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3.31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 물처럼 그치지 않고, 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연모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날려 보낸 풍등이 점이 되어 사라지고 나서야 명원이 조용히 말했다. 빙긋 웃는 이건이 대답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

"흩어지는 것 같아도 다시 흘러 돌아오는 구름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도 다시 하얗게 내려 세상을 덮는 눈처럼, 그렇게 곁에 있겠습니다."

명원은 눈을 감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녹고 있던 마음에 한풍이 불어 또다시 얼어붙기 시작한지 삼년이 되었다. 어디에서부터 불어오는 것인지 몰라 외면하려 했던 춘풍이 마음의 가장자리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녹인다. 화로 온기보다도, 곧 찾아올 봄의 기운보다도 더 따뜻한 체온이 명원을 감싸 안고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명원은 살 날이 얼마 안남은 혜경옹주의 부마가 되고, 반년 뒤 혜경옹주 사후 주상은 청렴하고 서예를 즐기는 사위를 위해 칠전포 지전을 하사한다. 한편, 거상 서유종의 첫째아들 서대건은 명원의 글씨를 구하지 못해 평국과의 무역이 어그러질 위험의 처한다. 이를 본 서유종의 둘째아들 서이건은 명원의 글씨를 받기 위해 계략을 세운다. 그리고 암시장을 운영하는 이건은, 그곳에서 술과 약에 쩌든 혜명옹주의 부마 안덕교를 이용하여 명원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승: 생전 혜경옹주를 아꼈던 세자는 3년간 두문불출한 명원의 집에 들이 닥친다. 명원은 원망과 외로움을 토해내는 세자를 명원은 다독이며, 대문에 박아 두었던 못을 뽑는다. 명원의 집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이건은 화려한 복장과 엄청난 재물을 가지고 오고, 명원은 그런 이건을 거북해한다. 반면, 이건은 명원에게 첫눈에 반해, 계속 건수를 만들어 명원의 집을 드나든다. 그러면서 이건의 명원에 대한 마음은 깊어지고 명원 역시 이건을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은 애뜻한 정인이 된다.

전: 명원을 학대하고 재물과 맏아들의 출사를 위해 부마단자를 넣은 아비 김남규는 암시장에서 큰 빚을 지고 있었고, 임금의 총애를 받는 명원에게 재물과 첫째아들 순원의 승진을 주청하도록 독촉한다. 명원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김남규는 행패를 부린다. 한편, 이건은 명원을 글씨를 얻어 서유종에게 인정받고, 명원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한 칠전포 지전 대리 행수를 내쫒은 후 그 자리를 대신한다. 명원을 글자를 얻기 위해 서대건은 투전에 미친 김남규에게 큰 돈을 계속 빌려주며 함정을 판다.

결: 세자와 이건은 대건의 음모를 알아챈다. 그리고 세자는 이건과 명원의 관계 역시 알게된다. 한편, 김남규는 서대건과 함께 명원을 협박하고 거부하는 명원을 폭행한다. 세자와 이건이 명원을 구하지만, 이건이 자신의 글자를 얻기 위해 접근했음을 알게된 명원은 깊은 상처를 받고 이건을 밀어낸다. 하지만 두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세자는 해경옹주의 부탁이자 명원의 마지막 청으로 명원을 놓아준다. 명원의 청으로 함께 평국에 간 두 사람은, 몇 년 뒤 자신들의 부고를 본국에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자신의 가치

'따뜻함'이라는 것도 종류가 여럿이라, 말은 같아도 뜻은 다르죠. 조우님의 '따뜻함'은 뭐랄까.... 귀엽습니다. 고된 생을 사는 인물들답지 않게, 여리고 풋풋한 속내를 가지고, 서툴지만 노력형 사랑을 하죠. 윗몸이 만개하는, 대 놓고 달달한 따뜻함이라기보다는, 이모 미소를 부르는 은은한 따뜻함입니다.

이전에 아소우 미츠아키 'season'을 리뷰하면서, '당신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잔고를 보며 손해와 이익을 말하지만,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주식의 가격은 정해지지 않습니다. 단지, 보이는 것은 매매를 가정한 현재의 예시가격 일 뿐이죠. 물건은 사고자 하는 사람이 가치를 매기고, 팔고자 하는 사람이 수락해야 가격이 매겨집니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물건에 가격은 매겨지지 않아요.

그래서, 꽃을 건내며 아즈마의 가치를 정했던 마츠오카처럼, 아즈마 역시 사채업자 마츠오카의 가치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정해줍니다. 아즈마와 마츠오카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평가 할 수 있지만, 사실 그 모든 말들은 무용합니다. 구경꾼은 참가자가 될 수 없고, 말할 자유는 있지만 가격을 매길 권리는 없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구경꾼들에게 맡기곤 합니다. 나의 가치는 오로지 나의 사람만이 매길 수 있죠. 내가 애정을 주고, 애정을 받고, 이해하고, 이해 받는 사람 말입니다. 나의 일부를 소유 할 수 있고, 소유하도록 허락한 사람... 그 사람이 참가자인 거죠.

명원은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학대해 온 아버지의 구박대로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이예요. 이건을 사랑하게 된 명원은 이건의 애정을 얻을 가치가,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능력 없는 놈, 상처가 지아비, 출사 할 수 없는 부마, 뒷배도 가문도 없는 무능한 양반... 그것이 명원이 생각한 '자신의 값'이었어요.

하지만, 명원의 가치는 명원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원을 원하는 이건이 정하는 것이죠. 붓 하나로 보는 이의 혼을 빼앗는 명필가, 평국과의 무역을 좌우 할 수 있는 글자 소유자, 왕과 세자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부마, 이익이 찌들지 않고 재물로 움직 일 수 없는 고고한 선비, 이것이 이건이 매긴 '명원의 값'이죠. 이건에게 명원은 제일의 보옥이었고, 귀하여 여기고 받들고 살아요. 다칠까, 날아갈까, 미움받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무인도에서는 금덩이는 자갈돌의 가치는 같을 거예요. 금덩이는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발견되고 나서야 귀한 몸이 됩니다. 가치는 스스로 매길 수 없기에, 기다림의 시간이 외롭고 괴로운 듯 합니다. 명원처럼 말이죠.

명원을 호구로 안 칠전포 지전 대행수는 극상품은 고사하고, 하품의 종이를 명원에게 보냅니다. 상단에서 가짜 장부를 만들때도 쓰지 않을 종이 위에서도 명원의 글자는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 되죠. 하지만, 이건이 칠전포 지전 대행수가 된 후, 극상품의 종이와 구하기 힘든 색지를 명원에게 보냅니다. 종이로 인해 명원의 글자 가격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그 좋은 종이 위에서 글자를 쓰며 명원은 신이 납니다.

아마도, 당신의 가치는 하품 종이 위에서도 극상품 종이 위에서도 차이가 없을 거예요. 당신의 가치를 매겨주는 사람이 보는건 그 위의 '실체'일테니까요. 하지만, 기왕이면 극상품 위에서 쓰는 글자가 신나는 것 처럼, 좋은 상황에서 가치를 발하는 것이 더욱 즐겁겠죠. 그것이 내가 나의 가치를 얕잡아 단정하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명원이 이건의 곁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하고 싶은 일에 고집도 부리고 삐지기도 하는 모습에 미소짓게 되는 거겠죠. 명원이 스스로를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서요. 이것이 외전 2권이 존재의 이유!

'보석을 진흙과 함께 두는 바보는 없다.' 진흙에서도 보석은 보석이겠지만, 기왕이면 비단을 깐 보석함 안에 있을 때 더욱 빛날겁니다. 나의 가치에 대해서, 좀 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말을 들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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