬은 처음부터 줄창 나옵니다. 하지만, 레비가 마지막에가서야 제이에게 함락 되기 때문에, 씬은 원나잇의 반복이에요. 즉, 정말 비슷합니다. 어느 정도에 가서는 스킵 할 정도로요.

그래서, '레비, 터치다운'은 재미 포인트는, 레비와 제이가 연애를 하기 위해서 극복해 내야 했던, 다사다난한 사건들이에요. 사랑이면 다 되지!라고 여기기엔, 실제로 머뭇거려지는 이유는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런 미묘, 복잡한 감정들은 디테일하고 개연성 있게 다루고 있어, 꾀 자주 끄덕이게 돼요. 중간중간 씬이 끼어들어 흐름이 끊기는 것이 거슬릴 정도로 말이죠. 또, 사건은 달라도 갈등의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다소 쳐지는 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게 진짜 연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욕구로 시작하고, 사소한 오해로 끝나지만,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유일한 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그 전쟁 같은 투쟁의 역사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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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01.19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헤이든 머피가 살을 뺐단 사실이 싫었다.

'내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안이 꿈꿨던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처음 계획 - 헤이든 머피 친구 만들기 - 을 세울 적에, 이안은 통통한 헤이든과 함께하길 원했었다. 통통한 헤이든이 그 자체로 친구를 사귀고 '헤더의 양 날개'가 되건 뭐가 되건 숨지 않고 다니길 원했었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되게 만들거라고 확신했었다.

'내가 바보 같았어. 좀 더 일찍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뚱뚱한 공주 같은 건 없어!'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잊고 있던 기억 안에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은 어떤 남자아이가 그런 말을 외쳤었다.

그때부터 이안은 다소 염세적인 아이였다. 이안은 세상이 부정하는 모든 것을 한 번 더 부정하곤 했었다. 뚱뚱한 아이도 원한다면 공주가 될 수 있고 크림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맨하튼의 유기견 이백 오십 마리에게 행복할 자격이 있고, 자신은 여자가 아닌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이안은 헤이든 머피가 부정당하는 현실이 싫었다. 헤이든 머피 스스로가 변화를 원했단 것이 싫었다. 이안이 반했던 통통한 헤이든 머피를, 헤이든 머피 본인조차 부정하고 떠나버린 것이 싫었다. 무엇보다 이안은 자기 자신이 싫어졌다.

'내가 뭐라고.'

이안은 회의에 빠졌다. 우드 집안의 귀한 도련님이라는 입자에서 이뤄 온 일들이 의미를 잃어버렸다. 모든 것이 그저 자만 같았다. 그는 헤이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 본 적 없었다. 뭘 원하느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 주제에 '헤이든 머피 친구 만들기'라니, 계획을 세웠던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point 2 줄거리

기: 헤이든 머피는 심장에 선천적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부와 애정이 넘쳤던 헤이든의 부모는 아픈 외동아들을 과보호 속에 키웠고, 헤이든은 '돼지'라는 별명 속에 외로운 학교생활을 해야 했다. 그리고, 루이스 고교 입학 후 와이어트 존슨을 만난 후 헤이든의 불행은 정점을 찍는다. 와이어트는 헤이든은 '붉은 돼지'라 부르며, 때리고, 모욕하고, 부려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헤이든은 우연히 이안의 도움을 받고, 다정한 이안, 이안의 친구들과 친구가 된다.

승: 생에 첫 친구 이안을 위해 헤이든은 지옥의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난 뒤 헤이든은 완벽한 '인싸'가 되어 루이스 고교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안은 헤이든의 다이어트를 반기지 않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았던 이안은, 평범한 원생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뚱뚱한 크림 선생님을 좋아했다. 이후, 게이인 이안은 루이스 고교 입학식에서 꿈에 그리는 이상형을 발견한다. 바로, 다이어트 '전'의 헤이든이었다.

전: 하지만, 헤이든과 이안은 반이 갈리면서, 이안은 헤이든에게 다가가는 데 시간이 걸렸고, 헤이든은 '붉은 돼지'가 되어 있었다. 한편, 이안의 노력과 헤이든의 바뀐 외모로, 헤이든은 즐거운 고교 생활을 누린다. 한편, 살 빠진 헤이든에게 차인 와이어트는, 다시 살이 쪘다며 헤이든을 괴롭힌다. 헤이든은 강박적으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밀어붙이다, 쓰러진다. 고통에 허덕이며 깨어난 헤이든에게, 이안은 뚱뚱하든 아니든, 어떤 헤이든이든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결: 학교로 돌아 간 이안은 와이어트에게 보복하고, 와이어트는 어쩔 수 없이 헤이든에게 사과하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헤이든은 지독히 괴로웠던 시간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헤이든은 이안에게 고백한다.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편, 주지사 선거를 앞 둔 이안의 아버지와, 머피 일가가 모두 참석한 자선 파티에서 두 사람은 연인 선언을 한다. 다소의 우여곡절은 있지만, 이안은 큰 무리 없이, 무사히 머피가 이 예비(?) 데릴사위(?)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붉은 돼지'를 사랑해주세요.

면역력이 떨어지는 계절이면, 잠잠했던 고질병이 고개를 듭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허리가 시큰거리고, 잇몸이 욱신거리고, 승모근이 뭉치고, 무릎이 삐꺽거리고... 어떻게 그렇게 약한 부분만 기가 막히게 악화되는지 신기할 때가 있어요.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약해지기에 약점이라 불리기도 하는 거겠지만, 때론 감기만 걸려도 아파지는 허리를 부여잡고 있다 보면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 때가 있습니다. 부딪친 것도 아닌데!!!

마음도 그런 것 같아요. 꼭꼭 숨겨 둔 상처는 아주 사소한 노출에도 쉽게 공격당하고, 지치고 힘든 날이면 유독 더 심하게 곪죠. '이곳이 제일 약한 곳'이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악의'와 '불안'은 그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마이 펫보이'는 밝고 명쾌한, 전형적 청게물이자 성장 소설이에요. 얼마나 전형적이냐 하면, 스토리가 한 줄 요약이 됩니다. '다이어트 후 미녀가 된 뚱뚱보 공주님은, 외모가 아닌 공주님 자체를 사랑해 준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공주님은 심장병이 있고, 재벌가 외동에, 부모님의 절대적 애정을 받으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지만 사랑스럽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어요. 살을 빼니, 절.세.미.녀가 됩니다. 참,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이죠.

하지만, 김아소님의 소설이 그러하 듯, '마이 펫 보이' 역시 단순한 스토리 아래 흥미로운 설정과 뼈 있는 메세지가 심어져 있습니다.

일단, 동전의 양면 같은 이안이 있습니다. 이안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름다운 외모로 의사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안은 완전무결한 왕자님으로 보일 수 있는 법, 즉 젠틀하게 웃고, 말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기대와 환상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죠. 이안에게 이 세상은 꼭 맞았고, 이안이 이 사회의 브라만으로 사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안의 뒷면에는, 이런 사회에 대한 반발감이 있었어요. 이안은 뚱뚱한 크림 선생님이 아름다웠고, 뚱뚱하지만 유일하게 손을 든 친구가 공주 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했죠. 이안의 이런 반항심은 어느 순간 꿈속 완벽한 이상형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납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루이스 고교 입학식에서 그 꿈속 주인공을 만나게 됩니다. 이안에게 '그' 수드라 붉은 돼지는, 나의 공주님이 되어야 했어야만 했어요. 헤이든 폴더가 이안의 컴퓨터에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죠.

전교 1등 헤이든이 있는 A 반에 배정받지 못한 이안은 헤이든의 끔찍한 불행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와이어트의 체육복을 빌려준 사건을 계기로 드디어 헤이든과 친분을 만들기 시작해요. 이안은 헤이든 앞에서는 다정하고 상냥한 친구, 뒤에서는 숨은 해결사가 되어 주었죠. 이안과 친구가 되고 헤이든은 행복해졌고, 이안을 절대 잃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번이고 실패하고, 그토록 고통스러우면서도 결심하지 못했던, 다이어트를 성공해요. 그리고, 이안은 깊은 회의에 빠집니다. 물론, 이안이 '어떤 헤이든이든 사랑해!'로 마음이 굳어졌기에, '전형적인' 청게물이 되긴 합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불편한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마이 펫 보이'의 경우는, '빨간 돼지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였습니다.

'마이 펫 보이'를 읽다 보면, '헤이든은 '빨간 돼지'가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다.' '헤이든은 '빨간 돼지'를 미워하고 있었다.'라는 식의 서술이 자주 등장합니다. 헤이든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안에게도 눈물을 흘리며, '나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죠. 분명, 헤이든은 '빨간 돼지'를 아주 싫어합니다.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빨간 돼지'를 싫어할까요?

거울에 비친 뚱뚱보가 보기 싫어서? 예쁜 옷을 입을 수가 없어서? 외모가 하고 싶은 직업이나 취미에 방해가 돼서? 아닙니다! 헤이든이 빨간 돼지를 싫어하는 '빨간 돼지'가 자신의 삶은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어요. 헤이든은 사과를 위해 병문안 온 와이어트가, 살이 쪄서 헤이든을 괴롭힌 것이 아니라 반응이 재밌어서 괴롭힌거라고 말하자 발작적 공황 증세를 보여요. 와이어트가 자신을 괴롭힌 이유는 반드시,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이어야 한다는 듯이 말이에요.

헤이든이 외로운 학교생활을 한 이유는 심장병으로 학교를 자주 빠져서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숫기가 없는 성격이라 '헤이트 헤이든'이라는 놀림을 당해도 잘 받아치지 못했을 거예요.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혼자'라는 것에, '뚱뚱하다는 것'에 의기소침해 있던 헤이든의 '약점'에 와이어트라는 '악의'가 들러붙으면서, 살이 쪘다는 것은 모든 불행의 원인이 되어 버립니다.

진짜 가해자는 와이어트인데도, 헤이든은 '빨간 돼지'라는 가해자에게 괴롭힘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헤이든은 와이어트를 부모님이나 학교에 알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계속 그 고통을 감내합니다. 하지만, 헤이든은 살이 빠지자마자 이안의 도움 없이 혼자서, 와이어트에게 물세레를 내립니다. '붉은 돼지'는 사라졌고, 그래서 헤이든은 더 이상 괴롭힘당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 헤이든에게 다시 살이 찐다는 건 그 불행의 구렁텅이로 회귀하는 것이었고, 와이어트의 '살이 찐 것 같다.'라는 흘린 말에도 먹지 못하고, 잠을 줄여 무리하게 운동하며, 심지어 출처 불명의 다이어트 약을 사 먹기 시작해요. 결국, 쓰러져 입원한 헤이든은 와이어트에게 화를 냅니다. 나는 살이 빠졌는데, 더 이상 괴롭힘 당할 이유가 없는데, 와이어트는 자신을 괴롭게 하고 있으니까요. 동물처럼 학대할 때도, 한마디 하지 못했던 화를 이제서야 말이죠. 하지만 돌아온 건, 그렇게 오래토록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존재한 적 없다는 대답이었어요.

'오컴의 면도날'을 아시나요? 가장 간단한 대답이 옳다는 이론인데요, 뻔한 말 같지만 의외로 현실에선 잘 적용이 안 돼요. 교통사고가 났다면, 원인은 중앙차선을 넘어온 상대방 차량일 텐데, 그날 약속 시간을 변경해서 그 차량과 마주쳤다며, 원래 지하철을 타는 거린데 마침 파업이 일어나서 차를 몰고 왔다며, 가해자와 죄책감을 양산해내죠. 그렇게 따진다면, 사고가 난 이유는 '태어났기 때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몰라요.

보이는 것을 보이는 데로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갑니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그래야 하는 것이 많아져서 그런 걸까요? 바다처럼 푸른 눈을 올망 거리며 샐러드를 양볼에 넣고 뇸뇸거리는 헤이든은 사랑스럽습니다. 안경을 쓰고, 조금 큰 바지를 입었지만 붉은 돼지도 사랑스럽습니다. 붉은 돼지는 아무도 괴롭힌 적 없고, 어떤 잘못을 저지른 적도 없으며, 언제나 헤이든 안에 함께 살고 있었으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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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3.0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완전히 결박된 후에야 소영의 움직임이 멈췄다. 환이 안에 진득하게 파정하자 소영의 아랫배가 볼록해졌다. 내장을 틀어막은 압박감에 얕은 숨만 간신히 내뱉으며 눈물 흘리는 소영의 귓가에 대고 환이 속삭였다.

"영희공 환소영은 귀비에 봉하고 원자 호를 내려 그를 원귀비라 한다."

자신을 귀비에 봉한다는 말에 소영의 젖은 눈이 커졌다. 현재 황제의 후궁 중에 정일품 비는 품계를 받은 이가 없었다. 소영이 결박의 고통도 잊고 저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자 환이 다정스레 웃으며 그 눈가를 쓸었다.

"처소는 영수궁으로 하나, 짐의 별궁인 양심전에서 옮겨 가는 것을 허락지 않겠다. 황제의 화원인 어화원에 유일하게 출입을 허락하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짐에게 함께 가자고 청해도 좋다."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교지를 읊는 양하시는데 소영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귀비의 태에서 나는 황자가 이 나라의 태자가 될 것이며 그 태자는 짐의 뒤를 이어 다음 대의 황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자신과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 달콤해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짐은 귀비를 닮은 황녀도 기꺼우니 귀비는 괘념치 말라."

덧붙이시는 말씀이 왠지 귀여워서 소영은 결국 웃어버렸다.

point 2 줄거리

기: 직첩조차 받지 못한 천한 어머니의 태에서 태어난 5황자 소영은, 궁인들의 박대와 괄시, 황자녀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삼남소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소영을 유일하게 아끼고 보살피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태자 환이었다. 태자는 동궁에 소영을 불러 함께 생활하고, 음인이 소영에게 발정기가 오자 최측근인 중랑장 민석호를 시켜 시침을 들게 한다. 당연히, 태자의 이런 총애는 시기를 불러왔고, 소영은 태자비의 눈 밖에 나 동궁에서 쫓겨난다.

승: 황후는 완전한 음인이 된 소영을 민석호에게 보내려 하는 한편, 소영은 무작위로 발정기가 찾아오는 야화라는 것이 밝혀지고, 잠잠했던 태자비의 행보도 거칠어지자, 태자의 마음은 급해진다. 사실 태자환은 소영에게 좋은 형의 가장하고 있었지만, 어린 소영과 각인이 되면서 양인으로 발현했고, 그 후 이복동생인 소영을 온전히 얻기 위해 준비해 왔었다. 하지만, 황제의 양위가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소영의 초야를 뺏기고 소영마저 잃게 생긴 것이었다.

전: 마음이 급해진 태자는 소영의 몸을 끈덕지게 길들이고, 소영은 그런 형에게 이성적 성애를 느끼며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그때 마침, 소영은 자신의 약혼자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민석호와 함께 잠시 숨을 돌리러 출궁하고, 환은 허락 없이 사라진 두 사람에게 분노하며, 소영을 거칠게 대하고 강제로 각인한다. 그 후 상처 입은 소영을 달래 간신히 연인이 되지만, 야화라는 소문이 돌면서 결국 소영은 황적에서 제적 당하고 정업원에 유폐되기에 이른다.

결: 하지만, 갑작스러운 낙마 사고로 마비가 온 황제가 태자에게 양위를 결정하면서, 환은 곧 소영에게 '환'이라는 성을 내리고, 영희공에 봉작하여 곁에 둔다. 한편, 황후의 직첩을 받지 못한 태자비는 사가의 연이 있었던 의친왕과 함께 반역을 도모하지만, 이미 만만의 대비를 하고 있던 황제에 의해 발각된다. 환은 소영을 귀비로 삼고, 소영에게서 자식들을 본다. 그 후 민석호는 문성황녀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고, 소영은 황후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자낮수

근래 문득 자낮수가 참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스라이팅이 자주 당장하는 피폐물이나 할리킹의 일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키워드 였던것 같은데... 이제는 스릴러, 판타지, 일상물 할 것 없이, 자낮수가 등장합니다. 우연인지, 최근 저의 책장을 메운 책들 중에서도 많은 유형의 자낮수가, 다른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 속에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아시나요? 리디북스에 자낮수 키워드가 없다는 것!

드라마는 시대의 이상을 반영하고, 소설은 시대의 아픔을 반영한다. 어디선가 읽었던 구문인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드라마나 소설이 그만큼 대중적 채널이고, 어떤 형식으로든 시대를 투영하고 있다는 거겠죠. 유난히 '헬 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에 '이세계물', '회귀물', '환생물'이 많아진 것 처럼요. 그렇다면, 걱정 많고 늘 불안해하지만, 알고 보면 재주도 많고 사랑스러운 자낮수도 이 시대 일면을 비추고 있는 걸까요?

'야화'는 고백하자면, 한번 읽고 방치한 많은 도서들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문득, 이 책이 절륜한 황제와 백치 이복동생의 씬풍년 시대물 BL이 아니라, 환의 일생을 건 계략기 혹은 한걸음 당 한 번씩 '자낮의 덫'에 빠지는 소영의 구원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환을 보며, '집착' '광공'이 아니라 '성실' '헌신'이란 단어를 떠올렸다는 것이, 저조차도 낯설었어요. 분명, 제 기억 속 '야화'는 킬탐용 뽕빨물이었거든요.

일단, 제가 과거 '야화'를 저평가했던 이유는, 갈등이 변변찮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출신도 천하고 뒷배도 없는 5황자 소영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짓궂은 황자녀들의 괴롭힘 대상이었죠. 게다가, 소영의 유일한 동아줄 태자에게는 황후의 조카인 태자비가 있었고, 그 묘가는 견고한 외척세력으로의 입지를 다지며 정치력을 키워왔어요. 황제가 될 것이 확실한 태자에게는, 소영을 반려로 맞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든 일이고, 당연히 갈등도 많긴 했지만...

황제가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 모든 일을 해결합니다. 소영을 사랑한 민석호는 소영의 시침도 들고 약혼자도 되지만,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소영을 포기합니다. 태자비와 의친왕의 반역은 놀랍도록 위협적이지 않았고, 황후는 불용패 조카를 쉽게 버립니다. 태자는 황제의 낙마사고도, 소영과 환의 관계를 반대하는 상소들도, 어렵지 않게 처리하죠. 물론, 소영을 단 한번이라도 건드린 자들을, 그 시기와 신분를 불문하고 톡톡히 복수해줘요. 그래서 갈등은 있으나, 갈등 풀어가는 재미는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첫인상이 '나쁨'이 아니었던 건, 분량과 가격이 혜자스럽기 때문이었어요. 한 권 10만 자도 안 되는 소설들도 즐비한데, 야화는 한 권 당 20만 자초과에 4500원! 가성비가 우수하죠. 또, 환의 원앤온리와 소영의 귀욤귀욤에도 후한 점수를 줬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정신만 들면 '그' 생각뿐인, 절륜한 황제의 씬씬씬은 달달구리하지만, 지나치게 왕성하셔서 소영도 지치고, 보는 독자1도 어느 순간 흐린 눈 스킵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숨겨진 섭공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설표'예요. 한결같이 소영을 바라보는 순정파 표범이죠. 물론, 나중에 반려를 만나 아이를 낳고 잘 산다만은... 나름 애정에 목마른 야수예요. 소영은 분명 일부의 황자녀들과 권력으로만 가치를 평가하는 궁인들에게 괄시 받습니다. 하지만, 두 섭공인 민석호나 설표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독점적 애정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자의 절대적 비호를 받고 있고, 태자는 그것을 외부에 숨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소영은 태자의 권위를 앞세워 호가호위할 수도 있고, 그럴 깜냥에 없다 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권력자들에게 고단한 삶에 대해 토로하고 기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소영은 태자가 위대한 줄은 알아도, 태자가 사랑하는 자신은 '이복동생'이고 '야화'라는 이유만으로 유령이 되어 평생 후궁에서 비참한 삶을 살 거라고 무서워합니다. 민석호가 공신 가문의 장자이며, 많은 황녀들이 꿈꾸는 이상적 반려임을 알아도, 대 놓고 구애하는 민석호의 약혼자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줄은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이 소설을 많은 갈등을 열심히 풀어가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갈등은 암투도 아니고 근친관계도 아니었어요.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어 하는 소영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황제가, 설득하고 달래고 안심시키는 과정이었던 거죠.

태자의 첫째 미션, 선물 주기! 태자가 어린 소영과 각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환은 서서히 소영에게 '주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궁박한 소영에게 하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죠. 많은 이들은 하사받고자 했고, 하사받았다는 사실을 떠벌리며 친분을 과시하고 싶어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소영은 주면 쩔쩔매고, 없는 살림에 답례품 구해오고, 답례품 대신 연주를 듣게 된 후로도, 너무 자주 준다며 부담스러워하죠. 소영에게 태자비도 누리지 못한, 태자의 지밀을 공유해 주었음에도, 태자비가 쫓아내면 고자질은 고사하도, 냉큼 초라한 남삼소로 돌아갑니다. 태자가 준 팔찌는, 착용하지 않고 상자에 보관만 해요.

태자의 둘째 미션, 안심시키기! '야화'의 설정상, 양인이 음인과 각인이 되면, 자신의 음인 이외에 만족감을 얻지 못할 뿐 관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반면에, 음인은 오로지 각인한 양인과만 관계를 할 수 있죠. 태자는 소영을 안고 포태시키고 싶었지만, 황제가 될 때까지 참아야 후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소영의 발정기에 믿을 수 있는 민석호를 보내지만, 가까이 각인된 음인을 두고 안지 못하는 고통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소영에게 각인을 합니다. 하지만, 각인 전의 고난보다 더 큰 고난이 있었으니, 그것은 소영을 달래는 일! 태자는 지존이지만, 태자의 약속은 믿을 수 없는 것일까요? 사모하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 주고, 그대가 낳은 아이를 태자로 삼겠다고 달래어도, 소영은 세상에 손가락질 받고 이름 없는 자가 되어 어느 후궁의 전각에서 비참한 생을 이어갈 거라고 태자를 원망하죠. 야화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태자는 '정말' 비참한 상황에 놓일 뻔한 소영을 기지와 협상으로 구해내지만, 소영은 보호받았다는 '증명'보다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슬퍼합니다.

태자의 세 번째 미션, 결혼하기! 태자는 황제가 된 후 황적에서 지워져 평민이 된 소영을, 영희공으로 봉작하면서 형제가 아닌 황족으로 만듭니다. 또, 자신의 이름에 획만 바꾼 '환'이라는 성을 주어 '내 사람'임을 찜하고, 즉위식 연회장에서 나쁜 손으로 '내 음인'임을 만인에게 알립니다. 게다가 소영을 구박했던 태자비는 황후는 고사하고 재인이 되었고, 소영에게는 태후라는 든든한 우군도 있어요. 하지만, 소영은 귀비가 되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죠.

소영은 태생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고, 주목받는 자리가 무서우며, 황제의 총애는 받아도 총비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황제와 보내는 밤이 늘어나나 회임을 하지 못하자, 황제에게 후궁을 권하기도 합니다. 후사의 책임은 막중하고, 환을 독점하고 싶어도, 독점할 자신은 없었죠. 황제는 이미 오래전에 소영의 독점물이었음에도, 황제는 소영의 시기심을 자극하고, 자리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며, 어렵게도 소영의 반려가 돼요.

자낮수가 고구마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자낮수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게끔 만드는데,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인들 중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이다, 경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위로가 되었을 때도 있었겠지만, 그 위로의 유통기한은 의외로 짧아서, 당장 되는 일이 없으면 자신의 가치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그리고, 항상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성공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요. 그들의 존재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한 자신의 무능을 지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다는 건, 반대로 자기 가치는 높다는 말인 셈이죠. 자존감이 떨어져 힘들다면, 적어도 지금 느끼는 자신보다는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BL에 나오는 '자낮수'는, 잘난 공이 가지지 못하고, 공 주변에서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귀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는 모르고 있어요. 공이 그것을 발견하고, 알려주고, 사랑해 주는 것으로 자낮수의 인생을 달라집니다. 신데렐라랑은 달라요. 마법사는 필요 없고, 왕자만 있거든요.

이 시대가 자낮수를 필요로 하는 걸까요? 그럼 자낮수의 '자낮'보다는 결국, 마침내, 파이널리, 그 자낮수가 도달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BLer로서, 확신하지면, 그 '결과'는 이미 자낮수에게 있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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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래스트

출간일: 2020.05.07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나한테는... 가족이 중요해요."

맥주 캔을 쥔 인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그렇지. 씁쓸한 마음에 맥주를 마시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준원이 고기를 다시 뒤집는다. 기름이 떨어지며 숯에서 불이 후루룩 올라왔고, 익은 고기는 능숙하게 한쪽으로 옮겨 놨다.

"그래도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인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준원을 바라봤다. 준원은 익은 고기를 접시에 덜어 놓은 뒤 눈을 맞추고 웃었다.

"인우씨 옆에 있을게요."

인우는 눈조차 깜빡일 수 없었다. 준원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무조건 인우씨 편들어 줄게요. 내가 많이 좋아하니까."

그는 곧 아무렇지 않게 남은 고기를 올려놨다. 치이익- 고기 익어가는 소리가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들렸다. 인우가 위로 올라가는 입술을 애써 감쳐물고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괜히 민망해져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반짝반짝 수두룩했다. 아,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없는데. 서울 하늘에 저렇게 별이 많을 리가 없는데. 매일 보던 하늘도 땅도 나무들도 왜 달라 보이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point 2 줄거리

기: 엔조이 게이 라이프를 즐기며 살고 있던, 톱스타 배우 김인우는 야구 시구 차 야구장을 찾는다. 인우는 얼굴을 붉히며 팬을 자처하는 서준원을 보고, 호기롭게 자신의 시구볼을 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서준원이 친 볼은 인우의 중요 부위로 직진하고, 인우는 국민 고자(?)가 된다. 준원은 사과하기 위해 인우가 입원한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인우의 빨간(?) 요구를 받게 되고, 이런 자극을 처음 맞본 준원은 기절한다. 그 후 재도전(?) 끝에, 무사히 뜨밤을 보낸다.

승: 인원의 오랜 팬이었고, 인우를 많이 좋아했던 준원은 바로 고백한다. 하지만, 인우는 준원을 거절하고, 준원은 상처 입는다. 한편, 준원의 은퇴 소식이 터지고, 은퇴 사유로 인우가 거론되면서, 인우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어쩔 수 없이 인우는 준원을 만나 해명을 부탁한다. 하지만, 인우의 예상과 다르게 준원은 사과를 했고, 그런 순수한 모습을 본 인우는 준원과 만날 수 없는 이유를 솔직히 고백하고, 개의치 않는다면 만나자고 제의한다.

전: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인우는 11자리 번호로만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섹파들을 정리하고 준원에게 정착하려 한다. 반면, 은퇴 후 제빵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날 예정했던 준원은, 한국에 빵집을 차리기로 계획을 선회한다. 한편, 인우는 오랜 염원인 윤태용 감독 작품 출연을 위해, 강원도에 은둔한 윤감독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고를 당해 쓰러진 윤감독을 구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김원기와 윤감독 영화를 함께 찍게 된다.

결: 게이인 김원기는 인우의 난잡한 생활을 알고 있었고, 흥미 삼아 인우와 즐겨보려 수작질을 부린다. 한편, 인우의 전 섹파이자 준원의 친형인 영민은 둘 사이를 반대하지만, 준원은 오히려 가족들에게 인우와의 관계를 당당히 밝힌다. 그때, 인우의 섹스 동영상과 스토커가 나타나고, 윤감독 영화 캐스팅의 비밀이 드러나는 등의 사건사고가 발생하지만, 두 사람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알콩달콩 사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What for?

사회생활은 무데뽀, 사생활은 동물남, 하지만 겉과 속이 똑같아서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백치수! 이런 인우가 저의 생활에 비타민이었을 때가 있었죠. 물론,한결같은 인우쟁이 준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어쩌면, 인우가 이렇게 투명하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알람이 안 울려도, '그' 시간이면 눈이 떠지는 것처럼,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업댓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접속할 정도로, 열심히 챙겨 봤던 연재작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에 fin이라는 글자를 봤을 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순간 fin tech인가?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어요. 갑자기, 준원과 사랑을 외치며 끝납니다. 준원 집안과의 갈등이나, 의미심장한 서영민의 경고, 온갖 고초를 겪어가며 찍게 된 영화에 대한 마무리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연재작이란 작가의 일신상 혹은 출판사 사정이나, 단순히 새로운 작품에 필이 꽂혀서 등등 여러 이유로 허망하게 끝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실망은, 그 요일, 그 시간을 기다려 읽었던 독자의 몫입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단행본을 읽게 되었습니다. 외전 형식으로나마 벌려 놓은 떡밥들을 회수해 놓으셨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원기는 마약에 강간 미수, 동물 학대까지 했는데, 녹취 하나 약점으로 남겨 놓고 눈치 보며 종결! 영화는 그럭저럭 찍고 있음! 우리만 사랑하면 장땡이지! 가 아니라, 단행본 발간과 함께 더해진 외전에는, 옴팡지게 고생하는 김원기와 순항하고 있는 촬영, 인우의 선물공세에 한풀 꺾인 회장님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민의 경고가 암시했던 사건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순수한 염려였던 것으로...

인우는 아마도,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을 거예요. 인우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성공한 배우였고,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섹파들이 많이 있었죠. 욕구에 충실한 단세포 동물! 조금 부족한 지식과 상식, 더 부족한 수치심까지, 엔조이 게이 라이프를 부추겼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순정 곰탱이 서준원을 만납니다. 형과 섹파라고 해도, 동영상이 있다고 해도, 김원기가 인우의 난잡한 성생활을 고자질해도, 심지어 집안의 반대가 있어도, 흔들리는 척 조차 하지 않는 직진 순정 다정남말이에요.

인우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까지와의 다른 삶이 시작됩니다. 하나는 연인으로서, 다른 하나는 배우로서의 삶이었죠. 성욕은 있어도 애욕은 없었던 인우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려 합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없었던 시련이 찾아와요. 젠틀한 섹파였던 영민은 인우를 걸레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섹스 동영상을 이유로 광고를 해지하려 하죠. 흔적도 없었던 과거 섹파는 스토킹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예계에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지뢰들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즐기는 생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약점과 비난의 대상이 돼요.

배우로서 인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윤감독의 영화에는 도무지 캐스팅되지 않았죠. 쫓아가면, 도망가는 윤감독이란 사람! 인우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윤감독이 은신해 있는 강원도까지 찾아갑니다. 윤감독은 집에 없었고, 기다려도 오지 않았죠. 그때, 준원이 미심쩍은 흔적을 발견하고 윤감독의 사고를 추측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입원부터 보호자 소환까지, 놀라 덜덜 떠는 인우를 달래며 처리해 줘요. 물론, 깨어난 윤감독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역할을 주진 않지만, 중요한 계기가 되긴 하죠.

더불어, 김원기가 마약사건을 덮기 위해 인우의 소속사와 계약하면서, 인우는 윤감독 작품의 무려 주연이 됩니다. 작은 역이라도 그저 감사했던 인우로서는, 고진감래라고 할밖에요. 그 애타는 구애의 몸짓이 빛을 봅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역이 오롯이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김원기와 양대표의 찜찜한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 상처받습니다. 김원기는 웃는 낯으로 인우를 비웃고, 인우는 영화를 안 찍으려 하죠. 물론, 준원의 설득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살던 대로만 살 수 있으면, 편하지만 재미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절대적 다수는 살던 대로 살죠. 그래서, 정 반대의 사람을 만나, 살던 대로 살지 않으면서, 살던 대로의 방식으로부터 난관을 겪는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그 당사자가 우월한 외모와 재력을 지닌, 똘끼 충만한 육식남이라니! 저는 '순정 곰탱이'가 그런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이야기가 인우가 사랑을 깨닫는 과정이었나? 그럼 그간에 사랑을 느껴온 장면들은 뭐였지? 그냥 어느 날 보니, 생각보다 큰 사랑이었나? 연예계 일상물도 아니고... 뭘 쓰고 싶었던 거지? 제가 멘붕에 빠졌습니다.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인이라, 더더 아쉬움이 짙은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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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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