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모드
출간일: 2021.04.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그의 고동색 눈동자가 자신만을 가득 담고 있는 연녹색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나는 사는 데 대단한 목표가 있진 않았어. 주어진 데서 큰 욕심 없이 적당히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라파엘은 겨우 이 정도 말로도 퍽 속상한 얼굴을 했다.
"네 옆에 있으면 계속 현재 이후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
"......"
일그러졌던 미간이 금세 풀리고 눈꺼풀이 깜빡였다. 가을바람이 귓가에 꽂힌 꽃잎을 흔들었다. 놀란 눈으로 멈춰서 있는 라파엘에게 단테가 한 반짝 다가갔다.
"너는 내게 생각보다 더 벅차고 행복한 일이더라."
단테에게도 라파엘만큼 달콤하지는 못하겠지만 고대하던 날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몇 번이고 먼저 문을 두드려준 후배를 대신해, 이번 고백만큼은 자신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네가 준 것들을 내가 알아챌 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
point 2 줄거리
기: 특수부대 ODA-133 팀장 단테 베일리는 3개월간 진행된 작전을 마치고, 제도로 돌아와 팀원들과 회포를 푼다. 팀막내 헤인스워스 라파엘의 6개월간의 수습 마지막 날이자 다음날부터 장기 휴가에 돌입하는 팀원들은 취할 때까지 마시고, 단테는 만취한 라파엘을 연회장이 있는 호텔 빈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둘은 뜨밤을 보낸다. 그 다음날부터 라파엘은 연락 두절되고, 단테가 그런 태도에 실망을 하고 있을 때 폭행 당한 얼굴이 상한 라파엘이 나타난다.
승: 라파엘은 그날 자신이 단테를 강간했다고 판단하고, 자수 전 육군 총사령관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다 맞았던 것이었다. 단테는 라파엘과 함께 헤인스워스가를 찾아가 강간이 아니었고 화간이었다고 정정하며, 총사령관에게 라파엘 폭행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단테의 그 모습에 헤인스워스가는 단테를 라파엘의 약혼자라고 단정 짓고, 졸지에 단테는 명문 귀족가인 헤인스워스의 사위가 된다. 그리고 라파엘은 숨겨왔던 단테에 대한 연심을 밝힌다.
전: 단테는 라파엘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구애를 받으면서 라파엘의 진심을 느낀다. 단테는 자신의 출신과 라파엘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라파엘에게 포기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라파엘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졌고, 우여곡절 끝에 단테 역시 라파엘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라파엘이 있는 테네시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단테는 그 테러를 진압하며 영웅이 되고, 귀환한 단테와 라파엘의 애절한 모습이 방송을 타며 두 사람 사이는 제국적으로 알려진다.
결: 한편, 사관학교 시절부터 고아인 단테를 무시해 온 데릭슨 에프런의 시기심은 폭발하고, 결국 단테가 자란 성당을 위기에 빠뜨린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단테는 데릭슨과 싸우고 징계를 받는다. 그 뒤 라파엘은 데릭슨을 폭행하는 하극상을 저지르고, 제대한다. 단테는 라파엘과 동거를 시작하고, 라파엘은 단테와 같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돕기 위해 헤인스워스 재단 이사로 취임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Life는 단테 베일리처럼, Love는 헤인스워스 라파엘처럼
'로맨틱 캡틴 달링'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두둥! 짧았던 크리스마스 외전의 아쉬움을 달래 줄 따끈한 외전과 함께 말이죠. 새로운 외전에서, 어린 신부를 꿈꾸던 라피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 집니다. 단테 베일리는 단테 헤인스워스가 되고, 무시무시한 시동생 11명과의 결투(?)에서 라파엘은 단테를 얻어 내죠. 본편의 방점을 제대로 찍은 외전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대형견공과 우월능력미인수, 울보절륜공과 유혹연상수, 애절과 달달이 적절히 섞인 포근 따뜻 므흣 스토리, 모아이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입니다.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싶은 울보들이 순수하고 올곧게 직진하는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제가 모아이님의 소설에서 유독 애정 하는 캐릭터는 이런 댕댕이들보다는 좋은 사람의 표본 같은 강수들입니다. 공에게 사랑과 존경을 한 번에 받는, 정말 만나고 싶은 인간상들이에요.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좀 다른 타입의 공수를 다룬 군부물입니다.
단테는 고아예요. 하지만, 성당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자랐고, 80명의 동생들을 가진,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뛰어난 신체 기량을 발휘한 단테는, 장학금을 받고 학군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다수가 귀족층으로 이루어진 제1사관 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해요. 성격 좋고, 수려한 외모의 단테지만 차별은 피할 수 없었죠.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밀려 군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기수 선배 데릭슨 에프런은 고아 출신의 평민과 같은 학교 다니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단테를 괴롭힙니다. 그 서러움이 익숙해져, 무감해질 때까지 말이죠.
차별을 받은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뉘죠. 내가 받은 차별을 나보다 더 약자에게 대물림하거나, 내가 받은 차별을 반면교사로 삼아 반대로 행동거나 말이에요. 단테는 후자였고, 팀장, 사수, 선배가 되어도 아랫사람에게 친근한 상대가 되어 줍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단테는 요령도 불평도 없이 소신껏 살아갑니다. 약자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군대가 싫었던 라파엘은, 가장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단테의 모습에 반하게 되죠. 그리고, 오랜 군대 생활을 한 총사령관도, 3선 정치인 도시자도, 몸값 비싼 황실 변호사도 그 낯선 정직함에 빠져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헤인스워스 가족들에게 단테는 신기할 정도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단테는 월급의 8할을 성당에 가져다주고, 어머님이 없는 상황이 오면 동생들 중 일부를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단테는 스스로를 '사랑'에는 헌신적일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만남만을 이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라파엘이 좋은 사람일 수록, 더 자신을 많이 사랑 할 수록, 밀어내고 피합니다. 하지만 헤인스워스 패밀리는 단테를 제대로 찜 했고, 오히려 이런 노력들은 개미지옥처럼 단테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만 돼요.
결국, 단테는 행복한 항복을 선택합니다. 생각이 많은 단테는, 직진하는 라파엘를 이길 수 없었고, '좋은 사람' 단테는 라파엘은 만나 비로소 '좋은 사랑'을 배우죠.
'로맨틱 캡틴 달링'은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군부물은 아닐지 모릅니다. 사건과 갈등은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해결 되리라 예상 가능하기도 하고, 시작부터 헤인스워스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 때문에 단테의 고생은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댕댕이가 우리 캡틴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과거 상처를 안타까워하는 것을 골자로 하니까요.
하지만, '로맨틱 캡틴 달링'은 몰입도가 높습니다. 단테와 라파엘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이죠. 눈이 따뜻한 촉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퐁실함이지 않을까? 눈부신 순백색의 솜뭉치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달까요. 좋고, 예쁘고, 착하고, 귀엽고, 바른 것 종합세트! 자극적인 매운맛에 쓰린 속을 땃땃하게 댑혀 주는 닭고기 스프 같은 글이죠. 그래서, 구원물이 아님에도 꼭 '힐링물' 키워드를 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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