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9화 + 외전 1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정민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신을 도와준 이룸을 좋아하게 됐고, 이후 우연히 술 취한 이룸의 실수로 얼떨결에 뜨밤을 보냈다. 그리고, 정민은 짝사랑 상대 이룸과 섹파라는 애매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룸과 섹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씁쓸한 길,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가 정민의 몸의 손을 대자 오색빛깔 산호가 피어나고, 그는 그 산호를 떼어먹었다. 그는 학교 선배 사로였다. 그 후, 정민은 사로 제안에 요상한 아르바이트도 시작한다.

승: 사로의 일족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고, 부득불 타인의 감정으로 피어난 산호를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순수한 감정으로 피어난 산호는 맛있지만 희귀했기에, 사로는 맛없는 산호를 먹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후배 정민은, 산호를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순수하고 맛있는 '짝사랑'의 감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로는 정민에게 맛있는 산호를 얻어 내기 위해 알바를 제안한다.

전: 이룸은 정민의 마음을 알고 정민에게 독점욕도 느끼지만, 금기를 넘을 용기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로의 계략에 말려 여자친구를 사귀고, 그 모습을 본 정민은 크게 상처 입는다. 짝사랑에 힘겨운 정민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사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반면, 정민이 가진 이룸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의 감정을 지켜본 사로는, 정민을 사랑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서, 사로는 일족의 저주를 풀기 위해 어머니를 만나고, 진짜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다.

결: 한편, 사로의 계략을 알게 된 이룸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민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정민에 대한 이룸의 집착은 나날이 심해진다. 한편, 사로는 정민을 이룸에게서 구하겠다며 정민을 감금한다. 하지만, 비극적인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사로는 정민을 놓아 준다. 이룸은 사로의 집을 나오는 정민을 보고 흥분해 도로로 밀치고, 그 순간 사로는 정민을 구하고 대신 죽는다. 그때 용왕이 나타나 사로의 저주를 풀어준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감정의 맛

욕구의 종류는 많지만, 결국 그 본질은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때론 서로 간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제일 범용적으로 쓰이는 욕구가 식욕! 바로 맛!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BL에서도 제법 많은 맛집들이 존재하지요~ 집착광공은 매운맛, 대형견공은 달달구리, 쌍방구원물 속 공수는 쓰지만 중독성 짙은 에스프레소가 연상되기도 해요. 여기 감정을 느끼고, 보고, 맛보는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어가 아닌 방법으로 정보를 얻는 초능력자들을 많습니다. 문자를 읽는 향현사나, 이미지를 읽는 사이코메트리스트, 타인의 감정에 동화할 수 있거나 이세계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신력을 지닌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 능력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소재가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진의'를 알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간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맛보는' 초능력까지 등장했습니다. 두둥! 저는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런데, 이 능력... 정말 보통 사람보다 우월한 걸까요? 물론, 웹툰 속에서 사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민의 감정을 맛본 덕분에, 능수능란하게 이룸과 정민 사이를 이간질 하긴 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산호를 먹지 않으면 죽으니까 손해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애당초 이 능력은 용왕의 산호 정원을 망친 죄로 내려진 벌이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로는 999년을 산 예비 용이었어요. 하지만, 거사를 1년 앞둔 검은 뱀은, 용왕의 산호 정원을 가꾸는 아름다운 정원사에게 첫눈에 반하죠. 하지만, 정원사는 사로를 거절했고, 분노한 사로는 정원 깊숙이 숨겨진 진주를 훔쳐 먹습니다. 불행히도, 그 진주는 가장 순수한 사랑을 모아 만들어진 보옥이었고, 엇나간 연심으로 가득 찬 사로에게 그 결정체는 독이었어요. 용왕은 꾀씸한 뱀에게 벌을 내리려 하지만, 그때 정원사가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뱀의 죄를 함께 지기를 청합니다. 그 모습을 갸륵하게 본 용왕은, 진정한 사랑을 깨우치게 되면 저주를 풀어주겠노라 선처를 베풀어, 두 존재를 인간 세계로 떨굽니다.

사로의 일족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있기에, 타인의 감정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저주의 실체는 '사랑하면 미치는 저주'였어요. 수없이 반복되는 윤회 속에서, 사로는 환생한 정원사를 만나고 필연인 듯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집착과 광기로 인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 미쳐 환생한 정원사를 죽이고 맙니다. 이번 생에 정민으로 환생한 정원사 역시 또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물론, 결말은 달랐지만 말이에요.

'산호가 피는 소리'에 재미있는 설정 중 하나는, 역시 '맛'인데요. 집착, 독점욕, 질투 같은 악의적 감정들은 흔히 독처럼 묘사되잖아요. 하지만, '산호가 피는 소리'에서 맛은, 순수할수록 좋습니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꾸미지 않을수록 맛있다는 거죠. 사로는 이룸의 독점욕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상처 입은 정민의 감정은 맛난 아이스크림이 돼요. 부산물이 뒤섞이지 않은 질 좋은 재료들은, 밀폐용기에 잘 보관되어 훌륭한 음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맛없는 음식도 있습니다. 바로 거짓이 섞인 감정이요. 상대방을 위해 인내하고 희생하는 사랑,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한 위로, 이런 것들은 맛이 없습니다. 신선하죠? 단순한 욕구보다 고차원적인, 흔히 어른스럽고 성숙하다고 불리는 감정들인데 말이에요. 하지만, 결국 이런 감정들은 이기심, 사랑받고 싶은 욕구, 혹은 미움이나 슬픔 따위의 '진짜' 감정에, 불순물을 잔뜩 첨가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짝퉁이라는 거죠.

사로는 정민을 만나기 전, 그 맛없는 산호들만 먹으며 살고 있었어요. 불순물들이란, 결국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해 생긴 것들일 테니, 자의든 타의든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을 거예요. '우리'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맛 좋은 산호를 먹기는 힘들었겠죠. 그러다 순수한 짝사랑의 산호를 퐁퐁 내뿜는 정민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날 사로가 맛본 정민의 산호는, 냉동 닭 가슴살만 삶아 먹다 튀긴 치킨을 먹었을 때만큼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사로는 말도 안 되는 알바를 제안하고, 뒷수작을 부려 정민을 곁에 붙들어 놓죠. 포기할 수 없는, 한 번 맛본, 그 환상적인 맛 때문에...

 

그러다 사로는 정민의 그 순수한 애정을 먹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길 원하게 됐죠. 오랜 짝사랑에 지친 정민은, 마음속에서 이룸을 끊어 내고 싶어졌고요. 결국, 사로와 정민은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해요. 물론, 그전에 먼저 사로의 저주를 풀어야 했어요. 두 사람은 사로의 어머니를 만나 저주의 진실을 듣게 됩니다. 한편, 부쩍 가까워진 사로와 정민을 보는 이룸의 질투는 한계에 다다릅니다. 결국, 이룸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민에게 고백합니다. 동시에, 사로의 뒷공작(?)이 들키면서, 정민은 사로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이룸을 선택합니다. 이후, 장르는 급 피폐물의 길을 걷게 되죠.

마무리는 좀 아쉬웠습니다. 폭행, 감금, 탈출, 사고, 깨달음...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느린 템포로 섬세하게 다루던 초중반과 다르게, 후반부는 대형 사건들이 몰아칩니다. 물론, 빠른 템포가 긴장감을 고조시킬 때도 있지만, 인물의 심리 중심이던 '산호가 피는 소리'가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 중심으로 급변하는 모양새다 보니... 전 좀 잉?했어요. 지리멸렬한 몇 갑절의 시간 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주의 굴레가, 너무 툭 끊어진 느낌이랄까요. 사로가 정민을 위해 희생하는 건 그렇다 쳐도, 사로가 정민을 죽이지 않고 이룸에게 보내주는 장면은 이해가 안 갔어요. 과거의 사로와 현재의 사로가 반대의 결정을 하는, 엄청나게 위대하고 핵심적인 심리 변화가 빠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공들인 밑 작업의 마지막 화룡점정이 초큼 부족한 것 같은... 이어지는 외전에서 용왕이 등장해 과거 스토리의 여백을 메꿔주고, 서툰 사로와 정민의 연애 분투기가 본편에서 중단된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보충해 주긴 하지만, 저의 갈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죠. 그래도, 이제는 사로와 정민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ㅠ.ㅜ 미련 많은 이 여자의 아쉬움은, 정민의 귀욤 귀욤 짤로 달래보도록 하겠습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웹툰 리뷰

 

2020.10.24 - [BL 웹툰] - [SF물/시리어스물/애절물] 별이 잠들 때 - TOU, 상혁

 

[SF물/시리어스물/애절물] 별이 잠들 때 - TOU, 상혁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4화 + 외전 10화 ​ ​ ​ point1: 한 컷 ​ ​ ​ ​ ​ ​point2: 줄거리 ​ ​ 기: 2020년 가을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고 ,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쏘아 올린 수 많은 미사일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