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7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절벽 위의 신궁에 나라 호방국은 난공불락의 정교일치 국가다. 호방국의 아름다운 지도자 신은, 어느 날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호위무사 아랑에게 천제를 가겠다며, 자신의 대역을 구해오라고 시킨다. 아랑은 노예상에게 가지만 신의 대역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척박한 죽음의 땅인 뿌리굴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더기 옷을 입은, 신과 똑같은 외모의 호비운을 발견하고 궁으로 데리고 온다.

승: 호비운은 신에게 강간 당하고, 대역으로 이용당하지만, 아픈 어머니와 많은 동생들이 있는 뿌리굴로 돌아가기 위해 참는다. 하지만, 호비운에게 호기심을 느낀 신은 그를 돌려보내지 않는다. 결국, 호비운은 신변을 정리할 수 있는 짤읍 시간을 허락 받아, 신과 함께 뿌리굴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신은 뿌리굴을 호방국의 영토로 선포하고, 구호물자를 나누어 준다. 한편, 사랑하는 형이 신과 함께 떠나는 것을 본, 동생 호진은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전: 과거, 신은 승상과 함께, 광기에 휩싸인 친부와 혁명전쟁을 치르고 지도자가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유일신이 되면서 종교는 탄압하고, 이때 전교를 위해 호방국에 있었던 피사노 역시 죽는다. 시간은 흘러, 승상의 조카인 신비를 반려로 맞이하지만, 신은 호비운에게 빠져 등한시하고, 신비는 신에게 위험한 미약을 사용하다 유폐된다. 승상은 귀족들을 모으고 만족을 이용해 신을 끌어내리려 한다. 그리고 노예상 카르카난은 호진을 성형시켜 호방국으로 들인다.

결: 한편, 호비운과 신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뿌리굴 출신의 호비운의 등장은 위기로 느낀 귀족과 승상이 모반을 실행하는 도화선이 되고, 결국 승상은 만족에게 호방국의 굳건한 문을 열어준다. 호방국은 초토화가 되고, 신은 그제서야 이 모든 배후에 피사노의 동생인 노예상 카르카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신은 신민들을 살리기 위해 호방국의 핵인 씨앗을 부수고, 무너지는 망국에 땅에 호비운과 함께 몸을 맡긴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BL같지 않은 BL작품들

내포가 많아질수록 외연이 줄어든다죠. 무슨 소린고 하니, 필수 성분이 늘어나면 늘어 날 수록 소수군으로 남는다는 것이지요. BL이 그렇습니다. 드라마 중에 사랑을 소재로 한 로맨스, 로맨스 중에서도 주인공이 동성애인 퀴어, 퀴어 중에서 남성 간의 애정을 다룬 상업 장르 소설이 BL이니, '일반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런 소수군의 영역은, 저변 확대를 위해 작가님들이 쉽게 선택 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확실히 BL 시장이 넓어졌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BL'도' 쓰는 작가님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 말이에요. 물론, 존잘님과 존잘님이 사랑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는다면, 정말 절레절레예요. BLer들의 자극점이 있는데, 그것이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bise님의 'truck stop'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상업 소설, 문학 소설, 장르소설 모두 문장이 다르지만, 그 경계를 명확히 긋기 힘든 것처럼요.

물론, 저는 좋습니다. BL같은 BL아닌 BL작품들은, 좋은 말로 '아는 맛' 나쁜 말로 '뻔한 맛'에서 빗겨난 재미를 선사해 주니까요. GL 웹툰인 '치정'을 쓰신 손개피 작가님의 '봉촌각시'나, 판타지 웹툰인 '오마이갓'을 쓰신 강지영 작가님의 '킹메이커' 모두 손 떨리는 명작들입니다. 시놉시스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좀 다른 포인트에 무게를 두고 전개하고 있달까요.

'나, 사랑하다.' 역시 탑툰에서 '허니트랩'을 연재하셨던 달콩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탑툰 자체가 남성향 웹툰 플랫폼이고, '허니트랩'도 매우 남성향 작품입니다. 남성의 판타지와 여성의 판타지가 다르니, 당연히 이상이 반영된 가상세계도 다른 모습입니다. 저는 일반 소설, 로맨스, GL, BL 가리는 것이 없이 보는 잡식인데요... 가끔, 각 장르마다 비슷한 시련을 이겨내고 사랑에 도달하는 커플들의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 것을 보면, 역시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른 별에 살고 있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호방국은 천해의 요새로 아름다운 풍광과 이민족의 침입이 없는 평화로운 국가입니다. 위기가 없는 국가가 그렇듯, 호방국 역시 평화병에 젓어 있었고, 귀족들은 왕의 폭정에도 눈과 귀를 닫습니다. '신'은 아름다운 무희 어머니에게 태어난 지도자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친부는 예술 작품처럼 완벽한 외모의 아들을 탐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총애를 앗아간 아들을 시기해 목을 조르죠. 어리고 아름다운 신은 혁명을 일으켜 왕이 되고, 그 자리를 공고하기 위해 종교를 탄압하고 유일신이 되요. 그 과정에서, 스승과 같았던 피사노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불운의 황자, 역성혁명, 세상을 바로 세우는 영웅적 군주가 공일 때, 그를 돕는 능력수든 절대적 비호를 받는 소심수든, 결국 공의 상처 입고 약해진 마음에 의지와 위로가 되어 줘요. 사랑만 배우지 못한 공에게 사랑을 알려 주는 존재로서 그려집니다. 호비운 역시, 심술쟁이 변덕꾼 신을 진지하고 신실하게 변화시키죠. 그저 아버지와 다른 군주가 아닌, 포용력 있고 자비로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이자 동행자가 되어 줍니다. 신은 호비운을 사랑하고, 그를 통해 행복을 배웁니다.

하지만, 과오는 반성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죠. 피사노를 잃은 남동생 카르카난은 신을 죽이고 호방국을 전복시키고자, 오랜 세월 숨죽여 기회를 노립니다. 그리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바늘을 움직이는 것처럼, 신이 무시했던 날 선 존재들이 동시에 맞물려 데드 플래그의 카운트다운을 발동시키죠. 신의 애정만을 갈구했으나 끝내 치욕스럽게 버림받았던 신비, 킹메이커에서 모반의 중심으로 돌아선 승상, 호비운을 빼앗긴 동생 호진이, 카르카난의 장기말이 되어 멸망의 트리거를 당깁니다.

해피엔딩인 듯, 새드 엔딩인 듯, 열린 결말인 듯 닫힌 결말인 듯, 이야기는 독자에게 그 끝을 맡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확실한 것은, 제법 무게감 있고 완결성 있는 마무리를 한다는 거예요. 사랑은 위대하다. 희생적 애정으로 장엄하고 웅장하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남자는 가슴 크고 순종적인 여자가 나오는 작품이면 다 좋아하고, 여자는 잘생기고 돈 많고 몸 좋은 남자가 평범하고 돈 없는 상대에게 간도 쓸게도 다 내주면 좋아한다고요. 정말... 대답할 가치도 없어요. 패션의 완성도 얼굴이라는데, 당연히 여자든 남자든 이상적인 외모에 대한 판타지는 있겠죠. 하지만, 그게 전제는 될지언정, 핵심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성을 자극하고, 몰입을 이끌어 내는 포인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BL같지 않은 BL 작품들은 그 포인트를 신선한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게다가, 좋은 작품이란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감상에 즐거움이 있습니다. 근래에는 웹툰뿐만 아니라,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셨던 작가님들도 BL 소설을 간간이 발간하시더라요. 뭔가, 음? 달라!하고 찾아보면, 동일작가의 다른 작품은 BL이 아닌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추세를 매우 환영합니다. 읽을 거리는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니까 말이에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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