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유즈

출간일: 2020.11.20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비로소 존 리든은 세스와 알렌산더 랜스키를 묶고 있는 틀을 이해했다. 제 것과 규격이 맞지 않은 틀이었다. 세스는 그의 틀에 얌전히 몸을 구기고 살았지만 그것은 네모 반듯한 어항 안에 작은 물고기를 넣어 키우는 것과 비슷했다. 존 리든은 시간 맞춰 어항 속으로 항우울제를 넣어 주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스는 물고기와 비슷해도 물고기가 아니었다. 아가미로 숨을 쉬며 아무말도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할 수 있었다. 그가 이제껏 모르는 척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사랑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랑했다.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게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존 리든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멋대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는 작은 행위가 벅찼다. 풀 죽은 어깨는 아무리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존 리든은 뭔가 더 해 볼 수 없는 상태였다.

"...... 나 좀 패줘."

존 리든이 구겨진 종이 뭉치 같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젠 끝내고 싶어. 나는 못 끝내겠으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끝내줘. 네가 이겨 버려. 내가 다시는 덤빌 수 었게.

point 2 줄거리

기: 세스 그린의 하루는 일로인의 왕자 알렉산더 랜스키(알렉스)를 훔쳐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물함 거울 너머로, 주차장 벤치에 앉아 지켜보기만 하던 생활이, 알렉스의 여자친구 헤이워즈와 에드거의 바람 현장을 목격하며 바뀐다. 에드거는 세스에게 더러운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하며, 자신과 헤이워즈의 사진을 알렉스에게 보여주라고 협박한다. 그 사진때문에, 알렉스는 화가 나 세스의 손을 밟고, 세스를 늘 지켜보던 존 리든은 세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 가는 계기가 된다.

승: 에드거는 알렉스와 자고 난 뒤 세스를 약 올리려 하지만, 세스는 오히려 알렉스가 게이라는 소문을 내려는 에드거를 막는다. 그 장면을 본 알렉스는 세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스는 열심히 피해다니고, 존 리든은 그런 세스를 도와주고, 렌스키는 더 치열하게 쫒아가는 생활이 반복된다. 결국, 존 리든은 다치고, 세스는 알렉스에게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존 리든의 먼저 고백했지만, 세스는 알렉스와 연인이 된다. 알렉스는 세스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전: 한편 둘째 형 루이 랜스키는 알렉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세스에게 찝쩍거린다. 그리고 세스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루이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폭로하고, 옆에 있던 알렉스는 세스를 죽기 직전까지 폭행한 뒤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다. 존 리든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세스의 곁에 친구로서 있어준다. 그리고, 10년의 동거 끝에 세스와 존 리든은 연인이 되고, 존 리든은 세스에게 청혼한다. 그리고, 세스가 결혼을 결심 한 날 돌연 나타난 알렉스에게 납치 된다.

결: 아버지와 큰 형이 죽은 후, 알렉스는 둘째 형 루이로부터 세스를 지키기 위해 안전가옥에 세스를 감금한다. 세스는 10년간 계속 사랑했다고 고백하는 알렉스를 밀어내지만, 안전가옥이 털려 죽을 위기에 놓이자 알렉스에게 안아달라고 한다. 다행히 둘은 구출 되고, 세스는 존 리든에게 돌아 간다. 하지만, 존 리든은 세스를 이해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알렉스에게 보내주어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세스를 찾아 온 알렉스에게 세스를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하프 문 베이의 기적

'하프 문 베이'를 읽다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나레이 베이'가 유독 생각이 나더라고요. 작은 마을, 고요하고 한적한 해변가에는 이렇듯 신비로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나 봅니다.

하늘에 뜬 반달과 검은 바다에 비친 반달, 그 반달이 그림자와 더해져 하나의 둥근달이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채우는 하프 문 베이의 기적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유명세를 타지만, 결국 그 사진은 포토샵 조작으로 알려집니다.

랜더스 인더스트리의 무기가 필요했던, 마피아 벨체프는 랜더스가 첫째 아들과 사귑니다. 게이였던 그들은 중간에 루마니아 창부를 끼어 결혼하려하지만, 루마니아 접대부를 랜더스가의 일원으로 받아드릴 수 없었던 그의 아버지에 의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죠. 그 사이 랜더스의 아이를 갖게 된 루마니아 창부는 도망가고, 첫째 아들은 랜더스 왕국에서 쫒겨 납니다.

그 루마니아 창부의 아들의 이름은 세스 그린이예요. 이미 마약에 쩌든 몸이 낳은 세스는, 정상적으로 세르토닌 분비가 되지 않았죠. 무기력증, 부주의함, 공감부족과 인지부족, 그리고 이로 인한 우울과 집중력 장애는 곧 세스가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얼마나 벗어 난 존재인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의 모친은 어린 세스에게 랜더스가의 게이 아들이 어떻게 됐는지, 세스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알려줍니다.

어머니가 죽고, 세스는 마이클 그린과 맥스 터낸토, 게이 부부에게 입양 됩니다. 가족이 가지고 싶었던 마이클 그린은 5살 세스를 입양하지만, 곧 부러진 손가락에 고통도 표현 할 줄 모르는 세스의 장애를 발견하고 절망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세스의 상태를 안 뒤 맥스 터낸토는 최선을 다해 그의 아들을 돌봐요. 그 맥스 터낸토의 아버지 얀 터낸토가 바로 하프 문 베이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였죠.

세스는 자신이 '망가진 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 랜더스(알렉스)를 알아 본 세스는, 자신과 다른 알렉스를 그저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그러나 누가 인생은 예측 할 수 없는 이벤트의 연속이라고 했던가요. 이들 사이에 발생 한 사건은 아주 사소했지만, 두 사람은 블랙홀에 빨려 드는 것처럼 강력한 끌림을 느낍니다. 세스는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스가 알렉스를 피할수록, 알렉스는 거칠어지고 사람이 타지고 차는 파손 되죠. 결국, 세스는 알렉스를 멈추기 위해 도망치는 것을 포기합니다.

세스의 출신이 밝혀 졌을 때, 알렉스는 세스가 자신을 속이고 이용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세스는 정말 열심히 알렉스를 밀어냈으니까요. 하지만, 게이를 혐오한 아버지가 삼촌과 사람에 빠진 조카를 살려 둘리 없었죠. 얼굴뼈가 무너지고 폐가 찟기는 무차별한 폭행을 저질러서라도 세스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초주검이 된 세스를 존 리든에게 맡겨요. 존 리든은 16년, 알렉스와 세스가 묶여 있었던 그 비밀의 시간만큼 기다리겠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세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되길 바라면서요.

그리고 모두에게 가혹했던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존 리든이 드디어 세스와 연인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죽은 알렉스 역시 세스 앞에 나타나요. 세스는 존 리든과 함께 있으면, 약도 잘 챙겨 먹고, 일도 하면서,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고 살 수 있었어요. 세스는 정상이 될 순 없지만, 정상처럼 살 수 있는 존 리든과의 생활을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흉내내기일지라도 말이예요.

'안정이라는 틀에 고여 위태롭게 닳아 가던 세스의 삶이 다른 형태를 띠우고 스스로가 원하는 곳으로 흘러 갈 수도 있게 되었다.'

존 리든은 안정적인 틀이었지만 세스에게는 위태로운 틀이었고, 알렉스는 망가진 틀이었지만 세스에게는 꼭 맞는 틀이었어요. 죽음을 앞두고 세스는 존 리든과의 결혼보다 알렉스와의 정사를 원하지만, 구출 된 후 알렉스가 아닌 존 리든에게 돌아갑니다.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알렉스라 할지라도, 선택해야하는 사람은 존 리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최선이니까요.

하프 문 베이의 기적을 찍은 한 장의 사진, 기적이 찍혀 있지만 그 진실은 기적이란 없다고 말하는 냉정한 증거... 하지만, 그 사진을 찍은 얀 터낸토는 실제로 그 기적을 경험했죠. 1968년 하프 문 베이의 기적을 본 얀 터낸토는 다시 한번 그 기적을 보고 싶어 매일 하프 문 베이로 가지만 실패하고, 결국 1991년 사진을 조작합니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일어 날 수 있는 일, 일생에 두 번은 없는 기회, 그걸 '기적'이라 부르는 걸거예요. 얀 터낸토의 1968년 단 하루, 세스에게 단 한사람, 망가진 틀이어야 정상이 되는 세계인 알렉스처럼 말이예요.

'기적'은 선택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어느날 어쩌다 갑자기 만나게 되죠. 하지만, 보았다면 벗어 날 수 없는 행운이자 불운이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전전반측' 리뷰에서 '상장되지 못한 섭공 주식'으로 설영을 꼽았는데, 왠지 그 순위가 아슬아슬합니다. 존 리든이 세스를 '사랑' 때문에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존 리든이 옆에 있으면 세스는 망가진 틀이 되지만, 알렉스 옆에 있으면 세스는 정상적인 틀이 됩니다. 정상처럼 보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세스'로 사는 삶을 바랄 수 있고, 그러기에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죠. 그것은 존 리든이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는 것'으로 묵인 할 수 없는 커다란 것이었고, 이것을 깨달아 버린 존 리든은 알렉스에게 세스를 빼았기를 요청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바밀씨님 소설에 수는 참 많이 구릅니다. 하지만, 공들의 절대적인 일편단심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 집니다. 그래서, 수에게 잔인한 사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라는 감상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줄탁동시처럼, 나아가려는 수의 의지와 공의 애정이 만날 때,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나 듯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거든요.

왠만한 명작도, 체력의 한계 때문에 중간에 한번은 쉬어가는데, 정말 '하프문 베이'는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 다음날 두통이라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도 겪었지만요. 그래도, 좋은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요즘은 두통약도 잘 나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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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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