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5.04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별것 아닌 내 농담에도 신이든은 금방 웃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 나는 안심이 된다. 이렇게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걸 내가 발견해 냈다는 사실이 나를 벅차게 만든다.

point 2 줄거리

기: 신이든의 데뷔작이자 첫주연을 맡은 영화 <사인 랭귀지>는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무수한 상들이, 연기자 신이든의 '가치'를 앞다퉈 증명하고 있던 중, 이든은 돌연 마약 스캔들에 휘말린다. 설상가상, 클럽 VIP룸을 아지트 삼아 모였던 동갑 연예인들에 대해 확인 되지 않은 악성 기사들이 줄지어 터지자, 이든은 여자친구 소영과 헤어진 채 군대로 도피했다. 그리고, 군대 휴가 마지막날 자신을 데리러 온 민규형이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신이든은 혼자만의 세계에 완전히 갇힌다.

승: 3년의 시간이 흘러, 신이든은 주위의 간곡한 요청으로 <사인랭귀지>를 찍었던 감독의 신작 <레테:망각의 강>을 촬영하게 되고, 다른 주연 현서윤을 만난다. 자타공인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스타 현서윤은 신이든을 까칠하게 대하고, 신이든은 과거 '그 사건'과 함께 엎어진 영화<레드존>으로 인해 현서윤이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이든은 현서윤에게 사과하지만, 현서윤은 냉담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불편한 촬영은 계속 된다.

전: 하지만, 신이든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와 여리면서도 강하고 순수한 내면을 경험한 현서윤은, 묻어 둔 이든에 대한 덕심을 불태 운다. 그러던 중 빚에 쫒긴 현서윤이 용역일을 했다는 기사가 뜨고, 올곧은 이미지를 가진 서윤은 이중인격 배우로 언론의 공격을 받는다. 현서윤은 3년간 신이든을 가두었던 고통을 실감하고, 묵은 감정을 떨쳐낸다. 한편, 신이든은 <레테> 속 최기영을 연기하며, 죽은 민규형과의 제대로 된 이별을 할 수 있게 된다.

결: 현서윤은 민규형의 죽음으로 신이든이 난독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하고, 연민과 연정을 느낀다. 이든 역시 자신의 재기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서윤에게 고마움보다 더 깊은 감정을 가지기 시작한다. <레테>촬영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동시에 서윤의 연심도 커져간다. 결국, 서윤은 신이든을 찾아가 고백하고, 신이든은 그런 현서윤을 받아준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달달한 연애를 즐기는 한편, 영화<레테>는 성공을 거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걱정 안 해도 돼.

'라스트 씬'은 2AM 소설입니다. 새벽2시, 머리가 아닌 심장이 열심히 일하는 고요의 시간, 그 때에만 빠져 들 수 있는 감성이 있습니다. 몸에 힘을 풀고 천천히 물 속에 잠수하는 것 처럼, 시각과 청각이 아닌 내 안에 감각과 감정에 집중 할 수 있죠. 새벽2시에 감수성을 지닌, 새벽2시에 읽을 때 가능 좋은, '라스트 씬'은 그런 이야기였어요.

신이든은 데뷔와 함께 스타덤에 오릅니다. 타고난 연기력과 집 안의 재력,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 소영과 마음 잘 맞는 동갑친구들... 신이든은 모든 것을 가진 슈퍼스타였죠. 하지만 일찍이 인기를 얻은 그들은 수 많은 시선과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클럽 VIP룸에 모입니다. 그리고 치킨을 양 손 가득 사오기도 하고, 피자를 시켜 먹고, 보드게임도 하며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요. 이든은 유독 대본이 잘 외워지는 VIP룸 가죽 쇼파에서 죽치기도 하죠. 클럽 VIP룸에 모여 있는 그들을 보는 불온한 시선을 무시한 채, 주변의 만류 역시 듣지 않고 말이예요.

그러다 평소에 잘 찾지도 않던 보드카를 마신 날, 검찰은 이든과 소영을 불러 약물 검사를 합니다. 두 사람은 그저 의례적인 일로 가볍게 생각했죠. 하지만, 밖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이든과 소영은 마약을 한 적 없고, 검사는 기소도 하지 않았지만, 연일 오르는 기사 속에서 둘은 이미 마약쟁이가 되어 있었죠. 그리고 클럽 VIP룸 친구들 역시, 하지도 않은 온갖 난잡한 추측들에 대해 항변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이든은 만신창이가 된 소영을 두고 도망치듯 입대합니다. 더 이상 최악은 없을 것 같은 상황, 하지만 휴가 나온 이든이 술 취해 매니저 민규를 부른 날, 그런 믿음은 무너져요.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에서, 민규는 이든을 보호하고 죽습니다. 자신이 민규를 죽였다고, 그렇게 속절 없이 무너지는 이든에게 민규의 친동생 봉규는 새로운 매니저가 되어 이든을 챙기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든은 용서 해 줄 민규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은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든은 <레테>의 주인공 최기영과 닮아 있습니다. 최기영은 돈을 벌며 야간학교를 다니는 고학생입니다. 그리고, 유일한 혈육인 누나의 공부를 뒷바라지 하죠. 누나는 공무원에 합격하고, 애인 김민중과 혼인 신고를 마치고 여행을 가요. 하지만, 도중 버스사고로 두 사람은 죽고, 기영은 죽은 누나의 유품에서 누나가 남긴 보험금과 일기를 찾습니다. 최기영은 누나의 마지막 여행, 그 행적을 따라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김민중이 동생 김석중을 만나죠. 그리고 추억이자 속죄 여행에 동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기 위한 여정 말이예요.

이든은 억울 할 자격 조차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숨는 것 뿐이었어요. 하지만, 최기영이 된 이든은 말 할 수 있었고, 울 수 있었고, 떠날 수 있었죠. <레테>에서 최기영이 누나에 대해 그랬듯, 현실 속 이든은 민규형에 대한 기억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민규에게 했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죽인 민규형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은 민규형에게 "형, 이제 ...걱정 안 해도 돼."라고 말이예요.

이든은 여리면서도 강하고, 순진하면서도 요망해요. 그 사건 이후, 클럽 VIP룸 친구들은 모두 한국을 떠나 공부 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죠. 소영은 연예계를 떠나 디자이너가 되고, 모델이었던 의건은 사진작가 되요. 하지만, 이든은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고 틀어 박힐 지언정, 한국도 연예계도 떠나지 않습니다. 그 곳에 남아 민규의 가족들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자신감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일지언정 서윤에게도 피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죠. 이든이 잘 못한 것은, 너무나 편했던 VIP룸을 자주 찾았던 것, 비오는 날 사고차량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 뿐일지라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든이었기에, 서윤은 사랑에 빠집니다. <사인 랭귀지>를 몇 십번씩 돌려보며 배우를 꿈꿨던 서윤은, 우여곡절 끝에 성덕이 되죠. 도도하고 차갑던 그는, 대형견공으로 진화합니다. 물론, 견종이 '댕댕이'는 아니지만요.

저의 몇 안 되는 금기 중에 하나, '새벽에는 메일을 쓰지 않는다.'입니다. 꼭, 그 다음날 아침에 읽어보면, 발송 버튼을 누른 손가락을 부러트리고 싶을 정도로 민망함이... 쿨~함을 지향하는 낮시간에, 그 감정과잉의 흔적들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 온 몸이 철판 위에 마른 오징어처럼 말리는 것 같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나 그 잉여로운 감성에 허덕이고 싶습니다. 물론, 돌뿌리 처럼 튀어 나온 설정오류, 비문, 오타, 캐붕, 그리고 공감부족으로 인해, 올연히 빠진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때, 새벽의 힘을 빌리죠. 물론, 평일은 좀 힘들어요. 쿨~한 낮이 아니라 멍~한 낮은 절래절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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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3.31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 ​ point 1 책갈피 ​ ​ "... 물처럼 그치지 않고, 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연모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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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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