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s me, Liar 본편 Review

 

2020/08/02 - [BL 소설] - [오메가버스/리맨물/삽질물] Kiss me, Liar - ZIG

 

[오메가버스/리맨물/삽질물] Kiss me, Liar - ZIG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7.01.18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 ​ point 1 책갈피 ​ "아프고, 아프게 하고, 다치고, 다치게 하고, 그리고 키스하고 화해하고. 다시 고백하고, 외롭지 않게 안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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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두통이 일어나 무심코 신음을 흘렸다. 연우가 기억을 잃었을 때 자신과 있었던 일을 못 믿고 계속해서 엉뚱한 소리를 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의 바닥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그는 더 깊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레바스조차 이 정도로 깊지 않을 것이다.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연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했다.

그만큼 나를 좋아했구나.

새삼스러운 죄책감과 무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치밀어 오르고, 자신이 얼마나 졸렬한 쓰레기인가를 연달아 자각했다. 페로몬을 이유로 자신은 실제 그토록 많은 상대와 놀아난 주제에 연우가 같은 짓을 한다는 상상만으로 이렇게나 속이 뒤집어지다니.

point 2 줄거리

외전1: Kiss me, Idiot: 연우는 키이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키이스가 잠자리 경험이 많다고 오해를 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던 어느 날 SM 플레이가 화재로 등장하고, 얼떨결에 연우는 키이스와 플레이를 약속하게 된다. 하지만, 연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는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키이스를 좋아해 오메가로 변이한 후 10년간 누구와도 자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외전2: 어느 날 갑자기: 외전1에서 SM 플레이 준비(?) 해야 했던 연우는, 급한 데로 데인에게 SOS를 요청하고 함께 성인용품점에서 쇼핑을 한다. 그리고 그 장면이 파파라치에 찍히면서, 연우와 키이스의 파경 기사가 나고, 연우는 해명을 위해 키이스의 사무실로 가려 한다. 그러던 중 연우를 쫓아오던 스펜서가 계단에서 넘어지고, 연우는 몸을 날려 스펜서를 구한다. 병원에서 깨어난 연우는 기억상실에 걸린 채, 오로지 키이스가 상처 준 사실만을 선명히 떠올린다.

외전3: Kiss me, Gentleman: 외전2에서 연우는 다행히 기억을 찾지만, 키이스는 과거 연우에게 많은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면서 연우가 얼마나 많이 참고 불안했을지 이해한다. 그러던 중 키이스는 장기 출장이 잡힌 날, 연우는 감기에 걸린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연우는 불안함을 느낀다. 그 모습을 본 키이스는 아픈 연우를 데리고 출장을 떠나고, 오랜만에 회사일을 접한 연우는 비서였던 과거를 떠올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해결하지 않은 것은 해결되지 않는다.

저는 외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외전은 본편 이후 이야기나 AU를 가정한 별개 스토리를 다룬,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 않은 '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건빵의 별사탕 같은 존재랄까요. 별사탕이 없으면 섭섭하지만, 건빵은 건빵만 있어도 건빵이죠. 그래서, 본편의 연장선상에서 스토리 전개가 있는 외전은, 외전이 아니라 2부로 편성해야 한다!!! 고 생각 합니다.

이런 점에서 Kiss me, Liar 외전은 참 독특합니다. 물론, 본편보다 외전이 더 많은 작품들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본편의 이야기에서 더 전개가 된 것이 아님에도, 번외 단편을 다뤘다고 하기엔 외전과 외전끼리, 또 외전들과 본편이 유기적 연관 관계를 맺고 있는 작품은 생경해요. 고로, 외전을 리뷰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Kiss me, liar'는 오만한 재벌이자 극우성 알파 키이스와, 그를 사랑한 거짓말쟁이 연우의 '사랑 찾아 삼만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대학시절 만남, 변인, 그리고 사랑을 모두 비밀에 부치고, 유능한 비서를 연기하며 키이스와 그의 파트너 뒷수습을 도맡고 있던 연우가, 불행한 사고로 퇴사하게 되면서 급진전돼요. 키이스는 연우에게 끌리면서도 남자인 연우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죠. 하지만, 눈앞에서 연우가 사라지자 다급해집니다. 결국, 연우의 치료를 돕겠다는 명목으로 반동거를 시작하고, 본능처럼 사랑하게 돼요. 물론, '사랑'을 해 본 적 없는 키이스와 '진실'을 숨기기 바쁜 연우의 연애는 쉽지 않았고, 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결론은 Happy ending입니다. 하지만, 누가 사랑은 짧고, 생활은 길다고 하던가요? kiss me, liar의 외전들은 그 ending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물론, 다정한 키이스와 행복한 연우의 깨소금 결혼 생활이나 스펜서의 사랑스러운 육아기도 나옵니다. 더불어, 'Kiss me, If you can'의 주인공 조쉬의 아이들과 스펜서의 '사랑 쟁탈전'도 매 외전에 등장하죠.

하지만, 외전과 외전의 고리를 잇는 줄거리는, 연우와 키이스가 풀었어야 했지만 방치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입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 괜찮아진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성공만 하면 과오는 만회된다. 어쨌든, Happy ending이라는 걸까요? 결국, 그래서, 결론적으로 어떻게 됐는데? 그것이 중요하다면 맞는 말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저는 그만큼 충분히 좋은 결과도 성공도 겪어 보지 못한 까닭인지, 그다지 동의하는 말들은 아니에요. 화해하더라도 싸울 때 상처 준 말들이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고, '없던 일로 치자.'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없죠.

단지, 더 이상 그 불편한 화제를 꺼내지 말길 바라면서, 상처를 묵인하더라도 잃기 싫은 관계이기에, 감수할 따름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툴툴 털어 버리는 건 피해자만 할 수 있을 뿐, 가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이 더 많이 하는 말이라는 것이 씁쓸하긴 하네요.

본편에서 도망친 연우를 찾으면서, 키이스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요. 연우는 키이스에게 각인한 것도, 키이스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도 숨기죠. 결혼을 하자고 매달리는 키이스를 받아주는 것처럼 기만하고, 준비했던 빅엿을 선사하며 키이스를 떠납니다. 키이스는 연우를 번번이 놓치며, 연우가 다른 알파와 아이를 지우러 병원을 갔다는 소식을 들으며, 연우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스펜서를 낳은 결말이 훌륭한 happy ending이라고 여겨졌을지도 모릅니다. 연우와 키이스가 서로 동등하게 주고받은 거라고요.

'해결하지 않은 것은 해결되지 않는다.' 외전에서는, 그 엔딩이 동등하지도, 완벽한 happy도 아니라고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어요. 두 사람은 '결혼'을 한 것이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물론, 감정에 '해결'이 있을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연우의 '거짓말'은 짝사랑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하기엔, 키이스가 연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고, 키이스의 '폭언'은 서투른 애정이었다고 주장하기엔, 연우에게 잊히지 않는 상처를 너무도 많이 남겼죠.

용서를 비는 사람이 없는데, 용서를 하는 사람만 있고, 진실을 알려 줄 당사자는 없는데, 오해가 없다고 믿는 사람만 있는 꼴이에요. 감정'해소'는 어렵더라도 분명 감정'해결'은 미룰 수만은 없죠. 하지만, 참 쉽지 않습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고, 과거의 사건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괜히 찌질해 보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각 외전마다 어쩔 수 없이, 풀어내야만 하는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외전1 SM 플레이, 외전2 스캔들 기사와 기억 상실, 외전3 연우의 회사 방문, 말이에요. 참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파 껍질처럼, 한 사건 뒤 켜켜이 쌓인 실체들을 알아가면서, '의도'와 '해석'을 새로 쓰는 일들이 반복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숨겨져 있던,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죠. 연우가 몰랐던 것, 키이스가 몰랐던 것이 모두 있지만, 그 합을 보면 결국 키이스의 후회 지분이 더 많은 듯합니다.

받은 상처의 통증이, 준 상처의 후회보다 더 아프기 때문일까요? 피해 입은 일은 세세히 기억하면서도, 피해 준 일은 정말 기억이 안 납니다. 무시하거나 잊었다기보다는, 정말 인식조차 안 돼요. 그런데, 만약 내가 많이 아파한 일의 주범이 후회는 고사하고 기억조차 못 하고 있다면, 너무 괘씸합니다. 매일 반성을 하고 살 필요는 없지만, 제쳐 둘 일도 아닌 듯하죠. 키이스처럼 길~~게, 미뤄 둔 분만큼의 죄책감을 더해서, 언젠간 꼭 해결해야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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