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유펜비

출간일: 2020.01.2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그는 섭청에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섭청."

그리고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섭청을 불렀다.

"이별은 짧을 수록 좋지. 그러니 헤어지기 전 마지막 선물로 설영이라 다시 불러다오. 나는 네게 영백윤이 아니라 설영이고 싶다."

섭청은 입술을 꾹 씹었다. 일부러 설영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 않았던 것을 들킨 탓이었다. 헤어짐이 아쉽기도 했고 이제 한 문파의 장문인이 된 설영과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 설영."

그 부름에 설영이 환하게 웃었다.

"응. 나리. 나 여깄소."

point 2 줄거리

기: 흰 백발, 얼굴을 가로지는 큰 상처를 가진 거구의 섭청은 야차로 불린다. 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성실한 정해현의 수사관으로, 우문단의 충실한 호위다. 과거 강소성 동진무관의 뛰어난 무림인이었으나, 설영을 보호하기 위해 벌어진 싸움에서 단전이 파훼되어 무공을 잃고 무림을 떠났다. 죄책감을 느낀 설영은 화산파의 후계자 영백윤의 신분을 숨기고, 섭청의 곁에서 그를 보필한다. 한편, 섭청의 은밀한 취미는 검은사립을 쓴 화라는 사내와 함께 차관에서 당과를 먹는 것이었다.

 

승: 화는 정보수집에 능한 천이문의 문주로, 월정각 기녀 '이화'로 가장하여 정해현에서 우문단과 함께 황제를 돕고 있었다. 황숙인 폐현왕은 황위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날 폐현왕 일파가 월정각에서 살인을 벌이고, 섭청은 그 사건을 수사를 하며 '이화'를 만난다. '이화'는 아름다운 외모에도 과묵히 일하는 섭청을 마음에 품고, 대놓고 꼬시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날 차관에서 화와 차를 마시던 섭청은 이화에 대한 연심을 비치고, '이화'는 음월설고를 미끼로 섭청을 덥썩 잡아 먹는다.

전: 폐현왕은 무림의 화산파와 함께 모반을 꾸미고, 화는 섭청에게 '이화'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황실로 떠난다. 섭청은 소문과 몇가지 사건을 통해 '이화'와 화가 야반도주를 했다고 오해한다. 한편, 설영은 혼란한 화산파를 정리하기 위해 섭청을 떠나고, 우문단은 폐현왕을 속이기 위해 그의 측근을 가장한다. 섭청은 화와 함께 황제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는다. 화는 섭청에게 호의를 표하지만, '이화'에 대한 연정을 품은 섭청은 화가 불편했다. 한편, 설영과 섭청의 관계를 오해한 화는 섭청을 또 잡아먹는다.

결: 폐현왕의 지시를 받은 화산파 공격에 섭청은 크게 다치고, 깨어난 섭청에서 화는 자신이 '이화'라고 고백한다. 한편, 설영은 화산파를 통합하여 장문인이 되고, 황제와 우문단의 협공으로 폐현왕의 모반은 실패한다. 우문단은 병부상서가 되고, 설영은 자신과 함께 화산파가 있는 섬서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섭청은 정해현에 머물며 이화와 부부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섭청은 정기를 잃고 행복을 얻었고, 이화는 모든 것을 얻은채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포기하지 못한 나의 비상장주식

BL은 유독, 섭공과 주인수가 맺어질 확률이 낮습니다. 아무래도 후회공 클리셰가 많아, 개아가공이 아무리 패악질을 부려도 처절하게 후회하고 돌아와면, 수가 딴 눈 안 팔고 받아주죠. 덕분에 비운의 섭공들도 참 많습니다. '여우다루'에 "나와 산책해주오.", 전전반측에 "마음을 놓고왔다."... 긴 시간이 지나도 놓을 수 없는 저의 대표적인 비상장 주식들입니다.

훈남 설영과 미인 화, 얼빠 섭청이 고양이과보다 개과를 좋아했다면 아마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림인이었던 영백윤과 섭청은 강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 짧은 만남에도 섭청은 자신을 설영이라고 소개한 영백윤에게 의리를 지켜요. 영백윤은 화산파의 유력한 후계자였지만, 자유가 좋아 문파를 나와 설영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화산파의 장문인을 살해하고 권력을 탐했던 세력들은, 설영의 존재가 불편했죠. 그래서, 그를 찾아 죽이려 하지만, 섭청은 끝내 설영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무림인으로서 삶을 잃습니다.

섭청이 무공을 잃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한 동진무관 장문인은 섭청을 쫒아내고, 섭청은 일반인이 되어 작은현의 수사관이 됩니다. 설영은 그런 섭청에 대한 연정을 품고도, 진죄가 많아 감히 밝히지 못하죠. 그래서, 섭청이 부디 안전 할 수 있도록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려고 합니다. 바로, 월정각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월정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현 황위를 노리는 폐현왕과 화산파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설영은 화산파로 돌아가고, 그간 자신이 모른척 해 온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이화'와 뜨밤을 보내고 눈 쌓인 길거리에 쓰려져 있던 섭청을 안아 들고 그의 방으로 오면서, 설영은 '나리의 호위 설영'다운 미소를 짓고,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떠나야 할 시간을 받아 둔 설영에게는, 섭청과의 시간 자체로 천금이었을테니까요. 설영은 섭청이 메어준 붕대를 풀지도 못하고, 섭청에게 놓고 온 마음과 섭청을 계속 떠올립니다.

그때, 이화는 자신의 외모에 무덤덤한 섭청을 얻고자 갖은 요망을 떨고 있었고, 끝내 섭청의 마음을 얻어냅니다.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우직한 사내 섭청은, 그 연정을 묵묵히 지킵니다. 더 오랫동안 섭청의 곁에 있었고, 더 먼저 연심을 품었지만, 섭청에게 무공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감히 건내지 못했던 말을, 이화는 몇 번이고 섭청에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맺어진 두 사람을 설영은 지켜보기만 하죠.

설영은 구증을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섭청에게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귀하게 당신을 여겨 줄 기회를, 내가 당신에게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말입니다. 하지만, 섭청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래서 그런 섭청에서 설영은 마지막으로 '설영'이라 불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영백윤으로 살아갈 삶에는 더 이상 없겠지만, 설영으로 살았던 시간 동안에는 늘 섭청 곁에 머무를 수 있었던 그 사람으로, 그 기억으로, 남고 남겨달라고 바라죠.

이루지 못한 사랑은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치열하게 노력 했으나 실패한 이야기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노력을 할 수도 없는 상실이 더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도 하고, 중도라고도 하죠. '적당히'의 미덕 말입니다. 하지만, 멈추고 싶어도 넘쳐흐르고, 그만하고 싶어도 질주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입을 막아도 나오는 기침처럼, 숨을 참아도 비집고 나오는 딸꾹질처럼, 불가항력인 연정은 하얗게 탈 때까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수 밖에 없어요.

외전에서 설영이 보낸 녹두고에 이화는 질투 하지만, 어쨌든 달래 주는 섭청이 있어 달달한 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녹두고와 함께 보낼 편지를 쓰던 설영은, 몇 번이고 창을 보며 사념에 잠기다, 다시 먹을 갈고, 또 몇 장의 서편을 찢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이 생일 선물을 가는편에 띠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설영과 섭청... 정말 놓을 수 없는 저의 비상장 주식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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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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