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M블루

출간일: 2018.10.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이제 왔어?"

 

이미 새벽인데도 수현은 자지 않고 있었다. 집에 있을 때 입는 편한 옷이 아니었다. 꾀 차려입은 수현은 말했다.

 

"너는 바빠서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기억해서."

 

선우는 도통 알 수 없는 눈길을 보냈고 수현이 말했다.

 

"우리 결혼기념일"

 

그제야 선우는 뭔가 맞은 듯한 얼굴로 수현을 바라봤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설이 오늘 자신에게 무슨날인지 물었던 것인가? 빠르게 생각을 한 선우가 수현을 바라봤다. 늦게 들어왔음에도 수현은 타박 없이 말간 얼굴로 선우의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설명했다.

 

"촛불도 켜 놨었는데....."

 

"......"

 

"날이 지났지만 그냥 넘어가긴 좀 그래서."

 

쑥스러움을 숨기지 못해 속삭이듯 말하는 수현은 영락없이 사랑스러운 신부였다. 수현이 눈치를 보면서도 선우를 보더니 다가와 이마를 맞댔다. 수현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 처럼 숨을 들이마시더니 누가 들을까 걱정되는 듯 작게 말했다.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게. 애정이 충만한 목소리로.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선우야."

 

그러면서 선우의 손을 잡은 수현이 꼼지락거렸다.

 

"사랑해, 선우야."

 

 

 

point 2 줄거리

 

 

기: 오메가 수현은 차기대권주자인 김성식 의원 차남으로, 올곧은 아버지와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바르게 자라왔다. 김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대성그룹 부회장 아들 알파 강선우와 계열사 신성호텔 사장 아들 알파 민정우는 수현과 같은 학교를 다닌다. 어느날 수현은 도서관에서 히트가 터지고, 휘말린 선우는 수현과 각인이 된다. 선우의 알파 아버지는 오메가 어머니를 학대했지만, 각인된 둘은 헤어지지 못했다. 그 가정에서 자란 선우는 오메가를 혐오하고 각인을 저주라고 생각하며, 수현과의 각인 사실도 숨긴다.

 

승: 한편, 선우에게 열등감을 가진 정우는 선우를 좋아하는 수현을 강간하고 영상을 촬영해 협박한다. 수차례 폭행과 강간을 당한 수현은 복통으로 쓰러지고,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정우는 수현에게 각인하여 감형받고, 정우의 어머니는 김의원 포섭을 위해 수현과의 결혼을 밀어부친다. 선우는 베타 여자친구 설이 있었지만, 정우 어머니를 견제하기 위해, 수현의 상처와 자신에 대한 애정을 이용하여 수현과 결혼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수현 정우를 더욱 사랑하고 의지한다.

 

전: 하지만, 선우는 첫날밤에 여자친구 설에게 찾아가고, 결혼 후 계속 두 집 살림을 하며 수현을 기만한다. 수현은 성폭행 피해자인 자신과 결혼해 준 선우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맞추려 노력하지만, 선우는 그런 수현의 헌신과 오메가 수현과 러트를 보낼 때 느끼는 만족감이 불편했다. 결혼기념일, 수현은 외박하고 온 선우를 이해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 처연한 모습에 욱한 선우는, 수현을 사랑한 적도 없고 수현 때문에 각인이 되었다고 비난을 쏟아내며 목을 조른다. 선우는 실신한 수현을 방치하고, 설에게로 간다.

 

결: 이후로 선우는 대놓고 수현을 냉대하며 이혼해주지 않는다. 결국, 수현은 선우를 증오하며 밀어내고, 그런 수현을 보며 선우는 수현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한편, 출소한 정우는 설의 존재를 노출 시키며 선우를 공격한다. 정우는 수현을 가지기 위해, 개과천선한 척 연기를 하며 수현에게 접근하지만 김의원은 속지 않는다. 정우와 그 모친은 그런 김의원을 사고로 죽인다. 그리고 그 전모를 알게 된 선우는 수현을 지키기 위해 정우를 죽이고 감방에 가고, 정우 모친 역시 처벌 받는다. 수현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회운동가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쌍욕 유발자들! 화병주의!

 

 

각인하다'는 초반부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보통 용두사미의 글이 많은데, 오히려 앞부분이 어색했어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한 수현의 모습과 오메가의 인권이 무시당하는 사회배경에 대해서 서술 되어 있는 부분인데, 문맥이 부자연스럽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랄까요. 화면전환도 매끄럽지 못하고, 전개 속도도 급발진 급정거를 반복할 뿐더러, 대사로 배경정보를 전달하다보니 작위적인 부분도 불편했어요. 솔찍히,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 했습니다.

 

하지만, 1권 1/4정도를 넘으면 이런 껄끄러움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 구간에 이후 작가님이 엄청 성장하셨거나 초반부가 유독 잘 안 풀렸던 것 같아요. 그 이후 브레이크 없는 가속도 욕!욕!욕!구간이 펼쳐집니다. 많은 개아가공과 후회공을 봐왔고, 쓰레기 통은 뜨거운 빨간색부터 우울한 파란색까지 가리지 않지만, 정말... '각인하다'는 최고의 쌍욕 유발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읽기 시작하셨다면 반드시, 결론을 봐야합니다. 열 받는다고 중간에 멈추면, 쓰레기의 몰락을 보지 못하거든요.

 

'각인하다'에서 '각인'은 알파의 저주라고 일컬어 집니다. 알파는 단 한명의 오메가에게만 각인이 가능하지만, 오메가는 다수의 알파와도 각인 가능해요. 하지만, 사회의 주인이 '알파'였기에, 이 '각인'은 오메가에게도 저주가 됩니다.

 

정우는 선우를 좋아하는 오메가를 강간하지만, 모두가 쉬쉬하는 상황에서 은주는 자퇴를 해야 했고, 수현이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와 강간 사실이 밝혀지자 학교측은 수현의 잘못을 먼저 따지며 피해를 무마하려 합니다. 의원의 아내로서 의식이 있던 수현의 어머니가 나선 후에야 비로소 '강간 사건'이 되죠. 하지만, 정우는 각인이 감형 사유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수현과 각인합니다. 그리고, 각인된 알파의 안정을 위해서 성폭행 피해자인 수현은 가해자 정우와 대면을 강요 받고, 정기적으로 만나서 신체접촉을 해야 했습니다. 결혼 후 선우의 페로몬이 묻은 채 정우를 면회한 수현은, 관리 공무원에게 더러운 취급도 받아요.

 

'알파는 원래 오메가를 망치는 존재다.' 정확히 그 대사 같죠.

 

하지만, 진짜 욕나오는 것은 이런 거지같은 사회적 차별이 아닙니다. 이런 불평등은 현생에도 있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여성이 월등히 많고, 피해 여성들을 비난하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성범죄 처벌 수위가 낮은 국가에 속하고, 매맞는 아내, 바람피는 남편, 가부장적 사고, 성추행이 농담인 조직문화, 이 외도 불평등의 증거들은 산재해 있어요. 애당초 '여권신장'이라는 말이, 도대체 얼마나 바닥으로 부터 시작한 것이어야 이 정도를 '신장'이라고 말하는지부터 따져봐야겠죠.

 

진짜 욕을 부르는 것은 대성 그룹 사촌 형제예요. 한 리뷰에서 정우가 더 쓰레기인지 선우가 더 쓰레기인지에 대한 논쟁이 붙은 적이 있어, 저도 고민해봤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정우가 더 쓰레기가 맞지만, 수현의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똥과 설사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죠. 그저 둘 다 배설물일 뿐입니다.

 

선우의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각인을 저주하면서도, 오메가인 어머니를 완전히 가질 수 없다는 본능적 갈증에 폭력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늘 그런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었어요. 끝내 어머니는 미쳐버렸고,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선우는 알파로 사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베타인 여자친구를 사랑하면서, 결코 오메가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죠. 그래서, 정우가 자신에게 고백한 오메가를 노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하지만, 선우는 우연히 수현의 히트에 휘말려 오메가와 각인 한 알파가 됩니다. 마치 아버지처럼요. 수현이 미웠던 선우는 수현을 이용하고, 결혼 후 수현에게 박대하면서 설에게 사랑을 쏟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수현은 한결같이 헌신적이었고, 수현과의 정사는 설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만족스러웠어요. 선우는 점점 수현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를 봅니다. 구타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바라던 오메가의 모습을... 선우는 수현에게 더 잔인하게 행동합니다.

 

수현의 가족들은 수현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합니다. 대성그룹을 겨냥했던 검사 출신 김성식 의원은 신념을 꺾은 부패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오로지 수현의 행복만을 빌어 주었어요. 수현은 범죄 피해자가 되고, 불행한 결혼을 하는 것이 그런 가족들에게 큰 짐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숨깁니다. 반면, 대선 출마한 김의원의 당선이 이득이 되기 때문에, 대성그룹은 병들어가는 수현을 숨기며 선우의 외도를 알면서 이혼도 시켜주지 않아요. 당연히, 선우 역시 밖에서는 좋은 남편인 척 연기하며, 수현에겐 청승떨지 말고 참고 살라고 하죠.

 

저는 선우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불행한 가정사로 인해, 알파로서의 삶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의도하지 않은 각인으로 인해 삶이 망가졌다. 그런 변명을 대기엔 선우는 각인을 숨겼고, 수현을 이용해 이득을 챙겼으며, 수현에게 청혼했으면서 설과 헤어지지 않았죠. 이율배반적인 선택이었고, 스스로 한 결정한 일들이었어요. 선우는 뒤늦게 수현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수현에게 용서를 빌고 정우를 살해 한 죄로 10년의 수감 생활을 견디지만, 결국 수현과 이루어지지 않죠. 돌이키지 못하는 죄로 아파 해야하는 건 가해자의 몫이니까요.

 

외전에서 수현과 선우는 다시 태어납니다. 사회운동가였던 수현이 최초 오메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세계에서 말이예요. 수현은 선우를 사랑하고, 선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날 찾아주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선우와 그저 천진난만한 수현의 모습에 긴 여운이 느껴졌어요.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 없지만, 선우가 알파와 오메가라는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려 했을 때, 그 방향이 잘 못 되었다고 제동을 걸어줄 계기가 단 한 번도 없었을까?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우는... 저혈압인 분들에게 좋은 치료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선우가 조금이라도 연민을 느낄 여지가 있었다면, 정우는 그냥 타지도 않고 재활용도 불가한 쓰레기죠.

 

욕하면서도 아침드라마를 챙겨보시는 분들이라면, 그 못지 않은 욕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런지, 보면서 숨이 차더라고요. 재탕 할 만한 좋은 작품이지만, 재탕 하기에는 용기와 체력이 필요한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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