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씨앤씨레볼루션(주)

분량: 본편 62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경찰대 수석 입학, 바른 생활의 표본인 태준은 자취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문득 빨간 이층집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너무나 반갑게 맞이하는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정연우, 다섯 살 때 단짝이었다고 말하는 성공한 추리소설가였다. 사실, 태준은 5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연우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태준에게 화가 난 듯 보였지만, 기꺼이 태준을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해 준다.

승: 엉겁결에 동거는 시작되었다. 한편, 태준의 친구들은 태준의 자취방을 찾아와 예의 없게 굴고, 연우를 그들을 거침없이 대한다. 사실, 고아인 태준은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YES 맨인 태준은 인기도 많았지만, 그래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때때로 태준은 숨이 막혔고, 그때마다 목을 조르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태준에게, 안하무인인 연우는 이상적이었다.

전: 연우와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태준은 조금씩 변한다. 그의 은밀한 시간이 늘어가고, 태준은 연우를 통해 느낀 개방감에 점점 중독된다. 스터디차 집에 놀러 온 동기들이 연우에 의해 쫓겨날 때도, 친구들이 신경 쓰이지 않고 연우에게 미움받을 것만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잊었던 과거의 기억도 조금씩 돌아왔다. 연우의 부모는 어린 연우를 학대했고, 그 장소는 거울이 잔뜩 있는 검은 방이었다. 태준의 악몽에 등장한, 무수한 손들 이 있는 방이기도 했다.

결: 태준과 연우의 관계는 깊어지고, 태준의 모범생 가면은 무너진다. 한편, 태준은 대량의 혈액은 남았는데 사람은 없는 증발 사건을 연속해서 경험한다. 연우의 소설 속 사건과 똑같은 사건들이었다. 사범님의 의심까지 연우를 부추기자, 태준은 연우를 의심한다. 그리고, 연우는 태준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태준은 집을 나온다. 연우는 자신의 생일에 태준과, 태준의 친구, 사범을 모두 집으로 초대한다. 그날 태준은 '진실'을 '경험'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나는 너야(feat. 자! 숨 쉬세요.)

'검은 거울'을 읽다 보면 호흡이 딸리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연재분 마지막 단에, 숨 쉬라는 리뷰를 보고서야, 숨을 참고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하죠. 스릴러의 꽃! 쫀쫀한 긴장감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이에요. 게다가, 연우와 태준의 관계는 '동상 화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차가운 줄 알고 만진 드라이아이스가 입힌 화상처럼, 사랑의 속성이 없는 진짜 사랑이라는 역설과 그 애정 아래 깔린 음습한 잔인성 때문에 말이에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 안에는 '태준'이 있습니다. 어느 책에 보니, 집단 사냥을 했던 초기 인류도 눈치를 봤었데요. 언어가 없었으니, 대화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말이죠. 물론, 눈치를 안 보는 계층도 소수지만 존재하긴 한다고 합니다. 바로, 최상위층과 최하위층! 둘 모두 눈치가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들이라고 합니다. 반면, 상대에 따라 때론 강자가 되고, 때론 약자가 되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기민하게 주변을 살펴야 합니다.

 

물론, 태준의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고아였던 태준은 경찰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사범님에게 의탁하고 있었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구와 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더불어 알 수 없는 상실에 대한 공포도 있었어요. 사실, 5살 태준은 우연히 연우와 함께 검은 방에 갇히고, 최초의 '증발 사건'이 발생합니다. 부모가 모두 실종된 연우는 그 집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태준은 수군거리는 주변의 시선이 괴로워 기억을 봉인해 버리죠. 그리고, 그 기억이 뜯겨진 자리에 남은 건 공허감이었습니다.

태준은 스스로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막연한 공포에 젖어 살고 있었어요. 그런 태준이 연우를 만납니다. 운명에 이끌림처럼 과거 '그 집'을 찾아가요. 그리고 연우는 태준을 기다렸다는 듯 반기죠. 이상한 만남, 낯선 사람, 하지만 태준은 그 집에 살기로 합니다. 매일 밤 태준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이상한 소음과 자신을 더듬는 많은 손들을 느끼면서도, 그 집을 떠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태준에겐 그건 이미 익숙한 감정이었으니까요. 어디에 있든 말이에요.

 

'착한 사람' 태준을, 연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연우는 아무도 모르는 음침하고 비정상적인 태준을, 그래서 태준이 정확히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해요. 연우는 태준이 금기시 여긴, 위험한 쾌락을 줍니다. 멈칫거리던 태준은 점점 과감하게 그것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꽁꽁 숨겨둔 밑바닥의 욕구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해요. 태준은 오랫동안 써온, 불편한 가면을 벗습니다. 그리고 봉인된 옛 기억도 서서히 되찾게 돼요.

5살, 연우와 태준 수 많은 거울이 을씨년스럽게 벽면을 채운 어둠의 공간에서 공포에 떱니다. 학습된 공포에 질려있는 연우를 달랬지만, 사실 태준도 무서웠었죠. 그때 연우와 태준 안에서 '악의'가 깨어납니다. 거울 너머에 또 다른 자신들은 거울 밖으로 나와, 그들을 태어나게 한 목표를 향해 전진합니다. 그리고 태준이 기억을 잃었던 시간 동안, 연우는 이 '악의'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돼요. 연우는 '악의'에 '동화'됩니다.

그런데 이 악의라는 것은, 드러나는 순간 증식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부모의 학대로부터 태어난 악의는 본의의 목적을 잃고, 그 특유의 폭력성만 남죠. 연우의 양부모는 연우를 학대하지 않았고, 영화관 관람객이나, 태준의 지인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숨겨지지 않는 악의는, 오로지 '둘만 있는 세계'를 방해는 모든 이들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끝내 '둘만 있는 세계'를 완성하죠. 피바다가 된 집안을 치우는 두 사람의 모습은, 티 없이 해맑고 달달하기까지 합니다. 태준은 불안이 없는, 완벽한 안식 속에서 잠이 들고요.

 

보통 사람들은 '악의'를 쉽사리 드러내지 못해요. 악의를 드러내도 되는 대상인지 상황인지 기타 등등 눈치를 보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런 행동들이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불쑥불쑥 솟어나는, 잔인한 악의들을 잘 숨기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악의는 거울 밖을 나오지 못한 채 거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이 깨지는 순간이 오면, 악의는 그 본신을 살라 먹습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악의에 삼켜진 사람들처럼요.

그 사람들은 최초의 악의가 발생시킨 원인에 대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게 된 것이 아닙니다. 몸집을 불린 폭력성만 남아, 방향을 잃고 몰락을 향해 질주하는 거죠. 그래서, 전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그저 가해자의 눈먼 악의에 휘말렸을 뿐이니까요. 악의는 나 자신이 맞습니다. 하지만, 악의에 삼켜지면 안 됩니다. 삼켜진다면 괴물이 되고 말거예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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