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95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그레이는 낮엔 카페 종업원, 밤엔 사람의 꿈속에 찾아가 정기를 먹는 몽마로 산다. 단, 어머니가 인간인 반쪽 몽마라, 약한 몸과 인간의 수명을 지닌 캠비온이라는 것이 다를 뿐! 카페 단골인 회계사 에단을 짝사랑한 그레이는 밤마다 그의 방을 찾지만, 그의 정기를 먹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한편, 인간들의 돌연사가 급증하면서, 몽마의 어머니 격인 에나벨라는 라미아들을 의심하고, 라미아의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는 그레이를 더 보호한다.

: 에단은 카페 종업원 그레이를 짝사랑한다. 단지, 라미아 블레어의 수호를 받는 케인가 출신이라는 것이 다를 뿐! 에단은 이종족에 배타적인 케인가가 싫었고, 동생 리암을 버리고 홀로 도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블레어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지지부진했던 그레이와의 관계가 변한다. 그러던 중 블레어의 약점을 잡고 싶었던 그레이는 블레어의 의식으로 들어가고, 곧 들켜 정기를 모조리 빼앗긴 채 방치되다 에단에 의해 구해진다. 둘은 연인이 된다.

전: 한편, 돌연사 급증의 원인이 미숙한 그레이의 정기 흡입이라고 결론이 나면서, 에나벨라는 그레이를 감금한다. 에단은 사라진 그레이를 찾기 위해 에나벨라를 만나고, 에나벨라는 그레이에게 정기를 가장 많이 주고도 살아 있는 에단의 존재를 통해 의심을 거둔다. 그리고, 근래 종적을 감춘 칼을 떠올린다. 그레이의 아버지 아치는 반려인 인간이 살해당한 후 이성을 잃고 라미아들을 사냥을 했고, 사건이 커지자 몽마들은 동족 보호를 위해 아치를 잠재웠다.

결: 아치의 충실한 심복이었던 칼은 라미아와 에단의 동생 리암을 이용해 아치를 깨운다. 이 과정에서 그레이와 토레스는 크게 다친다. 한편, 아치는 자신의 반려를 죽인 라미아와 자신을 잠재운 동족을 공격하려 하지만, 그레이를 발견하고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주저한다. 폭군 아치를 선망했던 칼은, 그 모습을 보며 흥분해 지난 비극들의 진실을 발설한다. 아치는 칼을 죽이고, 그레이에게 자신의 정기를 나누어 준채 사라진다. 그 후, 라미아와 몽마들은 협정을 맺는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 끝인가요?

한 화 20컷 미만과 흑백 연재... 원래 잘 보지 않습니다. 물론, 한 컷이 일러스트 수준이거나 전투씬처럼 고퀄리티인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저의 경험상 고퀄 작가일 수록 한 화의 컷 수도 많아요. 혹은 고퀄 작가가 컷 수를 줄이면서 저퀄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저작물의 가치는 비교 할 수 없다!는 말에 일부 동의하지만, 다양성을 이유로 동가를 주장하는 것도 어패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평가하는 비교적 객관적 지표 중 하나가, 작화와 분량일 테고요.

그럼에도, '미드나잇메어'는 참 오래도 봤습니다. 언제나 마지막 스크롤에서는, 그 짧은 분량에 놀라면서도 끊을 수 없었던 이유! 당연히 재미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몽마와 회계사의 사랑 이야기! 더불어 메인 커플에 밀리지 않은 일편단심 서브 커플의 찌롱 스토리도 다음 편을 부르게 됐죠. Take my money!!!

하지만, 결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깨어난 아치가 너무도 어이없이 사라져서 좀 허무했어요. 결국, 이 웹툰의 최대 하드 캐리어는 '칼'입니다. 칼이 없었다면, 애당초 모든 사건은 시작도 안 했을 지도요. 그래서 장시간 비밀리에 주도면밀하게 준비 한 것에 비해, 칼이 마지막에 스스로 폭주하고 자멸하다는 것이 일관성 없게 느껴졌어요. 인간을 사랑한 아치가 아들인 그레이를 보고 흔들리는 것이 예측 못 할 사태였을까요? 깨우면 장땡!이라는 걸까요? 구태여 묻지도 않았는데, 아치를 분노케 하고 싶었던 걸까요? 죽고 싶었던 걸까요?

 

칼의 제외하고 본다면, '미드나이트 메어'의 주요 갈등은 종족 간 균열이에요. 과거, 인간과 라미아, 몽마는 협정을 맺고 균형을 지키며 평화를 유지해왔죠. 하지만, 균형이 깨지면서 인간들은 이종족을 사냥하고, 이야기 속 비극도 시작돼요. 블레어는 자신을 숨겨준 케인과의 후손들을 이종족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계약을 맺어 종족의 이단아가 되고, 몽마는 협정을 깬 라미아를 증오합니다. 라미아와 몽마는 잔인하게 학살되었고, 살아 남은자들은 숨어 살게 돼요.

그래서, 몽마와 라미아 모두 인간에게 동족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을 절대 규칙으로 여깁니다. 몽마들은 라미아를 괴롭혔고, 라미아들을 늘 당하며 살았지만, 인간에게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문제없었어요. 하지만, 원인불명의 급사가 늘고, 몽마들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었죠. 몽마의 어머니인 에나벨라는 과거의 전적을 기억하며 라미아가 그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칼의 모략에 의해 그레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레이는 캠비 온 이 자 아치의 아들입니다. 아치는 아주 강한 몽마였고, 많은 몽마들의 우상이었죠. 하지만, 어느 날 인간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반려로 맞이하면서, 행복한 '일반' 생활을 누립니다. 그런 모습이 아치의 추종자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탈이었고, 몽마에 맺힌 것이 많은 라미아들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물론, 라미아들의 어설픈 납치는 실패로 끝나지만, 그 기회를 틈타 아치의 광팬인 칼은 아치의 반려를 죽이고 그 일을 라미아들에게 뒤집어 씌워요.

반려를 잃은 아치는 라미아들을 학살하고, 그 행위는 너무 잔인하고 광범위해서 동족을 노출시킬 위험에 처하게 돼요. 결국, 아나벨라는 아치를 잠재우죠. 아나벨라는 아치의 아들인 캠비온을 보호함으로서 아치에 대한 죄책감을 덜려고 합니다. 반면에, 아치의 누나였던 브렌다는 치 떨리는 아치의 아들을 무시해요. 모두 찰나와 같은 인간의 수명을 누리게 될 캠비온이라는 존재를, 아치라는 안경을 투영해서만 바라봅니다.

그런 그레이였기 때문에, 자신을 '아치'가 아닌 '그레이'라는 존재만으로 바라보고 사랑해 주는 에단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도요.

그리고 영생의 존재들이, 이 어리고 약한 존재로 인해 변합니다. 오랜 시간을 살았다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무한의 시간도 얼마나 긴지 알고 있다는 거겠죠. 또, 오랜 시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상실을 봤다는 의미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그 오래된 존재들은, 거만하고, 쉽게 체념하고, 염세적이면서, 엉덩이가 무거워요.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계속 새롭게 겪을 수밖에 없고, 배울 수밖에 없고, 변할 수 밖에 없었죠. 캠비온이 알려 준 것은 그 작은 진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이 서브커플 말입니다. 솔찍히, 어느 순간부터는 그레이와 에단보다 더 애정 했던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입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더블데이트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고, 마지막엔 그레이와 에단의 새로운 보금자리 위층 이웃 주민이 되기도 하죠.

몇백 년을 살았던 이 커플은, 반백년도 채 살지 않은 어린 커플들에 의해 변합니다. 남겨진 시간이 많다면, 그 시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는데 써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 하나를 아프게 깨닫죠. 토레스는 몽마인 자신의 존재가 몽마들에게 라미아인 블레어를 노출시킬 계기가 될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같이 있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아슬아슬한 섹파라는 관계로 근근이 유지합니다.

하지만, 고작 인간인 에단과, 반쪽 몽마인 캠비 온 이 치열하게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을 봐요. 두 사람은 더 짧은 생을 살고, 더 약한 신체를 타고났으며, 더 악조건인데도 포기한다거나 석파로 남는다는 선택지는 없었고, 그 무모함이 용기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왠지 외전이 나온다면, 메인 커플보다는 더 보고 싶은 서브 커블이에요.

배경과 그림체 모두 미드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합니다. 클래식 무비에서 상영해 줄 법한 드라큘라 흑백영화 말이에요. 물론, 그보다 훨씬 차분하고, 잔잔하며, 발칙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모가 밝혀지면서 끝을 맺는 스릴러와 다르게, 숨겨진 비밀이 아치를 깨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깨어난 아치가 묵은 갈등을 바로잡는 시즌이 다시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어찌 보면 반전이긴 하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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