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믹
작가: 모아이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9.07.15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이제 가장 중요한 한마디가 남았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는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심호흡을 해보려 해도 하고 싶은 말이 목을 두드려 제대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터져 나오듯 말을 내보냈다.
"나랑 사귈래요?"
생애 첫 고백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고백보다 멋없는 고백이었다. 나는 6년을 거슬러, 드디어 그날의 고백을 꺼냈다.
"형과 마주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point 2 줄거리
기:해강그룹 차남 오메가 이시현은 M 성향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그는 상대도 모른채 기계적으로 맞선자리에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이 오랫동안 짝사랑 해왔지만, 두 번이나 자신 앞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AH그룹 차남이자 알파인 주하윤을 만난다. 하윤을 거부하려는 시현에게, 하윤은 시현과 결혼 할 생각이며 그의 성적 취향을 역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시현은 10번의 BDSM 플레이가 끝나기 전에 그의 마음을 바꾸겠다는 하윤의 제안을 수락한다.
승:하윤은 열심히 플레이를 준비한다. 시현은 자신의 기억처럼, 혹은 그보다 더 자신을 아끼고 다정해진 그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리하게 억제제를 복용하고 그를 피하다 결국 쓰러진다. 부모님의 반대로 시작한 외식사업이었기에, 몸관리도 제대로 못한 애지중지 막내에게 분노한 아버지는 회사를 뺏으려한다. 절망하고 있는 시현을 찾아온 하윤에게 그는 가시와 같은 말로 이별을 고한다.
전:시현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고, 알파인 형과 다르게 사랑은 듬뿍 받으면서도 기대는 전혀 받지 않았다. 이런 자신이라서 하윤도 말없이 자신을 두번이나 떠나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시현은 보호받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시현은 부모님께 처음으로 반항을 하고 홀로서기를 계획한다. 또한, 하윤에게 찾아가 못다한 이야기를 풀고 그에게 사귀자고 제안한다. 하윤은 자신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비참한 집안 사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못하지만, 시현에게 용서를 구하고 둘은 연인이 된다.
결:부모님은 언제나 아이같았던 차남의 모습을 인정하고 계열사로 편입도록 도와준다. 더블어 하윤과 달달 포근한 연애를 이어갔다. 그 동안 하윤은 자신의 형을 밀어내고, 아버지의 권력을 꺽으며, 실질적인 AH그룹의 1인자로 성장한다. 하윤은 시현에게 못다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둘이 함께 할 미래를 약속한다. 시현 쥬니어 티니를 낳고, 뽀송뽀송 포근한 보노보노 콘스프 같은 달달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I love you exactly the way you are."
'Supernatural'이라는 미드를 아시나요? 미소년이 근육 아저씨로 변하는 씁쓸함이 있는 미드이긴 하지만, 딘과 샘 윈체스터 형제를 봐야 잠들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죠. "I love you exactly the way you are." "정확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 Supernatural에서 나온 대사인데, 각인이 된 건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장면도 아닌데, 유독, 오랫동안, 기억하게 됩니다.
SM물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패킹처럼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것도 있지만, 기구로 몸을 구속하거나 통제하고, 배설을 금지하거나 강요하는 것도 있고, 수치플레이나, 방치플레이도 있죠. 상상만 해도 으~ 소리가 나오나요? SM을 다루는 BL소설들은 제법되지만, 기믹이 가장 다양한 BDSM플레이로를 다룬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조사 열정이 보입니다.^^ 물론, 저도 가슴에 털난 배불뚝이 아저씨가 가죽부츠 신고 채찍을 들고 있는 장면을 생각하면, 토하고 싶긴 합니다. 유난히 SM이 변태스럽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대표 인상이 되었기 때문인 듯 해요. 근데, 정말 S와 M이 사랑하는 순간이 그렇게 더럽기만 한걸까요? 의도적으로 과장 된 표상이진 않을까요?
S와 M이 만나 사랑 할 수 만 있다면 천생연분 일 겁니다. 사실, 무성향의 경우는 누구를 만나든 괜찮고, 그래서 꼭 누군가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도 없잖아요. 그런데,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S이거나 M이라면 어쩌죠? "내가 너를 사랑한 시간을 돌려줘!"라고 할까요? 아니면, 괴롭지만 나의 성향 개조를 시도해 볼까요? 그런데, S와 M의 성향이라는 것이 정말 정상의 범주를 뛰어 넘은, 범접 할 수 없는 차이의 영역일까요? 답은 없겠지만, 기믹을 읽다보면 이 모든 질문이 그다지 의미없이 느껴집니다. 이들은 일상을 살고 있고, 매우 달달한 사랑을 나누고 있죠. 광대가 승천할 정도로요.
'어느 정도 한계에 몰려 펑펑 울고 싶다.' '어느 정도의 강압과 통증이 있을 때 흥분한다.' 오메가 이시현은 이 정도 수준의 M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현의 순수하고 올곧은 사랑이 자신의 삶에 첫번째 사랑인 주하윤은, 알파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이시현을 얻기 위해서만 살고 있었죠. 집 안을 감시를 피해, 멍청한 형을 끌어 내리고, 절대자인 아버지를 뒤엎고, 나의 시현이에게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느날 SM클럽에 들어가는 시현을 봅니다. 하지만, 자신이 S성향이 아니고 시현이 M성향이라는 것은, 오로지 시현을 얻기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하는 한 가지 사실 이외에 어떠한 중요성도 갖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주하윤은 이미 이시현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저라는 인간을 꾀나 오래 데리고 살았지만, 누군지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타인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래도 안다고 착각합니다. 사소한 정보로 완전한 사람을 상상하고, 몇 번의 경험으로 확신을 하죠. 그리고 그렇지 않은 면을 발견하면 당혹감을 느낍니다. 그 사람은 평생 세모로 살았을 텐데, 알고 보니 네모가 이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화를 내죠. 그러면 네모인 연인을 사랑한 사람은, 알고보니 세모인 연인은 사랑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상상 속 가상 인물을 사랑한 셈이죠. 다시 말하지만, 누가 알든 모르든 세모는 세모닌까요. 보고싶은 것만 보여주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보고싶은 것만 보고 사랑한 것을더러 '사람'을 사랑했다고 할 순 없죠.
이러한 불확정성 속에서도 어쨌든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삽니다. exactly the way you are, 바로, 단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너 자체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것은 어쩌면 상대방 '실체'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든 사랑하겠다는 나의 '확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단면이 있더라도, 미래에 네가 지금과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가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너의 본질과, 어떠한 너라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며 그 또한 너로써 사랑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겠죠. "너는 나를 사랑하면서 그것도 못해죠?" 진짜 개소리죠. 정말, 사랑이 쉬운 줄 아나... 하윤 같은 사람이 세상에 둘 있진 않겠지만, 저런 개소리남이라면 벤츠를 타고와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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