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한그루, 초등학교 5학년, 집 앞에서 비를 맞으며 쪼그리고 있는 아이를 본다. 그루는 그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지만, 아이는 이상한 질문만 던진 채 옆집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루는 다음날 학교에서, 그 아이가 여름방학 직전에 전학 온 이가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루는 가람을 마주칠 때마다 아는 척 하지만, 가람은 그루를 무시하기만 한다.

승: 번번이 무시당하기를 3년, 그루도 가람도 중학생이 되었다. 그날도 가람은 그루를 모른 척 지나갔다. 순간 욱한 그루는 가람을 잡고, 같이 하교하자고 말한다. 의외로 가람도 그러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교무실에 불려간 그루는 뒤늦게 교실로 돌아오고, 모두가 하교한 빈 교실에 가람만이 그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뜩 땀을 흘리고 있는 가람은 해가 지면 나가자고 하고, 둘은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시공간에 덩그라니 남겨진다.

전: 입을 먼저 뗀 것은 그루였다. 그루는 3년 전 가람이 물었던 이상한 질문에 답을 한다. 가람은 그런 그루의 진지함에 웃어버리고, 둘은 소소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 그루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가람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날 가람이 전학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그루는 문학잡지사 기자로 일하면서, 작가 B의 인터뷰를 담당하게 된다.

결: 베일에 가려진 작가 B,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소나기' 1권을 쓰고 후속편을 내지 않는 야속한 작가였다. 약속 시간을 1시간 40분 넘긴 시점, 서서히 분노에 젖어가는 그루 앞에 성인이 된 가람이 나타난다. 작가 B의 인터뷰가 무난하게 끝나고, 가람은 그루에게 맥주 마시자고 제안한다. 그곳에서, 가람은 글의 쓴 계기가 자신의 짝사랑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비밀에 대해서도... 10년, 그루는 자신의 첫사랑이 이루어졌음을 깨닫는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혼몽해 질 정도로 더웠던 여름을 기억하며...

'입추'도 지나고, 숨 막히는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합니다. 잠깐이긴하지만 소나기도 시원하고 내렸고요. 바람도 불고, 아스팔트를 디디는 순간부터 끈적이던 땀도 좀 덜 나는 것 같아요. 24절기를 정하던 시절과 기후는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었을 텐데, 참으로 오묘한 우주의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멍~) 물론, 그럼에도 아직 덥긴 덥습니다. 더워서 그런지 멍~하네요. 몇 달 내내 이 상태였던 것 같지만요.

김에...라고 하긴 면구스럽지만, 한 여름 신비로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단편 웹툰 한편을 리뷰 해 볼까 합니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한 여름을 다룬 많은 소설, 영화, 만화나 웹툰은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여름 밤에 꿈'도 여름밤에 일어난 요정들의 장난을 소재로 하고 있잖아요. 고온 습윤한 공기에 혼몽한 계절, 이성이 한없이 버벅거리는 시간 동안, 현실인 듯 꿈인 듯 살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나기' 속 그루와 가람은 여름에 만나, 여름에 헤어지고, 여름에 재회합니다. '여름'이 이들에게 특별한 이유! 바로 가람의 체질 때문이에요. 가람은 모친인 인어의 형질을 물려받았고, 체온이 올라가면 잠시 기화해 버려요. 물론, 물에 닿거나 체온이 내려가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한여름 열기에 기화했다가, 문득 쏟아지는 소나기에 돌아오곤 하죠. 문제는, 한여름의 열기에 더해, 체온을 올리는 일이 발생할때예요. 가령, 좋아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것처럼요.

소나기가 내리 던 날, 물웅덩이를 보고 있던 가람에게 노란 우산을 든 그루가 나타납니다. 엉뚱한 질문, 엉뚱한 대답, 별것 아닌 시간이었지만, 가람은 몸에서 기화할 것 같은 열기를 느낍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가람은 기어코 기화되어 버려요. 그 후, 가람은 그루를 피해 다닙니다. 사람들 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했으니까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그루는, 홀로 분이 차오르고 있었고요. 결국, 그루는 가람을 잡고, 가람은 그루의 고백(?)에 체온이 올라가 그의 앞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본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루는 첫 실연을 당하죠.

10년이 지나, 그루와 가람은 재회합니다. 기자와 작가가 되어서요. 그루 앞에만 서면 기화하는 가람은 미련 덩어리인 소설을 쓰고,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역시, 최고의 글은 '겪은 일'에서 비롯되는 것 같죠? 어쨌든, 두 사람의 오해는 풀리려고 하는 순간! 가람은 또 기화해 버립니다. 그루의 두 번째 실연인가!!!! 싶은 그때!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립니다. 그리고, 이번엔 너무 늦지 않게, 가람은 그루 앞에 나타나요. 두근두근 체온이 오르면 기화하는 인어와, 두근두근 한순간마다 실연을 당할 뻔한 그루의, 신비로운 한여름 이야기였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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