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올렛

출간일: 2019.08.13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일리야의 총탄이 두껍게 언 얼음층을 꿰뚫고 지났다. 미동도 없을 것만 같던 윈터데일의 빙판이 자작한 균열을 만들며 차근차근 깨져갔다. 제이드가 총을 버리고 달리기 시작했고, 균열은 거미줄처럼 벋어 나가 호수 중앙을 깨트렸다.

쾅!

마지막 총격에서는 거의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제이드의 다짐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 더는 자신의 삶에 일리야를 허락하지 않고, 일리야의 삶에도 관여하지 않고.

'저 녀석의 인생 따위......'

-두 번 다신 오지 마라.

'죽든 말든.'

- 두번의 기회는 없다.

'젠, 장!'

point 2 줄거리

기: 뛰어난 외모, 명석한 두뇌, 풍족한 유산, 부족 할 것 없는 일리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도시가 아닌 추운 설원의 땅, 윈터데일을 떠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산 속 오두막에 살고 있는사냥터 지기 제이드 고티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제이드는 일리야를 언제나 꼬마로 대하지만, 일리야는 계속 산 속 오두막을 찾으며 제이드 곁을 맴돈다.

승: 제이드는 졸업하는 일리야에게 권총 한자루를 선물하며 오두막으로 다시는 오지 말라고 내쫒는다. 일리야는 선물 받은 총으로 홀로 열심히 사격 연습을 하고, 그 후 산으로 들어가 제이드의 사냥감을 가로채며 계속 그의 주변의 배회한다. 그러던 어느날 일리야는 얼어 있는 호수에 서서 자신의 발밑으로 총구를 겨눈다. 제이드는 호수에 빠진 일리야를 구한다.

전: 몸을 녹이러 들어 온 오두막, 일리야는 제이드가 윈터데일을 떠나기 위해 싸 놓은 짐을 보게 된다. 일리야는 제이드의 짐을 태워버리고, 고백을 하며 욕망을 드러낸다. 제이드는 '한 번'뿐 이라며 그런 일리야를 받아 준다. 과거, 제이드는 많은 사람을 죽인 대가로 큰 돈과 트라우마를 얻고, 대륙을 건너 윈터데일로 온다. 그리고, 순록으로 착각하고 어린아이를 쏜다.

결: 그 아이는 일리야였고, 그 인연으로 한 두달 머물다 떠나려 했던 윈터데일에 7년간 지낸 것이다. 일리야의 지고지순한 애정을 알면서도, 떨쳐내지 못하고 그의 곁에 머물던 제이드는, 일리야의 졸업을 기점으로 윈터데일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일리야의 적극적 구애에 윈터데일도 일리야도 떠나지 못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윈터데일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춥습니다. 분명 몇 일 전만 하더라도, 창 너머로 알록달록 단풍을 보며, 떠날 수 없는 시국에 한 없이 한 숨 쉬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완연한 겨울입니다. 심지어, 12월이 다가오고 있어요! 두둥!! 이 즈음이면 거리를 채우며 들 뜬 성탄 분위기를 알려 주던 캐롤도 뜸 해져, 계절을 읽는 것이 유독 늦어진 모양입니다. 이렇게 꽁꽁 언 새벽을 맞고서야 겨울을 새삼 느끼게 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정신이 나갈 것 처럼 더운 여름에는 그 혼미함을 이유 삼아 용감해지고, 추운 겨울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부티 소리에 침착해지죠. 형태는 달라도 남는 것은 결국 그때의 '감정'인 것 같아요. 계절은 무심히 제 갈길을 가도, 사람은 또 거기서 울고 웃고 무엇인가를 추억해야만 하는 듯 말이예요.

한예외님의 '윈터XX'는 정말 짧은 단편입니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습니다. 4박5일로 좋은 여행지처럼, 딱 그만큼 엿 본 제이드와 일리야의 몇 일로 충분히 좋습니다. 주인공에 대한 독자의 애정으로 외전을 갈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진한 결말로 AS가 필요해 외전을 찾는 소설도 있죠. '윈터XX'에서는 그런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윈터XX'가 문득 떠오른 이유는, 소리와 무음의 간극이 조화를 이루는 그 곳의 풍경이 스치는 듯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살 얼음처럼 굳은 눈을 밟는 장화 발소리, 낡고 묵직한 오두막 나무문이 삐걱이며 힘겹게 열리는 소리, 하늘을 가리는 하얗고 키 큰 침엽수 사이를 뛰어다니는 순록과 숨 죽인 사냥꾼... 시끄러운 도시의 한풍도 시발점은 왠지, 그런 정적의 설원이지 않을까... 대한민국 서민1은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 곳에 있는 것이 바람뿐이겠습니까? 한예외님의 집착공! 그 중에 가장 맛난다는 역키잡 집착공이 있죠. 잔잔하게 묘사 되어 있어 자칫, 순한 아이처럼 비춰 질 수도 있지만, 실은 참으로 대단한 아이입니다.

제이드는 명사수였습니다. 과거에는 사람을 사람을 쏘았고, 윈터데일에서는 순록을 쏘았죠. 그리고, 제이드가 윈터데일에서 쏜 유일한 '사람'은 일리야 였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생활을 끝내고자 온 땅에서, 어린아이의 다리를 쏜 제이드는 죄책감에 사로 잡혀요. 그리고, 어린 일리야는 아마도 한 눈에 제이드에게 반했던 모양입니다. 유복한 조부모를 두었으며, 죽은 부모의 많은 유산을 상속 받은 일리야의 총상은 충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일리야는 되려 제이드에게 총을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일리야는 제이드를 잡고, 제이드는 일리야에게 잡히죠. 하지만, 실은 제이드에게 일리야가 잡힌 것이었어요. 젊고, 잘 생기고, 명석하며 인기도 있는 일리야, 게다가 사람을 죽인 죄도, 그로 인한 트라우마도 없는 찬란한 생명체... 제이드는 자신을 좋아하는 일리야를 졸업 때까지만 곁에 두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졸업 선물로, 끝내 일리야가 제대로 쏘지 못했던 총을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일리야를 오두막에서 쫒아 냅니다. 그것은 자신을 윈터데일에서 쫒아내는 일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어린 계략공이 애당초 총을 못 쏘았을까요? 만능 재주꾼이 굳이 총만 못 쏠리가요. 일리야는 제이드가 준 총으로 혼자 연습해서 명사수가 됩니다. 그리고, 겁쟁이 제이드가 놀라 도망갈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대신 제이드가 노린 사냥감을 대신 맞춰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 시킵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제이드는 쫒기는 사냥감처럼 수세에 몰립니다. 그리고 정말 자신을 윈터데일에서 쫒고, 일리야를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일리야는 스스로 떠나지 않고, 제이드는 왜 7년간 윈터데일을 떠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인정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어요. 이때, 자신에게서 도망치려는 아저씨를 보며, 용감한 연하공은 언 연못에 몸을 던집니다.

겉만 우락부락한 아저씨는 절대 어린 집착 계략 공을 이기지 못합니다. 쫒는자와 쫒기는 자의 싸움은 무승부 아니면 쫒는자의 승리 일 수 밖에 없죠. 아저씨가 기권을 포기하는 순간, 일리야는 오랜 짝사랑을 끝내고 사랑을 이룹니다. 이후, 둘이 행복한 연애를 했는지, 신혼집은 어디다 차렸는지, 그런 것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런 시리고 고요한 산 속에 뜨겁고 집요한 어느 집착공의 가담항설이 더 여운이 남는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우면 어딘가로 들어갑니다. 집으로, 이불로, 전기담요로, 책 속으로, 그러다 연'말'이 다가오면 내 속으로도 들어갑니다. 그 부동의 고요가 뜨겁지 않은 것은 아니예요. 겨울이 어떤 이야기를 품었는지 모르는 것 처럼, 나의 이야기도 그럴 겁니다. 라고 대한민국의 서민1은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눈물이 나는 건 나의 착각 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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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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