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M블루
출간일: 2017.06.1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억울해? 천제림이 물었다. 아니, 안 억울해. 떨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따지고 보면, 이 상황을 만든 건 나다. 내가 벌인 일이야. 억울하지만 아무한테도 억울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일자로 다물린 내 입술을 천제림은 손가락 빨듯 쪼옥 빨았다. 천제림이 칼을 들어 손묵 위를 겨냥했다. 손목에 차갑고 뾰족한 감각이 느껴졌다.
"......!"
"안 아프게 그어 줄게요."
잡힌 손목은 못이 박힌 것처럼 미동조차 없다. 연신 고개를 흔들었따. 벌어진 입에선 말소리 대신 공기만 터져 나왔다. 천제림은 사형수의 마지막 만찬처럼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진짜 죽으려고 그랬어요?"
"...흐, 아...니..."
우위를 채우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잠시 사그라졌다. 잡힌 손목이 느슨해지며, 뾰족한 감촉도 사라졌다. 천제림이 뚫어지게 나를 쳐다본다. 나는 녀석이 지키고 있는 침묵이 내게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point 2 줄거리
기: 고아인 김순조는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을 듯 공부해 명문대에도 입학하지만, 쪼들리는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후배 재이는 여장을 조건으로, 월200만원짜리 과외를 소개 해 준다. 돈이 필요했던 순조는 과외를 수락하고, 천제림의 과외 선생님이 된다. 예상과 다르게, 제림은 순조를 잘 따랐고, 순조는 그런 제림 앞에서 긴장을 내려 놓는다. 그리고, 제림의 친구들과 즐겁게 술 게임을 한 날, 순조는 제림에게 강간 당한다.
승: 한 번만 더 하면 받을 수 있는 200만원을 생각하며, 순조는 마지막 과외를 간다. 그리고, 제림의 발언에 정사 장면이 몰카 당했다고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과외는 계속 되고, 제림이 순조의 학교에 합격하면서, 순조의 일상에 제림은 깊숙히 침투한다. 순조는 제림 몰래 학교를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 갈 계획을 세우지만, 제림에게 들켜 끌려 온다. 그 후 자살시도를 하지만 그 역시 제림에 의해 제지 당하고, 제림과 같은 상처를 나누는 의식만 치루는 꼴이 된다.
전: 그러던 어느날 순조는 과방, 제림과 섹스 장면을 재이에게 들키고, 흥분한채 제림의 집에 쳐들어가 몰카를 부시려 난동을 피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제림의 어머니를 만난다. 순조는 그 후 제림의 어머니를 찾아가 제림으로부터 숨겨 달라고 애원하고, 그녀는 순조를 정신병원에 입원 시킨다. 하지만, 순조의 보호자로서 병원에 나타난 제림에 의해 퇴원하고, 제림의 집에서 살게 된다. 한편, 순조는 동네 편의점 알바인 주언과 친해진다.
결: 주언은 알바비를 탓다며 순조에게 술을 쏘고, 순조는 의심없이 그 술을 먹는다. 사실, 주언은 제림에게 원한을 가지고 순조에게 약을 먹어 강간하려 했다. 하지만, 제림에게 발견 되 실패한다. 제림은 순조를 다치게 할 뻔한 사건 이후, 순조에게 병원 약과 함께 예전에 순조가 샀던 집 열쇠를 준다. 순조는 드디어 제림에게서 벗어났다. 하지만, 순조는 제림이 없는 생활을 불안해 하며, 결국 제림에게 도움이 요청한다. 순조는 제림의 집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인간적인 사패공, 천제림
인간적인 사패공이라니,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말인가? 하지만, 정말 저는 이렇게 인간적인 사패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순조의 다사다난한 인생을 보면서도, 그다지 피폐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시점이 넘어서는, 순조의 공포가 과장 되었다는 생각도 초큼 들었죠. 물론, 천제림의 행동이 정상범주에서 이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순조로운 생활'은 '피폐물'아니겠습니까? 하드코드치고는, 매운맛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천제림은 영국에서 수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여행 온 재이와 친해지면서, 간혹 서울로 놀러와 그의 친구들과 어울렸죠. 이 만남은 제림의 지루하고 무감한 인생에 변곡점이 됩니다. 일단, 재이가 어울렸던 무리 중 주언이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제림의 어깨에 볼링공을 던지면서, 제림은 수영을 할 수 없게 되요. 뒤늦게 대학 공부를 시작하죠. 그리고, 재이가 보여 준 학과 사진에서, 아꼈지만 결국 죽고만 햄스터와 닮은 순조를 발견하고 관심을 보입니다. 늘 돈이 궁했던 순조의 사정을 잘 아는 재이가, 순조를 제림의 과외선생님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었죠.
제림은 장난처럼 요구한 여장을 하고 온 순조가, 수영 선수를 못하게 된 사건을 들으며 대신 분노하고, 사명감에 가득차 열성적으로 쫑알거리는 모습을 보며, 관심 이상의 흥미를 가지게 되죠. 그리고 술에 취한 순조를 강간합니다. 여기까지는 빻빻한 피폐물 속 개아가공의 공식루트를 차근차근 밟아간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제림이 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순조는 빡빡한 살림에, 한 번만 더 과외를 하면 받을 수 있는 과외비가 궁해집니다. 그래서, 강간 사건이 있은 이후에도 제발로 제림을 찾아갑니다. 순조의 맛을 알아버린 제림에게 과외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죠. 순조는 마지막이라며 그의 강제에 응하고, 제림의 눈짓과 장난에 몰카가 있다는 의심합니다. 제림은 몰카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없다고도 말하지만, 순조은 되려 몰카의 존재를 확신합니다. 그렇게 무형의 덫에 스스로 걸려 버려요.
제림이 순조의 학교에 들어오고 난 뒤, 순조는 문자나 전화를 안 받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제림을 피하지만, 오히려 이런 행동은 제림을 더 화나게 하죠. 순조는 제림에게 제법 고분고분하게 굽니다. 그래서, 제림은 순조와 자신의 관계에 봄이 왔다고 믿게 되어요. 순조가 제림으로부터 도망칠 준비를 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예요. 힘들게 들어 온 대학이었지만, 순조는 자신의 생활을 지배하는 듯 한 제림의 존재를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무도 없는 시골로 떠나죠.
순조의 계획은 서툴렀고, 제림은 순항 중이라고 생각했던 순조와의 관계가 거짓말 범벅인 기만이었다는 것을 깨닫죠. 제림은 순조를 끌고 옵니다. 하지만,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감금을 하지도 않고, 몰카를 찍지도 않고, 약을 먹이지도 않아요. 순조는 그렇게 학교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후 순조는 가스를 켜고 자살하려하지만, 제림이 칼을 들이 밀었을때는 또 살고 싶어해요. 제림은 순조의 손을 베지만, 자신의 손에 더 깊은 자상을 입힌채 둘만의 의식을 치릅니다.
이후, 정신병원에 찾아 갔을 때도 제림은 화를 내지도, 감금하지도 않고, 집에 모셔 둡니다. 오히려, 순조의 몸이 제림과의 정사를 기억하고 못견뎌하죠. 물론, 제림은 순조의 병원기록을 지우고, 순조에게 병원에서 처방한 강한 약을 쥐어 주긴 합니다. 불안해진 순조가 자신의 곁을 안락하다고 느껴며 스스로 돌아 올 수 있도록 말이예요. 분명 가슬라이팅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 집착광공의 통제치에 비하면 결코 높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죠.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던가요? 순조는 그토록 바라던, 순조로운 생활을 합니다. 학교도 복학하고, 대학 신문에 인터뷰도 하고, 제림과 함께 수영도 합니다. 교환학생으로 영국도 가고, 제림과 1월1일 불꽃놀이도 봐요. 돈이 궁박한 생활도, 노력을 보상받지 못한 삶도 아닙니다. 또, 제림은 마치 슈퍼맨 처럼, 순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날라가죠.
물론, 강간과 폭행이라는 요소가 있으니 피폐물로 보아야겠지만, 읽는 동안 저의 개인적 감상은 도망수 있는 할리킹 같았어요.대놓고 달달한 외전도 한 몫했지만, 본편에서도 제림으로 인한 위기보다 제림이 구해 준 위기가 더 많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림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모럴리스한 사패가 맞습니다. 하지만, 매우 인간적이예요. 외전이 한편 더 나온다면, 저는 제림을 당당히 다정공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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