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12.19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산타클로스도 누군가 소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이 대상이라면."

그는 얼굴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너를 알고 지낸 세월은 너무 일방적이었어. 너를 더 알고 싶었지만, 불문율을 깰 수 없어 늘 망설여야 했지. 하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길었던 기다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결국 너는 내게로 왔잖아. 우리의 남은 시간을 앞으로도 영원할 거야."

그는 내 손을 잡고 나의 얼굴을 시간을 들여 차분히 바라보았다. 마치 그 속에 과거의 내가 숨겨져 있기라도 한 듯, 입맞춤을 조르던 아이와 그에게 엉뚱한 소원을 빌었던 내 모든 순간을 건져 올리듯 나를 보았다. 그 깊은 눈을 바라보자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의 얼굴을 마주해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소원이 뭔데요?"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 안달이 난 내 모습에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point 2 줄거리

기: 어릴 때부터 매해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었던 아인 리, 올해는 '섹시하고 잘 생긴,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해주세요.'라고 적어 성탄 양말에 넣었다. 그때, 상사 레지 이글턴에게 연락이 온다. 갑작스럽게 연장된 출장 때문에 이틀 뒤 미팅에 대신 나가 달라는 것! 아인리는 젠텐스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산타클로스의 첫째 아들, 하칸 클로스의 신제품 브랜드 매니저가 된다. 잘생기고 거만한 하칸 클로스는, 아인 리에게 크리스마스 소원을 묻는다.

승: 하칸은 '야근 없는 크리스마스 맞이'를 소원이라고 말하는 아인 리에게 무례하게 굴며, 아인 리의 작년 민망한 크리스마스 소원을 말한다. 신제품 계약은 성사 됐지만, 아인 리는 적나라한 망상을 들켰다는 사실에 몸서리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홀로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는 아인 리 앞에 하칸 클로스가 나타난다. 하칸은 뒷걸음 질 치는 아인을 데리고 옥상 주차(?) 된 순록 썰매에 태운다. 아인은 하늘을 나는 썰매를 타고 하칸과 함께 선물을 나누어 주러 다닌다.

전: 신비스러운 경험에 신이 난 아인 리는 긴장을 풀고 수다스러워진다. 하칸은 아인이 여섯 살 산타와 함께 선물을 배달하고 싶다는 소원, 여덟 살 하늘을 날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열 살 옆집 형과 입 맞추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지며, 아인의 크리스마스 소원은 은밀한 욕망의 절정을 이룬다. 하칸은 아인의 소원을 하나씩 모두 이루어 주겠다고 하고, 쌓아 온 소원들을 하나씩 실천(?)한다.

결: 일찍이 깨달은 성향, 보수적인 집안, 소심한 성격의 아인 리는 상상 속 자유분방한 또 다른 아인 리의 소원을 성탄 양말에 넣었었다. 그 대부분의 소원을 한큐에 이룬 아인 리는, 열 살 처음 이루어진 크리스마스 소원의 주인공인 옆집 형이 사실은 하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밤을 보내고 아인은 하칸을 떠나보낸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인은 주택가에 주차된 빨간 페라리에서 하칸을 발견한다. 아인의 크리스마스는 끝나지 않았다.

point 3 전지 충의 Review: 진짜 소원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라는데... 이것이 정말 실화인가요? 어제가 23일인 것은 알았지만,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인 것은 이렇게 낯설 수가 없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매년 크리스마스는 들뜨는 날이었습니다. 소소하게 지인들과 선물도 주고받고, 제법 좋은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식사도 하고, 반짝이는 트리 장식과 신나는 캐럴, 연말의 우울함을 잊게 되는, 에너지 넘치는 휴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해는... 정말 1년을 정확히 365등분 한 것 같은 비중의 하루네요.

길거리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성탄절 분위기를 책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12월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테마의 작품들을 몇 권 사서 읽었지만... 슬프게도 성공률이 낮았습니다. 오히려 우울해지는 부작용에 시달렸죠. 올해는, 참으로 경건하고 고요하게 지나가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을 때, 두둥! 하고 등장한 '섹시 산타 카리스마'! 정말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실패한 크리스마스 테마 서적들의 공통점은, '업'에만 집중했다는 거였어요. 밝고, 자극적이고, 가벼운 소재와 전개들이 주류를 이뤘죠. 그런 것들이 나쁘다기보다는, '어울림'이라는 것도 중요한데, 이 내용에 왜 꼭 '크리스마스'가 필요한지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호객꾼이 산타 복장을 입어도, 산타가 될 수 없는 느낌이랄까요. 산타는 빨간 옷을 입은 사람 아니라, 선물을 주는 사람 아니던가요? 좀 빚 좋은 개살구 같았어요.

그런 점에서 '섹시 산타 카리스마'는 투텀즈 업!이었습니다. 아인 리는 게이에 작고 소심한 동양인입니다. 성실하고 믿음직하지만, 그런 점이 상사에게도 놀림거리가 되죠. 아인 리는 좋아했던 옆집 형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그 짝사랑의 마음을 소원에 담아 성탄 양말에 넣습니다. 그리고, 그 해 소원이 이루어져요. 형이랑 입 맞춤을 하게 되거든요. 그다음부터 아인 리는, 현실의 아인 리가 결코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장 음습하고 본능적인 소원들을 성탄 양말에 넣습니다. 올해도 말이죠.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면, 산타 할아버지는 엄청 부자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부자였죠. 젠텐스사의 숨겨진 VIP, 세계 유수 재벌보다 더 많은 부를 보유한 큰 손, 클로스가의 장남 하칸 클로스는 매해 아인 리의 '진짜 소원'을 봅니다. 하지만, 옆집 형이 되어 들어주었던 열 살 이후로의 소원은... 도저히 들어 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올해 소원을 달랐죠. 섹시하고, 잘 생긴 카리스마 있는 상대가 되어 아인 리의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아인 리는 누적된 진짜 소원들을 들어줘요.

'진짜 소원'은 의외로 알기 힘들어요. 어릴 때는 솔직했던 것 같은데, 생각이 많아지면서 스스로에게 조차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백과사전 전집이나 위인전을 소원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아인 리는 대외적으로 '야근을 하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 수밖에 없었지만, 진실로 원한 건 상상 속 '아인 리'처럼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거였죠. 양말에 넣는 순간, 빼박 접수된다는 소원 접수처인 성탄적 양말의 실체를 알게 된 아인 리는, 하칸에게 더 이상 숨길 방법도 이유도 없었어요. 게다가 섹시하고, 잘 생기고, 카리스마 있고, 절륜하고, 돈 많고, 정확히 아인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죠.

크리스마스 자정, 하늘을 나는 순록 썰매를 타고 황홀한 밤을 보낸 아인 리는 그 다음날 현실로 돌아옵니다. 산타의 선물은 행복하지만, 크리스마스에만 받을 수 있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인 앞에 하칸은 또다시 나타납니다. 하칸은 말합니다. 이번엔 산타의 소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하칸은 아인에게 '천년 뒤의 크리스마스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소원을 빌어요. 네, 크리스마스엔 모두가 행복해야겠죠. 아인 리와 하칸을 포함해서 말이에요.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랍니다. '진짜 소원'을 클로스가에 전송해주는 성탄 양말은 없을지 모르지만, '진짜 소원'을 알고 있고, 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진짜 희망'이 Happy New year에 이루어지길 바랄게요.

Merry Chistmas!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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