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7.10.13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눈을 뜬 것은, 세상이 달라 보이는 아침 날이었다.'

행복하다고 하는 감정이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던 아침이었다. 그때도 햇살이 그림처럼 드는 창문 바로 곁에 저 남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혀를 깨물어 볼 만큼 꿈결 같던 시간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불청객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시간. 그 의외로운 감정이 생소해 마음이 일렁였던 그 시간. 그때 느꼈던 감정은, 그것은......

설렘.

그래, 설렘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송예운은 지예운이 되었다. 아름다운 어머니는 무수한 아버지들을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아무도 진짜 아버지가 되어 주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예운을 폭행하고, 욕하고, 짐처럼 여기면서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했지만, 17살인 예운은 참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성인이 될 때를 기다리고 있던 예운에게, 또 새로운 아빠가 생긴 것이다. 어머니는 회장님의 사모님이 되었고, 예운은 회장님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 형 지청현을 만난다.

승: 지청현은 어머님에게 맞아 부은 예운의 뺨에 처음 관심을 가져준다. 그 다음날은 학교까지 차로 태워줬다. 어색한 저녁 식사, 새아버지와 형의 눈을 피해 이어진 어머니의 괴롭힘, 감시받는 듯 불편한 방에서 예운은 불면증에 걸린다. 며칠간 잠을 이루진 못한 예운은 한밤 중 부엌으로 내려오고, 청현을 만난다. 청현은 예운에게 자신의 서재를 이용하라고 허락해 준다. 그날 이후, 예은은 청현의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잠들게 된다.

전: 그 사실이 어머니에게 발각되고, 어머니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예운을 창고로 데리고가 기절할 때까지 폭행한다. 그 후 어머니와 지회장은 여행을 떠나고, 교통사고로 둘 다 사망한다. 예운은 집에서 쫓겨 날 거라고 예상했지만, 청현은 후견인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대학을 가고 싶다는 예운에게 검정고시를 제안하며 과외 선생도 붙여주었다. 청현은 무심한 듯하지만, 예운은 더 살뜰히 챙겼고, 잠든 예운에게 스킨십하는 날이 늘어갔다.

결: 그리고 예운은 청현의 마음을 알게 된다. 청현과 예운은 연인이 되고, 예운은 대학생이 된다. 예운은 청현이 사주는 옷을 입고, 반지 끼고, 차를 타고, 약간의 집착을 즐기며 행복한 생활을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애피타이저형 소설

'미리 보기형 소설'이 있습니다. 미리 보기 분량 이외의 스토리는 미미하고, 흥미 요소도 없는 소설이에요. 읽고 나면 '당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E 콘텐츠의 최대 단점이죠. 까보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까 본 후에는 환불할 수 없어요. 그래서 E 콘텐츠 구매는, 눈먼 돈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소설은 분량이라도 나오는데, 웹툰은 고퀄리티 칼라 70컷이나 저퀄리티 흑백 15컷이나 똑같이 3코인 입니다. '적고 알차다.' 그 말의 진위도 따져봐야겠지만, 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무책임하고 감동적인 작품은 없었습니다.

E 콘텐츠의 무단 도용이나 불법 유통으로 정당한 노고에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너는 그걸 다 돈 주고 보냐?'며 '돈도 많다.'고 비아냥 거리는 지인들을 비난하지만은 못하겠습니다. 이 책이 서점에 팔았다면 내가 사서 읽었을까? 확실히, 서점에서 고르는 책에 비해, E-book은 속 쓰린 일이 많습니다. 인식을 바꾸는 일에 '법'은 최후의 도구지 최선을 도구는 될 수 없습니다. 시시비비와 별개로, E 콘텐츠를 정당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업계 스스로도 질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물론, '불청객'은 미리 보기형 소설이 아닙니다. 리뷰를 한다는 건 그 작품에 애정이 있다는 건데, 제가 '미리 보기 형' 소설에 대해 글을 쓸 일은 없겠죠.

아쉬움 없는 심심한 소설보다, 아쉬움 많은 재미있는 소설을 더 자주 언급하게 됩니다. 작가에게 좋은 작품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듯, 독자도 좋은 작품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가나 작품에 더욱 말을 보태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대를 많이 받은 작가님들은 그만큼 빨리 성장하고, 그런 작가의 히스토리를 함께 한 독자들은 팬부심이 생겨요. 내가 이 작가님! 일낼 줄 알았어!

'불청객'은 2017년 글이고, 그 후에도 '꽃낙엽'님은 서정성이 높고, 느린 템포의 무게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많이 쓰셨습니다. 하지만, '꽃낙엽'님의 작품을 보며 '에피타니저 형 소설'이라는 인상이 간혹 들었는데, '불청객'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맛있고 예쁜 애피타이저를 먹으면, 메인 디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메인 디시가 나오기 전에 레스토랑이 폐장하면, 잠시 멍 때릴 정도로 허무감이 강타하죠. '에피타이저형 소설'은 '당했다!'라는 느낌이 들거나, 그 자체로 부실하게 느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리 보기형 소설'과는 다릅니다. 물론, 둘 다 제가 지어낸 말이니, 저에게만 구별되는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청객'은 17살까지 환영받지 못한 손님으로 살아야만 했던 예운이 청현을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입니다. 17살 남자아이가 스스로를 '객'으로 칭하는 것이 매우 신선했어요. 예운은 자신을 학대하는 어머니라도 없다면 스스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고, 빚지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더부살이를 해요. 그래서, 불쌍한 아들이 아니라,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 됩니다. 가족이 아니라 타인으로, 애정이 아니라 필요로, 시한부 같은 동거를 이어가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회장님의 사모님이 된 후에 어머니는, 손에 쥔 부를 마치 당연한 듯 휘두릅니다. 고용인들을 하대하고, 청현을 아들처럼 대해요. 그리고, 예운은 그 웃는 얼굴 뒤에 숨은 진의를 정확히 읽어 냅니다. 진짜 사모님으로 인정받지 못한 열등감, 이 자리마저 잃을 것 같은 불안감, 그 이유가 예운이라는 듯한 원망감, 몸을 사리고 눈치껏 굴어도, 결국 어머님의 감시도 폭력도 피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로 어머님이 죽었을 때, 예운은 슬픔보다는 현실을 고민합니다. 예상보다 불편한 더부살이는 일찍 끝났고, 새로운 더부살이를 하러 불청객은 자리를 옮겨야 할 때가 왔으니까요.

하지만, 청현은 그런 예운의 후견인이 되어 줍니다. 청현은 예운이 필요한 것을 챙겨 줍니다. 예운이 어머니의 진심을 잘 읽었던 것처럼, 청현 역시 예운을 주의 깊게 살펴왔으니까요. 예운은 눈치 없는 도련님이 아니었고, 청현은 예운에게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지 않습니다. 아주 얇은 장막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죠.

어머니가 수없이 바뀌었던 청현과, 아버지가 그만큼 바뀌었던 예운이, 가족이면서 가족이면 안 되는 감정을 느끼며, 악몽이 가득한 악인이 없어진 공간에서, 밥을 먹고 진심을 나누는 장면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든 것이 불균형해서 오히려 안정적인, 낯선 균형감을 이루죠. 안전하다는 느낌말이에요.

그래서,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집착 재벌공과 말 잘 듣는 미인수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급맺음 짖는 마무리가 아쉽습니다. 적은 분량의 '불청객'은 딱, 흥미로운 도입부같았거든요. 매력적인 컨셉, 분위기, 전개를 쏟아 내고, '염병 천병 커플이 되었습니다!'라니... 모로 가도 서울, 어느 전개든 같은 결론인가...두 사람이 알콩달콩 잘 지냄에도, 전형적인 자낮수와 집착재벌공으로 전락한 것 같은 외전에서 '이것이 정말 최선입니까?'를 묻게 되었죠.

킬탐용으로 보자면 실망 없는 작품일지 모르지만, 저는 좀 더 분량을 늘려 마지막까지 힘들어간 전개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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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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