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09.16

분량: 본편 5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살짝 열어둔 창밖에서 싸구려 폭죽이 픽픽 튀어 오른다. 새해였다. 슈슈는 뤼옌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코코아가 섞인 달콤한 술기운에 달아오른 몸이 뤼옌에게 가까워진다. 쪽, 맞붙은 입술이 따뜻하다. 마시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향기가 풍긴다. 입맞춤에서 시작된 키스는 좀 더 짙었다. 혀로 입술을 핥고 서투른 몸짓에 맞춰 그를 헤집듯이 녹였다. 한계치까지 달아 오른 찰나에 뤼옌은 억지로 제동을 걸었다. 만일 여기서 선을 넘는다면, 여태 뤼옌이 의도하려던 다정함이 더는 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나를 자꾸 건드리면 안 돼, 슈슈."

"내가 뤼옌을 건드렸어요?"

"아주 많이. 지금도 그러고 있고."

실낱처럼 가늘어진 경계선 중간이 점점 흐려진다. 숨을 크게 내쉰 슈슈가 뤼옌의 목에 팔을 가볍게 둘렀다.

"뤼옌이 싫다면 안 건드릴게요. 하지만."

팔을 붙잡은 손가락이 약하게 살결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달라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건드려도 되는데."

입술을 벌리고 헤헤 웃으며 슈슈가 속삭였다.

point 2 줄거리

기: 본명 윤수영,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중국계 매춘부 페이에게 길러져 '슈슈'로 불린다. 불법 약물 유통책이자 형사 마이클의 정보원인 슈슈는, 신형 마약을 유통한 라틴계 마약 카르텔 바실리스크 수사를 돕게 된다. 그리고 클럽에 잠입해 마르게스에 접근하던 슈슈는, 절대 만나야 안되는 사람과 마주친다. 천뤼옌, 페이가 죽던 날 그 장소에 흔적을 남기고 떠난 중국계 마피아 백사의 간부, 슈슈는 그 날 이후 백사의 정보를 FBI에 넘기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승: 얼떨결에 슈슈는 마르게스와 천뤼옌의 포커 상품으로 걸린다. 다행히 마이클의 급습으로 현장은 정리되지만, 슈슈는 룸메이트 앤디와 도망을 가고, 기차역에서 천뤼옌에게 잡힌다. 뤼옌은 앤디의 안위를 담보로 슈슈를 협박하고, 결국 슈슈는 뤼옌의 호텔방에 감금된다. 슈슈는 뤼옌이 페이를 죽였다고 추측하면서도, 천뤼옌에게 페이를 죽인 범인을 죽여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살인 청구 완료시까지 자신의 몸을 뤼옌에게 준다. 뤼옌과 슈슈는 페이를 죽인 범인을 함께 쫓는다.

전: 한편, 바실리스크의 수장 미아 토레스를 만나러 간 자택에서, 슈슈는 백사의 또 다른 간부 레이몬드를 만난다. 그 후 뤼옌과 슈슈는 공격을 받고, 퇴역 군의관 사만다가 있는 성당에 숨는다. 그곳에서 슈슈는 마이클을 만나 백사의 정보를 넘기고, 레이몬드는 그런 슈슈의 행보를 천뤼옌이 다 알고 있다고 알려준다. 더불어 백사의 다른 간부들이 노리고 있다며, 보호를 이유로 슈슈를 카오춘의 배에 태운다. 그리고 그 배에서 슈슈는 뤼옌의 살인자다운 면모를 실감한다.

결: 슈슈는 뤼옌에게 도망쳐 마이클을 찾아가고, 페이가 자신처럼 '정보원'으로 일했고, 백사의 수장 '천쿤'의 물건을 훔치려 했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이클은 흥분한 슈슈를 체포하지만, 슈슈는 바실리스크 미아의 자택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미아는 뤼옌에게 슈슈를 넘기고, 뤼옌은 슈슈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한편, 천쿤은 페이가 훔친 물건을 가진 슈슈를 납치하고, 뤼옌은 슈슈를 구하러 간다. 뤼옌은 천쿤을 죽이고 크게 다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온 슈슈의 앞에 뤼옌이 나타난다.

point 3 전지 충의 Review: Go Go 슈슈!!!

'수렵'에는 정말 많은 인물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 그 배경이 되는 복층적 감정이 나옵니다. 오랜 시간 누적 된 사건사고들이, 계기를 만나 또 다른 사건의 변곡점이 되며, 이야기는 활기찬 가지치기를 이어가죠. 그래서, 몸을 대가로 살인청부한다는 설정상 신의 비중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스토리 라인 중간중간마다, 다소 길고 반복되는 신이 있다는 것이 '제동'처럼 느껴져 아쉬웠습니다.

'수렵'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나옵니다. 주인'공수'에게 헤드라이터를 양보한 채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존재감으로 남는 것이 아닌, 모두 자기 자리에서 나름에 애환과 사명감을 가진, 성격 있는 인물들로 묘사되죠. 악역이든, 조연이든 말이에요. 물론, 그중에 단연 1등은 주인수 슈슈입니다.

슈슈에 대한 평가는 리뷰어마다 차이가 큽니다. 답답수나, ㅈㄹ수로 묘사되는 경우도 꾀나 많습니다. 이유는, 슈슈가 페이에게 속고, 마이클에게 속고, 레이에게 속지 않았다면, 모든 갈등은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거든요. 슈슈를 위해 희생도 불사한,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해왔던 뤼옌의 결정은 실패로 끝납니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슈슈 제발 가만 좀 있어!!!'를 외치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하지만, 모두가 뤼옌처럼 재력과 정보를 가진 결정적 위치에 놓이는 것은 아니죠. 오히려, 돈도 정보도 없이, 불합리한 결과를 강요받는 경우가 더 많을거예요. 그때, 힘있는 누군간가 그냥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나만 믿고 기다리라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글쎄요. 아무것도 모르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망망대해같은 상황 속에, 그 기다림은 '믿음'이 아니라 '체념'에 가깝지 않을까요?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런 게 약자가 포기할 수 없는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법 아니던가요? 마치 슈슈처럼 말이죠.

슈슈는 12살 위탁가정에서 가출해 샌프란시스코 매춘가로 와 페이를 소매치기 합니다. 페이는 그 어린 슈슈를 경찰에 끌고 가는 대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가족으로 돌봐줘요. 물론, 그 마음이 대리만족이든 우월감이든 어쨌든 그건, 슈슈에게 구원이었고 생에 처음 맛본 따뜻한 것이었죠. 페이는 슬프게도 슈슈의 기억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경찰의 정보원으로서 백사 수장 천쿤의 측근인 챈들러 웨슬리에게 접근하다가, 챈들러가 관심을 보이자 슈슈를 버리고 그 남자를 따라가요. 그리고, 그를 통해 빼돌린 천쿤의 '살인 청부 명부'를 슈슈의 생일 선물에 숨겨 보내고, 또 그걸 붑니다. 덕분에 슈슈는 백사의 표적이 되죠.

하지만, 슈슈에게는 유일한 가족이었어요. 어느 날 잔인하게 죽어버린 페이의 사체와 그 곳에 보란 듯이 놓인 옆집 남자의 코트를 보고, 뤼옌의 예상처럼 증오심만으로 기다릴 수는 없었죠. 뤼옌이 슈슈를 위해 페이를 살려줬고, 페이가 뤼옌의 눈에 칼집을 냈고, 뤼옌이 그 페이가 저지른 과오로부터 슈슈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고군분투 중일지라도, 슈슈는 연인이 가족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순 없었어요. 그래서 FBI에 백사의 정보를 넘기고, 마이클의 정보원이 됩니다.

기다릴 줄 알았던 슈슈의 죽음을 접한 뤼옌은 절망합니다. 하지만, 역시 그답게 곧 슈슈를 찾아내죠. 그럼에도 슈슈를 바라봐야만 했던 5년은 마이클의 정보원으로 온갖 조직의 이권 전쟁 한가운데에 있는 슈슈가, 백사의 노림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마이클이 페이의 진범을 찾아 줄 용의는 고사하고, 진실을 알려 줄 의도조차 없음에도, 슈슈는 그 위험한 일에 이용되고 있었던 거죠. 그런 면에서 레이의 속임수는 귀여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카이춘으로부터 지켜줄 마음이 있긴 했으니까요.

슈슈는 아주 여러번, 뤼옌에게 페이를 죽였냐고 묻습니다. 페이가 슈슈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야 했던 뤼옌은, 대답을 회피합니다. 어떤 독자가 슈슈에게 무언의 외침을 멈추지 못했다면, 저는 뤼옌의 멱살을 몇 번 잡았죠. '제발, 말을 하란 말이야!!!' 슈슈는 리옌이 페이를 죽였다고 확신하면서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 간극에는, 뤼옌이 페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었어요. 어쩌면, 그 많은 사람들에게 속고, 죽음 가장해서라도 뤼옌에게 벗어나 페이에 죽음을 파헤쳐야 했던 이유는, 그 코트의 주인이 뤼옌이지만 뤼옌은 범인이 아니라는 진실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슈슈는 뤼옌이 페이를 죽였다는 확신이 들자, 뤼옌을 떠납니다. 페이에 복수로부터도 도망을 치고 말죠. 물론, 여러 번 언급하지만, 슈슈와 뤼옌의 정보 비대칭은 심각해요. 뤼옌은 슈슈를 매우 쉽게 찾습니다.

오해가 풀리자, 지나 온 시간이 아까운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이름도 많았던 백사의 천쿤이 죽고, 리카이춘은 더 일찍 감치 죽이고, 레이는 정신병원에 가죠. 백사의 간부들은 과거 백사 수장의 아들이자 천쿤을 죽인 뤼옌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지만, 슈슈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싶었던 뤼옌은 경호회사 대표가 됩니다. 잠깐의 출장도 애타는 신혼생활로는 부족했던지, 외전에서는 AU버전으로 Jr.슈슈도 볼 수 있죠.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 현명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렇다고 약자가 권리도 판단도 의지도 양도할 필요가 있을까요? 빠르고 좋은 결론보다는, 납득 가는 결론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것을 위해, 스스로 움직 일 수 있는! Go Go 슈슈!!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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