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02.08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거기. 누가 있습니까?"

막 내딛던 앞발이 허공에서 멈췄다.

"거기. 누구십니까?"

조용히. 조용히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겼다. 그러나 움직일때마다 사부작거리며 소리를 냈다.

......

"윤. 혹시 당신입니까?"

그렇다고 대답해 주고 싶었다.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point 2 줄거리

 

: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신은 곰족과 호족에게 100일간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먹으면 완전한'인간'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곰족의 계략에 빠진 호족은 99일째 되던날 동굴을 나가게 되고, 곰만 '인간'이 된다. 이후 분노한 호족은 '인간'과 전쟁을 하지만 패배하고 산 속에 갇혀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황실에서는 한 가지 일을 도와주면, 산을 나와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 그 일은 사라진 황자를 찾는 일이었다. 그 황자는 호족 여자가 낳은 아이었다. 황실에 세력이 없었던 그녀는 살기 위해 아이와 함께 깊은 산속으로 흔적을 감췄다. 그러나 이후 천벌을 받은 것 처럼 황가의 혈족은 족족 죽음을 당하고, 그 아이가 남은 황가의 마지막 혈통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를 찾기 위해 족장의 아들 '윤'은 길을 나서고, 우연히 눈먼 약초꾼을 만나게 된다.

 

: 눈 먼 약초꾼은 깊은 산에 홀로 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약초를 캐고 말리며, 돌뿌리에 걸려 크게 다쳐도 아프다 말할 이가 없어 하지 못한다. 윤은 이런 눈 먼 약초꾼의 사소한 일들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러다 윤은 그가 사라진 황자 '수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윤은 수영을 위해 인간 세상으로, 그가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준다.

 

: 수영은 자신을 지키는 '오위'라는 위사에게 의지하여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다. 어느날 황궁에 침입한 호랑이가 수영을 위협하자, 어디선가 다른 호랑이 한마리가 튀어나와 막았다. 수영은 그 호랑이가 윤이라고 확신하고, 윤을 보고 싶다고 간절히 희구하게 된다. 그러자 눈이 뜨이게 되고, 앞을 보게 된 수영은 늘 자신 곁에 있던 '오위'가 '윤'임을 알게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함께 일때 무음은 '평화', 혼자 일때 무음은 '적막'

 

저는 거의 일생 대부분을 도시에 살았습니다. 지금 이 늦은 시간에도 창 밖에선 크락션 소리가 들리네요. 과연 이런 일상에 '무음'의 시간이 있을까요? 그래서 입버릇 처럼 산 속에 혼자 살고 싶다!고 말해 왔죠. 그런데 정말 말에 힘이 있는지, 근래에 진짜로 몇 달간 산 속에 혼자 있었습니다.

물론, 산 속에도 완전한 무음은 없어요. 시간마다 우는 새 소리가 다르고, 물 흐르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비 떨어지는 소리가 공간을 촘촘히 매우고 있습니다. 없는건 사람의 목소리였죠. 사람 소리를 들을 일이 없으니 말을 할일도 더더욱 없어졌고요. 가장 처음 찾아오는 감정은 부유감, 좋은 말로 하면 '자유' 나쁜 말로 하면 '무존재감', 즉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었습니다.

 

눈 먼 약초꾼의 삶도 부유하는 듯 합니다. 땅에 단단히 뿌리 내린 것도 아니고, 바람 알갱이가 되어 날아가 버린다고 해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은 적막한 생활이요. 그러다 수영은 어느날 불쑥 나타나, 자신의 작은 일들을 간섭하고 도와주는 짐승을 만납니다. 수영은 눈이 먼 대신 귀가 밝았어요. 하지만, 기실 그가 호랑이건 인간이건 중요하지 않았죠. 자신을 도와주다 다친 그에게 연고를 만들어주지만, 그가 자신을 부담스러워 다시 안 올까봐 제대로 주지 못하고 평상 위에 놓아두고 전전긍긍해요. 익숙해 졌다고 말하지만, 실은 외로움에 익숙해 지는 사람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약초캐러가는 길만 동행하던 호랑이가, 집에서 호미도 찾아주고 말동무도 해주면서, 눈 먼 약초꾼이 사는 깊고 깊은 숲 속 작은 초가집엔 평화가 찾아옵니다. 늘 드는 빛이고, 늘 하는 약초 말리는 일임에도, 누군가 함께 이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 이 조용한 무음의 시간들이 더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수영을 위해 윤이 떠난 후 이제 그 공간엔 적막이 아니라 그리움이 남아 버렸죠. 눈이 멀어 윤을 잡을 수도 찾을 수 없는 수영은 나뭇잎 흔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마당으로 뛰어 나와 묻습니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라고...

 

본편에서는 둘의 재회로 막을 내립니다. 제가 본편을 읽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이들의 동화에서 '친구와 친하게 지내세요.'라든가, 뽀로로의 '노는게 제일 좋아'처럼 순수하게 사람 속에서의 삶을 즐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사' '사람사'라고 살기 힘든 어른들의 이야기는 '돈' '성공' '외모' 등 카테고리는 많지만, 결국 사람 속에 사는 힘겨움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닌까요. '소음'과 '두통'이 유쾌한 세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홀로 살아가는 것이 '무'의 생활이라면 그것은 말 그래도 나조차도 세상에 접합시키기 어려운 생활 일거예요. 결국, 그 무엇일지라도 사람은 사람 속에서만 삶의 색을 알 수 있나 봅니다.

 

이런 본편의 분위기와는 매우 다르게, 외전은 우리가 아는 그(?) 이야기 입니다. 후끈, 달달, 므흣한 이야기들이요! BL이 이럴 수 없다는 작가님의 사명감까지 느껴진다는... 그래서, 호불호가 나뉘는 외전인 듯 해요. 어떠한 독자들은 본편으로 완전했는데, 외전이 있어서 되려 아쉽다는 평을 해주셨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련한 본편의 풍미를 깊이, 오래 향유하고 싶으시다면, 외전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수영과 윤의 밀당의 유혹은 거절하기 힘들죠? 뭐... 의미 없는 조언이었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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