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7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대기업 이사 윤한, M이자 흡혈족 천기준의 혈액 공급자이다. 10년 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며 보름을 굶은 천기준을 만났고, 그에게 혈액을 공급해 주기 시작했다. 천기준은 윤한의 비서이자 보디가드로 일하며, 윤한의 '쓸모'가 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윤한이 천기준에게 바라는 건 그 이상이었다. 윤한은 천기준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승: 낯선 남자를 침대에 끌어들여도, 피를 가지고 유혹해도, 천기준은 선을 넘지 않았다. 천기준을 아꼈던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천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윤한은 피가 없으면 천기한이 떠날 거라는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천기준에게 자신의 피를 먹으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천기준은 윤한의 피만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버텼다.

전: 유한은 천기준을 집으로 불러 기절시키고, 방에 감금한다. 하지만, 일주일이 되도록 천기준은 윤한의 피를 거부하다, 결국 쓰러진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천기준은 윤한의 달콤한 피 냄새에 끌렸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먹게 되면, 그 사람은 흡혈족에게 종속돼, 병들어 죽게 된다. 또, 사랑한 사람의 피맛을 본 흡혈족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고, 결국 비극적 결말로 끝날 것이다. 마치, 천기준의 부모님처럼...

결: 깨어난 천기준은 순간 이성을 잃고 유한의 몸을 격렬히 탐한다. 그 와중에도 유한의 피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천기준은 유한에게 오늘 일을 잊어달라고 부탁하고, 유한은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해 준다. 기준은 윤한이 모르는 흡혈족의 진실에 대해 말해준다. 그리고, 자신에겐 쓸모가 다 할 때까지 유한의 곁에 남거나, 당장 유한을 떠나 죽어야하는 선택뿐이란 것도... 유한은 기준과의 약속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까?

point3: 진지충의 review: 너에게 한 거짓말

'씬'의 독백 작가님이 'TIED UP'의 모노 작가님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두둥! 사실, 후기를 읽기 전까지 아리까리했어요. 아마도 필명이 바뀌신듯 합니다. 그림체나 연출력도 많이 다듬어지셨더라고요.

'씬'의 주인공들이 딜레마 상황에서 불완전한 해피엔딩을 맞이 한 것처럼, 'TIED UP' 역시 극복 불가능한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 한, 차선의 결말로 맺음 돼요. 하지만, 전 이 불안한 평화가 곧 깨질 거 생각합니다. 열린 결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TIED UP'의 리뷰 타이들을 '너에게 한 거짓말'로 정하고 난 뒤, '씬'의 리뷰를 찾아봤더니 '나에게 한 거짓말'... (나름 흠칫) 묘하게 닮아 있는 두 작품입니다. 아마도 작가님이, 타협도 포기도 힘든 애절한 사랑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봐요.

 

 

천기준은 흡혈족 엄마, 인간 아빠와 화목하게 살고 있었어요. 엄마는 기준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결국 병들어 죽게 된다고 말이죠. 천기준은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랑이 맺어진 후, 흡혈의 욕구를 참기 힘들 거라고 경고해요. 그리고 기준의 부모님은, 그 비극의 증거가 되죠.

기준 역시 이 비극의 나선에서 도망치지 못해요. 기준은 이미 윤한을 사랑해 버렸거든요. 자신을 살려 준 다정한 윤한과 윤한의 아버지, 그들에게 쓸모가 있는 순간까지 보답하겠노라 각오 한 채, 철저히 사랑을 숨겨요. 윤한 마저 기준을 사랑하게 된다면 둘은 맺어지게 될 테고, 윤한의 피를 참지 못하게 된 기준은, 윤한을 살리기 위해 이별을 선택해야 할테니까요. 기준은 윤한에게 함께 할 누군가가 나타날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어요.

그럼에도 '씬'과 다르게 '나에게 한 거짓말'이 아니라 '너에게 한 거짓말'인 이유는, 두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스스로를 속이진 않아요. 단지, 상대에게 숨기죠. 일주일간 피를 먹지 못한 기준은, 이성이 끊겨 자신의 진심을 줄줄줄 풀어 놓습니다. 그간, 윤한이 쓰레기 같은 남자만 데려와서 쌓인 게 많았거든요. 그 끝은 당연히 사랑 고백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윤한이, 기준과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숨기기로 합니다.

그럼, 기준은 정말 윤한의 마음을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윤한은 '말'만 참을 뿐, 주체 못할 사랑을 온몸으로 절절히 표현해요. 처음 윤한의 방에 갇혔을 때는, 기준도 자신이 안달복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윤한의 짓궃은 장난 쯤으로 생각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안타까운 사랑을 고백하는 기준에게 기대어 서럽게 우는 윤한을 보며, 기준이 윤한의 그 마음을 모를 수는 없었죠.

 

기준에게 '사랑'은 '공포' 그 자체였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윤한만 보면 다시 살고 싶어졌고, 기준은 끝내 죽기를 포기합니다. 그런 기준에게 윤한은 삶의 이유 자체였죠. 기준이 버텨 낸 것은 윤한의 피나 자신의 사랑을 숨기는 것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기준이 정말 힘겹게 참은 건, 우리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윤한에게 들키는 것... 그래서, 결국 두 사람 모두 '내'마음을 '너'에게 숨기게 되죠.

'TIED UP'은 물리적으로 묶여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상황이나 상태가 어쩌지 못하는 곤란한 지경을 뜻하기도 합니다. 가령, 교통 정체로 움직이지 못한 상태나 행정 절차가 꼬여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도 쓰여요. 두 사람의 숨바꼭질같은 거짓말은, 비극으로 미끄러질 빗면 정점에 그들을 묶어놓고 있죠. '과연 우린 얼마나 더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 크고 넘치는 마음을 손바닥으로 간신히 가려놓은, 이 어쩌지 못한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씬'에서 태원호와 구민기는 서로 사랑했어요. 열혈히, 공백 없이 말이에요. 하지만, 태원호의 자기 기만적 거짓말이 반복되고 거기에 구민기가 지쳐 갈 때쯤, 강은호와 유태영이 나타납니다. 이 둘의 개입으로 태원호와 구민기는 결국 헤어지고, 서로를 완전히 잊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요. 사랑하는데 사랑 못하는 스토리! 이런 딜레마가 더 애절해지는 포인트긴 하지만, 작가님 은근 잔인하신 것 같아요. 참고로 전 태원호X구민기 주주였답니다.(또르르)

※ 동일 작가의 다른 웹툰 리뷰

2020.09.28 - [BL 웹툰] - [현대물/연예계물/시리어스물] 씬 - 독백

 

[현대물/연예계물/시리어스물] 씬 - 독백

웹툰제목: 씬 작가: 독백 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84화 + 외전 9화 # point1: 한 컷 # point2: 줄거리 기: 꽃미남 인기배우 구민기와 연기파 인기배우 태원호는 10년이 넘은 오래된 연인이다. 서로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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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5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대리 서윤슬, 능력 있고 잘생긴 데다가 사회성도 좋아 인기가 많다. 그런 그에게 징크스가 하나 있다. 꿈에 고등학교 동창 강준 나온 날은 옴팡지게 재수가 없다. 과거 윤슬은 고백하는 강준을 거절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슬은 회사 근처 빵집에서 일하는 강준을 발견한다. 그 뒤, 꿈의 빈도는 늘어가고, 징크스의 날들은 이어졌다. 윤슬은 꿈을 꾸는 이유가 강준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고, 그래서 강준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이런 징크스도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승: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윤슬은 멋을 부리고 빵집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지만, 강준은 그런 윤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물론, 윤슬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온다. 회사일로 한동안 빵집을 가지 못한 윤슬이 갑자기 나타나자, 놀란 정준은 윤슬의 정장에 빵을 쏟는다. 윤슬은 세탁비를 변상하겠다는 정준에게 대신 밥을 사달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둘은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선물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다.

전: 윤슬은 강준의 작은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강준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술을 마신 날 강준에게 먼저 키스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한 윤슬은 그날 이후 강준을 피해 다닌다. 설상가상 강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들키게 되면서, 윤슬은 강준을 2번째로 차게 된다. 하지만, 윤슬은 그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자주 멍했고, 강준을 생각했다. 윤슬은 강준에 대한 감정을 깨닫는다. 강준이 윤슬을 완전히 손절한 뒤였다.

결: 한편, 윤슬은 동창회에서 과거 강준이 한 고백으로 시비를 거는 진상과 싸우게 되고, 이를 알게 된 강준은 더 이상 윤슬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틈에 윤슬은 선물공세를 퍼부으며 적극적으로 대쉬지만, 강준은 윤슬의 진심을 믿을 수 없었다. 결국, 강준은 윤슬에게 빵집 이전에 대해 알리지 않고 사라진다. 윤슬은 자신의 생일날 텅 빈 빵집 앞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강준이 뛰어온다. 그리고,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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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3 진지충의 review: 윤슬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BL은 19가 아니면 손이 잘 가지 않아요. 딱히 씬을 선호하는 것도 아닌데, 19가 아니면 내용이 유치하거나 쓰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달까요. 근데 트렌드인지, 근래 '전체 연령가'나 15세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BL은 19이다!라는 저의 편견을 깨 줄 19 아닌 명작들도 곧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세 번째 결말'은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정주행한 작품인데, 사실 중반까지는 19가 아닌 줄도 몰랐습니다. 깨달았을 때는... 멈출 수 없었죠.

'세 번째 결말'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윤슬과 강준이죠. 하지만, 저는 제목이 '세 번째 결말'이어서 그런지, 윤슬 중심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윤슬이 강준과의 '세 번째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기 위한 고난기 같았거든요. 강준에게는 윤슬에게 거부 당하거나 거부 당하지 않거나, 두가지 결말이 있었어요. 반면, 윤슬이 만들 수 있는 엔딩은, 과거의 결말, 꿈의 결말, 미래의 결말, 3가지가 달랐어요.

일의 발단은 꿈입니다. 꿈속에서 윤슬은 강준에게 막말을 했고, 그 다음날이면 불운한 사건사고가 반드시 터졌어요. 이건 윤슬에 징크스가 됩니다. 윤슬은 꿈속 상황처럼 욕을 하거나, 눈앞에서 과자를 밟은 적이 없었고, 강준 역시 꿈속처럼 화내거나 울지 않았어요. 의미도 모를 꿈을 반복해 꾸면서, 윤슬은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빵집에서 일하는 강준을 봅니다. 윤슬은 꿈을 떨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강준에게 접근해요.

  

윤슬이 강준의 꿈을 반복해서 꾼 이유! 죄책감 때문입니다. 사실, 과거 그날은 윤슬의 생일이자 강준이 전학 가는 날이었어요. 강준은 수줍게 용기를 냈고, 윤슬은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었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윤슬은 좋은 사람인 척,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김원준에게 시비가 걸려도, 매우 열받았지만 참았죠. 하지만, 그 직후 우연히 강준과 마주치자 간신히 잡고 있던 인내가 끊겨 버려요.

윤슬은 강준에게 공연히 분풀이 합니다. 네가 나의 본 모습을 어떻게 알고 좋아하냐? 네가 고백해서 기분이 더럽다. 네가 준 과자를 뭘 믿고 먹냐? 다 버렸다. 실제와 다른 말들을 쏟아내죠. 하지만, 강준은 그런 윤슬에게 화내거나 탓하지 않고, 씁쓸히 웃으며 학교를 떠나요. 그러니, 더더욱 윤슬 마음 깊숙이 죄책감은 남을 수밖에 없었죠. 좋은 사람 가면을 벗고 날카로운 말들로 공격한 사람은, 자신의 화를 받아야 할 사람도 아니었으니까요.

 

꿈속에서 그 상황을 반복합니다. 매번 다른 과정, 다른 결말이지만, 공통점은 배드 엔딩! 꿈꾼 날은 배드 데이가 이어지죠. 그러다, 윤슬은 그 엔딩을 바꿀 기회를 만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세 번째 결말을 기획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매일 치장하고,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친절과 다정함으로 정준을 대해요. 중학교 때부터 윤슬을 좋아했고, 윤슬이 과자를 버렸다는 충격으로 제과제빵을 그만둔! 순둥이 정준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이었죠.

하지만, 정준은 조심합니다. 남자에게 고백받아 기분이 더럽다던 윤슬이 게이일리도 없고, 또 윤슬은 정준이 고백했다는 사실을 기억 못 하는 듯 연기하기도 했으니까요. 반면, 경계심 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윤슬은 정준에게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다만, 윤슬은 자신의 감정이 질투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고, 징크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좋은 거라고 착각하죠.

그러나 인생은 타이밍! 이 착각은 후회공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 정준에게 두 번이나 큰 상처를 줬고, 정준에게 철저히 차단 당한 윤슬의 애정전선은 먹구름이었어요. 하지만, 윤슬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웹툰에서 정준은 두 번 용기를 냅니다. 고등학교 때 고백한 것, 문 닫은 빵집으로 윤슬을 찾으러 간 것! 하지만, 전자는 전학 가기 전날이었고, 후자는 눈이 내리는 혹한의 날씨와 윤슬의 문자가 등을 떠밀었어요. 하지만, 윤슬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연속입니다.

 

 

  

​어찌 보면, 그런 윤슬의 모습은 염치없어 보이기도 해요. 징크스를 피하고자 막말을 퍼부은 동창과 친해지겠다 접근하는 것도,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찾아가고, 고백하고, 선물하고... 심지어 정준을 좋아한 회사 직원에게 유언비어도 전하죠. 정준이 계속 윤슬을 좋아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잘 못하면 스토커예요. 그럼에도 제가 윤슬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업 앤 다운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계속 마음을 표현한단 거죠.

윤슬은 도망갈 구멍도 믿을 만한 구석도 없는데, 이미 마이너스 1만점부터 시작해서 고백에 성공해야 하는, 하드코어 코스에 과감히 도전합니다. 그리고 정말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끼죠. 저는 이 부분이 '세 번째 결말'이 잘 묘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수어메'라, 후회공을 쉽게 용서하지 않거든요.(훗) 하지만, 윤슬은 응원했습니다. 강준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치 보며, 강준의 박대에도 억울해하지 않고, 마음을 수습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저도 반복해 꾸는 악몽이 있고, 그 심연엔 죄책감과 후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며, 다른 결말을 상상해 보곤 해요. 물론, 그것이 교훈이 되어 나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과거가 바뀌는 건 아니니 여전히 벗어날 순 없죠. 그래서, 빵집에서 정준을 발견한 윤슬의 기분에 더 공감됐어요. 다시 한번 만난다면, 결말을 바꿀 기회가 온다면... 참 설레는 일이에요.

아! 그리고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작가님의 마지막 코멘트!

(므흣!) 수어메라고 했지만, 사실 정준이 수인지 공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죠. ㅠ.ㅜ 이렇게 어렵게 이룬 사랑이니, 얼마나 달달할까요? 약 1년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연작 소설이 작가님 사정으로 3번이나 미뤄져서 지쳐있었는데, 이제 시즌 2를 새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되겠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요 ㅠ.ㅜ 작가님 파이팅!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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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씨앤씨레볼루션(주)

분량: 본편 62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경찰대 수석 입학, 바른 생활의 표본인 태준은 자취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문득 빨간 이층집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너무나 반갑게 맞이하는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정연우, 다섯 살 때 단짝이었다고 말하는 성공한 추리소설가였다. 사실, 태준은 5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연우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태준에게 화가 난 듯 보였지만, 기꺼이 태준을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해 준다.

승: 엉겁결에 동거는 시작되었다. 한편, 태준의 친구들은 태준의 자취방을 찾아와 예의 없게 굴고, 연우를 그들을 거침없이 대한다. 사실, 고아인 태준은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YES 맨인 태준은 인기도 많았지만, 그래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때때로 태준은 숨이 막혔고, 그때마다 목을 조르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태준에게, 안하무인인 연우는 이상적이었다.

전: 연우와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태준은 조금씩 변한다. 그의 은밀한 시간이 늘어가고, 태준은 연우를 통해 느낀 개방감에 점점 중독된다. 스터디차 집에 놀러 온 동기들이 연우에 의해 쫓겨날 때도, 친구들이 신경 쓰이지 않고 연우에게 미움받을 것만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잊었던 과거의 기억도 조금씩 돌아왔다. 연우의 부모는 어린 연우를 학대했고, 그 장소는 거울이 잔뜩 있는 검은 방이었다. 태준의 악몽에 등장한, 무수한 손들 이 있는 방이기도 했다.

결: 태준과 연우의 관계는 깊어지고, 태준의 모범생 가면은 무너진다. 한편, 태준은 대량의 혈액은 남았는데 사람은 없는 증발 사건을 연속해서 경험한다. 연우의 소설 속 사건과 똑같은 사건들이었다. 사범님의 의심까지 연우를 부추기자, 태준은 연우를 의심한다. 그리고, 연우는 태준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태준은 집을 나온다. 연우는 자신의 생일에 태준과, 태준의 친구, 사범을 모두 집으로 초대한다. 그날 태준은 '진실'을 '경험'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나는 너야(feat. 자! 숨 쉬세요.)

'검은 거울'을 읽다 보면 호흡이 딸리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연재분 마지막 단에, 숨 쉬라는 리뷰를 보고서야, 숨을 참고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하죠. 스릴러의 꽃! 쫀쫀한 긴장감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이에요. 게다가, 연우와 태준의 관계는 '동상 화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차가운 줄 알고 만진 드라이아이스가 입힌 화상처럼, 사랑의 속성이 없는 진짜 사랑이라는 역설과 그 애정 아래 깔린 음습한 잔인성 때문에 말이에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 안에는 '태준'이 있습니다. 어느 책에 보니, 집단 사냥을 했던 초기 인류도 눈치를 봤었데요. 언어가 없었으니, 대화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말이죠. 물론, 눈치를 안 보는 계층도 소수지만 존재하긴 한다고 합니다. 바로, 최상위층과 최하위층! 둘 모두 눈치가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들이라고 합니다. 반면, 상대에 따라 때론 강자가 되고, 때론 약자가 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기민하게 주변을 살펴야 합니다.

 

물론, 태준의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고아였던 태준은 경찰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사범님에게 의탁하고 있었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구와 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더불어 알 수 없는 상실에 대한 공포도 있었어요. 사실, 5살 태준은 우연히 연우와 함께 검은 방에 갇히고, 최초의 '증발 사건'이 발생합니다. 부모가 모두 실종된 연우는 그 집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태준은 수군거리는 주변의 시선이 괴로워 기억을 봉인해 버리죠. 그리고, 그 기억이 뜯겨진 자리에 남은 건 공허감이었습니다.

태준은 스스로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막연한 공포에 젖어 살고 있었어요. 그런 태준이 연우를 만납니다. 운명에 이끌림처럼 과거 '그 집'을 찾아가요. 그리고 연우는 태준을 기다렸다는 듯 반기죠. 이상한 만남, 낯선 사람, 하지만 태준은 그 집에 살기로 합니다. 매일 밤 태준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이상한 소음과 자신을 더듬는 많은 손들을 느끼면서도, 그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태준에겐 그건 이미 익숙한 감정이었으니까요. 어디에 있든 말이에요.

 

'착한 사람' 태준을, 연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연우는 아무도 모르는 음침하고 비정상적인 태준을, 그래서 태준이 정확히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해요. 연우는 태준이 금기시 여긴, 위험한 쾌락을 줍니다. 멈칫거리던 태준은 점점 과감하게 그것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꽁꽁 숨겨둔 밑바닥의 욕구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해요. 태준은 오랫동안 써온, 불편한 가면을 벗습니다. 그리고 봉인된 옛 기억도 서서히 되찾게 돼요.

5살, 연우와 태준 수 많은 거울이 을씨년스럽게 벽면을 채운 어둠의 공간에서 공포에 떱니다. 학습된 공포에 질려있는 연우를 달랬지만, 사실 태준도 무서웠었죠. 그때 연우와 태준 안에서 '악의'가 깨어납니다. 거울 너머에 또 다른 자신들은 거울 밖으로 나와, 그들을 태어나게 한 목표를 향해 전진합니다. 그리고 태준이 기억을 잃었던 시간 동안, 연우는 이 '악의'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돼요. 연우는 '악의'에 '동화'됩니다.

그런데 이 악의라는 것은, 드러나는 순간 증식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부모의 학대로부터 태어난 악의는 본의의 목적을 잃고, 그 특유의 폭력성만 남죠. 연우의 양부모는 연우를 학대하지 않았고, 영화관 관람객이나, 태준의 지인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숨겨지지 않는 악의는, 오로지 '둘만 있는 세계'를 방해는 모든 이들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끝내 '둘만 있는 세계'를 완성하죠. 피바다가 된 집안을 치우는 두 사람의 모습은, 티 없이 해맑고 달달하기까지 합니다. 태준은 불안이 없는, 완벽한 안식 속에서 잠이 들고요.

 

보통 사람들은 '악의'를 쉽사리 드러내지 못해요. 악의를 드러내도 되는 대상인지 상황인지 기타 등등 눈치를 보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런 행동들이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불쑥불쑥 솟어나는, 잔인한 악의들을 잘 숨기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악의는 거울 밖을 나오지 못한 채 거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이 깨지는 순간이 오면, 악의는 그 본신을 살라 먹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악의에 삼켜진 사람들처럼요.

그 사람들은 최초의 악의가 발생시킨 원인에 대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게 된 것이 아닙니다. 몸집을 불린 폭력성만 남아, 방향을 잃고 몰락을 향해 질주하는 거죠. 그래서, 전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그저 가해자의 눈먼 악의에 휘말렸을 뿐이니까요. 악의는 나 자신이 맞습니다. 하지만, 악의에 삼켜지면 안 됩니다. 삼켜진다면 괴물이 되고 말거예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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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한그루, 초등학교 5학년, 집 앞에서 비를 맞으며 쪼그리고 있는 아이를 본다. 그루는 그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지만, 아이는 이상한 질문만 던진 채 옆집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루는 다음날 학교에서, 그 아이가 여름방학 직전에 전학 온 이가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루는 가람을 마주칠 때마다 아는 척 하지만, 가람은 그루를 무시하기만 한다.

승: 번번이 무시당하기를 3년, 그루도 가람도 중학생이 되었다. 그날도 가람은 그루를 모른 척 지나갔다. 순간 욱한 그루는 가람을 잡고, 같이 하교하자고 말한다. 의외로 가람도 그러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교무실에 불려간 그루는 뒤늦게 교실로 돌아오고, 모두가 하교한 빈 교실에 가람만이 그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뜩 땀을 흘리고 있는 가람은 해가 지면 나가자고 하고, 둘은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시공간에 덩그라니 남겨진다.

전: 입을 먼저 뗀 것은 그루였다. 그루는 3년 전 가람이 물었던 이상한 질문에 답을 한다. 가람은 그런 그루의 진지함에 웃어버리고, 둘은 소소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 그루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가람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날 가람이 전학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그루는 문학잡지사 기자로 일하면서, 작가 B의 인터뷰를 담당하게 된다.

결: 베일에 가려진 작가 B,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소나기' 1권을 쓰고 후속편을 내지 않는 야속한 작가였다. 약속 시간을 1시간 40분 넘긴 시점, 서서히 분노에 젖어가는 그루 앞에 성인이 된 가람이 나타난다. 작가 B의 인터뷰가 무난하게 끝나고, 가람은 그루에게 맥주 마시자고 제안한다. 그곳에서, 가람은 글의 쓴 계기가 자신의 짝사랑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비밀에 대해서도... 10년, 그루는 자신의 첫사랑이 이루어졌음을 깨닫는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혼몽해 질 정도로 더웠던 여름을 기억하며...

'입추'도 지나고, 숨 막히는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합니다. 잠깐이긴하지만 소나기도 시원하고 내렸고요. 바람도 불고, 아스팔트를 디디는 순간부터 끈적이던 땀도 좀 덜 나는 것 같아요. 24절기를 정하던 시절과 기후는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었을 텐데, 참으로 오묘한 우주의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멍~) 물론, 그럼에도 아직 덥긴 덥습니다. 더워서 그런지 멍~하네요. 몇 달 내내 이 상태였던 것 같지만요.

김에...라고 하긴 면구스럽지만, 한 여름 신비로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단편 웹툰 한편을 리뷰 해 볼까 합니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한 여름을 다룬 많은 소설, 영화, 만화나 웹툰은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여름 밤에 꿈'도 여름밤에 일어난 요정들의 장난을 소재로 하고 있잖아요. 고온 습윤한 공기에 혼몽한 계절, 이성이 한없이 버벅거리는 시간 동안, 현실인 듯 꿈인 듯 살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나기' 속 그루와 가람은 여름에 만나, 여름에 헤어지고, 여름에 재회합니다. '여름'이 이들에게 특별한 이유! 바로 가람의 체질 때문이에요. 가람은 모친인 인어의 형질을 물려받았고, 체온이 올라가면 잠시 기화해 버려요. 물론, 물에 닿거나 체온이 내려가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한여름 열기에 기화했다가, 문득 쏟아지는 소나기에 돌아오곤 하죠. 문제는, 한여름의 열기에 더해, 체온을 올리는 일이 발생할때예요. 가령, 좋아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것처럼요.

소나기가 내리 던 날, 물웅덩이를 보고 있던 가람에게 노란 우산을 든 그루가 나타납니다. 엉뚱한 질문, 엉뚱한 대답, 별것 아닌 시간이었지만, 가람은 몸에서 기화할 것 같은 열기를 느낍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가람은 기어코 기화되어 버려요. 그 후, 가람은 그루를 피해 다닙니다. 사람들 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했으니까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그루는, 홀로 분이 차오르고 있었고요. 결국, 그루는 가람을 잡고, 가람은 그루의 고백(?)에 체온이 올라가 그의 앞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본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루는 첫 실연을 당하죠.

10년이 지나, 그루와 가람은 재회합니다. 기자와 작가가 되어서요. 그루 앞에만 서면 기화하는 가람은 미련 덩어리인 소설을 쓰고,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역시, 최고의 글은 '겪은 일'에서 비롯되는 것 같죠? 어쨌든, 두 사람의 오해는 풀리려고 하는 순간! 가람은 또 기화해 버립니다. 그루의 두 번째 실연인가!!!! 싶은 그때!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립니다. 그리고, 이번엔 너무 늦지 않게, 가람은 그루 앞에 나타나요. 두근두근 체온이 오르면 기화하는 인어와, 두근두근 한순간마다 실연을 당할 뻔한 그루의, 신비로운 한여름 이야기였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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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70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불의 나라는 불을 숭배하는 7국의 맹주였던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대륙의 패권을 쥔다. 그 힘의 근원은 불의 악마와 불의 악마가 알려준 화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 악마가 납치되고, 불의 나라 주단왕은 악마를 찾는 공문를 붙인다. 그리고, 한 왕조의 후손이지만 천한 돗자리 장수로 살고 있던 유하는 들판에서 그 불의 악마를 발견한다. 유하는 불의 악마를 궁에 데려다준 대가로 입궁을 요청하고, 허드레 일꾼으로 궁에서 일하게 된다.

 

승: 불의 나라는 과거 7나라 중 최약소국으로 차별받으며 비굴하게 살고 있었다. 타국에 굽신거리는 것이 일상인 왕족들은, 민생은 버려두고 자신들의 향락만 찾았다. 막내였던 주단은 핍박받는 백성을 구하고자 홀로 고군분투했고, 그러던 중 사랑하는 불의 악마를 형제들이 해하려 들자, 그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어 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화약을 이용해 최강국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살아남은 5국 위에 군림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 주단은 화약 개발에 집착하며 불의 악마를 홀대하기 시작한다.

 

전: 1000년 전 , 불의 산에서 홀로 살던 불의 악마는 인간 세계를 가고 싶어, 불을 품을 수 있는 자를 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응답한 자가 척이었다. 불의 악마를 얻은 척은 6명의 인재를 모아 혼란한 세상을 평정하고, 척의 한나라를 비롯해 대륙엔 7개의 나라가 건국한다. 그러다 척이 죽고 불의 악마는 또다시 불을 품을 자를 부르지만, 1000년이 지나서야 주단이 나타났다. 불의 악마와 주단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악마는 주단과 불의 산으로 함께 돌아가길 원했지만, 주단의 점점 변해갔다.

 

결: 주단은 천재 화약 개발자 지율과 함께 더 강한 화약을 만들어, 계속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결국 주변국들은 주단에게 반기를 드는 지하 모임을 만든다. 중간에 지율의 고발로 작전이 실패해 우나라 왕자 무기가 목숨을 잃지만, 한나라의 왕족인 유하와 척의 유지가 보태지면서 결국 주단은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모든 대륙의 왕이 된 유하는 주단의 시신을 악마에게 주고, 약속한 대로 악마를 불의 산으로 데려다준다.

 

point3 전지 충의 review: 홀로 타는 불은 없다.

 

비교적 비슷한 시기에 신유리님의 세편의 작품이, 각각 다른 플랫폼에 완결 났습니다. 봄툰에서 '수라의 연인', 리디북스에서 '후안무치', 레진코믹스에서 '불이 부르는 소리에'가 말이죠. 모두 동양풍 BL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후안무치'는 진양님의 소설을 웹툰화한 개그물인 반면, '수라의 연인'과 '불이 부르는 소리에'는 시리어스물입니다. 강렬한 색채로 인간의 잔인성을 묘사한 피폐물이기도 하죠. 그 중 원픽은 단연 '불이 부르는 소리에'입니다.

 

'불이 부르는 소리에'에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불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산, 그곳에서 사는 불의 악마는 인간 세상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세상으로 옮겨 줄 이를 애타게 부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거나, 자신의 욕망을 찾았거나, 일생에 한 번 가슴속에 불꽃을 태울 사람을 말이에요. 그때, 정의로운 돗자리 장수 척은 무가의 장군 무장운을 만나 어지러운 세상을 바꿀 꿈을 꾸고 있었죠. 척은 그 불꽃으로 인재를 모으고, 불의 악마의 부름에 응답 할 수도 있게 되요.

 

불의 악마는 척에게 지혜를 빌려줍니다. 뜻을 함께한 6명과, 척의 한나라... 불을 숭배하는 대륙의 7개의 나라는 이렇게 탄생한 거죠. 불의 악마는 아름다웠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기꺼이 알려 줍니다. 많은 이들이 불의 악마를 사랑했고, 척 역시 불의 악마에게 깊이 빠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사람들은 척을 시기하며 악마를 빼앗으려 들고, 다른 쪽에선 불의 악마를 왕을 꼬신 요물이라고 비난해요. 불의 악마는 돌연 바뀌는 사람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깊이 상처 입습니다.

 

불의 악마는 자신을 원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 모두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곧 사랑이 하고 싶어졌죠. 사랑하는 사람과 불의 산으로 돌아갈 꿈을 꾸게 됩니다. 불의 악마를 세상으로 옮겨준 불이 '욕망'이었다면, 불의 산으로 돌아가게 해줄 불은 '사랑'이길 바란 거죠. 하지만, 현명하고 의로운 왕, 척이 죽자 불의 악마는 곤궁엔 처해요. 불의 악마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의 가슴도 불타지 않았거든요. 불의 악마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1000년간 철창 안에 방치돼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불꽃이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 타오릅니다. 최약국, 불의 나라의 막내 왕자 주단이었어요. 7개의 나라는 건국 신념 따위는 모두 망각하고, 부패와 일그러진 욕망만이 가득한 혼돈이 되었죠. 한나라는 힘으로 약소국을 핍박하고, 그 약소국들은 더 약소국을 유린했어요. 최약국인 불의 나라 백성들의 삶은 당연히 가장 처참했죠. 주단은 그들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단은 자신을 부르는 악마에 소리에 이끌립니다.

 

불의 악마와 주단은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척과 불의 악마 역시 '사랑'했지만, 그때 불의 악마는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죠. 불이 악마를 불타게 해줄 사람은, 작품에 3명 등장합니다. 그들은 모두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불의 악마를 사랑하게 됐지만, 결국 악마가 '진짜' 사랑했던 사람은 주단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긴 기다림, 정의롭고 약한 왕자, 불의 악마는 주단에게 화약에 대해 알려 줍니다.

 

화약을 이용하면서 주단은 삽시간에 대륙의 절대 강자가 됩니다. 불의 나라 백성들은, 괄시받는 존재에서 괄시하는 위치에 오른 것을 기뻐하며, 주단과 불의 악마를 칭송했어요. 화약으로 죽어간 사람이나, 초토화된 한나라 땅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 서러운 삶을 살았을 그들에게는 타고 남은 잔열처럼, 잔잔히 깔리 분노가 있었으니까요. 반면, 주단은 초조했습니다. 그래서, 주변국이 감히 따라하지 못할, 더 강하고 오래 타는 화약을 개발하려고 골몰하죠.

 

주단은 불의 악마를 밀실에 가두고 더 좋은 화약을 만들 지혜를 강요합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지율을 이용해 살상력이 높은 화약을 개발하죠. 사랑을 갈구하는 악마를 누르고, 통제하고, 함부로 대하면서, 나를 이렇게 대하지 말라는 악마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듣지 않아요. 화약에 대한 주단의 집착은, 그를 불안과 광기밖에 남지 않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의 가슴에 불꽃은 꺼져가고 있었어요. 악마는 살기 위해, 새로운 불꽃으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불꽃 유하가 나타나죠. 유하는 숨겨진 척의 유지를 찾기 위해 궁으로 들어갑니다. 더불어 하찮은 돗자리 장수에게 불씨를 옮겨 준, 불의 악마를 사랑하게 돼요. 불의 악마는 주단에게 당하면서도, 주단을 사랑하는 마음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죠. 그리고, 유하가 찾은 척의 유지에는, 자신이 죽고난뒤 영겁의 시간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악마에 대한 염려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유하는 주단에게서 악마를 구하기로 합니다.

 

 

작품 속 모두가 자신의 '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불의 악마를 불의 산으로 데리고 가 줄 그릇은, 오로지 세 사람뿐이었죠. 그럼, 다른 사람들의 불은 왜 악마에게 선택받지 못한 걸까요? 왜 척이나 주단, 유하처럼 전쟁의 신, 승리의 증표, 제왕의 증거를 가지지 못한 걸까요? 그건 아마도, 그것이 세상을 비추는 불이 아니라, 자신만을 태우는 불이기 때문일 거예요. 모두 스스로 죽음으로 가거나, 타인을 죽음으로 몰기 위해 불타고 있었죠. 때론 알면서도, 때론 모르기 때문에...

 

불의 악마가 '악마'로 불리는 설정도 흥미로워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간'들은 복잡하고, 잔인하고, 남 탓도 잘합니다. 화약 개발에 재능이 있는 지율은, 과거 왕족들의 장난감으로 학대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자학을 반복해요. 그럼에도 그들이 아닌, 단 한번 자신을 모른척했던 악마를 증오하고, 많은 무고한 이들을 태워 죽이죠. 무기도, 심지어 불의 나라 궁인들도, 상황과 사정이 바뀌면, 거침없이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얼굴을 바꿔요. 오로지 악마만이 변함없이 선의를 베풀며, 계속 한결같이 사랑만을 바랍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뿔을 가진 악마와, 사람을 죽이는 뿔이 없는 인간인 셈이죠.

 

불은 인력이 있습니다. 붉은색이 퍼지는 모습이 꽃 같기도 하고,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춤사위 같기도 하고, 타오르다 허공에서 소멸하는 부티는 신기루 같기도 합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에 열기도 잊고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게 되죠. 사람 안의 불도 인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연정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굳건한 의지의 발현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요. 하지만, 선을 넘어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불은 돌연 광기가 되어 뜨거운 열기로 덮쳐 올지 모릅니다. 재가 될 때까지 모든 걸 태워야, 비로소 꺼지는 그 속성대로 말이죠.

 

사람과 어울려 살며 사랑하고 싶었던 악마가 끝내 깨달은 것은, 불은 불의 산에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불은 홀로 타지 않습니다. 많은 것들을 태우고, 멀리멀리 옮겨붙습니다. 재가 되지 않고, 불을 품을 수 있는 강한 사람조차 광기에 취하게 하는... 불이란 그런 거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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