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코미코
분량: 본편 56화 + 외전 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30살 강호수. 흔한 백수다. 아는 형 김도현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김도현은 갑자기 나타난 친모의 등장으로 정서가 불안해진 이서를,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진 호수에게 보내고, 일당 20만원에 혹한 호수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뼛속까지 서민인 강호수와 저세상급 이서와의 좌충우돌 동거는 시작된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졌음에도 밝고 솔직한 호수에게 이서는 점점 마음을 열고, 그런 이서에게 호수는 빠져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쉽게 들킨다.
승: 한편, 호수는 이서가 어린 시절 친모의 학대와 친부의 자살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친모의 등장으로 인해 극심한 공황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호수는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기회도 잃고 양모에게 갈취 당하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주변의 한심한 시선을 담담히 받아낸다. 그런 강한 모습에 이서는 끌리기 시작하고, 호수가 발작을 일으킨 이서를 온몸 바쳐 보호하면서, 이서는 호수에게 제대로 코가 꿴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전: 그러던 중 호수의 양모와 이서의 친모가 호수를 찾아온다. 자신을 빌미로 이서에게 돈을 뜯으려는 두 사람을 보며, 호수는 애절하게 매달리는 이서에게 일방적 이별을 통보한다. 그 후 이서는 호주로 떠나고, 친모가 죽었다는 기사와 함께 귀국한다. 도현은 정사가 불안한 이서를, 다시 한번 호수에게 부탁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호수는, 힘들어하는 이서를 찾아간다. 그렇게 호수는 계략공의 덫에 스스로 발을 들인다.
결: 이서는 뻔히 자신을 좋아하면서 계속 도망치는 호수가, 스스로 자신을 선택할 수 있게끔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녹인다. 그리고 이서 역시 더 호수가 좋아진다. 한편, 과거의 사건 이후 인연을 끊고 지내던 양모에게 연락이 오고, 수호는 출생의 비밀과 양모의 진심을 듣게 된다. 수호는 스스로를 옥죄던 공포로부터 벗어나, 이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다소의 방해는 있지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잘 버리지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산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가족이 되자!
'바람이 머무는 자리'가 절찬리 연재 중입니다. 두둥! 하지만 완결이 나지 않았죠. 작화와 스토리, 분량,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님... 부디 손목과 허리 건강을 지키며,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사님 작품은 대원씨아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웹툰으로 연재하고 단행본으로도 발간됐어요. 아마도 '바람이 머무는 자리' 역시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다만, 제가 유사님 작품을 웹툰으로 봤기 때문에 웹툰란에 소개해요.
유사님의 작품을 보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유사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가족' 혹은 '가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요. 그리고, 진정한 '가족'을 만들면서 행복을 찾아가죠. 그 과정에서 신랄한 난장판에 휘말리기도 하고, 혹독한 이별을 경험하기도 해요. 가족이란 대가 없이 주어진 절대적 내 편이기도 하지만, 끊어 낼 수 없는 업보나 평생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한 타인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분신처럼,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죠.
'적의 심장, 그를 가지다.'에서도 '가족'이라는 키워드는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카산의 아버지는 이겐의 집안을 몰살시키고, 이겐은 카산의 집안을 도륙합니다. 하지만, 카산은 이간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이겐은 카산을 믿고 싶어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결국, 카산에게 이겐은 가족이 되고, 카산은 이겐에게 상처만 되는 원래 가족을 버립니다. 가족과 가문이 얽매여 행복을 잃은 두 사람이 그 묶은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저에게 유사님의 대표작은 아직까지 '미치기 좋은 날'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치기 좋은 날'은 '이별'을 중심으로 전반부, 후반부가 나뉩니다. 전반부는 호수의 옥탑방에서 숨어 살았던 다사다난한 동거기를, 후반부는 이별하게 만든 장애물이 사라진 뒤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묘미는 얼빠수에게 빠져버린 미인공의 풋풋한 첫사랑이 반면, 후반부는 첫사랑의 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계략공으로 거듭난 집착공의 밀당입니다.
공과 수 모두 겁쟁이지만, 수가 공을 위해 겁쟁이가 됐다면, 공은 수 때문에 겁쟁이에서 벗어나죠. 게다가, 두 사람은 일생에 중요한 시기 우연히 3번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비장하게 예고된 것에 비해 잘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짜임새가 곳곳에 배치된 작품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호수의 애환은 불륜남 친부로부터 시작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호수는 파양을 두 번이나 당하고, 친부에 의해 마지막으로 입양됩니다. 쓰라린 파양 경험을 가진 호수는, 양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태어나고, 양모는 호수가 남편의 불륜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호수에게 온 정을 주며 키운 것이 기만 당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을 때, 양모는 호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설상가상 그런 호수를 비난하는 소리를 엿듣고, 뛰쳐나간 여동생이 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양모에게 호수는 재앙 덩어리가 돼요.
그 후 호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 동생의 병원비와 집안의 생활비를 대기 시작합니다. 홀로 사는 옥탑방, 외로운 생활에도 호수는 가족이라는 끈을 놓을 수 없었죠. 호수에게는 그 조차도 절실했어요. 이용이라도 당하지 않는다면, 가족을 가질 수 없는,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스스로를 확정 짓는 것 같았으니까요.
반면, 이서는 아름다운 외모와 악독한 성격을 가진 친모로부터 시작하죠. 이서는 어머니에게 학대받았던 기억, 어머니가 버리고 떠난 후 자살한 아버지의 사체와 함께 방치되었던 기억, 아들을 죽인 어머니 대신 할머니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으로 멍들어 있습니다. 가수로 성공을 하고, 스타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그때의 기억들은 단편적 영상, 구토감, 두통과 공포로 각인이 되어 있었죠.
친모는 자신이 버린 아이가, 그 이서라는 것을 알자마자 돈을 뜯어내려 갖은 수법을 동원합니다. 소속사 사장이 그녀를 끊어내자, 기자들을 찾아가 비련의 생모처럼 연기를 하죠. 이서를 죽고 싶게 하는 트리거는 온 세상에 깔려 있었어요. TV도, 인터넷도, 길거리에 사람들도 모두 그녀와 이서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친모와 똑같이 생긴, 이복동생이 눈앞에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이서에게 가족은 그저 괴로운 기억에 불과했죠.
두 사람은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존재를 끊어내지 못합니다. 이서도 호수도 그들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싶어 하죠. 그런 이서와 호수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생기고 나서야, 마음속에서 그 오래된 존재들을 밀어내요.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줄 준비를 하듯이 말이에요.
분명, '미치기 좋은 날'의 큰 즐거움은 슈퍼스타에게 사랑받는 신데렐라, 계략공에게 제대로 걸려든 자낮수의 이야기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보다 '나의 가족은 형'이라는 대사가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을 보면, 이들이 겪은 가족이라는 시련이 제법 강도가 높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서의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독한 유언을 남기며 자살하고, 호수의 어머니는 호수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해요. 어떤 형식으로든, 두 사람은 묵은 과제를 끝낸 셈이죠. 게다가 스토커에서 남창이 될 뻔한 이서의 동생과, 김도현 사장이 나이차를 극복한 열애에 빠지면서 가족의 경계선은 묘~하게 넓어집니다. 더블데이트인 듯, 가족 회동인 듯 추억을 쌓아가요.
유사님 작품은 작화를 빼놓을 수 없죠.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머리카락, 공들인 배경, 옷과 장신구를 비롯한 자잘한 소품까지... 손재주뿐만 아니라, 자료조사,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까지 감동이에요. 배경 프로그램을 쓰는 건 작가님의 선택이겠지만, 이질적 3D, 사진을 뭉개 놓은 배경부터 심지어 인물만 있고 배경이 단색인 웹툰들도 수두룩 한데, 이렇게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작화를 보면 명화를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자율 가격제라면 더 높은 가격으로라도 사보고 싶은, 평준 가격이라는 것이 아쉬운 작품 중 하나예요.
2020년도 몇 시간 안 남았네요. 고럼 마지막은 호수와 이서의 반짝반짝 새해 인사로 대신합니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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