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7.10.13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눈을 뜬 것은, 세상이 달라 보이는 아침 날이었다.'

행복하다고 하는 감정이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던 아침이었다. 그때도 햇살이 그림처럼 드는 창문 바로 곁에 저 남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혀를 깨물어 볼 만큼 꿈결 같던 시간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불청객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시간. 그 의외로운 감정이 생소해 마음이 일렁였던 그 시간. 그때 느꼈던 감정은, 그것은......

설렘.

그래, 설렘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송예운은 지예운이 되었다. 아름다운 어머니는 무수한 아버지들을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아무도 진짜 아버지가 되어 주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예운을 폭행하고, 욕하고, 짐처럼 여기면서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했지만, 17살인 예운은 참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성인이 될 때를 기다리고 있던 예운에게, 또 새로운 아빠가 생긴 것이다. 어머니는 회장님의 사모님이 되었고, 예운은 회장님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 형 지청현을 만난다.

승: 지청현은 어머님에게 맞아 부은 예운의 뺨에 처음 관심을 가져준다. 그 다음날은 학교까지 차로 태워줬다. 어색한 저녁 식사, 새아버지와 형의 눈을 피해 이어진 어머니의 괴롭힘, 감시받는 듯 불편한 방에서 예운은 불면증에 걸린다. 며칠간 잠을 이루진 못한 예운은 한밤 중 부엌으로 내려오고, 청현을 만난다. 청현은 예운에게 자신의 서재를 이용하라고 허락해 준다. 그날 이후, 예은은 청현의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잠들게 된다.

전: 그 사실이 어머니에게 발각되고, 어머니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예운을 창고로 데리고가 기절할 때까지 폭행한다. 그 후 어머니와 지회장은 여행을 떠나고, 교통사고로 둘 다 사망한다. 예운은 집에서 쫓겨 날 거라고 예상했지만, 청현은 후견인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대학을 가고 싶다는 예운에게 검정고시를 제안하며 과외 선생도 붙여주었다. 청현은 무심한 듯하지만, 예운은 더 살뜰히 챙겼고, 잠든 예운에게 스킨십하는 날이 늘어갔다.

결: 그리고 예운은 청현의 마음을 알게 된다. 청현과 예운은 연인이 되고, 예운은 대학생이 된다. 예운은 청현이 사주는 옷을 입고, 반지 끼고, 차를 타고, 약간의 집착을 즐기며 행복한 생활을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애피타이저형 소설

'미리 보기형 소설'이 있습니다. 미리 보기 분량 이외의 스토리는 미미하고, 흥미 요소도 없는 소설이에요. 읽고 나면 '당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E 콘텐츠의 최대 단점이죠. 까보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까 본 후에는 환불할 수 없어요. 그래서 E 콘텐츠 구매는, 눈먼 돈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소설은 분량이라도 나오는데, 웹툰은 고퀄리티 칼라 70컷이나 저퀄리티 흑백 15컷이나 똑같이 3코인 입니다. '적고 알차다.' 그 말의 진위도 따져봐야겠지만,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무책임하고 감동적인 작품은 없었습니다.

E 콘텐츠의 무단 도용이나 불법 유통으로 정당한 노고에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너는 그걸 다 돈 주고 보냐?'며 '돈도 많다.'고 비아냥 거리는 지인들을 비난하지만은 못하겠습니다. 이 책이 서점에 팔았다면 내가 사서 읽었을까? 확실히, 서점에서 고르는 책에 비해, E-book은 속 쓰린 일이 많습니다. 인식을 바꾸는 일에 '법'은 최후의 도구지 최선을 도구는 될 수 없습니다. 시시비비와 별개로, E 콘텐츠를 정당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업계 스스로도 질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물론, '불청객'은 미리 보기형 소설이 아닙니다. 리뷰를 한다는 건 그 작품에 애정이 있다는 건데, 제가 '미리 보기 형' 소설에 대해 글을 쓸 일은 없겠죠.

아쉬움 없는 심심한 소설보다, 아쉬움 많은 재미있는 소설을 더 자주 언급하게 됩니다. 작가에게 좋은 작품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듯, 독자도 좋은 작품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가나 작품에 더욱 말을 보태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대를 많이 받은 작가님들은 그만큼 빨리 성장하고, 그런 작가의 히스토리를 함께 한 독자들은 팬부심이 생겨요. 내가 이 작가님! 일낼 줄 알았어!

'불청객'은 2017년 글이고, 그 후에도 '꽃낙엽'님은 서정성이 높고, 느린 템포의 무게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쓰셨습니다. 하지만, '꽃낙엽'님의 작품을 보며 '에피타니저 형 소설'이라는 인상이 간혹 들었는데, '불청객'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맛있고 예쁜 애피타이저를 먹으면, 메인 디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메인 디시가 나오기 전에 레스토랑이 폐장하면, 잠시 멍 때릴 정도로 허무감이 강타하죠. '에피타이저형 소설'은 '당했다!'라는 느낌이 들거나, 그 자체로 부실하게 느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리 보기형 소설'과는 다릅니다. 물론, 둘 다 제가 지어낸 말이니, 저에게만 구별되는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청객'은 17살까지 환영받지 못한 손님으로 살아야만 했던 예운이 청현을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입니다. 17살 남자아이가 스스로를 '객'으로 칭하는 것이 매우 신선했어요. 예운은 자신을 학대하는 어머니라도 없다면 스스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고, 빚지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더부살이를 해요. 그래서, 불쌍한 아들이 아니라,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 됩니다. 가족이 아니라 타인으로, 애정이 아니라 필요로, 시한부 같은 동거를 이어가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회장님의 사모님이 된 후에 어머니는, 손에 쥔 부를 마치 당연한 듯 휘두릅니다. 고용인들을 하대하고, 청현을 아들처럼 대해요. 그리고, 예운은 그 웃는 얼굴 뒤에 숨은 진의를 정확히 읽어 냅니다. 진짜 사모님으로 인정받지 못한 열등감, 이 자리마저 잃을 것 같은 불안감, 그 이유가 예운이라는 듯한 원망감, 몸을 사리고 눈치껏 굴어도, 결국 어머님의 감시도 폭력도 피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로 어머님이 죽었을 때, 예운은 슬픔보다는 현실을 고민합니다. 예상보다 불편한 더부살이는 일찍 끝났고, 새로운 더부살이를 하러 불청객은 자리를 옮겨야 할 때가 왔으니까요.

하지만, 청현은 그런 예운의 후견인이 되어 줍니다. 청현은 예운이 필요한 것을 챙겨 줍니다. 예운이 어머니의 진심을 잘 읽었던 것처럼, 청현 역시 예운을 주의 깊게 살펴왔으니까요. 예운은 눈치 없는 도련님이 아니었고, 청현은 예운에게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지 않습니다. 아주 얇은 장막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죠.

어머니가 수없이 바뀌었던 청현과, 아버지가 그만큼 바뀌었던 예운이, 가족이면서 가족이면 안 되는 감정을 느끼며, 악몽이 가득한 악인이 없어진 공간에서, 밥을 먹고 진심을 나누는 장면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든 것이 불균형해서 오히려 안정적인, 낯선 균형감을 이루죠. 안전하다는 느낌말이에요.

그래서,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집착 재벌공과 말 잘 듣는 미인수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급맺음 짖는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적은 분량의 '불청객'은 딱, 흥미로운 도입부같았거든요. 매력적인 컨셉, 분위기, 전개를 쏟아 내고, '염병 천병 커플이 되었습니다!'라니... 모로 가도 서울, 어느 전개든 같은 결론인가...두 사람이 알콩달콩 잘 지냄에도, 전형적인 자낮수와 집착재벌공으로 전락한 것 같은 외전에서 '이것이 정말 최선입니까?'를 묻게 되었죠.

킬탐용으로 보자면 실망 없는 작품일지 모르지만, 저는 좀 더 분량을 늘려 마지막까지 힘들어간 전개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08/19 - [BL 소설] - [현대물/잔잔물] 잠상 - 꽃낙엽

 

[현대물/잔잔물] 잠상 - 꽃낙엽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10.11 분량: 본편 2권 ​ point 1 책갈피 너는 한평생 내 주변으로만 부유하던 어렴풋한 잠상이었는데, 이제는 또렷한 형체를 찾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존재를 드러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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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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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B&M

출간일: 2018.05.04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저야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도 감지덕지지만 선배는 다르잖아요. 선배는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니까.... 혹시 1등을 놓치거나 하면. 걱정되지 않으세요?

충동적이었지만, 한 번쯤 꼭 묻고 싶던 것이기도 했다. 내 물음에 액정만 내려다보던 선배가 눈을 들었다. 선배가 말했다.

"진천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팀이 어딘지 알아?"

"어디인데요......?"

"우리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

"그리고 우리팀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나야."

"......"

"훈련장에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도 나고."

"......"

"내가 가장 잘하는데, 내가 1위인데. 나보다 오래 하는 사람이 없어. 다들 나보다 늦게 일어나고 일찍 훈련장을 떠나지. 다른 나라 선수라고 다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계속 1등일 수밖에 없는거고"

자랑이 아니었다. 사실에 대한 담담한 기술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연이은 우연과 행운으로 '어쩌다 국대'가 된 이여준은 금메달리스트 남지훈과 룸메이트가 된다. 동계올림픽 첫 출전인 여준은 스타 선수이자 무수한 메달의 주인공인 지훈을 보며 긴장하지만, 지훈은 '형'이라고 부르라며 무심한듯 여준을 챙겨준다. 여준을 무시하며 메달을 반쯤은 포기한 감독을 대신해, 지훈은 여준에게 귀한 노하우를 알려주며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

승: 지훈의 코치와 함께 노력형 천재인 지훈의 훈련 모습에 자극받은 여준은 죽을 듯 훈련하기 시작하고, 그런 여준을 말리며 지훈은 음험한 스킨쉽을 시도한다. 지훈에게 몸이 반응한 여준은 부끄러움과 혼란스러움에 지훈을 피하지만, 지훈은 별거 아니라고 되려 쿨하게 다독여준다. 이윽고 올림픽은 개막하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역시 지훈과 여준은 같은 방을 쓰게 된다.

전: 1500m 개인전, 여준은 캐나다 리트리버의 더티 플레이에 넘어지고, 동료 선수의 진로방해를 해 실격당한다. 남지훈은 여유롭게 금메달을 딴다. 낙담해 땅까지 파고 드는 여준을 반드시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겠다는 지훈은, 여준에게 특효약이라며 사심이 가득한 '그런 짓'을 한다. 그 효과(?)로 여준은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

결: 한편, 게이인 캐나다 리트리버는 여준에게 접근한다. 순진한 여준은 홀랑 잡아 먹힐 뻔 하지만, 지훈에 의해 건져진다. 그리고, 여준은 미친 줄 알았던 지훈에게 고백을 받는다. 여준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지훈은 여준을 꼭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었다. 여준은 지훈과 사귀고, 그의 집착과 변태끼 충만한 연애를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올림픽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주변에 야구 광팬들이 많아, 가끔 끌려가서 치킨을 먹고 오긴 하지만, 규칙도 잘 모릅니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역시 잘 챙겨보지 않습니다. 결과만 뉴스로 접하는 정도랄까요. 금메달 숫자는 기억해도, 종목과 선수이름은 잘 외우지 못합니다. 오히려 BL소설에서, 가장 열심히 스포츠를 공부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얼마 전 뉴스를 보며, 1년에 한 번 있는 수능시험인데 올해 수험생들 마음이 참 고되겠다.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지.... 떠오르더군요. 30살이면 사회초년생까지는 아니라도 어디서 전문가라고 듣기는 힘든 나인데, 그 나이면 선수들은 은퇴를 하죠. 그렇게 수명 짧은 일에 전력을 다 받혀,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에 평가를 받고, 남은 생에 그 결과를 꼬리표로 달고 살아야 한다니... 참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수를 할지언정, 적어도 수능은 매년 보고싶은만큼 볼 수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스포츠에서 드라마 같은 극적 순간들이 펼쳐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절실함이 주는 감동은 분명 큰 울림이 있겠죠.

하지만, 일단 BL 스포츠물에 공수는 대게 '천재성' '수려한 외모'를 디폴트 값으로 가지다 보니, 그런 감동은 미미한 한 편입니다. 천재도 이 만큼 열심히 한다! 와 범재가 열등감과 한계를 극복 해 나가는 이야기는 분명히 다를테니까요.

여준의 국가대표 선발전 최고 성적은 8등입니다. 올림픽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죠. 그래서, 여준이 얼떨결에 국가대표가 된 후 누구도 여준이 금메달을 딸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효자 종목 메달 하나가 날라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만 가득했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천재, 금메달, 아이돌 외모, 선망의 대상 모두 혼자하는 지훈이었습니다.

지훈은 과거 동계체육대회에서 여준을 봅니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예쁜 얼굴, 보는 순간 한 눈에 반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반칙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푸쉬로 여준을 넘어트리죠. 여준은 그런 지훈에게 원망은 고사하고 순진하고 동그란 눈을 껌뻑이고, 지훈은 이 연두부 같은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해요.

지훈은 여준이 가능성 없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준의 미진한 성적은, 그의 지나친 배려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준은 상대가 휘청하면 받쳐주고, 추월을 시도하다가도 상대가 넘어 질 것 같으면 주저하다 기회를 빼앗기죠. 짧은 시간 승부를 내야하는 쇼트트랙에서, 성공하기 힘든 성격이었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고, 승부욕 강하고, 자애심 강한 지훈이 더 좋은 선수의 자질을 가진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지훈조차도 여준과 함께 이기고 싶어 집니다. 올림픽 금메달은 있지만 '올림픽 정신'은 없었던 지훈이, 메달은 없지만 '올림픽 정신'만은 충만한 여준을 통해 변하죠. 그래서, 결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노하우를 전부 방출하며, 여준의 가능성을 깨워줍니다. 물론, 몸싸움에 약한 여준은 개인전에서 실격을 받지만, 여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지훈의 독주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충분히 국가대표 한사람 몫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과, 지훈의 충격 요법(?)... 큼큼

지는 법을 모르는 지훈은 기어코 여준을 가집니다. 솔찍히, 여준이 그냥 끌려가는 것 같긴 하지만... 늘 지켜봤던, 존경해마지 않는 지훈이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 오는데, 막을 방법은 없죠. 이미, 결혼해서 낳을 아기 이름까지 생각하는 직진 집착남! 잠시 오메가버스인가 생각하다 오메가버스가 아닌데도 너무 자연스러워 더 소름 돋은!

뭐.. 그래도 금메달도 따고, 손해보고 살던 순둥이 곁에서 평생 함께 하겠다는 이기주의자 연인도 얻고, 여준도 해피엔딩입니다. 아마도...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12 - [BL 소설] - [서양풍/피폐물/개그물] 세헤라자데 - 한여름

 

[서양풍/피폐물/개그물] 세헤라자데 - 한여름

출판사: 이색 출간일: 2017.10.30 분량: 본편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어느새 이스엘 프레이저가 내 거가 됐는지. ​ 태자가 반응 없는 내 거를 슬쩍 쳐다보았다. 사타구니를 조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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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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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29화 + 외전 2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대성그룹 부사장 안형주는 대성복지회를 이용해 부정자산을 축적하고, 대성복지회 산하 어린이집은 고아들을 감금하고 폭행, 강간, 살인 등 학대가 만연한 지옥이다. 대성그룹 전무이자 회장의 혼외자인 안지호는 장남 안형주를 무너트리기 위해 어린이집을 조사하고, 이중장부와 폭행사진 그리고, 어린이집을 탈출한 고민석을 찾게 된다. 고민석의 증언이 필요했던 안지호는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주고, 고민석은 그런 지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따른다.

승: 한편, 안회장은 안형주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어주고 은퇴할 계획을 세운다. 주주총회 이전까지 어린이집 사건을 터트려야 하는 지호는 고민석의 증언을 토대로 인터뷰와 검찰 조사를 진행하던 중, 전 어린이집 직원으로부터 고민석이 얍삽이에 허언증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진다. 고민석은 지호를 진심으로 믿고 진실을 털어놓지만, 지호는 민석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화풀이한다. 한편, 안형주는 안지호의 비밀을 캐기 위해 민석을 만나고, 민석은 자신을 '김재민'이라고 속인다.

전: 지호는 민석이 안형주에게 연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민석이 순진하고 여리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성이 들킨 민석은 지호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하고, 지호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지호는 민석의 증언이 진실이라고 믿고 일을 진행하고, 안형주는 검찰 조사를 받는다. 한편, 검찰은 어린이 집에서 원장에게 강간 당한 것으로 추측되는 6구의 시체를 발견한다.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위기를 느낀 안형주는 어린이집 탈출원생 '고민석'을 죽이려 사람을 보낸다.

결: 지호는 민석을 구하고, 다친 지호를 보며 민석은 운다. 지호는 그런 민석을 보며 사랑은 느낀다. 한편, 안회장은 폭로된 비리로 수감되고, 안형주는 '고민석'이 자신이 만났던 '김재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낙담해 항소를 포기한다.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안회장을 배신하고 주주들을 포섭한 어머니 황지선이 대표이사가 된다. 황지선은 민석에게 어린이집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민석은 오랜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 지호는 쿨하게 회사를 나와작은 사업을 시작하고, 민석은 카페사장님이 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전혀 순수하지 않은 사람들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연시완님의 작품은 시니컬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짓말쟁이와 성격파탄자로 일생을 살아온 냉혈한을 사랑꾼으로 만들 정도로 뜨겁기도 합니다. 그 묘~한 간극이 연시완님 작품만의 매력이죠!

지호와 민석이 겪은 불행사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호와 민석 모두 자신들의 진실된 욕구를 숨기고, 한순간의 기회를 노리는 맹수처럼 몸을 낮춰 지냅니다. 본모습을 숨기는 보호색으로, 지호는 형에게 짓밟히고 무시 당해도 꿈쩍이조차 하지 않는 '호구'를, 민석은 더벅머리로 얼굴을 가린채 더럽고 병든 '비호감'의 모습을 두르고 있었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해득실 필요 없고 한 놈만 조지면 그만인 무대포 성격파탄자와, 숨쉬는 듯 거짓말하는 계략가 있습니다.

민석이 있었던 어린이집은 지옥이었죠. 교도소처럼 철창과 철문으로 세상과 단정된 공간, 실장이라는 이름의 감시원들이 포진해 있고, 제대로 된 식사나 대우는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최원장은 기분에 따라 폭력을 휘둘렀고, 원생들은 성폭행 성추행에 무차별 노출되어있었죠. 민석의 같은 방 동기는 매일 밤 원장실에 불려가고, 실장들에게 돌림 당하는 생활을 참다 못해, 깨진 유리 조각으로 목을 그어 자살 했습니다. 언제나 창 밖을 바라보며 기회를 노렸던 민석은, 그 혼란을 틈타 탈출을 시도합니다.

마침, 어린이집을 미끼로 안형주를 끌어내리려던 지호는 탈출한 민석을 만나요. 안회장의 서자로 태어나, 공개적으로 무시당하며 살았던 지호의 유일한 목표는 안형주를 무너트리는 것였죠. 대기업 회장자리도, 아버지의 인정도 관심밖이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안형주에게 회장자리를 물려주려고 했고, 지호에게 안형주를 박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호는 민석을 놓칠 수 없었고, 더럽고 불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죠. 그런 따뜻함은 민석에게 생애 처음이었고, 민석은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민석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됩니다.

민석은 지호를 만나고 행복해 집니다. 물색없이 웃게되고, 기다리는 사람이 생겨요. 하지만, 그럴수록 눈앞에서 목을 긋고 죽은 친구가 꿈에 나타나, 너만 행복하냐며 민석을 비난하며 목을 조릅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도망쳐 나올 때, 몸싸움 중 민석이 밀진 실장의 죽음이 밝혀지면 지호에게 버림받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자신만 바라보는 민석을 보며 지호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여린 유기견처럼, 순수하게 반응하는 민석의 모습에 지호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하고 감정을 느끼게 되죠.

그랬기 때문에, 민석의 거짓말은 지호를 분노케합니다. 민석은 어린이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을 시작합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맞아 죽지 않기 위해서, 강간당하지 않기 위해서,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민석은 거짓말, 구토, 심지어 사과 알레르기까지도 이용하죠. 그런 민석은 분명 노련한 거짓말쟁이였지만, 지호 앞에서는 그저 첫사랑에 빠진 소년이었어요. 지호 역시 민석에 대한 오해를 푸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민석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쉐임리스'는 애정이라고는 병아리 눈물 만큼도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짓말쟁이와 성격파탄자로 살아 왔던 두 사람의 첫사랑, 첫연애, 첫행복, 첫가족를 감정과잉 없이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 감정 넘침은 독자의 몫이라는 듯 말이죠. 차가운 애절, 잔잔한 절절, 이런 느낌은 연시완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시완님은 작품마다 그림체가 많이 다른 편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쉐임리스의 얇고 날렵한 작화를 좋아합니다. 내용과 참 잘 어울린달까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웹툰 리뷰

 

2020/09/24 - [BL 웹툰] - [현대물/시리어스물] 나좋다(나쁜평화가 좋은다툼보다는 낫다.) - 연시완

 

[현대물/시리어스물] 나좋다(나쁜평화가 좋은다툼보다는 낫다.) - 연시완

웹툰제목: 나좋다. 작가: 연시완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9화 + 외전 2화 # point1: 한 컷 # point2: 줄거리 기: 고아출신 한경인은 하나뿐인 할아버지가 죽고난 뒤 자신을 찾아 온 한정필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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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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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고럼팩토리

출간일: 2020.11.11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시동이 사라지고 이화수는 고개를 수그렸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은월검이 쥐어져 있었다. 마치 평범한 것처럼 무명천으로 둘둘 감싼 그 검은 검집 안에 있어도 검신의 싸늘한 기색을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정말로 주룡진이 자신을 이용해 죽기를 바랐단 말인가?

아니, 아니다. 그는 단지......

'......음, 나조차도 예상 못 한 일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아.'

'그러니까 왜?'

'네게 무언가를 요구받는 게 좋아서?'

좋아서.

그 모든 것들이 좋아서 그랬나 보다.

이화수는 그 검을 집어 들고 스르르 일어났다.

point 2 줄거리

기: 화산파 이화영의 유일한 후계자 이화수는 자신을 납치하려는 마교주 주룡진을 피해 달아나지만 실패하고, 천신궁으로 끌려간다. 파천신공을 익힌 주룡진은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마기를 다스리기 어려워지자, 명문세가나 도가의 자제들을 납치해 겁간하며 양기를 얻어왔던 것이다. 화수 이전에 끌려온 명문세가의 자제들은 죽거나 주룡진의 애첩이 되어 살고 있었다. 한편, 주룡진은 화산파의 봉마주혈로 날뛰는 마기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승: 유용함이 증명 된 화수는 겁간의 위기에 벗어나지만, 주룡진에게 집착하는 당서란에게 시기의 대상이 된다. 화수는 정기적으로 주룡진에게 봉마주혈을 시전하며, 탈출을 위해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런 화수에게 주룡진은 자신의 보검 은월검을 준다. 당서란은 고고한척 하는 화수를 타락시키기 위해 미약을 먹이고, 주룡진과 화수는 뜨밤을 보내지만, 화수는 약이 취해 기억하지 못한다. 한편, 화수의 호위모사 해무영은 화수를 구출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한다.

전: 주룡진은 그날 밤 이후 화수에게 애정을 보이고, 그런 주룡진을 대하며 화수 역시 변하기 시작하지만 그 실체를 몰라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던 중 해무영은 비밀통로를 찾아 화수를 탈출시키지만, 곧 주룡진에게 붙잡힌다. 주룡진은 부상 입은 해무영을 인질로 화수의 몸을 탐하고, 성교를 통해 선기와 마기가 교차되면서 두 사람은 황홀경을 느낀다. 주룡진은 화수를 더더욱 아끼지만, 화수는 그 열락을 느낄수록 마음이 공동화 되어 생에 의지를 잃는다.

결: 한편, 무림맹은 결사대를 조직하여 주룡진이 자리를 비운 틈에 화수와 해무영를 구한다. 이 소식을 들은 주룡진은 천신궁으로 돌아와 화수가 없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마기가 폭팔한 광마가 된다. 이성을 잃은 광마는 무림으로 화수를 찾아오고, 많은 무림인들이 목숨을 잃는다. 마지막 보루인 파마진 마저 실패한 위기의 순간, 화수는 시종을 통해 전해 받은 은월검을 들고 나타난다. 화수는 주룡진을 살리고 싶은 염원으로 화신의 경지에 이르고, 주룡진의 단전을 파훼한다. 화수는 주룡진과 함께 천신궁으로 돌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짐승'... 그리고 '무림기연'

유명한 작품은 많고, 그 중 일부 잘 쓴 작품, 또 그 중 일부 오랫동안 기억나는 작품, 그리고 그 안에서 몇몇만이 인생작이 됩니다. 사람의 사귐과 참 비슷하죠? 말이 통하는 사람들, 그 중 일부가 좋은사람, 또 그 중에 일부 진국, 그 안에서 소수만이 내 인생의 동행자가 되는 것 처럼요.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들... 그 인생작 중 한 작품은 분명 이순정님의 '짐승'입니다.

신작 '무림기연'을 읽으면서 '짐승'이 떠오른 이유는 본능적 공과 사회적 수의 조합이나 공이 쉽게 인정하는 애정을 어렵게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수의 도덕관이 유사하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짐승'과 같은 3권의 분량이었음에도 무협물이라 풀어야 할 시대배경과 관계설정이 많아서 였을까요? 이순정님의 강점인 입체적 인물들이 섭섭 할 정도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고, 회수못한 떡밥은 없었지만 허무한 떡밥은 많았습니다. 그 분량 내에선 최선이었겠지만, 애당초 3권의 분량이 너무 적지 않았나 싶어요.

저는 이순정님의 입체적 인물묘사를 정말 좋아합니다. 선악과 시비를 나눌 수 없는, 복합적이고 복층적인 인물을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서란'이나 '백효조', '장태주'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그저 소비되어 버린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보다 정파의 자부심이 강했기 때문에, 더 많이 엇나가고 망가져야만 살아 질 수 있었던 당서란의 '집착'이나, 생명이나 평온한 미래보다 더 갈구했던 백효소의 '소속감', 차가운 바위여야 했지만 실은 지하를 잠잠히 흐르던 마그마 같던 장태주의 '애정'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이 쓰입니다. 천금궁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 감금된채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생존해야만 했던 너무나 다른 인물들의 이면들이 묻힌 것 같아서요.

한편, 공수의 캐릭터는 매우 선명합니다. 주룡진 예쁘고 강한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마땅히 가져야하고, 가지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곁에 두고, 좋은 것을 주고, 도망가면 잡아옵니다. 마치, '짐승'의 사내가 생각이 나죠. 반면, 이화수의 삶은 아버지 이화영의 그림자였어요. 이화영은 화산파 비원인 매령환무검을 통달하지 못해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고 우수한 무재를 낳기 위해 애정 없는 결혼을 해요. 그렇게 태어난 이하수의 존재 가치는 오로지 매령환무검뿐이었죠. 화수는 세상과 단절 된 채 갇혀, 폭행에 가까운 채벌을 받으며 무술을 연마하고, 매령환무검을 익히지 못한 화수가 이루낸 모든 것들은 인정 받지 못합니다. 가문이 유일한 척도였던 지언처럼, 삶의 선택할 자유는 박탈되요. 정확히는 가져 본 적조차 없죠.

하지만, 주룡진은 사내와 달리 노련한 수장이었고 이화수 역시 도련님 특유의 솔찍하고 제멋대로인 일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룡진은 사내와 달리 화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꾀어 낼 수 있었고, 화수는 지언처럼 극도로 피폐한 선택을 하기 전에 주룡진에 대한 애정을 인정합니다. 좀 순해진 '짐승'과 부러지지 않고 휘어진 '선비'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 않게 깊이를 조절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짐승'을 읽고 폭팔 할 듯 샘솟던 사념이 '무림기연'에서 너무도 잔잔한 것이, 저로서는 지난 작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네요.

주룡진은 옥루정에 갇혀 파천신공을 익힙니다. 마치, 화산에 갇혀 매령환무검을 익혀야 했던 화수처럼요. 단지, 주룡진은 화수와 달리 성공하여 옥루정을 나오죠. 하지만, 절정고수의 무공임에도 파천신공을 익힌자가 없는 이유는 마기를 잡기 어렵고, 마기을 잡지 못해 주화입마에 들면, 광마 혹은 광신이 되어 인간성을 잃고 살인귀가 되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강제로 익혀야 했던 무공의 부작용에 시달리던 주룡진에게, 그 무공으로 얻은 권력을 누리는 것 역시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양기를 채우기 위해, 정파 제자와 자제들을 납치해와 겁탈하고 죽이면서도 주룡진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요.

주룡진은 죽은자들을 대신 할 자들이 계속 납치하고, 공력이 높아 기력이 빨리고도 살아 남은 자들은 기어코 살려내요. 치욕스러운 겁간에 몇번이고 도망치고 자진하지만 다시 운우정에서 눈을 떠야만 했던 위세높은 공자들은, 서서히 살기 위해 스스로 주룡진에게 길들여지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러다 화수가 나타나죠. 성교가 아닌 방식으로, 여러명이 간신이 잠재울 수 있었던 마기를 홀로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 화수는 주룡진에게 가장 귀한 사람으로 대접을 받습니다. 망가지지 않은채, 이제는 자신들이 말할 수 없는 고고한 사변(思辨)을 내뱉으며, 천금궁에서 호위호식하는 자... 화수의 등장은 운우정에 숨죽여 살던 많은 이들을 흔들어 버리죠.

심지어 주룡진 조차도 말이예요. 주룡진은 들끓던 마기가 화수의 선기에 의해 잠잠해지자, 그간 느끼지 못했던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상처받고, 삐지고, 보고싶고, 주고싶은... 만약 언젠가 죽게 된다면 꼭 너였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화산에 갇혀, 친우 한명과 호위 한명이 인간관계의 전부였던 화수 역시 그런 주룡진의 변화에 함께 울렁거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그 감정들은 화수의 정파 후계자로서 쌓아 왔던 도덕관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합니다. 미약을 먹고 주룡진과 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무영을 살리기 위해 주룡진과 한 침대를 쓰기 시작하면서 화수는 텅빈 인형이 되어버리죠.

'무림기연'은 분명 BL장르에서 보기 힘든 제대로 된 무협물입니다. 그럼에도 분량의 한계인지, 주요전개가 너무 후다닥 진행 된 느낌이 있습니다. 화수가 주룡진이 준 영물을 잘 받아 먹고, 영기가 가득찬 천금궁에서 수련을 게을리지 하지도 않았으니, 매령환무검을 통달 한 것이야 그럴 수 있다치지만, 화신등장은... 사랑은 무한의 위대함이라고 이해해야할까요. 어쨌든 극적 반전을 위해서라지만, 화산파 후계자 한명을 살리고자 무림맹이 거의 전멸하고, 광마가 된 주룡진을 살리기 위해 화신의 경지에 도달한 화수는, 주룡진의 단전을 파훼하고 그를 데리고 천금궁에 돌아갑니다.

무림을 떨게 한 광마도 사라졌고, 이제 그가 더 이상 정파의 젊은이를 납치 할 일도 없어졌죠. 이화영은 후계자를 잃었지만, 평생 염원했던 매령환무겸과 화신을 보게 되고, 화수는 자유와 사랑을 찾습니다. 해피엔딩이죠. 그런데 왜 이리 찜찜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만 좋으면 장땡인 할리우드 영화 엔딩 크레딧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결론은, '역시 이순정! 하지만 아쉽다.' 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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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12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기중은 졸업 후 우연히 만나게 된 대학교 선배인 우신에게 고백하고 사귀게 된다. 기중이 우신에 대해 아는 것은 대학시절 소문 많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꾼다.'는 우신의 말을 그저 '나한테 잘해'쯤으로 이해했지만, 실제로 우신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승: 기중은 혼자 드라마 속 주인공을 설정하고 연기를 하는 우신에게 맞춰 주면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량 남자친구에게 헌신적인 연인역을 연기하는 우신은,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하며 고군분투하지만, 기중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스킨쉽이었다. 우신 역시 장면 설정에 열중하며, 기중과 진도를 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나, 기중은 타이밍을 잡지 못한채 욕구불만에 쌓여가고 있었다.

전: 그러던 중 한량 남자친구의 강압적 스킨쉽을 재연하며 우신을 밀어부치던 기중은, 우신의 눈물어린 싸다구를 맞는다. 기중의 방으로 도피한 우신은 다음전개를 고민하던 중, 현관문을 열고 기중이 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우신은 과거 자신의 이런 연애를 혐오하며 헤어졌던 연인들을 떠올리며 기중 역시 자신에게 질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낙담한다. 하지만, 기중은 한량 남친에게서 주인공을 구하는 연하의 섭캐로 꾸미고 우신의 앞에 나타난다. 설정은 급물살을 타고, 드디어 뜨밤을 보낸다.

결: 그 후 우신이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환자역이나 상남자역에 빠져 있을 때든, 기중은 훌륭한 상대역을 소화하며 사랑을 이어나간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어쨌든... 해피엔딩!

이전 리뷰에서도 살짝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가끔 너무 잘 쓴 글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글쓰는 직업이 아님에도, 절대 내가 연출하거나 상상 할 수 없는 디테일의 경지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면, 뭐가 속에서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달까요. 그 감정은 감동이기도 하고 열등감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클리셰덩어리는 다소 지루하지면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드라마틱하게 사랑해줘'는 그런류의 짜증이 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상상초월이라는 점에서 만큼은 인정입니다. 정말 골때리거든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같은 사랑을 꿈꿉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따라 프로포즈하거나, 특정 드라마의 대사를 어떤 상황의 대명사인것처럼 쓰기도하죠. 드라마는 시대의 이상을 보여준다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나의 연인이 드라마 속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시험하고 의심하고 또 다시 믿고... 이런 과정을 몇번이고 반복해야만 비로소 굳건해 지는 것이 '진심'에 대한 신뢰일텐데, 타인을 연기하는 것으로만 유지되는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요? 이런 전개가 가능할까요? 사랑한다 말하면서, 사랑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중이... 진짜 우신을 사랑하는구나! 느끼게 됩니다. 정말, 레알, 찐 사랑입니다.

우신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고,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서 극본 없는 로맨스물을 이어갑니다. 우신을 사랑한 기중은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우신의 이런 성향을 알고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우신이었고, 우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과, 자신이 우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되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우신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상대방역을 무난히 수행해나가죠.

우신은 자신의 성향으로 과거 연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헤어짐을 맞아 왔죠. 하지만, 연기를 하지 않는 연애를 모릅니다. 그저, 그것이 우신에게 연인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우신의 연기에 대본이 없기 때문에, 상대역인 기중이 해야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거죠. 스킨쉽을 진행해야는 부분인 줄 알았지만 공연히 강간범 취급이나 받고, 상남자인척 연기하는 우신이 진짜 못 볼 정도로 베기싫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중은 절대, 우신에게 '그 이상한 짓'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도, 우울해져도, 우신을 비정상으로 취급하진 않아요.

근데, 어쩌면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재주가 없는 바이올린리스트는 연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말만 열면 상처에 갑분싸지만, 그래도 연주를 들을때면, 아~ 나 사랑받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죠. 달변가에 센스있는 사람과의 연애는 장미빛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 능숙함이 반드시 사랑의 정도와 비례하리라는 보장도 없어요.

표현방법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진심을 볼 수 있는 눈이란 쉽지 않아서, 연애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을 경시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독심술가가 아니고, 오해없이 잘 소통 할 수 있는 것도 노력의 결실이자 재능일테니까요.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사랑'이 있으면, 그 방법은 귀엽게 봐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랑이 있으면 어쨌든... 해피엔딩입니다.

아! 물론, 데이트 폭력은 절레절레예요. 피폐물에서만 보도록 해요. 현생에서는 즉시 깜빵행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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